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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다익해(多多益害), 우리나라 경제특구의 현주소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음을 뜻하는 다다익선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하지만 좋은 것이라고 해서 너무나 많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무작정 과식하게 되면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심지어 비만으로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특구(경제자유구역) 설립의 시초는 김대중 정부 때이다.
동북아 허브 육성을 위한 추진으로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설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목표 하에
부산·진해, 인천,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등 전국에 6개 경제특구가
지정되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는 황해, 대구․경북 지역은 재 지정되었고, 새로
추가된 경제특구 지역은 새만금․군산이다. 그리고 현재 경기, 충북, 전남, 강원은
추가 경제특구 지정 신청을 하였다. 그래서 현재까지 지정된 경제특구 지역의 지구 수는
총 13개이다. 경제특구의 설립 목적은 외국 기업들을 불러들여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특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 성장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아진 탓에 상황은 어려워지게 되었다. 외국 기업을 경제특구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특구의 도로와 상가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데 들어간 세금만 해도
2조원이다. 어마어마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특구 지역의 외국 기업은 생각보다 적다.
오히려 도로, 아파트, 상가만 들어서게 되어 정작 정부가 내세운 경제특구의
목적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경제특구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과 수도권 규제 정책을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특구 지정을 해제할 것을 원하고 있다.
만약 슈마허가 살아있었더라면
역대 정부 시절에 지정된 경제특구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게끔 만드는
기반 시설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했다. 그리고 국가 발전이라는 명분을 씌운 그들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어 결국 경제특구는 빛 좋은 개살구만 되어버렸다.
만약 어네스트 슈마허가 살아있었더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는 자신의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중간기술’이라는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중간기술이란 자원재생과 지역 에너지의 활용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의 고용관계까지 배려하는 기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원을 소비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 생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특구와 같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게 된다.
반면 중간기술은 고액의 투자를 들이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물론 중간기술도 생산과 소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산과 소비를 지역적
차원으로 정하고 있다. 도시 중심이 아닌 농촌과 소도시가 만드는 ‘농업 관련 산업
구조’를 형성하여 그 지역 내에서만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그 지역만의
원재료, 그리고 단순한 생산기술과 생산비용으로 운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실업률과 인구의 도시 유입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기술을 적용한 산업 구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갖춘
경제특구가 그 예다. 나주 배로 유명한 나주시는 ‘배 산업 특구’로 지정되어 배 유통시설과
가공공장, 테마공원 조성 등 특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배 농업이 증진하게
될 것이며 나주시의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주시 이외에도 구례군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적 이점을 이용하여 야생화를 육성하는 ‘야생화생태특구’를
지정하였다. 나주시와 구례군이 경제특구 유지를 위해 투입된 비용은 각각 259억 원,
500억 원 정도이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많아야 1조 정도의 세금을 쏟아 붓는 정부의
투자와 비교하면 지역 경제 특구가 효율적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경제학
현재의 경제학은 자원과 상품이 최우선이며 그 상품을 만들거나 또는 얻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은 자원과 상품에 눈이 멀게 되어 탐욕과 이기심이
발동하게 됨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경쟁의 승자는 부를 획득함과 동시에 권력을 가지게 되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경쟁이 끝난 뒤에 오는 것은 자원 고갈, 환경오염 문제를 낳게 된다.
결국 인간은 자본주의라는 좁은 범위 안에서 피로스의 승리의 기쁨에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슈마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불교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대안을 제시한다.
앞에 ‘불교’라는 단어가 수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슈마허의 경제학도 불교 사상이
녹아들어가 있다. 자본주의가 자원과 상품의 소비가 미덕인 반면에 불교 경제학은
인간의 삶과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은 인간의 능력을 발휘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교 경제학의 소비 형태는
‘최소 소비 최대 이익’이다. 소박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면 상품에 대한
욕구를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그의 대안이 자본주의 세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각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만성질환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가 있다. 자신이 산 상품들이 내가 살아가는데 이익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순간적인 욕심으로 인해 충동구매를 하고 있는지 자신의 소비 형태를 반성해보고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불교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최소 소비의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그가 이 책을 출간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슈마허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은 변하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경제적 교류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경제적 교류가 없는 폐쇄적인 국가는 경제 성장이 늦춰지게 되며
빈곤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 간의 경제적 교류가 잦아지게 되면서 경제적인 통합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그가 비판했던 규모의 경제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비만이 걸리면 성인병에 걸리게 되는 것처럼 뚱뚱해져 버린 규모의 경제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간의 경제적 경쟁이 나중에 전쟁으로 일이 커지게 되어
피를 보게 되고 만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 간의 빈부 격차는 전혀 좁혀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석유는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하필이면 많은 양의 석유가 바다에 흘러들어 환경오염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우리 앞에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으킨 문제들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해서는 안 된다. 뚱뚱해진 몸의
지방을 빼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만이 살 길이다. 거대해진 규모의 경제가 작아지기
위해서는 힘이 들더라도 해결하려는 우리들의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책 제목과 같이 우리 스스로 욕심과
소비를 작은 것으로 만들게 되면 언젠가는 세상에 있는 모든 ‘작은 것’이 아름다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관련 인용기사 출처 및 링크
[ [지방정부가 국가재정 거덜낸다] [3] 산업단지·특구 난립] 조선일보 7월 19일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19/2010071900117.html
[거부당한 경제특구] 중앙일보 7월 10일자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7/20/3919133.html?cloc=olink|article|default
[특구지정으로 지역경제 ‘청신호’] 세계일보 5월 26일자
http://local.segye.com/articles/view.asp?aid=20100524001890&cid=610106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