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1022)에 참석했던 독서 모임 후기입니다.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캘리번과 마녀함께 읽기세 번째 시간에는 3(대 캘리번 : 반란자의 신체에 대한 투쟁)4(유럽의 대 마녀사냥, ~266) 절반을 읽었습니다.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는 여성의 신체를 통제의 대상, 재생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국가의 권력이 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중세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부상한 부르주아지(bourgeoisie, 지배 계급)는 농민들이 이용하던 공유지에 울타리를 세워 타인의 사용을 막음으로써 사유화했습니다. 인클로저(enclosure)는 자본주의가 자연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는 첫 단계였습니다. 한순간에 생계 수단을 잃은 농민들은 빈농으로 전락했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유지를 통해 공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은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도 가정의 재생산 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국가는 여성을 포함한 농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기획(4246)을 시도합니다. 국가는 여성을 남성보다 더 열등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마녀사냥을 일으킵니다. 국가가 주도한 정치적 기획’, 즉 마녀사냥은 자본주의의 확산과 국가의 대대적인 통제에 저항하는 여성을 공격한 집단적 폭력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성이 강조되던 17세기에 활동한 지식인들은 마녀에 대한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했고, 마녀 박해를 부추겼습니다. 과학적 · 철학적 합리주의가 발전했던 그 시절에 지식인들은 왜 마녀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 [안 읽은 책]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나남출판, 2008)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문예출판사, 1997)

 

    

 

페데리치는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데카르트(Descartes)의 철학을 분석하면서 신체를 바라보는 두 철학자의 인식이 어떻게 국가와 지배 계급의 입맛에 맞는 통치술에 반영되었는지 보여줍니다. 홉스와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를 이성과 자유 의지에 무관한 물리적인 물질로 인식했습니다. 그들의 눈에 신체는 자율적인 힘이 없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신체에 대한 홉스와 데카르트의 입장은 기계론적 철학으로 발전했고, 이 철학은 개인의 신체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는 기계론적 철학을 근거로 여성의 신체를 출산 기계로 만드는 규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유지 박탈 이후로 농민들은 지배 계급 밑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했고, 스스로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무산계급)가 되었습니다. 농민들의 노동 거부는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할 정도였고, 지배 계급은 무산계급을 강제로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빈민이나 부랑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님은 이때부터 노동 거부를 나태한 행동으로 여겼으며 일하지 않는 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녀사냥을 부추긴 지배 계급은 마법을 노동을 거부하는 반항적 행위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자는 주류(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고, 무임금 재생산 노동을 하면서 약초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일하지 않고 마법에 심취한 마녀로 낙인찍혔습니다.

    

 

 

 

 

 

 

 

 

 

 

 

 

 

 

* [안 읽은 책] 피터 싱어 동물 해방(연암서가, 2012)

 

    

 

몸과 영혼을 분리해서 보는 기계론적 철학은 허점이 많은 논리가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체를 함부로 대하는 비정한 시선은 남아 있습니다. 시신 앞에서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한 해부학과 실습 학생들이 있었고, 경찰은 유가족의 동의 없이 백남기 씨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했습니다. 데카르트는 동물이 인간처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부정하기 위해 동물을 해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은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이고, 데카르트의 동물 해부는 동물 학대에 가까운 일입니다. 님은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학대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반대한다면서 여성 차별과 동물 차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 동등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과학이든 철학이든 학문은 국익을 앞세우는 논리나 지배 계급의 통치 이데올로기에 갇혀선 안 됩니다. 국익과 지배 계급 권력 유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학문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란 이름 아래에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으며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으면 과연 학문은 누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성의 신체를 국가의 통제 속에 두려는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