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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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솝 우화와 동물 농장 

 

어렸을 때, 집의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아동문학전집에는 ‘이솝 우화’가 있었다. 
 

세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순진한 아이는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를 보면서

착한 행동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나쁜 행동으로 살 것인가에 따라서
평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는 다 읽은 책을 덮고나서 다짐한다.

"베짱이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솝 우화가 어린 나에게 권선징악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솝 우화’는 책장 구석 한 켠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집의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에는 ‘동물 농장’이 있었다.

세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 맛, 쓴 맛 본 남자는
책장 구석에 꽂혀 있는 ‘이솝 우화’에 눈길을 준다.
이 책도 단순히 현대판 ‘이솝 우화’일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하지만 우화가 주는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를 한번 더 느끼고 싶은 맘에 읽었다.
읽고 난 후 책을 덮고 나서 남자는 생각한다.  

 

"동물농장이라는 곳이 진짜로 존재하는 곳이구나....."  

  

 

 50년 후, 동물 농장은...  

 

이 책의 번역자 도정일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웰이 그린 동물농장은 지금의 세계에도 있고 미래 세계에도 있을 것이다 
                                               - p 151, ‘작품 해설 [동물농장]의 세계’ 중에서 -

 
   


오웰이 이 책을 집필하고 있던 1940년대에는 소련의 스탈린이 정적 트로츠키를 축출하고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때였다. 스탈린은 나폴레옹, 트로츠키는 스노볼  

그리고 나머지 동물들은 당시 소련 국민을 뜻한다. 그리그 그들의 에피소드는  

스탈린 체제의 사회상을 풍자한 것이다.
냉전의 벽과 철옹성 같았던 소련은 무너지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

과연 50여 년 전의 시대상을 풍자하고 있는 이 책은 아직까지도 유효한가?

그렇다. 동물농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동물농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간 세태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동물들은 농장주 존즈 밑에서 안위된 생활을 누리지 못한 채 죽어라  

일만 하고 고생한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워킹푸어(working poor)’, 즉 ‘근로 빈곤층’이다.
그 동물들 중에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는 농장의 생활 개선을 위해 동물 반란에 참가하고
그 공로로 농장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된다. 농장에서의 돼지가 동물들 사이에서  

계급 지배력이 높은 점을 이용하여 동물들을 선동하고 적인 스노볼을 쫓아냄과  

동시에 자신이 다른 동물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웃 농장주인 필킹턴과 화친을 맺게 되는데 결국 나폴레옹은 자본가와  

협력하여 특권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노동자, 즉 ‘노동 귀족’이다.  


소설은 동물들이 필킹턴과 나폴레옹의 만남을 그냥 창 밖에 지켜보고 있는 장면을
끝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작가는 잘못된 권력 부패 사회를 비난함과 동시에
이를 그냥 의도적으로 묵시하고 있는 정치 앞에서 무기력한 대중을 비꼬고 있다.
벤자민이라는 당나귀는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에 비해 등장 비중은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 당나귀는 동물 반란 이전이나 이후에도 여전히 농장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정치에 무관심을 가지며 정치를  

참여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책무를 기피하는 정치적 모라토리엄 인간인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화는 동물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교훈을 주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단순히 텍스트를 읽다보면 독자는 사회 풍자에 대한  

페이소스만 얻을 뿐 우화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문학의 현실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우화는 특유의 아우라를 발휘할 수 없게 되고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의 우화인 [동물농장]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농장이 현실감이 느껴졌다.
이 책은 우화가 주는 재미와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아니, 지금도 동물농장은 문을 닫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소설은 점점 부패하고 망가져가는 농장의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 짓는다.  만약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면 비참한 동물들의 생활이 계속  

이어져나가거나 동물들 중에 새로운 제3자가 등장하면서 나폴레옹 체제를 무너뜨려  

새로운 지배 사회가 등장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토인비는 말했다. 동물농장의 역사도 그렇게 될 것이다.

 아마도 동물농장은 영원히 문을 닫지 못할 거 같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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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에서 나온 버전으로 동물농장 을 봤는데 무척 몰입해서 흥미진진했던게

기억나네요.

도정일 이 번역한 민음사 판도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0-11-06 15:54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 버전이랑 민음사 버전이랑 번역에 약간 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 재미있으면서도 독자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는,, 정말 훌륭한 작품인거 같습니다.

2016-11-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04 14:21   좋아요 0 | URL
부끄럽네요. 옛날에 썼던 글을 보면, 앨범에 있는 아기 돌 사진을 보는 것 같아요. ㅎㅎㅎ

이때 서재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서 글에 서툰 표현이 많습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