사람이 예술이고 예술이 사람 자체이다. 삶의 기록에 감정을 담으면, 그 글자들이 리듬을 타고 음악으로 표현되며, 손에 리듬을 타면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이 된다. 나라는 인생을 보여주는 자화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감이나 느낌의 분위기들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참 매력적이다. 잔잔한 음악과 비 내리는 저녁, 창가에 앉아 인생 이야기를 나눔은 눈물과 웃음이 가득한 예술로 승화되어진다. 프리다 칼로와 에디트 피아프도 그들의 슬픈 인생을 예술을 통해 극복했고, 그 극복의 예술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두 여인의 예술은 인생이라는 작품과 같다.

 

 

 

 

 

프리다 칼로  「상처 입은 사슴」 1946년

 

 

 

자화상을 많이 그린 프리다 칼로는 뛰어난 외모와 재능이 많지만 불운의 교통사고로 척추와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평생에 걸쳐 수술대에 올랐고,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절망에 빠진 나날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결혼을 통해 한 남자의 아내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원했지만 벽화 제작 화가로 유명한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외도와 몇 차례의 유산은 평생을 고독과 외로움으로 점철되게 했다.

 

특히 리베라와 친동생 크리스티나와의 외도는 프리다 칼로에게 배신이라는 깊은 상처를 안겼다. 결국 이혼 후 홀로 여행하며 방황의 삶을 살았지만 결코 리베라를 정신적으로 떠나 보내지 못했다. 프리다에겐 리베라는 연인이자 동지, 그 이상의 존재였으며 어떤 것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1940년대 말 그녀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오른쪽다리를 절단하고 몇 차례의 수술의 실패를 거듭하며 휠체어와 침대 신세를 지고 살았지만 그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죽기 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기에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적었다. 이는 죽음을 오히려 행복한 외출로 받아들이고 삶의 고통과 외로움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에디트 피아프는 ‘노래는 사랑이고 사랑은 노래’라고 말했다. 빈민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방랑곡예사 아버지와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매음굴을 운영하는 친할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아버지와 유랑생활을 하며 노래 동량으로 지냈다.

 

그녀의 삶은 너무나도 불행했다. 교통사고, 두 번의 결혼과 이혼, 첫 번째 아이의 사망, 남편의 피살,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남자에게 배신 그리고 ‘마지막 연인’ 권투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은 비행기를 타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자책감에 칩거하고 삭발, 마약과 알코올중독으로 망가진 몸으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비록 불행, 비극, 스캔들,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찌든 삶이었지만 사랑을 갈구했고, 노래를 향한 그녀의 진실성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준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세월이 가면》-  

 

 

   

 

 

 

 

 

 

세월은 약이라 하여 아픔도 치유된다 하였거늘, 그렇지만 한평생 잊지 못해 세월 따라 애틋하기만 더한 것이 지나간 세월 우리를 뜨겁게 달궜던 사랑이다. 프리다 칼로와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그림이 희미하게 상기시키면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서도 이 구절이 가슴에 물밀듯 와 닿는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의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 (중략)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차가운 바람이 부고 가을비가 고요히 내리는 지금 유리창 밖 어두운 밤에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내 서늘한 가슴을 스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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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죽어서 먼 곳에 가 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 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예요.

 

사랑은 오로지 하나. 동서양의 시공(時空)에도 달라질 수 없는 본질. 영원하기가 이를 데 없는 감정의 실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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