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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헐리벌리 저택의 신들린 오르간 연주자 ㅣ 빅토리안 호러 컬렉션 7
로사 멀홀랜드 / 올푸리 / 2020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1인 전자책 출판사 ‘올푸리’의 출판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 출판사는 ‘빅토리아 호러 컬렉션(Victorian Horror Col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발표된 단편 환상소설(공포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올푸리 출판사가 펴낸 전자책은 총 6권이다. 6권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 샬롯 리델 《열린 문》 (2019년 1월)
* 아서 맥킨 《오비의 빛》 (2019년 4월)
* 메리 엘리자베스 브래든 《귀퉁이 그림자》 (2019년 5월)
* 브람 스토커 《판사의 집》 (2019년 7월)
* 로사 멀홀랜드 《헐리벌리 저택의 신들린 오르간 연주자》 (2019년 8월)
* 허버트 조지 웰스 《붉은 방》 (2019년 8월)
이 중에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된 작품은 4편(《열린 문》, 《오비의 빛》, 《귀퉁이 그림자》, 《헐리벌리 저택의 신들린 오르간 연주자》)이다. 지난달에는 두 편의 작품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중에서 내가 읽은 작품은 《헐리벌리 저택의 신들린 오르간 연주자》(The Haunted Organist of Hurly Burly, 줄여서 ‘오르간 연주자’)다.
로사 멀홀랜드(Rosa Mulholland)는 1841년 아일랜드의 명문가 출신 차녀로 태어나 1921년 더블린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열다섯 살 때부터 글을 써서 각종 문예지에 투고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다. 디킨스의 독려를 받은 멀홀랜드는 작가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작품은 디킨스가 발행하는 문예지에 실리면서 드디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르간 연주자》는 1891년에 발표되었다. 헐리벌리 마을에 있는 고풍스러운 저택에 기이한 사연을 간직한 오르간이 있다. 그 오르간의 주인인 루이스 헐리(Lewis Hurly)는 고인이다. 오르간은 루이스의 늙은 부모가 관리하고 있다. 아니, 아들이 애지중지 아낀 오르간을 방에 고이 보관해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르간을 방치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게 적절하다. 왜냐하면 오르간은 루이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저주의 악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리자(Lisa)라는 여성이 헐리 벌리 저택에 찾아온다. 그녀는 노부부에게 자신을 ‘루이스의 약혼녀’라고 밝힌다. 노부부는 루이스는 2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지만, 리자는 노부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리자는 자신과 약혼한 루이스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루이스의 부탁’을 받고 저택에 왔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한 ‘루이스의 부탁’은 저택에 있는 오르간을 쉬지 않고 온종일 연주하는 것이다. 노부부는 리자를 설득하기 위해 루이스의 약혼자였던 마거릿 캘더우드(Margret Calderwood)를 만나보라고 한다. 캘더우드는 망상에 빠진 리자를 위해 루이스의 과거를 들려준다. 루이스는 악마를 숭배하는 일에 빠져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행패를 부리고 다닌다. 루이스와 그 일행은 자신들을 ‘악마 클럽’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고인을 모욕하는 일만 골라서 저지른다. 하루는 루이스 일행은 장례식장에서 난동을 부린다. 루이스는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불경한 노래를 크게 부른다. 분노한 고인의 아버지는 루이스와 오르간을 저주한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루이스는 그 문제의 오르간을 헐리벌리 저택으로 가져왔고, 방문을 잠가 놓고 매일 오르간을 연주한다. 미친 듯이 오르간을 연주하는 루이스의 모습을 본 마거릿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그가 ‘오르간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마거릿은 리자에게 악마의 계략에 휘말리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리자는 루이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저주의 손아귀에 떨어진 지 오래다. 오르간은 지속적으로 리자를 괴롭힌다.
《오르간 연주자》는 서양 단편 공포소설 선집에 수록될만한 가치 있는 작품이다. 왜 이 소설이 그동안 국내에 한 번도 번역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멀홀랜드는 아일랜드 민담을 소재로 한 소설과 강인한 여성상을 드러내는 소설을 주로 썼다고 한다. 공포 문학과 페미니즘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두 장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멀홀랜드의 소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평가받을 만한 작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 Trivia
전자책은 8월 16일에 발행되었고, 8월 26일에 본문의 오자가 수정되면서 업데이트되었다. 그런데 업데이트가 되었는데도 안 고쳐진 오자가 있다.
18쪽에 ‘마거릿 캐덜우드’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시리즈 소개’ 내용에 있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발표 연도가 ‘1817년’으로 잘못 적혀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