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읽기 - 날씨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 숨겨진 과학
사이먼 클라크 지음, 이주원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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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하늘 위에 푸른 거인이 우뚝 서 있다.

높푸른 거인은 45억 년째 지구를 듬쑥 끌어안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지구는 여전히 푸르다.




우리는 거인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거인과 함께 살고 있다. 지구를 상냥하게 안은 거인이 모든 생명체를 먹여 살린다.


건강한 거인은 평온하다거인의 기분이 좋으면 날씨가 매우 좋다. 반대로 기분이 안 좋으면 날씨가 사나워진다그런데 우리는 거인을 잘 모른다거인에게 고마워할 줄 모른다오히려 거인에 역정을 낸다. 우리는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거인이 미쳐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이 푸른 거인의 이름은 대기(大氣)’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는 대기가 숨을 쉴 때 나온다거인의 드넓은 포옹은 지구를 아늑하게 해준다행복한 지구는 대기와 함께 춤을 춘다. 지구는 빙그레 미소를 띠면서 빙글빙글 돈다그러나 분노한 대기는 지구를 숨 막히게 한다. 힘겨운 지구가 울먹거리면 암울한 날씨가 이어진다. 불볕더위는 지구를 빨갛게 불태울 기세다. 동장군이 휘두르는 칼날은 점점 매서워진다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암울한 날씨는 더욱 자주 나타난다그런데 우리는 대기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지 못한다.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는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을 모르는 정치인과 화석 연료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인들은 지구온난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멍청한 사기꾼이라고 비난한다.


하늘 읽기우리가 잘 몰라서, 제대로 보지 못한 대기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대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준다저자 사이먼 클라크(Simon Clarke)는 영국의 기상학자. 기상학은 여전히 대중에게 생소한 학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기상학자를 과학자로 여기지 않는다. 내일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전문가 혹은 공무원 정도로 인식한다. 내일 날씨에 관심은 많지만, 기상학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기상학자들이 몸담은 기상청을 불신한다.


기상학은 생각보다 오래된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하늘에 일어나는 현상을 알고 싶어 했다. 비록 정확하지 않지만, 날씨에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설명하려고 했으며 기상학(Meteorologica)이라는 논문을 썼다. 물리학과 공학은 온도계와 기압계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특히 유체역학은 지구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기후와 기후 변화를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물리학 학위를 받은 저자는 지구 물리 유체역학(geophysical fluid dynamics)이라는 학문을 만났고, 본격적으로 대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후는 기온, 습도, 바람 등의 기상 현상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대기 상태를 의미한다. 기상학은 복잡하면서도 광범위한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대기물리학이다. 기상학자와 대기물리학자는 이상 기체 법칙(상태 방정식)을 이용해서 대기 거인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이 법칙은 기압, 온도, 습도 등이 상호작용을 하는 기후를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다.


가끔 기상학자는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날씨 예보를 내놓는다. 그렇다고 누구보다 대기 거인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과학자들을 멍청하다고 비난할 수 없다. 대기 거인의 성격은 장난기 가득한 카오스(Chaos). 대기 거인은 뒤죽박죽으로 움직인다. 정밀한 관측 기기가 있어도 무질서하고 예측이 어려운 거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오차가 생긴다. 대기 거인의 어수선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주 작은 오차는 점점 커진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암울한 날씨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터전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대기 거인은 환경 오염에 민감하다. 대기 거인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진노한 거인은 무섭다지구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꽉 껴안는다숨 막힌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힘든 지옥이다. 대기와 지구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인간이 되고 싶은 

해성(海成)이 만든 주석과 정오표>




* 18


 글레이셔와 그의 동료 헨리 콕스웰열기구 조종사, 그러니까 말 그대로 공중 선원이었습니다. 기구를 타며 여행하는 용감한 개척자였죠.




[1] 이 책의 1기상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나오는 사람은 열기구를 타고 세계 최초로 성층권에 도달한 제임스 글레이셔(James Glaisher)와 헨리 콕스웰(Henry Tracey Coxwell)이다. 저자가 참고한 글레이셔의 저서 <Travels in the Air>(1871)는 죽을 뻔했던 상공 비행에 대한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다. 글레이셔는 이 책에 또 다른 열기구 탐험가들의 비행 시도와 실패 사례도 언급했다. 번역본은 열기구 조종사: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정탄 옮김, 아라한, 2020)이다. 정탄은 러브크래프트 전집(7, 황금가지, 2009, 2012, 2015)과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소설 그것(황금가지, 2017)을 번역한 정진영의 필명이다.



※ 《열기구 조종사: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서평

<기구를 탄 이카로스

20211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2273532






* 112






터키 튀르키예






* 181, 각주 27










[2] 저자가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설명하기 위해 참고한 책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비록 출간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초판은 1987년에 출간되었다), 본격적으로 카오스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제임스 글릭(James Gleick)카오스(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동아시아, 2013)를 참고하면 된다. 2013년 번역본의 저본은 초판 출간 20주년 기념판이다글릭이 쓴 책에도 카오스 이론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Jules Henri Poincaré)와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N. 콜모고로프(Andrey N. Kolmogorov)의 업적이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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