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al (더 골)
엘리 골드렛 외 지음, 김일운 외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영이론을 품은 소설

 

최근에 제대로 된 경영학 서적을 읽어보게 되었다. 경영학 복수전공을 신청하기 전부터 언젠가는 경영학 서적도 읽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현재 수강 중인 과목 내용과 연계되는 경영학 서적을 읽게 된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경영학 전공자라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엘리 골드렛과 제프 콕스가 함께 쓴『The Goal』이라는 책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지 18년 남짓 정도 되었으며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 지 이제 10년째 접어들 정도로 이미 경영학도 사이에서는 꼭 읽어봐야 할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The Goal』은 CEO, 경영인들만을 위한 경영학 필독서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에게 '가정과 일'이라는 평생에 걸쳐 신경써야 할 부분에 있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삶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영 소설은 개인의 변화와 개발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조직의 문제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은 생산에 관련된 경영이론을 전파하고 정보공유의 의의, 경영자가 갖춰야 하는 자질과 철학 등을 박진감 있게 소설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읽는 동안 TOC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실제 업무 중 흔히 발생하는 팀 내 갈등과 일과 가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이 시대 직장인의 모습을 다루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생산성 악화로 폐쇄 위기에 처한 공장의 공장장인 주인공 알렉스가 3개월의 유예기간에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헤쳐나가 경영혁신을 이루는 과정과 그를 떠나겠다는 아내와의 갈등으로 인한 가정 파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날이 늘어나는 재고와 납기지연 등으로 인한 기업 파산의 압박, 가정 불화 등의 혼돈 속에서 은사인 요나 교수의 힌트를 바탕으로 목표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면서 예측할 수 없던 부분들이 다양한 과정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과의 하이킹에서 처음에는 행렬을 더디게 만드는 한 아이의 행동에만 집착했지만 배낭의 짐을 다른 아이들에게 덜어내고 행렬을 재배치하면서 마침내 해결의 코드를 찾아 낼 수 있었다. 반복해서 행렬을 지연하게 만든 것을 한 아이 탓으로만 돌렸지 근원적인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은 실수를 발견하게 됐다. 또한 이런 모습은 그의 결혼생활에서도 아내와의 본질적인 대화를 피하고 해결만 바라던 점에서 일치한다고 본다.

 

특히 이 책에서는 복잡한 업무개선의 노하우를 쉽게 소개하고 있는데 공장은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으로만 이익에 공헌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돈을 벌기 위한 프로세스를 창조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증가된 생산능력으로 최고의 고객을 유지해내는 데도 성공한다고 보고 있다. 이 프로세스의 기본을 '제약조건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이라고 한다. 이 제약조건이론은 제약자원을 발견하고 그 제약자원에 나머지 공정을 종속시키는 것이다. 병목되는 공정에서 내보낼 수 있을 정도의 자원만 가동하는 것이다. 그 이상을 가공해 버리면 그건 재고가 된다. 재고란 투자한 돈이 뭉쳐 있는 것으로 비용만 잡아먹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장이 효율적으로 가동된다는 것은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운영이 된다. 즉 전체 최적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은 의도된 비효율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약조건이론이란 무엇인가?

 

여기까지 내용만 본다면 경영학에 생소한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으로 이해할거라고 생각이 든다. 사실 엘리 골드렛이 처음으로 제약조건이론을 제안했을 당시만해도 생산관리 개선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받아들여졌으며 수많은 CEO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생산관리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 한 권이 단 시간만에 CEO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생산관리 방식, 즉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춘 생산관리에 익숙했던 일부 CEO들에게는 제약조건이론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당연했다.『The Goal』에 등장하는 주인공 알렉스나 그 밖의 생산업무 담당자들 역시 요나 교수가 전하고 있는 제약조건이론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앞에서도 이 책을 '제대로 된 경영학 서적'이라고 말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경영학 비전공자 독자들이여,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중요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괴감이 빠지기 마시길.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부생들도 쉽게 읽어내는 책이 아니다. 특히 생산관리 업무에 대한 실전 감각이 전무한 채 그저 이론 자체로만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경영 이론을 소설 형식으로 쉽게 풀어냈다고 했어도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약조건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한다.

 

 

 

1. 시스템의 제약요인(들)을 찾아낸다.

2. 제약요인(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한다.

3. 위의 결정에 다른 모든 것을 종속시킨다.

