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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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챌린저호와 땅 위의 버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의 역사적인 발사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이프커내버럴 기지로 모여들었다. 원래 발사 당일로부터 사흘 째 연기된 터라 사람들은 이번에는 챌린저호가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로 향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챌린저호 본체의 엔진이 점화되어 보조추진로켓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러나 발사된 지 73초 만에 챌린저호는 공중에서 폭발하고 만다. 챌린저호 안에 탑승하고 있던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하게 되는 참사였다. NASA에서 발족한 챌린저호 사고 진상 조사규명회의에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 1918~1988)은 챌린저호의 O-Ring 추진 장치가 폭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발사 당시 날씨가 쌀쌀할 정도의 낮은 온도와 발사 점화를 하면서 발생하는 초고압을 견뎌내지 못해 결함이 발생한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파인만이 지적한 O-Ring 결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 발사된 콜롬비아호도 O-Ring 결함이 발생한 상태에서 운 좋게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챌린저호 사고는 이전에 발견되었던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강행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조그만 결함이 7명의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게 만들었고, 추진 중이었던 우주왕복선 운용 계획은 2년 간 중단되어야만 했다.

인재로 인한 대폭발 사고는 미국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2개월 전,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던 천연가스 버스의 엔진이 갑자기 폭발하여 사고 현장 주위의 행인과 버스 탑승자들이 부상을 입은 아찔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최근에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제출한 서울  천연가스 시내버스 점검 실태에 관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3만 13대의 버스를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하였는데 그 중 748대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여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대응도 없이 운행하도록 방치하고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시내버스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버스 엔진의 문제점을 지적된 바가 있었다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관련기관의 행정 태도를 비난하였다.

하늘 위에서 폭발하고, 땅에서도 폭발해버리고.....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두 사고는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다가 발생한 사고이다. 두 가지 사례와 관련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와 유사한 유형을 법칙으로 정한 것이 있다. 법칙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고 하는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들이 반드시 발견된다는 내용이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고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형사고에는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는데 그 전에는 같은 원인의 사고로 인해 29명의 경상자가 있었고, 또 그 전에는 부상을 당할 뻔한 300명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래서 하인리히 법칙을 1:29:300 법칙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여 생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사소한 문제들을 무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대개 "전에는 이런 일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다 언젠가는 그게 문제가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체크! 체크리스트』p 52)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유, 프로가 아마추어로 된 이유 
 

우리나라 속담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높은 나무 위를 잘 타고 오르는 원숭이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어떤 것에 잘하는 사람들도 간혹 실수가 있음을 비유하고 있다. 요즘은 작년에 개그 프로그램 속 코너로 인해 유행했던 말이 이 속담과 같이 사용되고 있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예기치 않은 실수 한 번 하는 것을 보면 바로 이 멘트를 날려준다.

그런데 우리는 실수하는 상대방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도 왜 원숭이가 나무에 떨어지는 이유를, 그리고 프로 같이 하는 일마다 능숙하게 처리하고 똑똑했던 사람이 왜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하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봤는가?  우리는 실수를 한 상대방에게 이런 말을 하여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상대방을 비하하여 낮추게 보려는 일말의 자만심만 느낄 뿐이지 실수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체크! 체크리스트』의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인간이 실수하는 이유를 무지(無知)와 무능(無能)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가 된 인간은 지금까지 습득한 지식만 있으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무지 속에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항상 일정하게 일어난다는 법은 없다. 간혹 불규칙적이면서도 인간이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결국, 이런 현상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하게 된다. 지식은 있으면서도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를 때도 실수가 발생한다.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무능한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능한 지식 적용 능력을 인지를 하고 있든 말든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그대로 방관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무지한 자와 무능한 자가 실수를 하게 되면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점이다. 실수 앞에서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 스스로 기만하려는 인간의 얄팍한 심리로 인해 커다란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 활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크! 체크리스트』속에서 소개되는 병원 업무에 대한 사례는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더욱 더 강조되게 해줄 뿐, 아툴 가완디가 말하고자 하는 올바른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예들은 그리 신선하지가 않다. 쓸데없는 정보를 버리고 소속 일원들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질문사항, 소속 집단의 리더만 사용하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모든 소속 일원들이 체크리스트를 숙지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체크리스트의 단계들을 다시 한 번 상키 시켜줄 수 있는 팀워크의 필요성 등등. CEO나 비즈니스 업계 종사자들을 겨냥한 성공학 개론서에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사람들이 한 번 읽은 내용들을 바로 행동으로 실천을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도 가볍게 보다가는 시낭 낭비, 무의미한 독서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유용한 것은 책의 제일 마지막 뒷장에 직접 체크리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실제 체크리스트 표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나 CEO들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도 인간이다 보니, 이런 성공학 관련 도서 10권, 50권 읽고 또 읽어도 책 속 내용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고작 한 두 개 정도 밖에 없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바빠지는 삶에 치이게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러다보니 『체크! 체크리스트』를 읽을 때도 체크리스트 활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기 보다는 제1장 「왜 전문가들조차 실수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유심히 읽었으며 지금도 기억이 남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통해서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또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솔직히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자신의 실수를 무작정 고치려는 것보다는 자신이 왜 실수를 일으키는지 그 원인을 알고,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과 외람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에는 꼭 인재를 일으키게 하거나 혹은 이를 묵인한 관련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 중 낯짝 두꺼운 얼굴을 한 일부는 뻔뻔스럽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사고의 진상이 밝혀진 이상 자신의 오류와 실수를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자꾸 변명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자신을 절벽 끝으로 몰아넣게 만드는 불리한 상황으로 만들 뿐이다. 공인(公人)이기에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챌린저호 관련 내용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위키디피아 백과사전

* 관련기사 출처
[이종혁 "부적합 CNG버스 2년여 간 748대 적발"]  연합뉴스 2010년 10월 3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468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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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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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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