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공개된 퀴즈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 정답을 맞힌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려고 한다. 미리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정답은 ‘숲 회원 7’이다. ‘우주지감’ 카페에 책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한 글을 남겼다. 그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문학: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89)
기형도 시인은 1960년 3월에 태어나, 만 28세의 나이로 1989년 3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직후에 첫 번째 시집이면서도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었습니다. 비록 육체에 있는 젊은 영혼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에 잠들어 있던 문학의 영혼은 한 권의 시집으로 부활하여 지금까지도 ‘기형도’라는 이름 석 자를 빛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와 내년은 한 권의 시집이 된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해입니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문학과지성사, 2019)
2017년 ‘이 작가의 책’[주] 7월 선정 도서가 한강 작가의 시집이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역대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 도서 중에 시집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 쌤들과 같이 시를 낭송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3월에. 원래는 올해 3월에 나온 시인 30주기 시 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를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민한 끝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인을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책값도 가벼운 《입 속의 검은 잎》을 선택했습니다.
* 비문학: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2019)
‘차별’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는 ‘그건 정말 나쁜 행위야’라고 생각하고, ‘차별주의자’를 단순히 ‘악한 사람’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익숙해지면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차별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일상 속 차별 문제를 우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 나의 문제’로 봅니다. 착하고 평범한 시민, 평등을 꿈꾸는 진보주의자, 심지어 성차별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는 페미니스트도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흔히 힘없고 착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서 있는 차별받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입니다. ‘나를 관통하는 책’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현재 우주지감은 ‘이 작가의 책’과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책’은 2016년부터 시작된 모임으로, 한 작가의 작품 세 권 이상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임 시간은 오전이다. 모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주지감’ 네이버 카페에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