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 CRACKING 시리즈
브라이언 크레그 지음, 박지웅 옮김 / 북스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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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양자역학)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과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우리 일상에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도 양자물리학의 도움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양자물리학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사실 양자물리학은 물리학 전공자들도 어려워한다. 대부분 사람은 아인슈타인(Einstein)을 지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생각하는데, 그런 그도 양자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마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양자 세계는 확실히 기묘하다. 왜냐하면 양자 세계에서 원자나 분자와 같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올 입자의 상태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오직 확률로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움직이는 모든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양자 세계는 일상 세계와 다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양자 세계를 기이하게 생각했고, 아인슈타인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양자 세계를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양자물리학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현대물리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20세기가 아닌 아득할 정도로 오래된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의 과학을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과학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과학의 전통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물리학을 살펴보기 전에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과학의 출발은 만물의 근원에 대한 자연철학자들의 탐구에서 시작한다. 자연철학자들은 모든 물질이 물, , 흙 등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모든 물질이 더는 쪼개지지 않는 원자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물질이 원소로 구성되었다는 학설에 완전히 밀렸으며 수천 년 동안 원자설은 잠들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을 부활시킨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John Dalton)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과학자들은 원자의 실체를 믿지 않았다. 이러한 믿음은 20세기 초까지 지속되었다. 원자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다. 그 이후로 러더퍼드(Rutherford)보어(Bohr)는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빛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그 빛을 구성하는 입자를 광양자(光量子)라고 불렀다. 원자, 광양자, 전자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운동량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양()으로 측정되기에 이런 물리량을 양자(量子)라고 한다. 어쩌면 양자물리학을 어렵게 만든 주범은 불확정성 원리가 아니라 양자일지도 모른다. 양자의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의 발견으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과학이 모든 현상의 숨겨진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런 와중에 슈뢰딩거(Schrodinger)는 빛이 입자가 아니라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양자역학 다음으로 어렵다는 파동역학이 등장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고,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는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불확정성의 원리를 주장했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계속 움직이면서 운동하는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의 과감한 주장은 오히려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슈뢰딩거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가세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법칙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확실한 양자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매번 보어를 따라다니면서 설전을 펼쳤다고 한다. 보어는 하이젠베르크의 스승이었고, 제자와 함께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양자물리의 세계는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과학 상식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난 비화들도 공개한다. 그러나 이 책 한 권만 읽는다고 해서 양자물리학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다 보니,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과학 이론들을 간략하게 축약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 파인만(Feynman)의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빈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단점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독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책의 편집 방식이다. 생소한 과학 용어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옮긴이의 역주는 많이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책에 나오는 과학 용어의 의미들을 보기 쉽게 정리한 부록도 없다.

 

책의 앞표지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있다. 그는 빛이 광자라는 사실을 설명함으로써 양자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 그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아인슈타인을 내세운 책 표지는 과연 적합한가. 양자물리학이 들어있는 제목의 책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있는 것은 난센스(nonsense). 책 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이는 출판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없다. 여전히 아인슈타인을 최고의 과학자로 기억하는 대중의 인식이 ‘이상한 책 표지가 나오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라. 이 책의 표지에 하이젠베르크나 보어의 얼굴을 넣는다면 독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아인슈타인이 워낙 유명해서 독자들은 너무나도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과 사진이 있는 책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확실히 증명된 건 아니지만, 아인슈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내용인데도 제목이나 표지에 아인슈타인이 있는 과학 교양서가 팔리는 현상을 아인슈타인 효과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도 기억해두자. 과학의 세계는 넓고, 기억해야 할 과학자는 많다.

 

 

 

 

Trivia

 

* 사실 천동설이 을 뒷받침했다기보다는 5원소설이 천동설의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14쪽에 오탈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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