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cafe.naver.com/axolotlroadkill/88 

 

오늘 아침에 동물들이 나오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비록 아홀로틀과 헤게만의 소설과는 전~~~~ 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카페에 새로운 글 한 편 나오는 것도 희귀한 일이 되어서 일종의 '무(無)글 방지 차원'으로  
한 번 올려봅니다.

무엇보다도 배수아 님이 댓글에서 적으신 코끼리 이야기도 생각나고 해서
이 카페에 가입한지 처음으로 코끼리에 대한 짤막한 일화와 단상을 올려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냥 아홀로틀 포럼에 넣기로 했습니다.  ) 
 

인도의 어느 지역에서 코끼리 7마리가 한꺼번에 화물열차에 치여 죽은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코끼리라는 동물이 비록 커다란 덩치이기도 하지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열차에 부딪히게 되면 힘 센 코끼리도 죽음을 면치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마리도 아닌, 7마리가 열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비극적인 사고의 발단에는 2마리의 아기 코끼리들이 있었습니다. 무리 지으면서 이동 생활을 하는 코끼리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철도 가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마리의 아기 코끼리가 그만 철로에 발이 끼고 만 것입니다. 아직 아기였기에, 그리고 어른 코끼리보다 힘이 약했기에, 아기 코끼리들은 철로에 낀 발을 쉽게 뺄 수가 없었으며, 하염없이 애타게 어미 코끼리를 향해서 울부짖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미 코끼리와 그 밖에 다른 어른 코끼리들이 자신의 긴 코로 아기 코끼리의 발을 빼내려고 하였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긴 코를 가지고서는 아기 코끼리의 발을 빼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덩치가 워낙 크기에 여러 명의 코끼리들이 모이면 두 마리의 아기 코끼리의 발을 빼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지지도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서 열차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열차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오고 있는 소리를 감지한 코끼리들은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힘껏 아기 코끼리를 구출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열차는 철도 가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재빠르게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몇 몇 코끼리들은 아기 코끼리의 발을 빼게 하고, 나머지 코끼리들은 그들 주위를 둘러쌌습니다.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열차를 막기 위해서죠. 무엇보다도 자신들보다 연약한 아기 코끼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결국, 열차는 철도 가 위에 서 있는 코끼리들과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방송에서는 그 코끼리 집단이 몇 마리인지, 그리고 아기 코끼리는 생존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몇 마리는 살아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중에서 7마리가 열차의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습니다. 아기 코끼리들을 구하려다가 그만 기차에 로드킬(Roadkill) 당한 것이죠.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단지 아기 코끼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코끼리 집단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로드킬을 선택하였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죽은 코끼리들을 옮기기 위해서 참여한 사람들은 이런 코끼리 집단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사람들은 살아남은 코끼리들의 행동에 대한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몇 마리의 코끼리들이 죽은 동료 코끼리들이 있는 철도 가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죽은 동료 코끼리의 시체 주위에 모여 자신의 코로 그들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애도를 표하듯이, 코끼리들도 죽은 동료들을 애도하기 위해서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시체 옆을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 단상

로드킬이라면 일반적으로 우발적인 사고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제 막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한 새끼 짐승들이라면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기가 십상이고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동물들이 주위의 위험한 환경을 감지 못해서 사고가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드킬의 원인을 단순히 주위의 환경을 감지 못한 동물로 책임을 돌리는 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들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쉽게 죽는 이유는 운전자들의 운행 속도에도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외국에서는 로드킬이 잦은 도로변에 운전자가 로드킬 위험 도로임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을 세우며 이 도로에서만은 운전자들이 감속 운전으로 전환하라는 일종의 경고성 표지판도 세우기도 합니다. 낮은 속도에 달리는 차에 동물들이 부딪히더라도 큰 부상은 입게 되지만, 죽음만큼은 면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로에는 그런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가 없으며(우연히 도로를 지나가다가 로드킬 위험 도로라고 알리는 표지판 한 개 본 적이 있습니다.)  동물들의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가며 울타리에만 설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울타리를 설치하면 나름 효과는 있겠지만, 이 방안 역시 로드킬의 발생 원인을 동물들에게 있다는 인간 중심주의적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 울타리를 친다고 해서 모든 동물들이 울타리를 안 넘어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사고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인도의 코끼리 집단 이야기처럼 동물들도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으며 동물들도 인간처럼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적인 로드킬을 선택하게 만드는 동료애의 감정을 느낄 줄 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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