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외로움은 치유돼야 할 질병처럼 인식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의 정서적 거리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 라르스 스벤젠 외로움의 철학(청미, 2019)

* 올리비에 르모 자발적 고독(돌베개, 2019)

 

    

 

외로움의 철학(청미)의 저자는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한다. ‘외로움은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괴로운 감정 상태다. 그러나 고독은 개인이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타인과의 거리를 두면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고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외롭지 않다. 외로움과 고독의 의미를 구분한 저자의 입장은 새로운 건 아니다. 자발적 고독》(돌베개)의 저자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했다. 고립은 외부적 요인들로 의해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을 잘 느낀다.

    

 

 

 

 

 

 

 

 

 

 

 

 

 

 

 

*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 2013)

 

    

 

외로움의 철학자발적 고독원서는 2017년에 나왔고, 번역본도 작년에 같이 나왔다. 그러나 둘 중 먼저 나온 책은 자발적 고독이다. 이 두 권의 책이 나오기 훨씬 전에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를 쓴 노명우 교수는 혼자 산다는 것은둔을 구분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자전적 사회학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혼자 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혼자 살면서 느꼈던 일상을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혼자 사는 것을 독신 풍조의 확산이나 가족 공동체 몰락의 징조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한다.

 

이 글에 언급된 세 권의 책 이외에도 고독의 장점을 설명한 책들이 더 있다.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고독을 주제로 한 책들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저자는 고독과 외로움(고립)의 의미를 구분한다. 고독에 대한 정의를 내린 다음 고독의 장점을 몇 가지 설명한다. 그리고 스스로 고독을 선택해 사유와 성찰을 적극적으로 한 철학자나 작가의 사례를 든다. 고독을 예찬한 저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몽테뉴(Montaigne)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혼자 살기의 장점을 설명한 책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사실 글 좀 쓰는 사람이라면 고독에 대한 책 한 권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아직도 혼자 사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고독에 익숙한 사람들은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나도 이제 고독에 대한 책을 그만 읽으련다. (라고 말해놓고선 또 읽을 것 같다‥….)

 

 

 

 

 

 

Trivia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204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몽테뉴, 아버지라는 역할까지 일시 정지시킨 몽테뉴, 남편이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몽테뉴는 절대적인 자신만의 공간, 자신의 질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괴테에게 영향을 받아 치타델레(Zitadelle)라 불렀다.

 

 

책 뒤에 치타델레의 의미를 설명한 주석이 있다(288). 주석 내용은 이렇다. 몽테뉴가 괴테의 자아 개념을 따서 탑에 붙인 이름으로 요새 안에 독립된 별채 성()을 뜻한다.” 몽테뉴는 괴테보다 먼저 태어났다(몽테뉴는 1533년 생, 괴테는 1749년 생). 그런데 어째서 몽테뉴는 괴테의 자아 개념을 자신이 거주하는 탑의 이름으로 정할 수 있었을까. 내가 봐도 이 내용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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