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과학 - 거대한 도시의 숨은 원리와 공학 기술
로리 윙클리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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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는 거대한 유기체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건물 한 채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땅에서 태어난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는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다아일랜드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로리 윙클리스(Laurie Winkless)는 도시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그는 2년 동안 모험가처럼 도시 구석구석을 누볐고공학자들을 만났다. 로리 윙클리스의 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과학(Science and the City, 2016)은 도시의 생명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 본격 해부서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공학 기술과 과학 원리들을 알려준다이 책은 2017년에 번역된 사이언스 앤 더 시티의 개정판이다.


초고층 빌딩은 도시를 지탱하는 골격이다. 빌딩 없는 도시는 속 빈 강정과 같다. 이 책의 첫 장에 빌딩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이 알 법한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공학 비전공 독자는 첫 장부터 진도를 나가지 못해 난감할 수 있다그렇다면 1장을 과감히 포기해도 된다저자는 본인이 직접 확인한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린다저자도 정확한 사실을 알려고 하는 자신의 열정이 인간적으로 정나미 떨어지게 한다고 인정했다. 소화하기 힘든 내용이 있으면 넘어가도 좋다.


2장부터 읽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흥미가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2장(전기), 3장(상하수도), 5장(자동차)을 주목하라. 전기가 없으면 도시 전체는 마비된다.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도시가 화석연료를 태워서 전력을 얻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하나뿐인 지구는 마비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꾼다. 그래서 과학자와 도시공학자들이 생각하는 도시의 미래상과 도시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는 도시 발전에 기여한 과학적 성과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분석한다.


저자는 친환경 대안 기술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풍력에너지, 태양에너지, 바이오 연료)와 친환경 전기 자동차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와 전기 자동차가 도시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풍력 터빈에 나오는 소음과 건강 문제의 상관성을 알아보려면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여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기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부품의 재료는 희토류 원소이다. 희토류 원소는 주로 아프리카 국가의 토양에 분포하고 있는데, 이것을 얻으려면 땅을 파헤쳐야 한다. 전기 자동차가 움직일 때 필요한 전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알고 보면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시시콜콜하게 정확한 것을 사랑한다고 밝혔다(178쪽). 하지만 좀 더 보충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독자도 그가 제시한 내용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산화티타늄(이산화타이타늄)이 오염 물질 분해에 유용한 물질이라고 주장한다(44~45, 56). 이산화티타늄이 햇빛과 산소에 노출되면 공기를 정화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산화티타늄을 묻힌 거대한 공기 정화 시설이 설치되면 도시의 하늘이 맑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산화티타늄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산화티타늄을 장기간 흡입하면 기침, 호흡 곤란,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이산화티타늄 분진이 폐에 축적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염색공정에서 이산화티타늄을 매염제로 사용한 핀란드 노동자들의 폐에 부작용이 나타났다(이산화티타늄의 유해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제공하는 독성 정보를 참고하길 바란다).


상하수도의 오존 소독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 역시 장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132~133). 오존 소독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오존 소독은 염소 소독보다 설치비용과 유지비가 많이 나온다. 수온이 높아지면 오존 소비량도 많아지는데, 대기로 방출된 오존은 호흡기에 유해한 독성이 있다. 저자는 또 물에 남은 오존은 제거된다라고 간단하게 언급했다. 물에 남은 오존은 빠른 속도로 분해되지 않는다. 서서히 분해된다.


저자는 4장에서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 즉 엔진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도울 교통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보행자, 고령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간과하기 쉬운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은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이다. 혹자는 보행자와 고령자에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보행자와 고령자는 비장애인이다.


원서는 2016년에 나왔다그는 한국도 자기부상 열차를 운행한 아시아 국가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이 자기부상 열차를 상용화해서 운행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라고 언급했다(297). 내가 번역자였으면 여기에 한국의 자기부상 열차를 언급한 주석을 달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자기부상열차는 201623일 인천에 개통했다. 기점은 인천공항1터미널역이고, 종점은 용유역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내가 읽은 책은 2020년 11월 18일에 발행된 3쇄다. 



* 262쪽: 니산 닛산(Nissan)

 

* 286, 308쪽: 토튼햄 토트넘(Totten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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