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 - 무엇이 남자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부부 동반 분만  

만삭의 배우자가 이제 막 출산이 임박하려고 한다. 남편은 고통스러워하는 아내가 크게 걱정하기 시작한다. 산부인과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침대에 눕히어 분만실로 향한다. 아내가 무척 걱정이 된 남편 역시, 아내가 향하는 분만실로 들어가고 싶어 하였다. 진통으로 힘들어 하지 않게 아내 옆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산부인과 간호사들은 남편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만실에 입장할 수 없다면서 막아섰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분만실 밖에서 혼자서 대기해야만 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는 부부들은 이런 경우 공감하실 것이다. 배우자가 초산이라면 남편 분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예전에는 배우자가 분만실에 입장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TV 드라마에서의 출산 장면에서도 분만실에는 임산부와 몇 명의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오고, 그 임산부의 남편은 대기실에서 초초하게 기다리면서 등장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부들도 젊은 층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임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출산 경험이 있는 부부들을 중심으로 임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모임 공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분만실과 부부가 동반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부부들의 취향을 반영해서 남편도 분만실에 들어가 아내와 함께 출산의 기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는 산부인과도 있다. 또, 어느 산부인과에서는 남편이 직접 갓 세상에 나온 신생아의 탯줄도 자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신생아의 배꼽에 달려 있는 탯줄을 남편이 직접 자름으로써 이제는 ‘남자’가 아닌 ‘아버지’가 되었음을 알리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출산 풍경은 극히 일부분이다. 아직도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산부인과도 있고, 초보 부부들 사이에서는 가족 동반 분만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자를 움직이는 9가지 호르몬 

뇌 연구가이자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의 저자인 루안 브리젠딘은 임신한 아내와 사는 남편의 심리 상태를 뇌의 특정 호르몬 발현 작용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먼저 남자의 뇌에 작용하는 중요 호르몬 9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뇌과학에 대해서 전무하다거나, 나름 뇌에 관해서 좀 안다는 남자와 여자 독자들은 저자가 설명하는 9가지 호르몬에 관한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자의 몸 속에서 생기는 호르몬은 여자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 몸 속에서 생기는 호르몬을 말해보라고 하면 테스토스테론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런 잘못돤 상식에 사로잡혀 있다보니, 이전에 여자의 뇌에 관한 대중과학 도서를 쓴 적이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남자의 뇌에 대해서 책을 쓴다고 하자, 이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 재미있다. "남자의 뇌는 단순해서 이번 책은 쓸 분량이 적겠네요."  

그러나 저자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한다. 남자의 뇌 역시 여자의 뇌 구조처럼 복잡하고 여러가지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자의 뇌에서 생기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뮬러관억제물질(MIS),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에스트로겐, 도파민, 코르티솔, 안드로스테네리온, 프로락틴이라는 것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많은 사람이 다 알다시피 목표지향적이며, 권위적인 남성적 특징을 발현하도록 한다. 뮬러관억제물질(MIS)는 여성적 해동과 감정을 발현하기 위한 회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공감과 애정 회로를 형성하게 하는데, 아버지와 아이의 유대 관계 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제 호르몬'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가족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나타나게 해준다. 에소트로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많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특징르 발현하게 하는 여성적인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분이고, 역할은 적지만 남성에게도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분비하고 있으며 그 적은 역할은 남성 성격 형성에 중요한 임무이다. 옥시토신을 자극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이 있어야 옥시토신을 자극하여 남성들도 공감과 애정의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도파민은 순간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만들며 다른 호르몬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어른들이 도박에 쉽께 빠지는 것도 이유가 있다. 코르티솔은 쉽게 화를 내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남성이 이성적인 여성보다 순간적으로 화를 쉽게, 잘 내는 편이다. 안드로스테네리온은 성적 매력을 풍기게 한다. 여성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맺게 되고, 결혼을 성립하게 만드는 나름 큰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이다.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프로락틴 

마지막 호르몬 프로락틴은 앞에서 언급한 부부 동반 분만과 관련이 깊다.  

배우자가 출산을 앞두게 되면 남편의 뇌에는 프로락틴이 많이 생성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의 출산에 대해서 걱정하게 되고, 그 임신에 대해서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 '쿠바드(Couvade) 증후군' 이라고 한다. 원래 '쿠바드'는 남편이 아내의 출산 전후에 출산에 부수되는 일을 행하거나 흉내내는 원시 사회의 풍속을 뜻한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의만(擬娩)' 이다. 그래서 프로락틴이 한창 생성되는 시기에 남편들이 임신한 아내에 대해서 각별하게 신경을 쓰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내의 출산에 대한 걱정이 다른 가족들보다 많은 것도 뇌에 프로락틴이 작용되서 생기는 심리적 현상인 것이다. 남성들은 심리적인 변화만 겪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도 겪게 된다. 출산 경험이 있는 저자는 출산 임박 당시, 남편의 몸무게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락틴은 단순히 아내의 임신을 공감하게하는 심리적 역할을 넘어서 성적 욕구를 감소하게 만들어 아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해준다. 즉, 남자는 스스로 '아빠'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핏줄이나 다름없는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빠가 되는 것이 아니라,아기가 아내의 자궁 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부터 이미 남성은 아빠가 된 것이다. 

  

 세상에 모든 남녀들이 읽어야 할 책 

평소에 뇌 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의 수준이 초, 중급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이 책에는 누구나 알만한 남성의 뇌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종의 '남성 뇌 탐구생활'이라고 해야되나. 저자의 전작 베스트셀러인『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과 겸하여 읽으면 '남녀 뇌 탐구생활'이 된다.

그러나, 남자 아이를 키우는데 고생하고 있는 엄마들, 남성들은 섹스에만 밝히는 본능적 동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왜 그런지 모르는 여성들은 꼭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왜 남성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책에 프로락틴의 작용과 쿠바드 증후군에 대한 내용에 염두하여 이제 막 아빠가 되려는 남성들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아내만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부부 관계가 법적으로 성립이 되었고, 갓 태어난 아이가 이제부터 가정의 일원이 되었으면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남성을 보여줘야할 때이다.    

몇 년 전에,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 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겉으로만 남자다움을 강조하여 남자라고 만날 백번 부르짖기는 보다는 왜 남자다워야 하는지, 남자답게 만드는 뇌의 작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실이 있는 남자가 진짜 남자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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