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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평점 :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뉴스
7월에 들어서 우울한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가 이제 막
무르익어갈 무렵에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였다. 사건 발견 당시 유서도 없었다고 한다.
그를 자살로 몰고 간 원인을 알 수 있는 유서가 없었기에 그의 가족과 지인, 그리고 그를
사랑했던 팬들은 자살 소식에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연예인 자살 소식의 여파는
오래 지속되었다. ‘베르테르 효과’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를 모방한 자살 사건이
생겨났다. 공통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 연예인 자살 소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울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은 우리나라 독거노인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외로움과 가난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독거노인의 소식이 들려온다. 자살과 독거노인 문제. 우울한 소식을 접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 두 문제의 심각성이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우울한 소식 속의 타인이 나 자신일 수도 있으며
자신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우울 증세가 있으면서도 이를 그래도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는 지도 모르고 있다.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우울한 심리가 일으킨
충동적인 행위이다.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삶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걱정과 염세적인 생각 등 마이너스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살아가면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밝은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행복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다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 즉, 평생 쓸 수 있든 재화와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천만에 말씀.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나름 부족함이 없어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세상은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탄탄대로를 걷다가
한 순간에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는 인생의 결말이 이루어질 수가 있다.
워낙 사회가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인맥 관계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대부분
인맥을 연결하는 사람의 수만 채우는데 급급할 뿐이지 평생 관중과 포숙아처럼
서로 믿음의 끈이 이어져 있는 지우(知友)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서는 현실과 행복의 이상향의 괴리감 속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저자의 연구 대상 집단은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들, 이너시티 고등학교 중퇴자들, 그리고 중산층 여성들로 구성된
터먼 여성 집단, 이 세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 속에서 구성된 내용 대다수가
연구에 참여한 이들의 삶을 기록한 수기이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이야기가 쉽게 눈에 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의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대부분
지루한 내용도 아니며 남 일 같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우리들은 으레 수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으로도 앞날이 보장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은 직업이 천차만별이다.
하버드 대학 졸업자라고 해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월급이 낮은 직업을 가진 사람부터
기업 사장이나 예술가까지 다양하다. 잘 사는 사람들에게도 인생에 대한 고민과 불안,
그것으로부터 야기되는 우울 증세까지 한 가지씩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중퇴한 사람들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다. 풍요로운 환경이 꼭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잘못 되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유년기 시절에 유복한
생활 속에서 성장하였다거나 그 시절이 행복했더라도 노년에도 행복이 오래 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해서 노년기에도 그 불행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타인의 마음 이해하기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행복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방어기제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심리학자인 만큼 말이 전문적이다보니 이해가
가지 않을 수가 있겠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처한 불행이 만드는 우울증 형성을 방어하여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인 대처 능력이다.
우선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의 조건으로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전에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이타적인 활동의 경험이 축적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저자의 말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우리들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닌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행복은
무조건 얻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행복을 주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행복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과 경험이 쌓이게 되면 자신의 인격이 성숙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노년기에 들어서는 기성세대들에게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무조건
권위와 복종을 내세우며 교육하고 있다. 그런 어긋난 교육이 미래에 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관계도 어긋나게 된다. 저자는 자녀들의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하는 문화나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되면 삶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단절된 우리 사회에게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추억 활용법..... 글쎄?
그리고 또 하나의 방어기제의 조건은 부정적인 현실을 직시하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그 밖에도 긍정적이면서도 밝은 생각을
한다거나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실 저자의 근거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며 일리가 있다. 대부분의 심리치료사들이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우울 증세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저자는 과거에 경험한
사랑의 실연을 긍정적으로 재구성을 하면 행복했던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지금의 삶이 힘들 때 그 때의 소중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통해서 저자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심리 요인의 특수성을 인지 못한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과거에 커다란 실연의 상처가 남은 사람들에게 저자의
심리 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너무 행복했던 과거에 지나치게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은 집착일 뿐이며 과거에 안주하는 현실회피 형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한 정서가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것을 피하게 됨으로써 가지고 있었던 우울 증세가 악화될
뿐이다. 혹 떼려 하다가 도리어 혹을 붙여 오는 꼴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하여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 요법을 찾아 우울증을 해결해야 한다.
정신적 고통 공유하기
이번 유명 연예인 자살 소식으로 인해서 제일 슬퍼했던 사람은 그와 친분이 있었던 탤런트
소지섭이었다. 하얀 뼛가루로 남게 된 친구가 납골당에 안치될 때까지 그는 장례식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모든 장례식 비용도 자신이 부담하였다. 그만큼 그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약에 자살한 그가 친분이 있었던 소지섭과 정신적인 고통들을
공유했었더라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성숙한 방어기제 이외에도 항상 새로운 것에 배우는 것과 술과 담배를
자제하고, 운동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행복의 조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유익한 방식들이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힘들다고 혼자서 끙끙대고
있는 것도 좋지 않다. 정신적인 아픔을 타인과 공유하면서 치유하는 것도 성숙한
방어기제 형성에 도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울증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정말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일단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우울증적 정서들을 제거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무턱대고 책 속에 있는 행복의 조건들을 억지로 따라하려거나 맞출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이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건전한 활동을 하고 삶을 유연하게 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