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보기 - 낯익은 그림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캘리 그로비에 지음, 주은정 옮김 / 아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평점


4점   ★★★★   A-





미술 작품이 위대한 걸작이 되려면 거기에 반드시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술가는 기존 형식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미술사의 한 지점을 차지하는 대가들은 생경함때문에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생경한 미술 작품들은 산뜻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은 한동안 외면받은 미술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뿌리치지 못할 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생경한 미술 작품을 예술적으로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을 높여야 할까? 다시, 새롭게 보기는 미술 작품에 있는 생경함의 힘에 주목한다. 미술 작품의 세부 요소들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감상할 때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감상자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새롭게 보기의 저자 캘리 그로비에(Kelly Grovier)는 그림 속 생경한 흔적을 눈 고리(eye-hook)’라고 부른다. ‘눈 고리미술 작품을 걸작으로 만들어준 창의적인 표현 방식이다. 저자는 이 눈 고리덕분에 감상자가 미술 작품과 교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새롭게 보기의 원제는 ‘A New Way of Seeing’이다. 원제에 ‘New’를 빼면 익숙한 책 제목이 나온다. 미술평론가 존 버거(John P. Berger)가 쓴 <A Way of Seeing>다른 방식으로 보기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었다존은 학교에서 배운 미술 작품 감상의 기준(아름다움, 진실, 천재성, 형식, 사회적 지위, 취향 등)을 전혀 새롭지 않은 문화적 가정(假定)이라고 했다. 문화적 가정은 미술 작품을 아득히 먼 시대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고, 감상자의 미술 작품 접근을 방해한다(열화당, 13~14).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기존의 미술 작품 감상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며 능동적인 감상자의 미술 작품 접근법이다.


캘리가 존 버거의 책에 영향을 받아 다시, 새롭게 보기를 썼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분명한 점은 다시, 새롭게 보기》가 능동적 미술 작품 감상을 강조한 책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미술 작품과 교감하려면 그것을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오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눈 고리를 찾아야 한다. 주의 깊게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눈 고리도 있지만, 어떤 눈 고리는 아주 작게 그려져 있거나 숨어 있기도 하다. 눈 고리 감상 방식은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니라 숨은 눈 고리 찾기. 눈 고리를 찾긴 찾았는데 그게 뭘 의미하는지 도통 알지 못할 수 있다. 실망하지 마시라. 훌륭한 미술 작품 속에 의미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눈 고리가 한두 개 정도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비밀스러움이 생경함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훌륭한 예술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감상자는 비밀스러운 눈 고리를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속 눈 고리는 미술평론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도 눈 고리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눈 고리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면 오래전에 나온 낯선 미술 작품은 상당히 친숙하게 느껴지고, 친숙한 미술 작품에서 남들이 모르는 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Mini 미주알고주알

 


 



* 304

 

아이슈타인 아인슈타인(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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