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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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지구의 속살은 검다튼튼한 지구의 속살에 석탄이 생긴다석탄은 탄소를 품은 새까만 암석이다. 이 탄소 덩어리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돋아난 지구의 풀빛 피부 아래에 깊숙이 박혀 있다식물은 죽으면 싱그러운 풀빛이 사라진다. 풀빛을 잃은 식물은 태양 빛 한 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구의 피부밑으로 내려간다. 그렇지만 지구의 속살은 엄청 뜨겁다. 열기를 쬔 식물의 잔해는 차츰 분해되면서 석탄으로 변한다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슬기로운 존재(Homo sapiens)라고 자부한다. 인간은 똑똑하면서도 욕심이 많다잘 먹고 오래 살고 싶어서 지구의 피부에 자란 식물을 뿌리째 뽑는다. 식물을 원하는 인간은 무례하게도 지구의 거대한 얼굴 앞에 불도저와 굴착기를 들이댄다. 불도저는 지구의 피부에 무성하게 자란 숲을 깎기 위해 만든 자연 파괴용 면도기다. 굴착기는 한 팔로 지구의 피부를 박박 긁는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은 두꺼운 지구의 피부를 뚫는다. 인간은 소란스러운 드릴로 지구 곳곳에 커다란 구멍을 내서 탄광을 만든다.


지구의 속살은 오래전에 죽은 식물이 묻힌 검은 지옥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그곳은 한 번 파면 계속 파고 싶은 검은 천국이다인간은 석탄으로 연료를 만들었다. 연료는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었다석탄 덕분에 인간은 과거에 자주 시달렸던 추위와 배고픔을 완전히 잊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탄광이 많아질수록 지구의 피부에 난 생채기가 점점 늘어났다. 석탄을 태우면 먼지와 온실가스가 생긴다. 온실가스로 둘러싸인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인간은 새까만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간다땅속에 있는 천국을 마음껏 누린 대가다. 온난화라는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가 죽으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이 된다


탄광 속에 갇힌 카나리아는 죽음의 가스를 감지하면 고운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광부들은 살려달라면서 몸부림치는 카나리아를 보면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온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위험한 일을 알려주는 경보다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탄광투성이 지구의 위태로운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카나리아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곤충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곤충의 삶의 터전인 자연이 파괴된다.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지금 탄광투성이 지구에 소리 없는 경보 알람이 울리는 중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인간이 무심코 지나치는 조그만 카나리아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준다민벌레와 개미를 연구한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은 곤충이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한다곤충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조그만 카나리아는 주변 환경의 온도와 날씨에 맞춰 번식한다. 그런데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사계절이 서둘러 오면 곤충의 번식기는 빨라진다. 번식기가 훌쩍 지나가 버리면 철새가 고생한다. 먹잇감인 곤충이 없기 때문이다.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철새는 살아남지 못한다. 곤충과 동물의 활동 기간이 겹치지 못한 상황을 생태 엇박자(ecological mismatch)’라고 한다.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다. 곤충은 꽃가루를 실어 나른다. 식물은 곤충이 옮겨준 꽃가루를 받아 수분(受粉) 활동을 한다. 곤충의 생명력 덕분에 지구의 풀빛은 더욱 푸르게 물들 수 있었다최재천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기후 온난화 문제보다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미생물부터 몸집이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생물종이 멸종하면 그것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생물종도 멸종한다. 생물 다양성이 없는 생태계는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생물 다양성은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이 먼저 사용한 생태학 용어다. 윌슨은 최재천의 스승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과학 도서.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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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는 워낙에 성공한 동물이라서 지구촌 어디를 가도 개미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금 살고 계시는 아파트 집 안에도 개미가 들어와서 기어다니죠. 아마 북극, 남극, 바닷속을 빼놓고는 다 살 겁니다.

 


개미 종은 아주 많으며 주로 따뜻한 기후의 지역에 서식한다. 그렇지만 북극 지역에 사는 개미도 있다. 알래스카에 발견된 렙토토락스 무스코룸(Lepthothorax muscorum)이다차가운 땅에 만들어진 개미집은 혹한에 취약하다. 렙토토락스 무스코룸은 언 땅이 녹기 시작하는 봄에 활동한다.[주]


인간은 곤충을 잘 모른다. 곤충 박사도 예외가 아니다. 여전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곤충이 많다. 곤충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은 너무 단순하다. 꿀벌과 나비와 같은 익충이 식물이 성장하는 데 이로운 곤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생김새만 보면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말벌, 나방, 딱정벌레도 훌륭한 꽃가루 배달원이다. 개미를 오래 연구한 저자는 온갖 동식물과 함께 사는 여러 종의 개미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생태계를 튼튼하게 해주는 다채로운 곤충 사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고작 개미뿐인가. 개미에 초점을 맞춘 저자의 설명은 곤충 다양성을 크게 부각하지 못한다. 콘크리트 건물 숲에 익숙한 사람들이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생물이 지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강조해야 한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보다는 곤충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야 한다. 인간은 곤충과 친해져야 한다. 작은 카나리아가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





[] 참고문헌: 월터 R. 칭클, 강현주 옮김, 최재천 감수, 개미 건축: 경이롭고 아름다운 지하 건축 탐험, 에코리브르, 2024년, 2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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