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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 - 디지털 혁명 시대, 일자리와 부의 미래에 대한 분석서
라이언 아벤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지금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세계의 어느 국가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디지털 혁명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인공지능의 확산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경제는 물론 의식구조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누가 먼저 어떻게 적응하고, 더 나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시류를 잘 타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다. 디지털 혁명이 우리 사회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분명한 전망을 내리기가 힘들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지적했듯이 첨단 과학기술 시대의 도래로 세계 노동력의 단지 5%만 필요하게 되는 시대가 현실이 된다면 그 이후의 혼란은 충분히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 수석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라이언 아벤트(Ryan Avent)는 《노동의 미래》(민음사, 2018)라는 책에서 밝지만은 않은 미래의 부와 노동환경을 전망한다. 산업혁명은 대혼란과 오류, 일자리의 감소 등을 수반한다.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술기반 경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이 19세기 산업혁명의 발전 과정처럼 흡사하게 진행될 거로 주장한다.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인 경제에서는 노동 · 원료 등 요소 투입량의 차이에 의해서 경제적 격차가 발생했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희소성이 높은 자원’, 즉 경제적 가치가 놓은 기술 소유의 차이가 소득 격차를 급격히 증대시켜 부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소규모의 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고, 경제시장에서 ‘승자 그룹’이 되어 부를 축적하게 된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19세기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정보혁명이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지식사회의 서막이라고 진단했다. 농업혁명의 시대에는 자기 힘으로 물건 하나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비옥한 토지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부를 창출할 수 있었겠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정보 능력이 없으면 더 이상의 부를 창출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부를 유지하기도 힘들게 된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사업기회를 발견할 수가 있다. 하지만 ‘노동력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면 고도로 숙련된 소수의 지식근로자만 일을 수행하고, 수많은 노동자는 저임금을 받거나 일자리를 잃는다. 아벤트는 자동화와 세계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향상으로 노동력 과잉의 시대가 온다면 노동력의 경제적 · 정치적 영향력은 낮아지고, 희소성 높은 자원의 소유주들은 막대한 부를 독점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디지털 혁명이 조성하는 노동력 과잉에 따른 경쟁 및 갈등과 소득 분배의 불균형 문제는 향후 풀어야 할 전 지구적 차원의 도전 과제다. 저자는 전 세계의 일반적인 숙련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이미 과거 산업혁명을 통해 깨달은 경험이 있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변화를 겪은 뒤에야 인간의 삶을 보다 개선하는 진보적인 사회운동이 전개되었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재분배를 논의하는 장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저자는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실물경제의 침체로 하루하루를 답답하게 살아가는 ‘서민’ 독자 입장에선 전문가의 낙관이 속 터지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우리 사회의 주변부는 변화를 요구하지만, 핵심으로 갈수록 고여 있는 물 같다. 부를 독점하는 소수의 권력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기회균등, 공정한 경쟁, 공평한 분배와 같은 얘기는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의 응석쯤으로 비친다. 디지털 혁명 시대가 코앞에 있는데도 자신이나 자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 Trivia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29/pimg_7365531661918106.png)
책 앞날개 저자 소개 문구에 보면 ‘수적 편집자’라고 표기된 오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