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이 말하는 것들 - 죽고 사라진 것들의 흔적에 관하여
이수빈 지음 / 에이도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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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화석(化石)은 죽은 생명체들의 무덤이다. 어두컴컴한 돌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화석이, 오랜만에 눈부신 세상의 빛을 쬐면 화석(花石)로 피어난다. 무덤 속에 누워 있던 생명체들이 망치 소리에 깬다돌무덤이 깨지는 순간 생명체들이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한다.


고생물학자는 양손에 망치와 정을 쥐면서 돌무덤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진짜로 찾고 싶은 것은 돌무덤에 깊이 새겨진 고생물들의 삶이다. 고생물학자는 화석과 함께 잠든 고생물들의 이야기를 발굴한다. 돌무덤을 찾는 것보다 돌무덤 속 생물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기가 더 어렵다. 엄청 두꺼운 시간의 지층에 눌린 생물들의 이야기는 납작하다. 너무 납작해지면 생물의 일부 모습이 사라져 버린다. 눈에 보이는 흔적이 없으면 생물의 생김새를 완벽하게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돌이 되지 못한 생물의 이야기는 수수께끼로 남는다.


하지만 돌이 되지 못한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돌무덤에 있는 생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돌무덤 껍질을 쪼아댄다. 고생물학자들은 생물들의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망치로 돌무덤을 깨뜨린다. 가까스로 꺼낸 이야기가 온전히 남아 있지 않더라도 고생물학자들은 생물들을 대신해서 말해주어야 한다생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으면서 살았는지 유추해야 한다.


2010년대에 발견된 화석들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화석을 다룬 책들에 소개된 내용은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발견된 화석들에 관한 이야기다. 화석이 말하는 것들: 죽고 사라진 것들의 흔적에 관하여은 화석을 주제로 한 과학 도서 중에서 아주 젊은 청소년 책’이. 저자는 최근에 알려진 화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새로 수정된 고생물학 지식도 소개한다


삼엽충이 다리로 숨을 쉰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삼엽충 화석을 연구한 고생물학자들은 삼엽충 다리에 아령처럼 생긴 호흡기관을 발견했다. 그들은 삼엽충 다리에 아가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비랍토르는 한동안 다른 공룡의 알을 훔치면서 살아온 공룡으로 알려졌다. 처음 발견된 오비랍토르 화석이 공룡알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이 된 오비랍토르가 다른 공룡의 알을 훔쳤을 거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말하지 못한 오비랍토르에게 알 도둑’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좋지 않은 별명 때문에 공룡이 나오는 영화나 만화에서 오비랍토르는 악당처럼 묘사되었다. 새롭게 밝혀진 연구 결과가 오비랍토르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벗긴다. 공룡알은 오비랍토르가 낳은 것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오비랍토르의 말을 잘못 해석했다. 오비랍토르는 돌무덤에서 살아나왔지만, 오랫동안 굳어져서 깨기 힘든 편견 속에 여전히 갇혀 있다. 저자는 돌이 된 지식의 편견을 깨뜨린다.


화석이 말하는 것들은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살았던 생물들을 위한 추모사. 고생물들이 말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추모사에 적혀 있다. 이 책은 수많은 화석을 기억하기 위한 비석이다. 그렇지만 종이로 만든 비석에 잘못 새긴 내용이 있다. 비석에 글자 하나라도 잘못 새기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 43

 

 호박이란 나무의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광물입니다. 이 호박에 간혹 생물이 안에 담긴 채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온 것처럼 모기나 여러 곤충이 보존된 채 발견되기도 하고, 도마뱀, 새의 날개, 심지어 공룡의 꼬리가 보존된 사례도 있습니다.

 


* 206

 

 보석의 한 종류이기도 한 호박은 영화 <쥬라기공원>을 통해서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 호박에 들어 있는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해서 공룡을 복원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 호박에 들어 있는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해서 공룡을 복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 208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과거 공룡의 피를 빨았던 모기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광물인 호박 속에서 갇혀 현대까지 보존된 채로 있다 발굴됩니다.



이 책에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온 호박(나무에 나온 송진이 굳어서 생긴 광물) 속의 모기가 세 번 언급된다







하지만 파리를 연구하는 곤충학자 에리카 맥앨리스터(Erica McAlister)는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영화에 묘사된 곤충은 모기가 아니라 크레인파리성체다. (참고문헌: 에리카 맥앨리스터, 이동훈 옮김, 위대한 파리, 마리앤미, 2023)




* 170





 희토류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부연하자면 희토류는 땅을 이루는 원소 중에서 성분의 비중이 매우 적은 금속 원소 17가지를 말합니다. 희토류 원소는 무게에 따라 가벼운 희토류 원소, 중간 희토류 원소, 무거운 희토류 원소로 나뉩니다. [중략] 브라킬로포사우루스의 다리뼈에서 발견된 희토류 성분은 , 스트론튬, 바륨, 스칸디움, 이트륨 등이었습니다.


(Fe)은 희토류 원소가 아니다.







<cyrus의 주석>




* 137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세균과 바이러스는 전혀 다릅니다. 세균은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생물이지만,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에 기생하지 않으면 번식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주1]


[1] 리케차(Rickettsia)숙주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이 세균은 발진티푸스를 일으킨다.





* 221

 

 황철석 질병이 처음 관측된 것은 1878년 벨기에의 베르니사르(Bernissart) 지역의 광산에서 발견된 화석이었습니다. 이 광산에서는 대규모의 이구아노돈과 만텔리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요, 이 발견으로 이구아노돈의 생김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주2]


[2] 저자가 이구아노돈의 생김새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았다. 1878년 이구아노돈 화석을 발굴한 영국의 고생물학자 기드온 맨텔(Gideon Mantell)이구아노돈의 엄지발가락 발톱을 뿔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복원된 이구아노돈의 생김새는 코에 뿔이 달려 있고, 네 발로 다닌 거대한 도마뱀과 비슷하다. 후속 연구를 거쳐 현재 수정된 이구아노돈은 사족보행뿐만 아니라 두 다리로 서서 다닐 수 있으며 엄지발가락에 발톱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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