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정신과 물질 궁리하는 과학 4
에르빈 슈뢰딩거 지음, 전대호 옮김 / 궁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엄마, 나 어디서 태어났어요?” 

 

만약 당신의 어린 자식이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자식을 길러 본 부부에게는 이 질문이 아이들이 꼭 물어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아서 쩔쩔매는 그야말로 ‘블랙리스트’ 질문이다.
예전에는 우스갯소리로 아이에게 다리 밑에서 주웠다는 말을 하는 부모도 있었다.
부모님 말이 무조건 맞는 줄만 아는 순진한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아이들에게 충실히 답변해주고 싶은 부모들은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하여 생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어렸을 때에도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냥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런데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어린이가 지금도 있을까?
비록 내 생각이지만 물어보는 아이가 별로 없을 거 같다. 
요즘 어린이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성에 눈뜨는 시기가 빨라졌다.
어린이들이 벌써부터 성인물을 보는 안 좋은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활용에는 쉽고 빠르게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다.
시기가 빠르면 유치원 교육 과정 때 성 교육을 배울 수도 있고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 성 교육을 재량활동으로 하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단체도 많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성 교육이 예전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어느 정도 확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정 외부의 교육들이 많아지게 되면
가정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법 교육은 사라지게 된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어린이야말로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고 하였다.
순수한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직접 질문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상의 지식을 터득하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도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게 된다.
교육이라곤 고작 어머니한테만 배운 어린 에디슨이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순수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어머니에게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항상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하는 존재이다.
끊임없는 탐구욕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함으로써 광범한 자연의 세계를 밝혀냈다.
하지만 많은 세월동안 자연 현상을 탐구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과 생물들을 숨 쉬고 활동하게 만드는 그것.
바로, ‘생명’ 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수많은 생명의 원리들을 밝혀냈지만
그 원리를 작동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탄생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처럼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생물학자들에게는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생물학과 전혀 관련 없는 물리학자가 과감히 질문에 대한 논증을 펼친다.
비록 이 책을 집필한 시기가 60여 년 전이라서
그 때 당시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금 읽어 볼 때에는 진부한 면도 있다.
그리고 저자의 전공이 물리학인만큼 생물학 지식의 오류도 간간이 보인다.
인간의 염색체는 48개라든가, 유전자는 단백질일 것이라고 하는 내용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적 입장으로 생명의 원리를 설명하려고 한다.
서문의 말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생명’ 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주 전공인 ‘양자 물리학’ 이론을 종합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저자는 생명 현상은 통계적 법칙이 아닌 양자 물리학의 법칙에 의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고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

 

슈뢰딩거는 단순히 생물학 주장을 넘어서 책 제목 그대로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내용이 어느새도 모르게 철학 서적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가지지 않았기에 1장을 읽기가 힘들었건만,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철학적 입장으로서의 내용들이 나오면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어떤 새로운 메커니즘이 생명현상을 이루게 하고 있다고
예상하면서 논증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후대의 과학자들이 그런 현상을 밝혀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과학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이 책이 출간한 50년 뒤에 물리학자에서부터 생물학자, 세포학자, 뇌 연구가 등등
다양한 학문의 석학들이 모여 슈뢰딩거의 논제가
지금까지도 유효한 지에 대한 논쟁을 펼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결과물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 (지호. 2003) 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된다.

비록 슈뢰딩거는 자신이 제기한 질문에 대해서 확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죽은 뒤에도 후세의 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학문의 관점들이 모여 탐구하려는
학문적 경계 넘기 시도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읽을 가치가 있으면서도 막상 읽기가 어려운 책.
하지만 읽을수록 깊이 있는 사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만의 특징이 아닌가. 
  

 

 과학자는 단순히 과학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슈뢰딩거는 우리가 느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생명’ 에 대해 탐구를 함으로써
생물학자들만의 구역의 경계를 무너뜨려 다양한 관점들로 바라 볼려고 했다.
저자의 서문을 읽다보면  

자신은 통일적이고 포괄적으로 알려고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론적 맥락은 조금은 다르겠지만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이론을 보는 거 같다.
어쩌면 에드워드 윌슨보다 앞서 지식의 통합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다보면 과학을 이용하여
인간을 살상하는 것에 대해서 염려하는 내용도 있다.
그만큼 슈뢰딩거는 단순히 과학만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생명현상의 신비함에 대해서 경외심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생명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어떻게 보면 에르빈 슈뢰딩거는
에드워드 윌슨과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최재천 박사와 일맥상통하다.
공교롭게도 최재천 박사는 에드워드 윌슨에게서 생물학을 배웠으며
우리나라에 최초로 통섭 이론을 먼저 소개하였다. 
그리고 최재천 박사가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으로  

사회 현상의 문제들을 접근하는 점도
전공 학문이 다를 뿐 슈뢰딩거의 의도와 비슷하다.

 

이 유명한 두 과학자가 슈뢰딩거의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든 과학자가 되었든 간에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기에 한 번이라도 읽었을 것이다. 
 

 

 “너는 어른이 되면 뭐될래?”

 

어려운 질문에 당황했던 부모가 이제 아이에게 반격하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장래 희망에 대해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이에게는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거나  (아직 어려서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거나)

혹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더라면
어른들의 이런 질문에 아이들도 대답하기가 난감해진다.
분명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가 꼭 있을 것이다.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나도 어른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과학자’는 꼭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과학자가 장래희망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도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멋있으며 돈 많이 벌 거 같아서 하고 싶다는 것과
또 하나는 과학에 관심이 많고 좋아서 하고 싶다는 것.  

솔직하게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전자 쪽에 속한다.
하지만 모든 직업들도 쉬운 것도 없으며 무척 힘든 것도 있다.
그 중, 과학자는 ‘되는 것’ 도 힘들며 심지어 ‘하는 것’ 도 힘든 직업인거 같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과학자라고 하면
자신이 연구하는 하나의 주제에 몇 십년동안 몰두해야만 한다. 
그리고 연구의 성과가 자판기에 커피 뽑듯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직업의 특징으로 인해 연구 성과에 눈이 멀어
실험 이용 대상이나 생명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실험을 조작한다든가 심지어 다른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기도 하는
그릇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라이너스 폴링.....  

 

유명한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어렸을 때 과학에 흥미를 가졌으며
과학자가 되어서도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과학이 인간에게 올바른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대표적인 과학자에는
최재천 박사와 정재승 박사가 있다.

간혹 신문에서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과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는 소식을 보게 되면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어느 정도 세계에서도 인정 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권위 있는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과학자가 노벨 상을 받으면 뿌듯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노벨 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과학자가 유명하고 권위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미래에 신문 첫 일면지에 이런 기사가 게재되었다고 상상해보자.

“ 한국의 이 아무개, 탄소나노 튜브의 반도체 성질 연구로
   우리나라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 “

과연 이 신문 기사를 읽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과학자의 첫 노벨 상 소식이기에 그 과학자의 연구 공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탄소나노 튜브’ 에 얼마나 관심이 가지겠으며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할 것인가?
우리나라 과학자 '이 아무개의 노벨 상 수상' 에만 관심에 집중되지 

굳이 '탄소나노 튜브 연구가 이 아무개' 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이 아무개=노벨 상 수상’ 이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힐 것이다.

 

내가 지은 가상의 일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노벨 상을 받았다고 해서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과학자는
과학이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과학이 사회에 유익한 방면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성과보다는 생명 존중이 우선시하는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이 정립된 과학자이다.

 

정말 자신이 과학이 좋아서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식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을 바라는 부모에게는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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