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를 말하다 - 인류최초의 지식인간
존 스트로마이어.피터 웨스트브룩 지음, 류영훈 옮김 / 퉁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Quiz. 다음 세 가지 보기의 공통점은? 

 

1) 한 스승과 제자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병사들에게 쫓기어 도망가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가다 보니 그들의 앞에 넓은 콩밭이 있었다.
    제자는 스승에게 콩밭을 가로질러 가자고 재촉하였으나 스승은  

    콩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도망가기를 거부하였다. 결국 그들은
    병사에 체포되어 그 자리에서 살해되고 말았다.  

 

2) 어느 죄인이 왕이 보는 앞에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죄인은 마지막으로 부모님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왕에게 간청하였다. 
    왕은 죄인의 소원에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사형장에 있던 죄인의 친구가  

    보증을 서겠다면서 만약 친구가 돌아오지 못하면 자신이 처벌을 받는다고 하였다.
    왕은 친구의 말을 믿고 죄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죄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왕과 주위 구경꾼들은 죄인이 도망갔다고 생각하였고 친구에 대한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하지만 죄인은 가까스로 약속 시간 안에 도착하였다.  

    왕은 약속을 끝까지 지킨 죄인의 행동과 친구의 우정에 감탄하여
    죄인을 사면하게 해주었다. 
 

 3) a2 + b2 = c2 
 

 

1번 보기는 생소한 일화라고 치더라도
2번 보기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친구의 우정을 강조하는 내용이고
3번 보기는 학창 시절에 수학 좀 했다거나 수학이라면 질색인 사람들도 수업 시간에
많이 보던 ‘피타고라스의 공식’ 이다.

이제 답은 나온 거 같다. 하지만 보기에 나오는 콩을 싫어하는 스승과
우정에 관한 일화가 피타고라스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수수께끼의 학파  

 

세 가지 보기의 정확한 답을 말하자면 ‘피타고라스 학파’ 이다.

그의 이름을 딴 수학 공식이 지금까지도 수험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고 있어
우리는 그를 수학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학문을 계승하기 위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집단을 만들었는데
그 집단이 ‘피타고라스 학파’다.
이 학파는 피타고라스가 제창한 지식과 계율을 실천하면서 집단 생활을 하는

지식과 종교가 혼합된 학파였다. 학파의 대표적인 계율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콩을 먹어서는 안 된다.

   2. 떨어진 물건은 주워서는 안 된다.

   3. 통째로 음식을 들지 말라.

   4. 말 위에 앉지 마라.

   5. 마음을 졸이지 마라.

 
   


특히 1번 계율은 앞에서 언급했던 1번 보기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피타고라스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일화들이 와전되고 있는데
1번 보기는 그 중의 하나이며 그만큼 피타고라스가 자신이 세운 계율을  

끝가지 고수하는 면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그는 모든 사물들은 조화(Philia)에 따라 구성이 되며 미덕이라고 강조하였다.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즉 ‘코스모스(Cosmos)'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하게 된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  

조화가 이룬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여겼고
소속되어 있는 학파 사람들과의 '우정'을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피타고라스 학파를 ‘수수께끼의 학파’ 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학파에 대한 기록들이 지금까지 많이 전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들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전해 내려오는  

단편적인 기록들과 세월이 지나서 와전된 일화들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단체가 더욱 더 우리에게 궁금증을 증폭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마도 비밀 종교 단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입단 시에는 학파의 계율을 지키겠다는 절대적 복종과 학파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학파 내의 절대 복종은 스승 피타고라스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학파 일원들이 발견한 학문의 성과는 무조건 스승의 업적으로 돌려져야만 했다.
그런 학파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 피타고라스는 교주로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그의 신적 행동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콩만 먹는 소에게 귓속말로 콩을 먹지 말라고 속삭였더니 소가 콩을 먹지 않았다거나
자신의 허벅지에 신의 증거가 있다는 등 마법과 기적을 부렸다고 전해진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사이비 종교단체로만 볼 수 밖에 없겠지만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피타고라스 학파 외에도 비밀 종교 단체와 같은 것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학파 일원 중에도 귀족들도 있는 걸로 보아서는 대중적인 단체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몰락

 

하지만 동, 서양사에서 등장했던 밀교(密敎)들은 반짝 성행하다가  사리지게 마련이다.
결국,  피타고라스 학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데  

그 원인은 학파의 지나친 정치적 영향력 행사는 원로원 기득권층의 불만을 사게 되고
이를 구실삼아 역모를 꾸며 시민들을 선동하게 하여  

한 때 대중적이었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학파 일원들은 추방당하게 되고 교주 피타고라스는   

도피 생활 중에 타지에서 죽었다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일화가 많아서 죽음까지도 그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자리 잡게 만들었다. 
 

피타고라스 학파 자체는 와해가 되었어도 그들의 사상은 고대세계 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사상의 영향력은 중세까지도 전해져 내려왔다.
여기서 인상깊은 것은 그때까지도 '학자' 피타고라스보다  

피타고라스 '신'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밀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 

 

피타고라스 학파는 외부의 기득권층에 의해 무너졌다.
하지만 외부의 압력만으로 인해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학파가 쉽게 무너졌을까?
비밀을 고수해야 하는 폐쇄적인 종교 단체는 대중성을 잃은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그것도 대중성의 영향이 큰 정치계에 무심코 손을 뻗었으니
결국 피타고라스 학파 스스로 자멸하게 된 행동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비밀 단체를 그닥 좋지 않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밀교의 전형적인 특징인 비밀스러운 단체 분위기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는 것도 있고
더 큰 원인은 종교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 ‘교주’의 맹목적인 신앙 강요와
비이성적인 행동은 더욱 더 그와 종교 단체를 대중들은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몇 년 전에 JMS 교주 정명석이 중국 도피 생활 끝에 체포, 구속된 적이 있다.
물론 그가 구속되어야 할 이유는 종교 단체를 만들어 혹세무민한 것도 있었으나
자신의 종교 단체의 여성 신도들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참된 종교의 진리를 설파해야 하는  

종교인의 기본 자세에 벗어난 행동이다.

우리는 종교에 대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해도 기독교, 불교, 천주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교, 힌두 교인들도 있다.
종교들마다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결국 우리가 종교를 가지는 이유가 종교를 가지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거기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종교를 잘 선택하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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