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마거릿 애트우드 페넬로피아드



2025년 1월 24일 금요일저녁 8시~10시 20분

장소: 인더가든



<읽어서 세계문학(속으로)>을 만든 독자들

김성현빅토정현정

조약돌천성은히시마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고전은 단단한 껍질로 이루어진 알과 같습니다. 고전의 알은 수많은 독자의 관심을 듬뿍 받은, 아주 오래된 알입니다. 고전을 굉장히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알을 애지중지 품습니다. 그들은 알을 신줏단지 모시듯이 바라봅니다. 그래서 고전을 깨뜨리는 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껍데기는 계속 두꺼워집니다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알은 무정란입니다. 수정(受精)이 되지 않은 알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알껍데기를 깨뜨리는 재해석과 수정(修正)을 거부한 고전의 알 속에 무엇이 있을까요? 신선하지 않은 ‘시들시들한 과거’만 남아 있습니.


















[세계문학 작품 읽기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5년 1월의 세계문학]

[개정판마거릿 애트우드김진준 옮김 페넬로피아드》 (문학동네, 2024)


[구판 절판] 마거릿 애트우드김진준 옮김 페넬로피아드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문학동네, 2005)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


호메로스,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 (민음사, 2022)


[대구 책방 <일글책서양 인문 고전 읽기 2023년 두 번째 선정 도서]

호메로스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 (도서 출판 숲, 2015)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페넬로피아드호메로스(Homeros)가 낳은 두 개의 알 중 하나인 오뒷세이아를 깨뜨린 소설입니다(나머지 알은 일리아스입니다)호메로스의 알에서 태어난 오디세우스(Odysseus)는 지혜로운 영웅입니다. 그러나 애트우드가 호메로스의 알을 깨뜨려서 나온 것은 오디세우스가 아니에요. 그의 아내 페넬로페(Penelope)가 태어납니다. 다시 태어난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과거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과거에 갇힌 페넬로페는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귀향하는 남편을 그리워하고, 구혼자들의 구애를 거들떠보지 않는 현모양처였습니다애트우드가 부활시킨 페넬로페는 남편의 그늘 속에 살아온 삶을 후회하고, 거부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없는 오디세우스 신화의 실체를 낱낱이 밝힙니다. 그리고 책 밖에 있는 현대의 독자들을 향해 소리칩니다제발 나처럼 살지 마요!” (페넬로피아드 16쪽)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독자들이 만든 독서 모임입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는 페넬로페가 우리에게 들려준 오디세우스 신화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오뒷세이아를 안 읽은 독자들도 페넬로피아드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습니다. 오뒷세이아를 읽은 독자들은 원전에서 크게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를 예상하면서 페넬로피아드를 읽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인상적인 반전이 없어서 아쉽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애트우드의 페넬로페는 호메로스가 묘사한 남편의 영웅적인 면모가 실제보다 과장되었다는 점을 알리고 있어요. 그리고 구혼자들과 내통한 죄(호메로스의 묘사, 오디세우스의 관점)로 교살당한 시녀들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호소합니다. 그렇지만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의 독자들은 시녀들의 변론을 묵살한 남편을 두둔한 페넬로페의 양가적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 [절판]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하정희 옮김 노예의 역사: 현대판 노예노동을 끝내기 위한(예지, 2015)

 



페넬로페는 시녀들을 친자식처럼 여깁니다. 그러나 시녀들의 부당한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시녀를 사회적 약자로 대입해서 바라본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는 페넬로페가 시녀의 죽음을 방관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지적했습니다. 고대 사회의 시녀는 노예와 같습니다. 노예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 길어요. 노예의 역사는 19세기 미국이 아닌 고대부터 시작됩니다시녀는 인간인데도 인간이 아니었어요. 죽을 때까지 주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소모품입니다. 건강이 쇠약해지거나 엄중한 죄를 저지른 시녀는 갖다 버려도 되고, 죽여도 되는 폐품이 됩니다. 결국 () 페넬로페(호메로스)와 신() 페넬로페(애트우드)는 여성이라는 젠더 안에서 작동되는 계급 차별을 넘어서지 못한 인물입니다.


















* 캐서린 R. 스팀슨 & 길버트 허트 엮음, 김보명 외 옮김 젠더 스터디: 주요 개념과 쟁점(후마니타스, 2024)



[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열세 번째 모임(2025년 1월) 선정 도서]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교양인, 2023)




페미니즘 운동의 오랜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페미니스트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었어요. 인종, 계급, 장애, 섹슈얼리티를 중요하게 인식한 페미니스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흑인 여성, 프롤레타리아 여성, 장애 여성, 젠더퀴어(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성평등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운동 내에서도 첨예한 논쟁들이 펼쳐졌어요페미니즘의 정의는 다양합니다. 정희진을 포함한 여러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이라는 지식 안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여성주의는 성별, 나이, 인종, 계급, 장애, 지역 등 여성들 간의 차이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양상에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이 페미니즘 이론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중에서, 149)

 

 

페미니즘이 생물학적 여성만을 위한 평등과 생물학적 여성만 경험하는 차별 문제에 집중하면 인종, 나이, 장애와 연관된 또 다른 차별을 방관하는 가해자의 학문 되고 맙니다.







페넬로피아드오디세우스 신화를 모르는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고전의 알을 깨고 나온 책도 시간이 지나면 단단한 알이 됩니다. 고전을 재해석한 책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어요<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들처럼 책을 깊고, 넓게 파고들면서 읽는 분이라면 소설 속 인물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올해 첫 독서 모임의 후기는 여기까지 마무리할께요. 2월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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