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 3명은 없는가?” 나는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시그마북스)의 한 줄 평을 이렇게 쓰고 싶다. 이 책에 나온 여성 예술가는 총 57명이다. 3명만 더 소개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자가 57명을 선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책에 없는 3명의 여성 예술가를 찾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 플라비아 프리제리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시그마북스, 2020)

 

 

 

사실 나는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를 읽으면서 책에 포함되어야 할 여성 예술가를 네 명 정도 생각했다. 이 네 명 중의 한 명을 제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3 플러스 1(3+1)형식으로 여성 예술가를 소개하겠다. 소개 순서는 예술가들이 태어난 연도순이다.

 

 

 

 

1.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프랑스, 1864~1943)

    

 

 

 

 

 

 

 

 

 

 

 

 

 

 

 

* 카미유 클로델 카미유 클로델(마음산책, 2010)

* 도미니크 보나 위대한 열정(아트북스, 2008)

* [절판] 안느 델베 카미유 클로델(투영, 2000)

 

 

 

카미유 클로델은 오랫동안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는 로댕과 함께 조각 작품을 제작하며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녀는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한 채 3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다가 눈을 감았다. 로댕은 위대한 조각가로 알려져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카미유는 실력이 뛰어난 비운의 여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대는 카미유의 뛰어난 재능과 넘치는 열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카미유를 지치게 만드는 시대의 벽, 이 거대한 벽을 그녀 혼자서 넘어서기에 힘겨웠다.

 

카미유 클로델(마음산책)은 로댕을 포함해 가족과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위대한 열정(아트북스)은 카미유와 그녀의 남동생 폴 클로델(Paul Claudel)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카미유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으로 폴을 지목한다. 카미유와 폴의 어머니는 남편의 유산이 장녀 카미유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딸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려고 한다. 폴은 어머니의 계획에 동의한다. 그는 로댕이 누이의 삶을 망가뜨렸다면서 비난한다. 하지만 폴도 로댕 못지 않게 누이를 힘들게 한 적이 많다. 갑갑한 정신병원에 생활한 카미유는 폴에게 조각하고 싶다면서 말했지만, 폴은 그녀의 요청을 무시했다.

 

 

 

 

 

 

 

 

 

 

 

 

안느 델베(Anne Delbée)카미유 클로델1989년에 어떤 여자(출판사는 예하’, 역자는 성옥련)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된 카미유 전기(傳記). 1989년은 이자벨 아자니(Isabelle Adjani)가 카미유로 열연한 영화 <카미유 클로델>이 국내에 개봉된 해이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그 해 말에 카미유 클로델(정음사, 역자는 강명호)도 나왔는데, 제목만 다를 뿐 저자명과 내용은 동일하다. 이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 모두 영화 <카미유 클로델>에 나오는 장면이다. 어떤 여자(Une femme)는 원래 카미유의 삶을 극화한 연극 제목이다. 안느 델베가 이 연극의 공연을 연출했다. 영화 원작은 안느 델베가 쓴 전기가 아니라 폴의 손녀가 1984년에 발표한 전기다.

 

 

 

 

 

 

 

2.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독일, 1867~1945)

    

 

 

 

 

 

 

 

 

 

 

 

 

    

 

* 민혜숙 케테 콜비츠(재원, 2009)

* 조명식 케테 콜비츠(재원, 2005)

 

    

 

독일의 판화가 겸 조각가 케테 콜비츠는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사회 문제의 실상을 판화로 기록하여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 케테는 1980년대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회주의자인 케테는 초기에 농민 항쟁이나 파업을 주제로 한 동판화를 제작한다. 1차 세계 대전 중에 그녀의 아들이 전사한다. 그 후로 케테는 전쟁의 참상과 전시 속에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을 주로 표현한다. 불행하게도 두 번째 세계 대전이 일어나 손자까지 전사한다. 아들과 손자의 죽음은 지켜본 케테는 말년에 죽음을 주제로 한 판화를 제작한다.

 

실천문학사 출판사에서 나온 케테 콜비츠 평전은 절판되었다. 그녀의 생애와 예술론을 함께 기술한 책으로는 케테 콜비츠(재원)이 유일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동명의 책이 있다. 책을 참고하거나 구매하기 전에 저자명과 목차를 잘 확인해야 한다. 일단 2005년에 나온 케테 콜비츠(재원)는 도록 형식으로 된 책이다. 작가 소개와 작품 설명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 2009년에 나온 케테 콜비츠는 분량이 얇지만, 그래도 작가의 생애와 예술론이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3. 메레 오펜하임(Méret Oppenheim, 독일, 1913~1985)

    

 

 

 

 

 

 

 

 

 

 

 

 

 

 

 

  

* 로라 톰슨 초현실주의(시공아트, 2014)

* 카트린 클링죄어 르루아 초현실주의(마로니에북스, 2008)

    

 

 

메레 오펜하임은 초현실주의 그룹에 활동한 초현실주의자다. 그녀의 대표작은 털로 덮인 아침식사. 이 작품은 찻잔과 받침, 찻숟가락 세트를 모피로 감싼 오브제(objet). 그녀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피카소(Picasso)와 대화를 나누다가 모피로 덮인 찻잔 세트를 생각해낸다.

 

 

 

 

 

 

 

 

    

오펜하임은 그저 관객을 놀라게 해주려고 이런 기괴한 오브제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저것은 찻잔 세트다’)과 사물의 용도마저 모피로 덮어버린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상황을 의심한다. 이 오브제 작품은 모피 찻잔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가 파이프 한 개를 그려놓고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뻔뻔하게 말했듯이(그림 제목은 이미지의 배반이다) 오펜하임은 모피 찻잔을 관객들 앞에 들이대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찻잔이 아니다.” 찻잔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말인가. 오펜하임이 설정한 사물의 배반을 바라본 관객은 혼란스럽다. 

 

 

 

 

 

 

+1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미국, 1945~ )

 

    

 

 

 

 

 

 

 

바바라 크루거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크루거는 사진이나 그림 위에 문장을 넣은 포토몽타주를 만들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그녀의 대표작은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이다. 후자의 작품은 여성의 임신 선택권 보장을 촉구한 미국 페미니스트들의 시위가 벌어졌던 시기에 나왔다. ‘당신의 몸은 전쟁터’는 지금도 페미니스트들의 시위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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