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의 재발견 -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
피어스 스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 자신감 없는 거북은 달리기 경주에 승리할 수 있었을까?

 

 

서로 제가 더 날래다고 거북과 토끼가 다투었다. 둘은 헤어지기 전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놓았다. 토끼는 타고난 속력을 믿고는 서둘러 출발하지 않고 길가에 누워 잠을 잤다. 거북은 제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는 쉬지 않고 뛰었다. 그리하여 거북은 자고 있던 토끼를 앞지르고 경주에서 이겨 상을 탔다. (352. 토끼와 거북이, 천병희 역 《이솝 우화》 도서출판 숲, 378쪽)

 

 

이솝 우화 중에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빠른 토끼와 느린 거북이 사이에서 달리기 경주에서 드러난 결과를 가지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180도 바꿔서 바꿔보겠다. 거북은 자신이 토끼보다 걸음이 느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느린 걸음을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경주에 임하기 전부터 거북의 마음은 심란하다. ‘내가 토끼보다 걸음이 느린데 과연 내일 달리기 경주에서 토끼를 이길 수 있을까?’ 거북은 마음속으로 후회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토끼보다 빠르다고 우겼던 패기는 온데간데없다. 점점 자신감은 떨어지고 있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벌써부터 목이 움츠려진 거북은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나는 거북이 토끼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 뜀걸음에 오만한 토끼가 여유를 부린다고 해도 거북은 이기지 못할 것이다. 단지 거북이 느리다고 해서 토끼의 우승을 점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느린 걸음에 자신감이 위축되어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부터 거북은 이미 패배한 거나 다름없다.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토끼에게 기권을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 늑장의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유형

 

우화의 정본에 등장하는 토끼는 거북과의 경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쉬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간 거북에게 패하고 만다. 내용을 완전히 비틀어서 새롭게 구상한 우화에 나오는 거북은 자신이 토끼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마자 경기를 포기하거나 패하게 된다.

 

감정의 상태를 스스로 주체하지 못해 패배하게 된 토끼와 거북. 이들은 눈앞에 있는 계획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결심했으나 포기하고 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험에서 목표 점수 이상 받기, 일주일에 담배 두 갑을 피던 흡연 습관을 버리고 금연하기, 옷에 삐져나오기 일부 직전인 물렁물렁한 뱃살을 빼기 위해 일주일에 두, 세 번 운동하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대다수는 계획의 목표치를 이루지 못한 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시작할 땐 좋다. 계획했던대로 실행해나간다. 그러자 게으름의 신이 우리 옆에서 강림하사 유혹의 손짓을 한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룬다. 꼭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어진다. 공부해야 되는데 머릿속에는 공식 대신 컴퓨터 게임 화면이 아른거린다. 이틀 동안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을 뿐인데 입이 텁텁하고 몸의 기운이 빠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니까 힘든 마당에 야식으로 시켜 먹었던 치킨과 피자가 먹고 싶어진다. 젠장, 목표는 개나 줘버리고 원래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작심삼일이다.

 

준비한 계획을 포기하게 되면 늑장 부린 자신의 나태함을 ‘멘탈 부족’이라는 근거를 대면서 자책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면서 작심삼일로 인해 마음의 쓰레기통으로 폐기처분된 계획의 횟수를 어림잡으면 상당히 많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반을 생각해본다면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될 계획들은 더 있을 것이다. 슬픈 결과가 나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늑장 부리는 태도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은《결심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늑장 부리는 사람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충동에 쉽게 휘둘리면 십중팔구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졸음을 이지기 못해 경주 도중에 잠드는 토끼처럼 말이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멘탈’이 나쁘다고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계획의 구체성 정도에 따라서 이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우는 반면 장기간 실행해야 할 미래의 목표는 추상적으로 세우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 목표를 구체적인 내용인 아닌 추상적으로 세운다면 늑장 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표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도 떨어지게 된다. 우리 주변에 유혹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꾸준히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싫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특히 즐겁지 않은 일수록 늑장 부리기 쉽다. 리포트 준비 기간을 두 달 잡아 부여하더라도 제출 마감 기한을 남겨두고 끝내기란 의외로 어렵다. 성실하고 근면한 성격의 학생이라면 미리 리포트 작성을 준비하고 작성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리포트 쓰는 걸 즐겁게 여기겠는가. 제출 마감 기간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면 슬슬 늑장의 기운이 올라온다. 리포트를 빨리 준비하고 작성하면 좋겠지만 막상 쓰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늑장 부리기 쉬운 유형으로는 앞에서 소개한 자신감을 상실한 거북이 있다. 목표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의욕이 없으면 목표 수립을 위한 도전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비관적인 심리 상태가 지속된다면 스스로 포기한다.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된다. 이러한 자아 인식을 ‘자기 이행적 예언’이라고 한다. 스스로 실패라고 예상하면 목표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게 되며 당연히 성과 달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

 

 

 

 ♣ 우리 마음 속 내부의 적, 늑장

 

생각지 못한 내부의 적이 일을 그르칠 때가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 한 번씩은 꼭 망쳐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유도하는 적이 바로 ‘늑장’이다. ‘늑장’을 연구했다는 저자도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내부의 적을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었다. 오죽하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미루기 대장’이라고 부르겠는가. 백전백승 지피지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심리학자는 또다시 내부의 적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뇌과학과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늑장의 본질적 원인에 대해 조사했다.

 

늑장연구를 통해 그 원인과 행태를 파악하여 늑장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면할 수 있는 ‘늑장 완전 공략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매뉴얼을 제시함으로써 실천 가능한 늑장 탈출의 전략을 조언하고 있다. 다만 내부의 적을 완전히 소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앞에서 늑장의 요인으로 꼽은 ‘충동성’은 매 순간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성향에 의해 형성된다. 그리고 늑장 부리기는 유전자처럼 깊숙이 박혀 있어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전쟁에 참전하는 병사의 사기다. 사기가 제대로 충전되지 않으면 애초에 전쟁에 이길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늑장이라는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 상황에 임하는 태도와 인식이 중요하다. 늑장이 더 기세 부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을 흩뜨려지게 만들고 늑장의 세력을 더욱 확장시키게 만드는 외부적인 원인 또한 잘 살펴봐야 한다.

 

혹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략 매뉴얼을 보고도 당장 실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거나 여전히 매뉴얼에 신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애써 실행하지 않기를 바란다.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일을 하다간 늑장만 더 키우는 꼴이 되니까. 늑장과의 싸움은 결국 정신력, 즉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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