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시대의 아이콘 평전시리즈 1
폴 콜린스 지음, 정찬형 옮김 / 역사비평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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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5점   ★★★★☆   A

 

 

 

 

발정기에 들어선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소름 끼치는 소음으로 들린다. E. A. (Edgar Allan Poe)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에 묘사된 고양이의 기괴한 울음소리는 살인은 저지른 주인공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완전범죄를 꿈꾼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1841년에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을 발표한 포는 추리 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은 탐정이 등장한 최초의 소설이다. 아마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포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포의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오랑우탄(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과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오랑우탄은 사람을 한순간에 제압해버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난폭한 존재로, 검은 고양이는 불길한 존재로 알려졌다. 이 둘 중에 가장 억울한 동물은 검은 고양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반려묘로 취급했다. 유럽에 마녀재판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마녀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검은 고양이를 잡아들어 잔인한 방식으로 고문하면서 죽였다.

 

포의 작품들(환각 상태를 묘사하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시와 잔혹하고 기괴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본 독자나 비평가들은 포의 생애나 기행(奇行)을 그의 작품에 대입하여 해석한다. 한때 필자도 그런 방식으로 포의 작품들에 접근해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해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되며 절대로 해석이 옳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평소에 온순한 성격의 인물이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한 성격으로 변한다. 어떤 독자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애주가로 알려진 포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포는 술을 많이 마시면 평소와 다르게 말이 많아지고, 내성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자신의 해석에 의기양양해진 독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포는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처럼 술만 마시면 미친놈이 되며 고양이를 엄청나게 싫어한 사람일 것이다.” , 제발 이렇게 생각한 독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검은 고양이를 작가의 고양이 혐오가 반영된 불쏘시개 작품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포에 관한 평전인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은 포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책이다. 평전은 ‘작품 해설집’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포의 작품들(문학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은 대표작과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준다(저자가 작품을 잘 설명해줘서 결말까지 언급한 부분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포의 성격과 기행은 과장되었거나 잘못 알려진 경우다. 평전을 쓴 폴 콜린스(Paul Collins)는 한 작가의 작품으로 자서전(작가의 생애)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은 작품과 자서전 모두를 오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포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불행한 천재또는 고독한 천재로 알려졌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포가 외롭게 지낸 건 맞다. 어린 시절 포는 부유한 상인의 양자가 되어 자랐다. 그러나 양아버지는 대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채권자들을 피해 다니는 포를 친자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숙모와 그녀의 딸이자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된 버지니아(Virginia)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버지니아가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포는 또 다시 술에 의존하면서 지내게 되고, 점점 피폐해져 갔다.

 

포는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서평, 기사, 잡문도 썼다. 그는 최고의 시를 쓰고 싶었지만, 작품성보다 수입이 따라오는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소설이나 잡문을 써야 했다. 비록 글을 쓰면서 수중에 들어온 수입은 적었으나 암호문으로 유명한 추리소설 황금 벌레와 미국 시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까마귀(The Raven, 이 시는 갈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제의 의미에 맞는 제목은 까마귀)는 발표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까마귀황금 벌레보다 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다만 미국의 보수적인 문단은 포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포는 서평과 비평을 써서 미국 문단과 기성 작가들을 비판했다. 포의 공격적인 비판은 포가 문단으로부터 배척받게 된 원인이 되었다. 포가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평가는 반은 맞다. 

 

필자가 평전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 사실은 바로 포는 고양이 집사였다는 것이다. 포에게 가족은 숙모, 버지니아 그리고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이름은 캐터리나(Catterina). 포의 반려묘 이름 철자를 잘 보시라. ‘카테리나(Caterina)가 아니다. 포의 반려묘 이름을 잘 보면 ‘t’가 하나 더 있다. 이 책에서 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집사라면 다음에 나올 문장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포가 글을 쓸 때면 그가 자주 밖을 바라보곤 했던 두 개의 창들 사이에 놓인 책상을 이용했다. 그때마다 포의 애묘 캐터리나는 그의 어깨 위로 뛰어올라가 자리를 잡고 주인의 글 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34)

 

 

평전을 다 읽고 난 후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캐터리나의 털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캐터리나는 검은 고양이었을까.

 

  

 

 

 

Mini 미주알고주알

 

 

* 15

할로윈 핼러윈(Halloween)

 

 

 

* 34

 

  이런 포의 특징을 타멀레인(Tamerlane)포 스스로 가장 뛰어나고 성숙한 작품이라고 자평한 시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그 시에서 화자는 명확한 정체성과 목소리를 얻는다. 그의 박자와 운은 행과 행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나로 묶으며 점점 더 대화를 닮은 시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시가 제목처럼 터키의 전설적인 정복자(티무르)[]의 흥망성쇠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밑줄 친 부분의 원문은 이렇다.

 

“The legendary Turkish conqueror.”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17)

    

 

타멀레인은 중앙아시아 일대를 지배한 군주 티무르(Timur)의 영어 이름이다. ‘Turkish’터키어’, ‘터키인을 뜻하는 단어이며 티무르는 튀르크 인(Turks)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튀르크 인이라고 해서 그를 터키 어를 쓰는 터키 인으로 보긴 어렵다. 튀르크 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터키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무르는 몽골어와 튀르크 어가 섞인 차가타이(Chaghata)어를 썼다. 티무르를 단일 민족 출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티무르의 모계 혈통은 칭기즈 칸(Chingiz Khan)의 후손, 즉 몽골 인이다. 현재까지도 티무르의 혈통에 대한 논란이 있다. 폴 콜린스처럼 티무르를 터키의 지배자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티무르를 몽골 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일 민족이라는 낡고 오래된 통념을 믿는 사람들은 티무르가 혼혈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 89

 

  포의 이 소설에서는 마치 제우스의 우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다 자란 아테네 여신처럼 현대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 원문

 

 The grown Athena sprung forth from Zeus.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48

 

우리는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제우스의 우리는 오역이다. 그리스 신화에 지혜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테나(Athena)는 제우스(Zeus)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아테네의 어머니는 티탄(Titan) 신족의 메티스(Metis). 제우스는 메티스에게 구애했지만, 평생 처녀로 살고 싶은 메티스는 그의 구애를 거절했다. 제우스는 강압적으로 메티스를 자신의 아내로 삼았고, 메티스는 아테나를 임신하게 됐다. 그런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제우스에게 불길한 예언을 했다. 예언에 따르면 아테나는 제우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며 과거에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Kronos)를 몰아내고 신들의 제왕이 되었듯이 아테나가 제우스를 몰아낸다는 것이다. 불안한 제우스는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 버린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태어난 순서대로 헤스티아(Hestia), 데메테르(Demeter), 헤라(Hera), 하데스(Hades), 포세이돈(Poseidon)을 삼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 후 아테네는 제우스의 몸속에서 자랐고, 제우스는 심한 두통을 느낀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도끼로 제우스의 이마를 쪼개자, 다 자란 모습의 아테네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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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08 15:42   좋아요 0 | URL
무슨 소설을 공부하셨어요? 연말이라 대학원 일정이 빠듯하시겠군요. 비대면 방식으로 강의를 들으셨을 텐데 고생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