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이 글에서 말하는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마우스 위에 올려 있는 검지손가락으로 이전 웹 페이지로 이동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페이퍼를 안 읽었으면 좋겠다.

 * 오르한 파묵의 신작 <순수박물관>을 아직 읽지 않았다
 * <순수박물관>을 읽고 있는데 아직 1권 혹은 2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 <순수박물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이 너무 많아서 미칠 것만 같다.

    더 이상 끝까지 못 읽어나가겠다 
 * 그의 신작을 읽지 않았지만 작가가 실제로 ‘순수박물관’을 세운다는  

    뉴스는 들어봤다  

 * 작가가 세운 순수박물관에 관람하고 싶지만 여행 비용이 부담스럽다

<순수박물관>을 도서관에서 빌린 지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예전에 그의 전작인
<내 이름은 빨강> 두 권짜리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떨쳐버리고
신작 <순수박물관> 두 권짜리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깐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다. 독자가 순수박물관에  

찾아갈 수 있도록 약도를 그려 넣은 것은 좋다. 그런데 도록이 없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도록은 빠질 수가 없다.
2권 마지막에 소설 속 등장인물의 목록이 있고 순수박물관의 전시물 도록이 없었다.
2권을 너무 빨리 읽다보니 케말이 모은 물건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작 생각난 것이 처음 박물관 전시 1호 물건인 퓌순의 귀고리 한 짝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 훌륭한 작품을 그냥 읽기에는 허전함이 남았다. 케말이 퓌순의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서 박물관을 세웠듯이 나도 오르한 파묵의 신간을 읽은 기념으로  

내 나름대로 도록 같지 않은 도록을 작성하였다. 
 

참고로 순수박물관의 도록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낳게 한 아이디어의 근원은
최근에 읽은 사이토 다케시의 <독서력>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읽었던 책을 더욱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매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록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쓰는 방식과 주제는 자유롭다.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을 예로 들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읽고 난 뒤, 책 속에 소개된 법정 스님의 책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그렇게 되면 책 내용에 관한 기억이 확실히 나게 되며, 자연스럽게 법정 스님의 책들도  

읽게 된다. 매핑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은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방식을 착안하여 좀 더  

<순수박물관>을 읽은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도록을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 두 권짜리를 또 읽었다. 사실 적지 않은 양의 두 권을 또 읽어야한다는 점이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시작해보니깐 어느 새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완독 끝에 두 권에 등장하는 모든 순수박물관의 전시 물품들을 일일이 작성하였다. 

전보다 빠른 속도로 읽어서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빠뜨릴 수가 있겠다.
하지만 굳이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또 한 번 두 권을 완독하는 것도 힘들며
나름 재미 삼아 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직접 터키에 있는 순수박물관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케말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의 증거들을 책에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순수박물관>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더 이상 밑의 글을 읽지 말고, 직접 책을 읽고 나서 도록을 확인해주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이 스포일러성으로 될 수도 있고, 괜히 허접한 글 때문에

독자 분들에게 기대감을 떨어뜨리게 만들게 하고 싶지도 않다.

혹시 읽어본 독자 분들 위해서 1, 2권 따로 정리했으며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페이지 수도 기록하였다.  
 

  

 

1권 

퓌순은 내가 박물관의 첫 번째 물건으로 전시할 귀걸이 한쪽을 빼서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p 59) 
 


그날 퓌순의 가방에 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접어 놓은 그녀의  

꽃무늬 손수건을 여기 전시한다. 이후 퓌순이 담배를 피우면서 책상 위에서  

만지작거렸던 어머니의 크리스털 잉크병 필기도구 세트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하고 연약한 온정의 징표가 되었으면 한다     (p 61~62) 
 


그 당시 터키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이상하고, 가장 용감했던 칼럼니스트
제랄 살리크(여기에 그의 칼럼 한 편을 전시한다)의 부드러운 손을 진심 어린 존경을  

다해 맞잡았다     (p 212) 
 


퓌순이 오늘 안 올 거라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던 그 십 분에서 십오 분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여기에 전시한 시계, 성냥개비와 성냥 더미로 잘 설명될 것이다
(p 239~240) 
 


시벨과 누르지한이 읽던 프랑스 정원과 주택 관련 잡지에서 영감을 얻고 거기에 전통적인  

느낌을 접목해 꾸렸던 피크닉 바구니, 차가 가득 든 보온병,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든 돌마 모형, 계란, 멜템 사이다 병, 자임의 외할머니가 쓰던 멋진 덮개를 전시한다 

(p 249) 

  

 

나도 비슷한 것을 어렸을 때 사용했고, 어쩌면 그래서 퓌순에게 선물했던 학생용 자
우리 박물관의 첫 번째 진짜 물건이다. 그녀를 연상시키고, 그녀의 삶에서 고통으로
얻게 된 물건 (생략)     (p 267) 
 


여기에, 그 시절 안간힘을 써서 떠올리고 파악하려고 했던 새 니샨티쉬 지도를 전시한다
(p 270)
*** 카멜의 집이자 박물관인 멜하메트 아파트가 있는 지역의 지도. 지역 주위에
카멜과 퓌순이 함께 걸었던 길이나 퓌순과 관련된 장소가 표시되어 있음 
 


아파트에 들어가서는 찻잔, 잊어버리고 간 머리핀, 자, 빗, 지우개, 볼펜 같은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물건을 만지거나..... 그것과 관련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의 수집품을 늘려 나갔다.     (p 294) 
 


여기에 전시한 편지는 나의 수집품을 처음 모으기 시작했던 그 중요한 시절에 쓴 것이다
(p 295)      *** 케말이 퓌순에게 보내기 위해 쓴 편지 
 


이제 관람객들이 내 사랑의 고통에 질려 버렸다는 걸 알기에 신문에서 오린 멋진 기사를 

전시한다. 퓌순과 미인 대화에 같이 출전했던 친구 제이다의 대회용 사진과 삶의 목표가  

‘이상적인 남성’과 행복한 결혼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녀의 인터뷰 (하략)     (p 296) 
 


잠시 후 조금이나마 고통을 잊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버지가 그날 입었던 파자마의  

칼라 항상 나를 우울하게 했던 슬피러 한 짝을 여기에 전시한다     (p 300) 
 


관람객들이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물건들의 작은 사진을 순서대로 여기에 전시한다     (p 312~313) 
 


오십 년 후에 나의 이야기와 사건에 관심을 보일 새로운 세계의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그 당시 담배 가게에서 팔았던 테두리가 꺼끌꺼끌한 전화 토큰을 여기에 전시한다
(p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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