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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 ㅣ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13
로다 브로턴 / 올푸리 / 2020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1840년에 웨일스에서 태어난 로다 브로턴(Rhoda Broughton)은 유명 작가인 친척 레 파누(Le Panu)로부터 인정받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던 도서 대여점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영국에 정착한 브로턴은 결혼하지 않고, 말년에 자매와 함께 살다가 1920년에 세상을 떠났다.
1868년에 발표된 브로턴의 단편소설 『19세기 런던에서 실제 있었던 일』(원제: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은 서간체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두 명의 여성이 주고받은 편지글로 이루어진, 보기 드문 형식의 공포 소설이다.
이 이야기는 엘리자베스 드윈트가 세실리아 몬트레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세실리아는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남편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하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불볕 아래 런던 절반을 돌아다녔고, 수십 명 이상의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다고 한다) 세실리아와 남편이 살 집을 구한다. (우와! 정말 멋진 친구다)
엘리자베스는 ‘메이페어 XX가 32번지’에 있는 좋은 집을 발견한다. 그녀는 자신이 살 집을 구하는 것처럼 집 내부를 꼼꼼하게 살핀다. (우와! 정말 멋진 친구다X2) 엘리자베스는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지만, 전세금이 상당히 비쌀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알아 보니 생각보다 전세금은 비싸지 않았다. 그녀는 이 집에 거주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어서 전세금이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 관리인은 집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이 집을 사기로 한다.
세실리아와 남편은 좋은 친구 덕분에 메이페어 XX가 32번지에 정착한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엘리자베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끔찍한 집’을 얼른 가고 싶다고 말한다. 세실리아의 하녀는 집에 무서운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을 세실리아에게 알린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 세실리아는 불안에 떨지만, 그녀의 남편은 유령은 없다면서 코웃음을 친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아델라(이 여성이 누군지 본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아델라를 언급하는 내용의 문장에 ‘본가’라는 단어가 있는 거로 봐서는 세실리아의 여동생인 것 같다)를 위해 방 하나를 준비한다. 그런데 어린 하녀는 아델라가 쓸 방에서 귀신을 목격해 의식을 잃는다. 그녀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이상한 말들을 쏟아낸다. 이상한 소동을 알린 세실리아의 편지를 본 엘리자베스는 세실리아에게 답장을 보낸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도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2주가 지나서 엘리자베스는 세실리아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세실리아는 ‘끔찍한 집’을 떠나게 되었다면서 근황을 알린다. 그러면서 그 집에서 또 일어난 ‘무서운 소동’을 들려준다.
소설은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작가가 살았던 19세기 영국에 ‘실화 같은 무서운 이야기’가 유행했다. 특히 어떤 집에서 귀신을 목격했던 사람이 미쳤다거나 죽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이야기는 작가가 꾸며낸 것이다. 그래도 이 허구의 이야기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실리아라는 여성이 편지로 무서운 경험담을 들려주는 방식은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작가는 집에 나타난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끝내 밝히지 않는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묘사를 생략한 작가의 의도적인 글쓰기는 실체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러한 공포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자 반응이다.
※ Trivia
* 4쪽
‘하늘하하늘’은 ‘하늘하늘’의 오식이다. ‘하늘하늘’은 조금 힘없이 늘어져 가볍게 잇따라 흔들리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 32쪽
이 소설에 ‘랠프 고든’이라는 남성이 나온다. 세실리아의 묘사에 따르면 그는 잘생긴 청년이다. 랠프 고든은 집에 나오는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면서 오늘 밤 그 문제의 방에 혼자서 지내겠다고 말한다. 자신감 넘치는 이 청년이 그 방에 들어간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랠프 고든은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아델라에게 장난으로 유언을 남긴다(복선). 이 남자는 조지 G. 바이런(George G. Byron)의 시구를 읊으면서 허세를 부린다. 고든이 읊은 시구(“그대여 안녕히, 만약에 영원이 있다면 그때엔 영원히 안녕히”)는 『그대여 안녕히(Fare Thee Well)』의 시구를 살짝 바꾼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지 G. 바이런’의 가운데 이름 ‘G’는 고든(Gordon)의 첫 글자다. 랠프 고든이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구를 읊는 모습은 작가가 설정한 재미있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