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술이편’(述而篇)에서 공자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말한다.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고 있을 때 그 중에 분명히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는 것은 단순한 설정이다. 셋이 길을 갈 수도 있고 다섯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길을 가는 상황을 공자는 예로 들고 있다. 세 사람이냐, 다섯 사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셋이 길을 가고 있다면 자신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은 두 명. 그 두 사람 중에 나에게 스승처럼 무언가 가르침을 줄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공자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그들이 많이 배워서 학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즉 그들의 자격 요건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만 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많이 배우지 못해서 아는 게 적은 사람일수도 있고 성질이 포악해서 사람들이 슬슬 피해 다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자는 자격 요건을 전제하지 않고 무조건 같이 가는 사람이라고만 했다. 그러니 배우지 못한 사람도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도 스승이라는 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들이 많으니 주변에서 그리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공자의 말처럼 자격을 불문하고 ‘무조건 같이 가는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주는 스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비자라면 공자의 말에 반박할 것이다. 세 사람을 잘못 만나면 없는 호랑이 한 마리도 만들 수 있다고(三人成虎).

 

전국 시대 위나라 혜왕은 조나라와 강화를 맺고 태자를 볼모로 보내게 되었다. 태자를 혼자 보낼 수 없어 방총)이란 대신을 따라가게 했는데, 그는 출발에 앞서 임금에게 물었다. "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터무니없는 말을 누가 믿겠소." "그러면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을 거요." "만약 세 번째 사람이 똑같은 말을 아뢰어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땐 믿어지겠지." 방총은 한숨을 내쉬고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어린애도 알 만한 상식입니다.”

 

거짓도 말하는 입이 여럿이면 솔깃해지게 마련이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 셋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드는 셈이다. 내가 믿을 만한 주변 사람 세 명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말은 진정어린 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말일 수도 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반복되는 헛말도 자꾸 들으면 정말 그럴 것이라 믿어지기도 한다.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무서운 ‘사람의 말’이 지금은 인터넷, 특히 SNS를 통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흉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는 SNS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평소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지인에서부터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는 저 먼 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많으면 천 명까지 나와 친분이 있는 관계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망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괴담과 헛소문, 아무런 근거 없는 거짓말 등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를 타고 급속하게 번졌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무심히 던진 말들이 모아져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황폐화시키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게까지 했던 일이 발생한다.

 

결국 내 주변에 있는 세 명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스승인지, 아니면 거짓과 부조리의 발톱을 숨기고 있는 사악한 호랑이였는지 파악하는 건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어느 누군가가 선하다면 그 선함을 보고 배울 것이며 악한 사람이 있다면 그 악함을 보고 느껴서 자신을 고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과연 그들이 진짜 호랑이를 그리며 말하는 것인지, 거짓 호랑이를 만들어 말하고 있는지를 똑바로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여러 사람이 나와서 어떤 달콤한 말로 호랑이가 나타났다 해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어떤 현상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나에게 스승이 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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