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레이 - 먼 과거에서 대지가 들려주는 메시지와 현대미술에 대한 단상
루시 R. 리파드 지음, 윤형민 옮김 / 현실문화A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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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서부에 있는 다트무어(Dartmoor)코난 도일(Conan Doyle)의 소설 바스커빌 가의 개에 나오는 지역이다. 예로부터 다트무어에 전혀 내려오는 유령 개의 전설을 셜록 홈스(Sherlock Holmes)가 명쾌한 추리로 해결해버린다. 바스커빌 가의 개는 홈스의 동료 왓슨 박사(Dr. Watson)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왓슨은 혼자 다트무어에 가서 사건의 단서들을 수집한다. 홈스가 아주 복잡한 사건을 맡은 상태라 런던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트무어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이 직접 전설의 유령 개가 나타났다는 곳을 관찰하고,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 다음에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은 편지로 써서 런던에 있는 홈스에게 보고한다. 홈스에게 보내는 왓슨의 편지를 보면 다트무어의 자연경관을 묘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왓슨은 다트무어에 거주했던 고대인들이 남긴 고인돌과 거석들을 언급한다. 실제로 영국의 남서부 지역에 가면 고대 거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영국 남서부 지역에 있는 고대 거석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Stonehenge).

 

1977년 영국의 미술비평가 루시 리파드(Lucy Lippard)는 다트무어에서 산책하다가 땅바닥에 있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리파드는 자신을 넘어지게 만든 물체가 열석(列石)의 한 일부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녀는 돌을 만졌다. 그 순간 현현(顯現: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 속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새로운 감각 혹은 통찰)와도 비슷한 체험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 특별한 체험을 매개로 고대 미술을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현현의 소산이 바로 오버레이(overlay)라는 제목이 붙여진 한 권의 책이다.

 

오버레이는 덮어씌우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시간에 따라 관습과 문화는 조금씩 변한다. 그러나 리파드는 매일 변화하는 것들을 오버레이로 규정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대의 문화와 관념 위에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문화와 관념들이 하나하나씩 덮어씌워지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현대미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술의 역사를 거대한 지층의 형태와 같다고 보면 된다. 리파드는 이 오버레이라는 개념을 통해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지층처럼 역사를 이어온 미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소홀하게 여기는 선사시대의 미술과 그 문화에 주목한다. 선사시대 미술은 미술사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는 머나먼 과거의 미술과 문화를 낯설어하며 그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이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선사시대의 돌덩어리를 이해하는 일은 고고학자들의 몫인데 왜 미술 연구가들이 그것을 주목하는지 알 수 없다고. 또 고대 거석문화가 현대미술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말이다.

 

알게 모르게 현대 미술가들은 고대 유적지와 유물에 매료되었고, 여기에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리파드는 고대 문화에 영감을 얻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고대미술과 현대미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주목한다. 그 연결고리는 일상과 예술이 한 겹으로 포개져 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nostalgia)이다. 과거의 예술은 화려하지 않다. 고대인들은 주변에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들을 재료로 삼아 공예품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렸다. 예를 들면 고대인들은 돌을 강렬한 기운을 지닌 것으로 여겼고,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거석을 세우거나 인형을 만들었다. 고대인의 일상 속에는 예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미술사가들은 미술의 기원이 선사시대에서 찾는다.

 

오버레이1983년에 출간된 책이다. 책 속에는 과거가 되어버린 그때 당시의 예술 경향이 소개되어 있다. 이때는 대지 미술과 퍼포먼스 미술이 유행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연을 소재로 거대한 작품을 만드는 대지 미술 예술가들의 창작 의도는 태초의 자연 상태나 선사시대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지미술은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미술이라기보다는 지나간 시간과 문화가 오버레이 되면서 만들어진 원시적 지층에 남아있는 고대미술의 흔적이다.

 

이전 세대의 예술을 거부한다고 해서 새로운 예술이 나오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 세계 미술사를 바꾼 창의적인 작품들은 단순히 과거를 뛰어넘은 예술가 한 사람의 천재성에서 나왔다기보다는 과거에 접속하려는 예술가들이 고대미술의 장점에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오버레이 된 미술은 역사’로 남은 인류의 문화적 유산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넘나드는 곳이며 지금도 과거의 예술적 아이디어가 살아 숨쉬고 있는 역동적 현장이다.

 

 

 

 

Trivia

    

 

 

  

* 34쪽에 있는 도판(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의 대지 미술 작품 <별의 활주(Star skid)>, 위의 사진이 오펜하임의 작품)18쪽에 있는 도판(영국 다트무어에 있는 청동기 시대의 열석)으로 잘못 실려 있다.

    

 

 

* 천문고고학의 기원은 1740윌리엄 스튜켈리가 스톤헨지가 북서 방향, “낮이 가장 긴 날 태양이 떠오르는 곳 부근을 향한다고 지적한 데서 시작된다. 그 시절에 스톤헨지는 로마인들이 세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스튜클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고대의 고분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154)

 

스튜클리스튜켈리의 오식이다.

 

    

 

* 우리가 민주주의의 올가미에 걸리면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쾌할하면서도 절망 섞인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26)

 

쾌할하면서도쾌활하면서도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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