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쿠바드 증후군(Couvade syndrome)을 알고 싶어서 도서관 몇 군데 들락날락했다. 출산과 육아 관련 책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중 한 권이 《출산, 그 놀라운 역사》다. 이 책은 절판되었다. 진작 이 책을 알았으면 미리 샀을 텐데.
* [절판] 티나 캐시디 《출산, 그 놀라운 역사》 (후마니타스, 2015)
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그녀는 처음 임신했을 때 자연 출산을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고, 이때 경험을 토대로 출산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의 번역에 참여한 역자가 총 다섯 명이다. 이들은 2002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 관리 전공 입학 동기다. 책이 출간된 당시(2015년)에 다섯 명의 역자 모두 보건정책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출산, 그 놀라운 역사》는 주제와 내용 면에서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책 곳곳에 잘못 알려진 상식과 오해의 여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같이 사는 여성들의 월경 주기가 비슷해지는 현상인 생리 동기화를 언급했다.
자매, 수녀, 친한 동료처럼 매일매일을 함께하는 여성들이 매달 거의 비슷한 시기에 월경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379쪽)
하지만 오래전부터 생리 동기화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생리 동기화를 ‘우연의 일치’로 결론 내린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저자는 정자 속에 있는 호르몬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 자궁경관을 열어주게 만드는(자궁 이완) 물질이라고 말한다.
사실, 성관계가 출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정자는 자궁경관이 열리도록 도와주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362쪽)
프로스타글란딘의 종류가 많다. A~H까지의 8족으로 분류되며 작용도 다양하다. 특히 E, F족은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 이완뿐만 아니라 자궁 수축도 유발한다. 생리 날이 가까워지면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많아진다. 자궁이 수축하면 불필요한 점막과 혈액이 체외로 배출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생리다. 그렇지만 자궁 내막에 프로스타글란딘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자궁 수축이 강해져서 생리통을 유발한다.
《출산, 그 놀라운 역사》의 저자는 성관계가 출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성관계를 금해야 하는 남편으로선 임신 중 성관계의 순기능이 듣기 좋은 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전문가 한 사람의 말만 믿고 너무 뜰떠선 안 된다. 임신 중 성관계가 좋은지 나쁜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아빠 육아 전문가 아민 A. 브롯(Armin A. Brott)은 임신 중 성관계를 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 아민 A. 브롯, 제니퍼 애쉬 공저 《진짜 아빠 백과사전: 초보 아빠를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 (보물창고, 2018)
파트너가 조산, 전치태반, 자궁경부무력증(자궁경부가 태아를 안에 품고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한 것) 등의 위험이나 병력이 있다면, 함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먼저 의사와 상의하자. 유두 자극과 오르가슴은 자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약간의 수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파트너에게 이런 증상이 있거나 조산의 위험이 있다면, 섹스할 때 콘돔을 사용하도록 하자. 물론 피임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정액에 있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이 자궁 수축을 유발할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
(《진짜 아빠 백과사전》 중에서, 147쪽)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출산, 그 놀라운 역사》와 《진짜 아빠 백과사전》을 동시에 만나지 않았다면 한쪽으로 쏠린 정보만 봤을 테니까. 비록 지금은 미혼이고 내 인생 계획에 결혼은 없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서 공부하려고 한다. 내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싶지 않다. 내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말했다간 그 과정에서 정보가 와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