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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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광고

6월 23일, 16강 진출의 명운이 달렸던 한국 vs 나이지리아 전.
우리나라의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 새벽 3시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만 40만 명의 시민들이 밤샘 거리응원에 참여했다.
이에 힘입어 청와대도 시민들과 함께 응원을 하기로 공식 트위터에 알려 
청와대 직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나이지리아 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청와대 내에도 아닌, 그리고 청와대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응원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청와대가 가졌던 엄중하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였다. 
청와대의 행사는 그 이전에  먼저 몇 몇 네티즌들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거리 응원을 제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축구 거리 응원에 참여하는 시민 대부분이 젊은 층임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제안에 청와대는 눈 감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젊은 층에 대한 정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번 6.2 선거가 젊은 층의 변수가 컸기에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다. 결국 월드컵이라는 시기에 맞물려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민들에게 보다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특별한 광고를 알린 것이다.  

  

 

 

 

 22년 전으로 회귀 

 

잠깐만, 월드컵 기간이 되고나니 뭔가 잊혀져가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천안함 사건 진상 규명과 세종시 수정안 및 4대 강 사업, 그리고 나로호이다.
비록 세종시 수정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지만  

4대 강 사업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월드컵 열기를 틈타 어떻게든 4대 강 사업을 강행하려는 눈치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과의 대립 긴장이 팽돌았던 몇 주과 비교하면 많이 시들해져 있다.
월드컵 개막 전에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저지른 국제 위반이라면서
UN 안보리에서 진상 규명을 각국에 설명하였지만 세계의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하다.
오히려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정부의 천안함 사건 원인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반대 여론도 월드컵 열기에 가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로호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잊혀졌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충격적인 나로호의 발사 실패를 빨리 잊고 싶었던 것일까?
나로호 2차 발사 시도를 보기 위해서 나로호 우주센터에 모였던 사람들은
앞으로 열릴 월드컵 대표팀의 16강전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은 월드컵 때문에 중요한 국내 정치 여론이 묻히고 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22년 전, 제5공화국 시절의 전두환 정부 때와 유사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점점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드높여주었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 뒤에는  

독재 권력의 유지라는 어두운 속내도 있었다. 
남아공이 월드컵 유치 확정 이후에 가난한 나라의 티를 벗기 위해서
나라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빈민촌을 강제 철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올림픽 개최 전에 서울에 있는 노점상들을 단속하여 강제 철거를 단행하였다.
노점상을 비롯한 도시빈민들은 올림픽을 참관하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운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올림픽 기간 중에 서울의 노점상들이 모여 정부에 반발하는 단결 집회를 열었으나,
서울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모든 여론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들에게
서울 올림픽이라는 자국에서 개최하는 국제적 행사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결국 국민들은 여론이 전달하는 정보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자신의 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무조건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제 스포츠 대회를 이용한 포퓰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의 행사는 분명 시민들과의 응원을 통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의도이기는 하나,

22년 전처럼 월드컵으로 시끄러운 국민의 여론을 잠재우고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뉘앙스가 드는 것은 지울 수가 없다.   
 

국민들이 금메달을 따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정부에 부당하게 억압받은 힘없는 소수민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22년 뒤, 우리나라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밤을 새며 기쁨의 열기를 만끽하고 있는 동안에
나로호 연구센터 관계자들은 보고 싶은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오늘도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밤을 새며 머리를 싸매고 있으며,
어머니는 천안함 사고로 잃어버린 아들이 그리워서 

오늘도 밤을 새며 슬픔에 잠겨 있다.
  

