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李箱)’  

그의 일생을 요약하자면
본명은 김해경. 미술을 전공하였고 총독부 건설에 참여하였다.
폐병이 걸린 상태에서도 난해한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며
특히 그의 대표작인 <오감도>는 당시 독자들의 항의로 신문 연재를 중단되기도 하였다.
요양 중에 만난 기생 금홍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일본으로 건너가다 병으로 27세의 나이에 요절한다.
그의 난해한 작품과 더불어 그의 일생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내가 처음 이상을 만난 것은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영화는 픽션이었지만
불가사의한 그의 존재와 작품들에 대해 호기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학 시간에
그의 시 ‘거울’을 배우게 되었다.
띄어쓰기의 무시, 읽어도 알쏭달쏭한 구절들.
그때부터 독특한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올해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발표 작품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집이 출판되어  

다시 한 번 낯설고 황당함을 느끼고 싶었다. 
  

 

 


 

 

 

 

 

 

  

 

 6년 전에도 '가람기획'이라는 출판사에서 두 권짜리 이상 전집이 발간되었다.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시를 볼 수 있는 2권만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생 탄생 기념에 맞춰
보다 많은 양과 새로운 작품들과 해석으로 나온 전집에 큰 기대를 가졌다.  

이번에 '뿔'에서 나온 전집은 시만 따로 모아 출판되었고
전에 나온 전집보다 하나의 시에 대한 주석이 풍부한 걸로 보아서
이상에 대한 연구 성과에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년 전에 이상 전집을 접했을 때는
역시 쉽게 읽혀지지 않는,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하지만, 웬걸.
다시 읽어보니 몇 편의 시는
새로운 난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감상을 느꼈다. 

미술학도답게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그의 시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과 유사한 점이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 상 <거울> 중에서- 
 
   

  

 
마그리트 <금지된 복제>

   

  

 

 

 

 

거울을 보는 ‘나’와 거울 속의 ‘나’를 대립하여 ‘나’의 분열된 자아를 나타내고 있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에도 분명 남자가 비추고 있는 거울의 모습은 닮았으나
현실에서의 남자와 거울 속의 남자는 반대인 상황이다.
그림 속의 남자도 거울 속에서 비추는 자신의 앞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섭섭했을 것이다.  

 

<오감도-시제 11호>에서도 이상의 초현실적 표현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쩍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흡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 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 이 상 <오감도-시제 11호> 전문 -

 
   

 

이 시는 손에 쥐고 있는 사기컵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시에 나오는 ‘난데없는 팔 하나’
떨어지려는 사기컵을 잡기 위해 생긴 또 하나의 ‘가상’의 팔이다.
신체 기관의 확장 변형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현실을 만들고 있다.  

   





 

  

 

 마그리트 <마술사 : 4개의 팔을 가진 자화상>

 

 

마그리트의 환상적인 자화상에도 두 개의 가상의 팔이 등장하여
동시에 음식물 썰기, 먹기, 음료수 따르기가 가능하고 있다.

이상은 미술을 전공했었기에 초현실주의라는 당시 새로운 화파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했을 수도 있다.   

이상의 일생이 많이 알려져있는 않은 것도 있어서

그가 초현실주의를 알고 있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상은 이미 자신의 시에서
마그리트보다 거울과 신체 기관을 이용하여 새로운 환상적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상의 시 전집을 읽고나니  

간만에 머리 좀 아프다. 

하지만 좋은 현상이다. 이상을 읽고 있으면 현기증 정도는 나게 되는 법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를 이상의 시에서 만날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이 왜 천재 시인으로 칭송받아 마땅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수록 전집이 개정되어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의 이상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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