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개정판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1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일주일 내내 경계해야 할 마음의 불(火)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119소방센터의 벽면 현수막의 글귀가 눈길을 끈다. “월화수목금토일, 화내지 맙시다.” 여기서 말하는 화는 물론 불(火)이다. 소방당국이 불조심 생활화를 홍보하기 위해 내놓은 문구가 이색적이다. 그 표어대로 불조심은 어느 하루, 어느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말에서 일반에 먼저 와 닿는 화는 불보다는 우리 일상에 흔한 화(Anger)다. 일주일 내내 경계해야 할 건 불조심뿐만이 아니다. 화(火)는 내 마음에 생길 수 있는 불이다. 화를 다스려야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정말 성질 죽이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누구는 성질 없어서 조용히 있나. 혈압 오르는 일들이 한두 번이어야지. 가끔은 몸이 부르르 떨리도록 큰소리 지르며 성질 한 번 내보고 싶은 날이 있다.

 

요즘엔 사소한 이유로 시작한 우발적 싸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질과 핏대를 억누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점점 급해지고 화를 참지 못하는 현대인의 성격 탓이다. 예기치 못한 일이나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화를 내고 살아간다. 화를 낸다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다. 하지만 물건을 내팽개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 화가 풀릴까. 아니다. 화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나면 분풀이할 대상을 찾는데, 이는 결국 화의 악순환만 더할 뿐이다. 그렇다면 화를 참아야 하는 걸까.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야 하는 걸까. 그것 또한 역시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다. 개인적 욕구는 충족되지 않고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며 분노는 폭발 직전까지 치솟지만 집단적 요구는 더 늘어간다. 왜소한 개인의 자아는 거대한 세계와 맞부딪치면서 보이지 않게 피를 흘린다. 우리는 모두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이다.

 

 

 

 ♣ 마음의 씨앗을 다스리기

 

틱낫한 스님의 책 『화』가 제목만으로도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이유가 있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의 부제다. 여기서 언급되는 ‘화(Anger)’는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하여 나는 성’을 뜻하는 한자어 ‘화(火)’를 지칭한다. 틱낫한 스님은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얘기한다.

 

화는 평상시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갑작스레 나타난다. 화가 나 있으면 상대방을 공격하고 악담을 퍼붓게 된다. 화를 내고 있는 사람 스스로 매우 고통 받고 있다는 증거다. 화가 나는 이유는 자기중심주의에서 출발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그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님은 화를 표출하는 것도, 화를 참고 속으로 삭이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스님은 우리 신체와 오장육부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없애려 하지 말라고 한다. 마치 우는 아기라고 생각하며 화를 보듬고 달래야 한다는 거다. 화가 났을 때는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그래서 화를 다스리는 게 우리 인생에서 평생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화’는 화를 ‘마음의 씨앗’으로 본다. 우리 마음에는 기쁨 사랑 같은 긍정의 씨앗과 미움 절망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평상시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 지는 바로 자신에게 달렸다. ‘마음의 씨앗’인 화를 인정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다스릴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를 스님은 ‘마음 밭 갈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가 났을 때는 남 탓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제일 시급한 일이다. 스님은 마음을 다스리려면 어떠한 자극이 와도 동요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가 평생 전쟁과 폭력의 중심에서 온몸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체득한 결과라고 한다.

 

 

 

 ♣ 아이처럼 화를 끌어안기

 

스님은 화가 났을 때 이를 부인하지 말고, 화 난 자신을 인정하고 맞이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 안에서 ;분노하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음에서 울고 있는 아기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단다. 마음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일단 모든 것을 중단하고, 우선 그 아이를 먼저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칭얼대는 화라는 아이를 잘 달래지 못할 때 그 아이는 실제 아이가 아니라 힘을 가진 어른일 경우가 많아서 언제 어느 때 치명적인 폭력을 휘두르게 될지 모른다는 게 스님의 우려였을 것이다.

 

어찌됐든 스님의 지적대로 일시적으로 아이를 달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생각의 변화가 와야 한다. ‘생각이 즉 에너지’이기 때문에 생각이 화로 들끓고, 그 에너지가 또 다른 화를 재생산하는 것을 멈추려면 ‘분노를 가져왔던 생각의 변화’, 즉 ‘신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도한 분노의 뒤엔 ‘절대적 신념’이 감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대 이래선 안 된다’, ‘이래야 한다’는 신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분노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본다면 화를 훨씬 더디게 낼 수 있다. 또한 화가 나더라도 다른 이의 허물을 덜어주고 용서해 준다면 결국 자신에게 유익함으로 돌아올 것이다.

 

화를 분출시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화 풀기는 행동에 대한 결과를 인식하는 것이어야 한다. 눈앞의 만족을 위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야만사회의 전형이다. 화를 평화롭고 긍정적으로 풀 것이냐, 아니면 비이성적으로 폭발시킬 것이냐. 그 통제권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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