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제임스 우드 지음, 노지양 옮김, 신형철 해제 / 아를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아탑에 박힌 문학은 고루한 학문이다. 잘난 체하는 문학은 지루하다. 독자는 거꾸로 학문이 된 문학에 다가서지 못한다. 뻣뻣하게 경직된 문학과 친해질 수 없다. 


문학의 정석(定石) 비평가와 문학 교수들이 정교하게 깎아 만든 비석이다. 학생들은 거대한 비석에 새겨진 이론과 비평 방식을 받아 적으면서 수련(修鍊)한다



문학을 학문으로 받아들인 학생들은 비석을 윤이 나게 열심히 닦는다(). 


학생들의 오랜 반복 훈련으로 단련된() 문학의 정석은 

절대로 깨질 리 없다


학생들은 문학의 정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정답을 찾는다. 




상아탑이 편한 문학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펑퍼짐한 문학은 상아탑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뚱한 문학은 독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독자의 눈빛을 받지 못한 문학은 쓸쓸하다.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쓸모가 없다문학이 있어야 할 곳은 상아탑이 아니다문학은 반드시 독자를 만나야 한다. 독자의 곁에 있어야 한다.








영국의 비평가 제임스 우드(James Wood)는 유년 시절에 문학의 숲(wood)을 심기 시작했다한 권의 책이 문학 숲의 씨앗이다. 이 책은 시, 소설, 수필, 희곡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소설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소설과 소설가들이라는 입문서다. 어린 우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좋아했고, 그 부분만 열심히 읽었다. 전 세계 작가들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하여 그들의 작품 세계를 요약한 장이었다그는 작가들의 이름과 소설 제목을 기억했고 틈틈이 그들의 작품을 읽었다. 이때부터 문학 소년의 마음속에 문학 새싹들이 모도록 돋아났다문학 소년과 함께 자란 문학의 숲은 비평가로 성장하기 위한 영양분이 되었다책을 읽고 글을 쓰는 비평가가 심어 가꾼 문학의 숲은 싱그럽다.









우드의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은 자신만의 문학의 숲을 가꾸고 싶은 독자, 작가들이 꾸민 문학의 숲을 거닐고 싶은 독자를 위한 안내서다. 책 제목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이 말한 예술은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서 따왔다. 우드는 상아탑에 박힌 문학만 보는 비평을 선호하지 않는다. 상아탑에 박힌 문학은 보면 볼수록 따분하다. 상아탑을 지키는 일에 몰두한 비평가와 문학 교수는 문학을 학문으로 취급한다학구적 문학 비평은 독자와 문학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독자는 재미없는 상아탑을 보러 가지 않는다문학을 즐기기 위해 문학의 숲을 산책한다









문학의 숲에 문학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널려 있다문학의 숲을 모험하는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이름을 붙일 수 있다사용할 수 있는 것’의 이름과 형태는 무수하다. 그것은 우리가 쓰고 있는 평범한 물건이 될 수 있고, 과거에 만났던 사람일 수도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우리의 인생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금방 찾을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문학과 밀접하다. 우리는 이론에 의존하지 않고도 문학을 마음껏 감상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상아탑에 달라붙은 비평가는 독자의 비평에 관심 없다. 오히려 자신이 배운 비평 방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우드가 강조한 문학 비평 방식은 비평가가 아닌 독자들도 따라 할 수 있다. 독자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사용하면 된다그리하여 독자는 소설의 여백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거나 문학 작품의 매력을 볼 줄 아는 비평가가 된다. 우드는 문학에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독자가 되라고 권한다. 문학과 친분이 두터운 독자 문학 작품을 읽다가 발견한 것을 이야기하고(retelling), 목소리를 낸다(re-voicing). 우드는 자신의 비평 방식을 비평적 다시 이야기하기또는 책을 통과하는 글쓰기라고 표현한다.


독자가 책을 통과하려면 우선 진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진지한 관찰자는 다른 독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아주 사소한 세부 사항(detail)’을 좋아한다. 진지한 관찰자 유형에 속한 독자는 세부 사항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숨은 감정까지 포착한다.


문학의 정석은 무겁다. 우리가 만나야 할 문학은 가벼워야 한다. 우리가 가져야 할 문학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소박한 조각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소중한 문학 조각을 쓰다듬는다

문학 조각 위에 글을 쓰(고) 다듬는다







우리가 정답게 어루만지는 문학 조각은 문학의 정석(貞石)이다.









<세부 사항을 관찰하면서 읽는 cyrus가 만든 주석>




[1] 정석(貞石): 단단하고 아름다운 돌





* 43, 역자의 각주





라스콜리니코프: 톨스토이죄와 벌의 주인공 [주2]


 


[주2죄와 벌》을 쓴 작가는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






* 117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소설 <문법 질문>(Grammar Questions) [주3]

 



[주3리디아 데이비스(Lydia Davis)의 작품집 불안의 변이(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23)에 수록되어 있다. 번역된 제목은 문법 질문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