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중에 나랑 맞지 않는 책이 종종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으면 책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 모임에 불참한다. 지난 8월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는 날 힘들게 한 책이다.
평점
3점 ★★★ B
*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 류진희, 허윤, 김주희 외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빨간소금, 2022)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모르고, 그 유명한 BTS의 노래를 단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 제목만 알고 있다. 이 책에 BTS와 BTS 팬덤인 아미(A.R.M.Y)를 페미니즘적 관점과 퀴어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 여러 편이 있는데, 읽는 데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페미돌로지》를 읽은 다른 분들도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긴 잘했다. 오탈자와 글쓴이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 57쪽
민혜경 → 민해경
* 59~60쪽
남성 연예인들의 무교양은 종종 풋풋한 미성숙이나 거침없는 용감함으로 여겨졌다. 보이그룹은 멤버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논란이 생기더라도 당사자가 아닌, 대체로 소속사 차원의 해명 혹은 사과 표명으로 신속히 마무리됐다. 비슷하게 역사 관련 퀴즈에 오답을 외치거나, 설사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논란이 되어도 특별히 남성 아이돌은 인구에 회자하거나 인상에 각인되지 않았다.[주]
강조컨대 역사 인식 부족에 따른 사회적 불쾌감이 유독 걸그룹을 통해서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이는 글로벌을 주장하는 초국적 한류가 오히려 민족의식을 촉발하는데, 유독 이 민족국가 사이의 경계가 여성을 통해 상상되기 때문이다.
[주] 전범기는 ‘전쟁 범죄’의 줄임말 ‘전범’과 ‘기(旗)’를 조합한 신조어다. 일본 자위대의 공식기(公式旗) 명칭은 욱일기(旭日旗)다.
욱일기 논란에 휘말린 국내 가수는 다음과 같다.
1. 2000년, 서태지
모 스포츠신문이 서태지 6집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 뮤직비디오에 욱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드럼에 그려진 무늬였는데 사실은 태극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보도문은 스포츠신문이 꾸민 조작인 것으로 판명됐다. 본래 드럼의 무늬는 검은색이었으나 신문사 측이 붉은색으로 바꾼 것이었다.
2. 2007년, 빅뱅의 탑과 GD
탑과 GD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 양현석 대표가 사과했다. GD가 입은 문제의 옷에 프린팅된 것은 욱일기라기보다는 욱일기가 떠올리게 하는 무늬에 가깝다.
3. 2012년, 걸스데이의 혜리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연습 무대에 올라 논란이 됐다. 문제의 티셔츠는 일본 팬이 준 선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소속사는 사과했으며 걸스데이 외국 팬 페이지에도 사과문이 공개되었다.
4. 2012년. VIXX(빅스)
욱일기가 그려진 모자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5. 2013년. 트러블메이커(현아, 장승현)
현아와 장승현은 트러블메이커 활동 당시 욱일기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셀카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제의 디자인은 욱일기가 아닌 꽃봉오리 모양이다.
6. 2016년. 티파니
광복절 전날에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올렸다. 티파니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공개했다. 나무위키에 ‘티파니 광복절 욱일기 게시 사건’ 항목이 있다. 워마드는 티파니를 향한 대중과 미디어의 과도한 비난 여론이 여성 혐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파니 방송 하차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태극기와 욱일기를 합성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소녀시대 팬들은 이러한 워마드의 반응에 반감을 드러냈다.
* 108쪽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사장 도끼[주2]는 기획사 음악의 대척점으로 인디 정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2] 일리네어레코즈의 영문 표기는 ‘1LLIONAIRE RECORDS’다. 앞 글자는 알파벳 I가 아니라 숫자 1이다.
일리네어레코즈는 도끼(Dok2)와 더 콰이엇(The Quiett)이 함께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2018년에 도끼는 미국 활동을 위해 레이블 대표직을 그만두었으며 2020년 2월 6일에 탈퇴했다. 《페미돌로지》의 초판 발행일은 2022년 2월 25일이다. 따라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 전(前) 대표 도끼’라고 써야 한다.
* 115쪽 각주
사림 → 사임
* 129쪽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Insane in the Brain」에서 많이 빌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 백 홈」[주3]과 미국 힙합 문화의 강력한 영향은 아이돌 팝 장르 전반에 뚜렷이 보인다.
[주3] ‘많이 빌린’이라는 표현은 ‘표절’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995년 <Coma Back Home>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서태지 측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Coma Back Home>을 사이프레스 힐에게 보내겠다고 해명했다. 1996년에 잡지 <뮤직라이프>를 통해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서태지 측에 따르면 <Coma Back Home>이 담긴 테이프는 사이프레스 힐에게 전달되었고, 표절이 아니라는 사이프레스 힐의 답변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서 KBS <연예가 중계>는 사이프레스 힐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표절 논란 이슈가 한참 지나버린 탓에 인터뷰 기획을 접었다고 한다. <Coma Back Home>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 마무리가 된 탓에 지금도 <Coma Back Home>이 표절곡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에 <Coma Back Home>이 표절곡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이 있다.
* 195쪽
더 과거에는 오마이걸이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주4]라는 곡을 내고 활동하자, 성인 여성의 불필요한 유아화와 그에 대한 물신화의 위험성에 항의하기도 했다.
[주4]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효정, 유빈, 아린으로 구성된 오마이걸의 유닛 그룹인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이다.
* 235, 237쪽
인쇄 오류. 9장 제목(‘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10장 제목(‘다시 만나는 여덕’)이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