4. 시스템의 제약요인(들)을 향상시킨다.

5. 만일 제4단계에서 제약요인(들)이 더 이상 시스템의 성과를 제약하지 않게 되면

    다시 제1단계로 돌아간다.

 

※ 경고! 그러나 관성이 시스템의 제약요인이 되지 않도록 한다.

 

 

 -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The Goal』동양문고, p 502 -

 

 

 

TOC의 기본 전제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의 목표(Goal)가 무엇인가?" 라는 평범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기업 스스로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함으로써 보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향상시키려 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과(Output)를 늘려야 한다. TOC는 바로 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모든 기업은 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얻어낼 수 없도록 성과를 제약하는 병목이 반드시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러한 제약 자원들을 파악하고, 개선해야만 기업의 성과(Output)를 향상 시킬 수 있다.

 

TOC의 적용 과정은 맨 처음에 시스템 제약요인, 즉 병목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프로세스의 다양성이 높아진다거나 가동준비시간이 길어지면 병목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병목을 쉽게 찾기 위해서는 작업자나 감독자에게 병목의 위치를 물어볼 수 있거나 또는 작업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병목이 생산과정에 제한을 준다고 해서 해소하기보다는 이것을 최대한 촉진시켜줘야 한다. 병목의 용량을 촉진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장비와 시설 확장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주간 가동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또 노동인력을 더 고용한다거나 하루 교대횟수를 늘리는 등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병목을 해소할 수 있다. 나머지 비병목자원의 의사결정은 병목자원의 일정을 지원할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도 생산과정에서의 병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적용 과정을 반복하여 새로운 병목이 발견하고 관리해야 한다.

 

 

 

 생각의 변화가 있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경영학 비전공자인 독자에게는 '제약조건이론'의 핵심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결국 저자가 요나 교수의 입을 빌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제약 요소의 근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는 것이 조직 전체, 즉 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이라는 사회의 작고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책의 핵심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직 목표의 달성'이라는 말이 매우 애매하고 막연하게 사용되기는 하지만 하나의 조직체를 이끌어나가는 리더, 지도자뿐만 아니라 그 조직 구성원들 역시 자신들이 속하고 있는 조직의 목표가 달성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특정 조직체의 존재와 성립 목적 자체를 명확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것 또한 조직의 목표이다. 목표 없는 조직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으며 이합집산할 수 밖에 없다.

 

조직의 목표가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 및 과정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조직의 운명은 우수한 지도층의 탁월한 리더십을 통해서 결정된다.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사회 어디에든 성과의 흐름을 방해 하는 제약요소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제약사항을 발견하여 그 요소를 해결 혹은 완화시킴으로써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질적인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것도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조직의 지도자는 항상 조직 전체 모두 발전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변화, 혁신을 과감하게 할 줄 아는 적극적인 경영자적 마인드(Mind) 또한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체들이 '효율적인 생산관리운영'과 고수익 보장'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소수의 조직 지도자들의 권한에만 집중되어 있는 엘리트만을 강조하는 조직사회보다는 먼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의식구조의 개선 등 조직 내에 '질병'처럼 자리잡은 제약요소를 발견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제약이론을 조직에 적용시킨다면 생산관리운영의 제약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통과하는 흐름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좀더 빠르게 조직 목표의 달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2-05-2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직의 병폐를 바로잡으려다 좌절하는 과정은 인류역사에 정말 흔하디 흔한 일이죠.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는데 그 조직이 또 결국은 관료주의에 매몰되고...상의하달은 잘 되는데 하의상달은 잘 안 되고...

하하하...Cyrus 님이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써서 그런지 댓글이 하나도 없군요.제약조건이론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데요.

cyrus 2012-05-26 11: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에서도 조직 내부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볼 수 있어요.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수업시간 과제 때문에 읽게 되었어요.
과제는 이렇게 감상문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핵심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인용해서 그것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었어요. 막상
감상문 형식으로 쓰려고 해보니 전문적인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하는 데
실패한 거 같아요 ㅎㅎㅎㅎ

반응은 없어도 강의시간에 배운 지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써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사실 제약조건이론이 곧 치게 될 기말고사
시험범위 내용에도 포함되거든요 ^^;;

이번에 제가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한 번은 경영학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페이퍼를 써보는 게 목표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학업 일상에
치이다보니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방학 때 1학기 때 배운
경영 이론들을 주제 삼아 글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