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rus의 주석이 달린 장미의 이름》 #3


아리마스포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수도사 호르헤는 고령인데도 학식이 뛰어나다. 젊은 수도사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다가 어려운 구절을 만나면 그에게 찾아가 자문한다. 호르헤가 성자나 동물을 묘사하는 수도사들을 위해 조언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면서 묘사하지 말 것. 그리고 독자를 웃게 만들지 말 것.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성자나 동물을 어떤 모습으로 묘사해야 할지 묻기 위해 그를 찾았다. 질문을 받으면 그는, 있지도 않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느 책 어느 쪽을 읽고 있는 것처럼, 가짜 선지자는 차림새로 말하면 주교와 흡사하나 자세히 보면 입에서 예언 대신 개구리가 나온다거니, 신성한 예루살렘 성벽은 어떤 돌들로 꾸며져 있다느니,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산은 사제왕(司祭王) 요한이 통치하던 땅 근방에 표시해야 한다느니, 그리고 그 괴물 같은 산을 그릴 때는 상징적으로 알아볼 만하게 그리면 그만이지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유혹을 느끼게 하거나 웃게 만들면 안 될 것이라는 등의 조언을 들려주고는 했다.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 양장 합본》 224~225)



장미의 이름》의 역자 이윤기 선생은 아리마스포이라는 생소한 명칭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설명한 각주를 붙였다. 각주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스키타이에 산다는 전설 속의 외눈 부족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 [개정판] 헤로도토스, 천병희 옮김 역사(도서출판 숲, 2022)




아리마스포이가 최초로 언급된 문헌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역사역사4권에 스키타이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스키타이족은 러시아 남부에 해당하는 초원지대에서 살았던 유목민이다하지만 아리마스포이는 역사3권에 처음 언급된다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아리마스포이는 그륍스로부터 금을 빼앗는다(3116). 그륍스는 독수리 머리와 날개에 사자 몸을 가진 괴물인 그리핀(Griffin)의 헬라스어(그리스어) 이름이다. 신화 속 그륍스는 신들의 보물이나 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종종 묘사된다.


헤로도토스는 4권에서도 다시 한번 아리마스포이를 언급한다. 이번에는 출처 밝혔다. 프로콘네소스(Proconnesus) 출신의 음유시인 아리스테아스(Aristeas)가 쓴 서사시 <아리마스포이족 이야기>(Arimaspea)아리스테아스는 신(아폴론)에게 영감을 받아 아리마스포이가 사는 지역을 여행했고, 이를 소재로 서사시를 썼다고 한다(413, 27).
















* 류싱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현대지성, 2020)




헤로도토스는 외눈 부족 이름의 뜻을 풀이하는데, 스키타이족 말로 아리마하나라는 뜻이고, ‘스푸는 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계 괴물 백과: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의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아리마스포이는 좋아하다라는 뜻의 아리아마이라는 뜻의 아스파가 합쳐진 합성어다. 그러면 말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뜻이 된다. 아리마고독하다, ‘스포망보다를 뜻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대로라면 아리마스포이는 고독한 파수꾼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된다.
















* 헤시오도스, 천병희 옮김 신들의 계보(도서출판 숲, 2009)




저자는 또 아리마스포이가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신들의 계보 304행에 언급된 아리스모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세계 괴물 백과》 202~203쪽). 그런데 아리스모이가 아니라 아리모이(Arimoi)’아리모이가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신들의 계보를 번역한 천병희 선생은 각주에서 아리모이가 지명인지 부족 이름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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