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신문을 소리 내서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책을 소리 내서 읽어본 경험은 하나씩 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신문을 소리 내서 읽어보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매일 아침 조간신문을 소리 내서 읽는 우리의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신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서 읽는 사람을 만나기란 드문 일이니까요.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신문을 눈으로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는 신문을 보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20대에게 신문은 여전히 낯선 인쇄매체입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서핑에 익숙한 우리는 그나마 인터넷 신문을 읽긴 합니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는 20대는 많지 않습니다. 지하철에 탔을 때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종이신문을 읽고 있는 중후한 연세의 어르신 옆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대학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제 주변에 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매일 종이신문을 읽거나 신문 기사 내용을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종이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친구도 보기 어렵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신문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신문을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거죠. 신문 읽기는 나이 든 사람의 습관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에 종이신문을 들여다보는 20대를 어디 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젊은 친구들에게 신문 읽기를 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문을 읽어야 지식이 축적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혀질 것이라는 식으로 장점을 말로 열거한다고 해서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버린 그들의 생각을 구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종이신문 대신에 스마트폰 화면 안에 있는 인터넷 뉴스를 보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으로 한눈에 수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확인한 정보의 기억은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습득한다고 해서 우리의 뇌가 '스마트'(smart)하게 되진 못합니다. 그냥 눈으로 인터넷 신문을 훑어보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정보 습득에 불과합니다.

 

매스미디어 홍수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수많은 매체들로부터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정보매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인터넷 독자들은 대개 관심 있는 것만 골라서 보기 때문에 사고의 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폰 이용의 부작용을 연구한 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동일한 텍스트를 읽더라도 종이책이 아닌 컴퓨터 화면으로 읽으면 기억이나 성찰 능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랑, 정의, 배려, 경청, 관용, 도덕과 같은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스마트폰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신문과 책을 많이 읽은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는데, 스마트폰 이용자, 특히 젊은 세대는 신문과 책 읽기 장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신문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신문 읽기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일부 신문 기사들 중에는 공정하지 못하고 올바른 내용이 없는 영양가 불량인 것이 많다고요. 이에 대해서 주류 언론에 할 말이 많았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나라 없는 사람>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매체인 신문과 TV는 오늘날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에 너무나 부실하고, 너무나 무책임하고, 너무나 비겁하다.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매체는 책밖에 없다.”

 

 

 

 

 

 

 

 

 

 

 

 

 

 

 

 

 

 

사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는 합니다. 특히 나쁜 신문의 그릇된 기사는 신문을 맹목적으로 읽는 젊은 독자의 상식 습득의 과정과 양심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을 읽는 사람들 대다수는 자기가 선택한 신문의 기사 내용과 논조를 그대로 믿어버리고 싶어 합니다. 특정한 신문을 선택한 바로 그 이유가 자신이 그 신문에 보내는 신뢰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일단 선택한 뒤에는 스스로 어떠한 의심이나 비판도 용납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신문 읽기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저학년 어린이나 청소년들 대부분은 NIE 교육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NIE 교육은 무조건 이제 막 성장하려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 걸음마하기 시작하는 대학생들도 NIE 교육을 받으면 좋습니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나열한 종잇조각이 아닙니다. 신문 속에는 많은 지혜, 지식이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혜와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게 됩니다. 또한 세상을 바르고 반듯하게 살아가기 위한 진리와 가치와 정의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기에 행복한 삶의 방법과 우리의 생활을 한층 윤택하게 해 주는 구실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한 단순 검색이나 뉴스 검색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하여 해설 기사나 사설, 칼럼 등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생각하며, 표현하는 기능을 길러주는지 종이 신문을 찬찬히 읽으며 정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힘을 통해 광범위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인생의 길잡이로서 신문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매일 아침에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종이신문을 눈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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