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
링컨 바넷 지음, 송혜영 옮김, 박병현 감수 / 글봄크리에이티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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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The Universe and Dr. Einstein). 어느 과학 교양서에 붙여진 평범한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는 말 그대로 아인슈타인의 우주론(cosmology)을 쉽게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살아 있을 때인 1948년에 출간되었다. 그때 당시 아인슈타인은 독일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여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추천사는 아인슈타인이 직접 썼다.

 

 

 나의 상대성이론의 핵심개념이 지극히 잘 소개돼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 지식의 현주소를 아주 적절하게 기술해놓았다.

 

(아인슈타인의 추천사, 6쪽)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물리학 지식의 현주소’는 원전의 초판이 나온 1948년 당시의 과학 수준을 말한다.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는 네 차례나 개정됐다.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에 개정 2판이 나왔으며 아인슈타인 사후인 1957년에 개정 3판이 나왔다.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의 저자 링컨 바넷(Lincoln Barnett)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85년, 2014년에도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아인슈타인 물리학의 핵심을 잘 설명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책 제목은 너무 평범하지만, 부제는 눈길을 끈다. ‘왜 우리는 상대성이론을 철학해야 하나?(Why should we philosophize the Theory of Relativity?)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제가 번역본 제목으로 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부제는 표제보다 더 독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과학 이론인 상대성이론과 철학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혹자는 부제를 보자마자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가 ‘과학철학’을 논하는 책이 아닐까 봐 의구심 들 수도 있겠다. 이 책이 과학철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과학철학은 과학에 바탕을 둔 세계관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해 고찰하는 철학의 한 분야이다. 과학철학은 부분적으로는 인식론(epistemology)과 관련이 있다. 인식론은 진리를 인식하는 행위의 본질적인 의미와 그 행위의 한계 등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가 말하는 ‘철학’은 인식론을 뜻한다.

 

책의 저자는 상대성이론이 과학적 가치를 뛰어넘어 존 로크(John Locke),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데이비드 흄(David Hume)으로 이어지는 인식론자들의 이론적 체계를 발전시키는 철학적 기반이라고 말한다. 로크는 데카르트(Descartes) 다음으로 근대 인식론의 출발점을 제공한 사상가이다. 로크는 자신의 책 《인간 오성론》에서 ‘위치의 상대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로크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예견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는 시간과 공간의 상태가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은 광속(빛의 속도)과 물체의 등속 운동 등 자연계 내 물체의 모든 운동은 일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어렵게 생각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이론에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서 일정하게 움직이는 광속과 물체의 등속 운동이 달라져 보인다. 로크가 생각한 ‘위치의 상대성’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공통으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하다’라고 보는 인간의 합리적인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독자를 위한 입문서이다. 요즘 나오고 있는 아인슈타인 물리학 입문서들에 비하면 상당히 구식으로 느껴지지만, 이래 봬도 물리학의 달인 아인슈타인이 극찬한 전설의 책이다. 이 책에 인식론을 부연 설명한 내용이 없어서 상대성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잘 이해해도 반은 성공이다.

 

 

 

 

※ Trivia

 

 

* 지구 표면에서 적도 위의 두 점으로부터 북극을 꼭지점으로 그린 커다란 삼각형은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유클리드의 정리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158쪽)

 

‘꼭짓점’이라고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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