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파괴자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정미 옮김, 정재승 감수 / 비즈니스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모두가 안 된다고 했을 때, 그들은 해냈다

우리나라 최대의 철강 회사라고 하면 단연 포스코이다. 세계 2의 철강 회사이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등 2개의 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용광로를 준공하였으며 현재는 총 5기의 용광로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2800만t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한강의 기적’으로 칭해지는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조선업 등 각종 산업들은 포스코에서 공급하는  

철강 제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1970년대 이후 40년간의 급속한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업화를 위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포스코 건설도 당시 엄청난 반대여론에 부딪쳤다. 참담한 경제 상황에서 제철소  

건립의 꿈은 국내외의 회의적인 여론으로 벽에 부딪쳤다. 경제학자들은 자원 낭비이며  

오히려 국가부채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우리도 산업의  

쌀을 만들어야 한다"며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거기에 다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소의 초대 회장이었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제철소 건설 찬성에 가세하여 

박 전 대통령의 힘을 입어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정부에게  

식민통치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자금과 은행차관을 조달하여 1970년에 착공하였다.  

포항제철소 착공 이후 철강 산업이 발달하면서 국가 경제도 성장하게 되자  

반대론자들은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

4일 전, 7월 7일에는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경부고속도로도  

공사 당시에도 반대 여론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책 사업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초창기에는 반대 여론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은 4대강 사업을 ‘제2의 경부고속도로’라고 비유하면서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과연 경부고속도로와 포스코만큼  

먼 훗날에 국가 경제 성장에 큰 힘이 될지 두고봐야할 일이다.  

 

   

 

 

 왜 그들은 반대를 했을까?

그레고리 번스의 <상식파괴자>에는 세상을 바꾼 창조적인 사고의 사람들의  

성공 사례가 나오는데 모두 다 외국인들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상식파괴자를 꼽으라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현대건설 초대 회장인 故 정주영 회장, 그리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일 것이다. 이들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경영인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변화와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 마인드이다. 책에 의하면 사람들이  

창조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정의한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 낯선 것을 싫어한다는 것, 자신의 낯선
아이디어가 무시당할까봐 생기게 되는 공포증,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했지만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이를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 즉, ‘상식파괴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문제들을 극복해야만 한다.  

 

포스코와 경부고속도로 건설 초기에 반대여론이 많은 것도 이유가 있다.  

당시 6.25 전쟁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살았던 국민들은 하루 세 끼 제대로  

밥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들을 먹고 살릴 수 있는 식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농업 발달이 시급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거꾸로 산업이야말로 국민을 먹고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빈곤한 경제와  

사회에 익숙해진 여론과 국민들은 낯선 정책에 대해서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스스로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자신의 정책을 성립시키기 위하여  박태준과 같은  

미래의 안목을 갖추고 있었던 경영인들에게 정책의 취지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경영인들을 포용하여 국책 사업에 끌어들였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나라는 가난함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산업 국가로 변신하였다.  
  

  

 

 배보다 배꼽이 컸던 책

책의 감수한 사람이 권위 있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에다가 요즘 출판 시장이  

창조적 경영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는 만큼 이 책에 대한 매스컴에서의 홍보가 

같은 분야의 책인 <혼.창.통>과 <오리진이 되라> 다음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홍보에 비하면 내용은 참신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상식파괴자들의 사례와 창조적 사고를 막는 세 가지 요인들에 관한  

연구 사례와 이론적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리처드 파인먼이나 스티븐 잡스,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사례는 그 인물에 대한 평전과 관련 도서를 읽어 보면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생소한 다양한 분야의 상식파괴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사례에 관한 내용이 끝나면 사례가 주는 교훈으로 상식파괴자가 되는 조건들에  

관한 내용이 설명된다. 그리고 인간의 사고에 대한 다양한 실험 사례들은 뇌 연구 관련  

도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각 장마다 이루고 있는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덩어리를  

다 읽어야지 독자가 원하는 중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독특한 점은  

마지막 장에는 창조적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한,
즉, 대놓고 말하면 창조적 사고를 위한 약들과 호르몬들이 소개하고 있다.
창조적 사고를 증진시키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굳이 약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소개되는 약들은 남용하게 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가 있는 것들이다.
감수자 정재승 교수의 찬사의 글로 시작하여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획기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약에 관한 마지막 장의 내용 때문에 막판에 김새는  

느낌이 든다. 화호유구(畵虎類狗)란 말이 있듯이 호랑이를 그리려다 결국에는  

개를 그리는 꼴이 된 셈이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은 읽을 만한 가치는 있지만 정작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중요한  

내용보다 거기에 덧붙이는 사례가 많아서 내용 구성이 아쉽기만 하다. 시간 부족으로  

인해 실용적인 독서를 원한다면 책 시작을 알리는 ‘들어가는 말’을 읽는다거나  

각 장의 끝 부분을 읽으면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대해서는 그냥 뇌의 작용을 촉 

진시켜주는 약과 호르몬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괜히 창조적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 의사의 상의도 없이 약을 복용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작년에 <아이코노클라스트>라는 이름으로 이미 출간하였다.  

