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생활 수집
김정희 지음 / 탐프레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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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혹시 어느 지역의 책집(책방, 서점)에 가게 되면 그곳에 숲노래라는 분이 쓴 글이 있는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그분의 본명은 최종규. 태어나면서 처음 받은 이름보다 숲노래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숲노래’의 뜻은 숲을 즐겁게 노래하는 슬기로운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는 새로운 어른이다. 숲노래님은 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한다. 그리고 사진기와 함께 날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책집 마실을 간다. 누리집(블로그)에 책집과 책집지기(책방지기) 이야기를 알뜰히 써서 남긴다. 그뿐만 아니라 책집지기를 위한 글을 손수 써서 선물로 주기도 한다<서재를 탐하다>(서탐), <읽다 익다>, <담담책방>, <직립보행>에 가면 숲노래님의 책집 사랑이 듬뿍 묻어있는 글 선물을 만날 수 있다.


나도 숲노래님처럼 책방 마실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방 마실 간 날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면 반드시 글로 써서 남긴다. 그러니 내 이름을 술고래최해성이라고 해두자.[주] 술고래의 뜻이 뭐냐고. 특별한 뜻은 없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술을 즐겁게 마시면서 책 읽으며 글 쓰는 어른이다.


술고래가 자주 가는 대구 책방 여러 곳에 가면 책방지기들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책방에 가보셨어요? 거긴 어때요?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 책방을 지켜야 해서 방문하기 힘드네요.’ 책방지기는 항상 다른 책방지기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하며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이런 질문을 받으면 술고래는 ○○ 책방(들) 직원으로 변신한다. 그러면 책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과 독서 모임, 책방지기의 성격과 독서 취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내 증언만으로는 책방 분위기와 책방지기의 성품을 고스란히 전달하지 못한다. 책방지기의 생생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방지기 생활 수집 출간이 무척 반갑다. 책방지기 생활 수집대구 책방 <서탐>과 출판사 <탐프레스> 살림꾼 김정희가 쓰고 그린이다<서탐>과 김정희를 알고 싶은 책방지기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 담긴 글에 책방지기 김정희의 목소리가 스며 들어 있다


저자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두 개의 삶을 쪼개면서 살아가는 사람. 저자는 24시간을 읽고 쓰고 그리는책방지기, 두 아이와 반려묘를 돌보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이 책의 1부는 저자가 꾸밈없이 솔직하게 풀어 쓴 ‘<서탐> 자서전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살다가 대구로 건너와 책방을 열게 되기까지 살아온 여정과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을 조각조각 모아 붙인다. 2부는 <서탐> 인생 2막에 일어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방 안에서 채워진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이 책방 밖으로 넘쳐 퍼지면서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 예술로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방에 오는 손님 중 한 명은 책방을 열고 싶은 사람이다. 그들이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방지기다. 책방을 열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속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방지기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책방에 대한 이상적인 낭만에 빠져 있거나 단지 책 읽는 게 좋아서 책방을 차리고 싶은 독자는 책방지기의 노동 가치 썰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글에서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자본주의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분석한 마르크스(Karl Marx)를 소환한다. 책방지기가 되고 싶은 독자는 이 글을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숲노래님은 책방지기 생활 수집을 소개한 글(서평)에 저자의 문장 일부를 가져와서 우리말로 새로 썼다. 우리말 모으는 일을 하는 숲노래님다운 글이다. 술고래는 책을 읽다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오자나 고쳐야 할 표현을 발견하면 서평을 통해 고쳐 쓴다. 나는 책을 읽으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단어를 수집하는 별난 버릇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돈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비효율적 인간이라는 시선을 견디면서(즐기면서) 글을 쓸 것이다. ㅅ ㄱ 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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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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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k. 르 귄 어슐러 K. 르 귄

 




[] 흰고래(白鯨)가 등장하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 딕첫 문장.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Call me Ishmael).” (31쪽, 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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