 

 

 

 스키너의 유토피아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스키너가 꿈꿔왔던 세상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스키너는 인간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동물로 인식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은 단순한 반사 기계가 아닌 행동의 결과로  

자신의 행동까지도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다.
즉, 인간은 보상과 처벌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행동이 결정되며,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없는 자동 장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키너는 자신의 실험을 세상에 적용시킨 이상(理想) 국가를 제시한다.
조건반사를 이용하여 시민들을 로봇처럼 제어하는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조건반사는 학습에 의해서 익히는 특정한 자극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삼겹살을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삼겹살 고기 몇 점이 구워져가는 소리와 구우면서 생기는 고기 냄새로 인해
우리는 삼겹살이 맛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음에 삼겹살이 구워져가는 소리를 듣거나 냄새만 맡아도 우리는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대뇌피질의 자극으로 인해 우리는 맛있는 삼겹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조건 반사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을 포함해서 7회 연속으로 진출했으며
연수로 따지면 24년 동안 월드컵에 얼굴을 비추었다.
우리나라 대표 팀이 세계 축구 강국들의 축제인 월드컵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기뻐하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며
전 세계의 스타급 축구 선수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다 2002년에는 4강 진출이라는 성적으로 대한민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월드컵 24년은 월드컵 참가라는 백(白)과
숨기고 싶고, 잊히고 싶은 흑(黑)이 공존하는 복잡기괴한 역사였다.
1986년 월드컵의 흑은 제5공화국 정부의 독재 정치,
1994년 월드컵의 흑은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전쟁 위기설 때문에 흔들렸던 민심,
1998년 월드컵의 흑은 IMF 외환 위기를 불러온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냉랭한 민심,
2002년 월드컵의 흑은 월드컵 기간에 발생한 연평해전,
2006년 월드컵의 흑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계획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월드컵이 개최했던 해들을 되돌아보면 공통적으로 국내 정세는 어두웠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월드컵 때만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듯이
국내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거나 

전에 가지고 있었던 사회에 대한 감정과 정서들은 잊히곤 했다. 
역대 정부는 국내 정세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여론을 이용하여 월드컵에 집중시키려는 의도적인 정치적 무관심을 만들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의도적인 정치적 무관심은  

독재 정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적 사회 현상의 원인을 정부 탓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24년 동안 월드컵 기간의 즐거움을 학습하게 되어
월드컵 기간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 때 기억이 되살아나
온통 머릿속에는 월드컵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월드컵 이전에 관심 가졌던 것들은 머릿속에 사라지게 된다.
국민들의 뇌에는 온통 ‘월드컵’, ‘우리나라 16강 진출’ 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월드컵이라는 조건 반사에 집단적인 반응을 하고 있는 셈이며
국민들은 월드컵이 주는 기쁨의 보상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지나친 월드컵 관심이라는 행동의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심리 실험을 통한 세상 바라보기

스키너가 죽은 이후에, 심리학계에서는 그의 연구에 대한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인간을 기계처럼 동등하게 여겼으며, 인간의 자유 의지는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심리 실험이 비(非) 인간적이며 내용 자체가 잘못되더라도
스키너가 바라던 유토피아는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44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북한 대표 팀의 선전을 이용하여   

북한 정부도 뒤숭숭한 국내 민심을 추스르려고 하였다. 

월드컵 중계권도 없으면서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를 무단 중계하였으며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생중계까지 하여  

점점 위축되어져가는 북한 노동당과 김정일 선전 구축에 시도하였다. 

국민들의 감정을 로봇처럼 제어하려는 북한 정부가 스키너의 유토피아와 흡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키너의 유토피아는 허구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그의 유토피아는 허구적인 토머스 모어와 비교하면 직접 실험에 기반을 둔 실증론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스키너의 실험이 무조건 비난만 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
이 책의 실험 내용을 읽으면서 결과에 대해서
독자들은 단순히 비난과 칭찬이라는 고정된 사고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먼저 이 실험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춰보고
그 다음에 옳은지 그른지 결정하는 것이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악명 높은 심리 실험들의 이야기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실험 결과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비추어보면 

우리가 색안경으로 인해 보지 못했던 세상의 면면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인용 관련기사 출처 및 링크 

 

[靑, 네티즌들과 월드컵 합동 응원] YTN 6월 22일 입력
http://www.ytn.co.kr/_ln/0101_2010062216524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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