아이코노클라스트는 ‘상식파괴자’를 뜻하는 영단어이다. 작년에 나는 군 부대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서 당시 <아이코노클라스트>라는 제목으로 나왔을 때는 독자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독자들에게 이 책에 대해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비교하면  

아마도 작년에는 낯선 영어 제목으로 인해서 독자들의 반응이 미미했을 것이다.  

책 제목의 하나만으로 그 책이 판매량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독자들은 8글자로  

이루어진 영어 단어의 제목에 대해서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보다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낯설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낯선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책의 감수자와 번역자는 동일하다. 신판으로 <상식파괴자>가 출간되어서  

<아이코노클라스트>는 알라딘에서는 절판된 상태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동네  

도서관에서 <아이코노클라스트>를 찾아서 읽으면 된다. 
 

  

 

 상식의 돌덩어리를 파괴하자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에는 5m 이상의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있었다.
사실 이 대리석 덩어리는 옛날에 다른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려고 준비해두었던   

것이었는데 대성당에 50년 동안 방치되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간 것도 있었고,  

이 대리석은 결이 좋지 않아 조각가들은 이 돌덩어리를 가지고 조각품으로 제작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자 26세의 한 청년이 자신이 직접 이 돌덩어리로 조각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주위 사람들과 조각가들은 크기만 클 뿐이지 불량한 상태의 돌로  

제대로 조각을 만들 수 있겠냐면서 청년을 비웃었다. 하지만 청년은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3년 만에 5.49m의 거대한 남자의 조각상을 완성하였다.

그것은 바로 남자의 완벽한 신체를 잘 표현한 <다비드 상>이다.
그리고 그 26세의 청년은 바로 훗날 위대한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이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돌덩어리에서 이런 조각품이 나왔다는 것에 대하여 감탄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조각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서 놀라워했다.
이전에 제작된 다비드 상들은 보통 골리앗의 머리를 발밑에 두고 손에 칼을 쥔 승리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미켈란젤로도 처음에는 그런 모습의 다비드 상을 생각하고  

그 데생을 그려보았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이전의 다비드 상들을  

사상적으로나 형태적으로 능가하는 새로운 모습의 조각상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골리앗에게 막 돌을 던지려고 하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당시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다비드 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도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두려움도 없었다. 골리앗에게 돌을 던지는 다비드처럼
미켈란젤로도 자신들을 비웃었던 사람들에게 상식파괴의 돌을 던졌던 것이다.
그의 상식파괴의 도전이 결국에는 훌륭한 작품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책의 내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단지 이 책을 폄하하기 위해서 쓴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제2의 이건희 회장이나 스티븐 잡스를 꿈꾸는 미래의 CED들이나 보다 나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배움의 욕구가 강한 경영인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정작 나쁜 것은 책을 읽고 나서 독자들이 실행을 안한다는 점이다.  

창조성을 가지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평소와 다르게  

사물을 통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고 직접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약만 먹는다 해서 아이디어맨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불량이라고 생각했던 돌덩어리를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듯이
우리도 미켈란젤로처럼 상식파괴자가 되어서 우리 머릿속에서 뭉쳐있던 생각과  

상식 덩어리들을 파괴하여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자. 언젠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상식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굳이 유명한 사람으로 될라는 것도 아니며 안 된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지 말자.
자신의 아이디어가 스티븐 잡스가 만든 아이폰처럼 상품성과 관련 없어도 좋다.
미켈란젤로와 같이 미래에 자신 이름을 알릴 필요도 없다. 기존의 습관과 사고만으로  

일상생활을 안주하지 말고 남다른 생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보는 것이야말로 상식을 파괴하는 첫걸음이다.

수많은 생각과 상식들이 뭉쳐 있는 덩어리를 돌처럼 굳게 놔둘 것인가,  

아니면 상식파괴자가 되어 그 돌덩어리를 파괴하여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창조할 것인가. 그것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독자가 정해야 할 몫이다.


 

 

 인용 관련기사 출처 및 링크  

 

[ [국책사업은 `반대의 역사`] "철 만들어 어디 쓰나…차라리 밥 해결" ]  

한국경제 7월 6일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70687931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 기념행사 열려] YTN 7월 7일 입력 

http://www.ytn.co.kr/_ln/0102_20100707140622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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