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대구는 일찌감치 여름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인데도 ‘꽃보다 페미니즘’ 2강에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강연자 나영 선생님이 레드스타킹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주셨어요.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한 권이 아닌 무려 네 권이나 주셨어요. 선생님, 열심히 읽겠습니다!

 

 

 

 

 

 

 

2강 제목은 <성폭력을 다시 생각하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 : 성, 노동, 동의, 권력, 폭력>입니다. 다시 생각해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라…‥ 무슨 의미인지 감이 잘 오지 않죠?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해요.

 

‘성폭력’이란 무엇일까요? 성(性)과 폭력. 이 두 개의 단어를 따로따로 살펴보죠. 성은 단순히 섹스(Sex)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작년에 홍준표 자한당 대표가 “젠더 폭력이 뭐임?”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젠더(Gender)도 ‘성’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생물학적 성을 의미하는 섹스와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젠더는 사회학적 성을 의미합니다. 유전자에 의해 남성과 여성이 결정되는 것이 생물학적 성이라면, 사회학적 성은 생물학으로 타고난 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회나 문화에 의해 수행된 역할을 의미합니다.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단어도 있어요. 사실 섹스와 젠더에 비해 섹슈얼리티는 그 의미를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어입니다. 섹슈얼리티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섹슈얼리티는 앞서 언급한 섹스와 젠더의 의미 모두를 포함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성폭력의 의미를 알아볼까요?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폭력 실태를 이해하기 어려워요. 성폭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례가 아주 많아요. 전쟁 강간(일본 위안부), 직장 내 성희롱, 데이트 강간, 친족 성폭력 등이 있어요. 나영 선생님은 “성폭력은 성욕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성폭력은 단순히 성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권력 또는 권력적 위계를 용인하는 사회적 · 제도적 구조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강제적 폭력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입니다. 성폭력을 성욕의 문제로만 본다면 성폭력이 일어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권력’은 은폐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성폭력은 협의적 의미(Sexual Violence)가 아닌 포괄적인 의미, 즉 젠더 폭력(Gender Violence)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홍준표 대표가 모른다던 젠더 폭력, 이제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또는 성 문화는 ‘남성의 여성 지배’를 용인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저임금 노동과 무급 가사노동을 감당하고 있으며 경제 참여에 있어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들은 감정노동과 성희롱에 많이 시달립니다. KTX, 항공사 여성 승무원은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여성 승무원들은 고객의 지위를 돋보이려고 친절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하는 노동을 요구받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형 성폭력’에 해당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 있는 가해자가 여성 직장 동료를 ‘약자’로 보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입니다. 나영 선생님은 여성 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여성 노동자를 직장 동료가 아닌 ‘약자’로 보는 성희롱 가해자의 사고가 남성 중심주의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권김현영 엮음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교양인, 2018)

 

 

 

이제 우리는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성폭력 문제를 논의할 때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며 무조건 피해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의미가 희석된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를 ‘동정받는 대상’으로 한정시킵니다. 처음에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진술, 경험 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법적인 관점을 뜻하는 용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를 위해 무조건 편드는 입장으로 잘못 알려졌고, 성폭력 근절 운동은 피해자의 폭로만 알리는 데 그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나영 선생님은 가해자에 향한 분노를 ‘말하는’ 미투 운동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미투 운동을 “(이제) 나도 말할 수 있다”가 아닌 “나도 고발한다”라는 의미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곡된 피해자 중심주의에 벗어나야 미투 운동에 참여한 가해자의 주체적인 행동이 주목받게 되고, 미투 운동은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노력해야 할 공적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야심차게 준비한 ‘꽃보다 페미니즘’ 2부작 강연이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레드스타킹은 이러한 행사를 준비해본 경험이 부족하고 매우 서툴러서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으샤 으샤’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강연에 참석한 분들이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페미니즘이 정착하기엔 여전히 척박한 대구를 위해 멀리서 오신 권김현영 선생님, 나영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이미 두 분 모두 페미니즘으로 통하는 레드스타킹의 SNS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강좌를 위해 다 같이 준비한 레드스타킹 멤버들 모두 수고 많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강연에 호응을 해주시고,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레드스타킹은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 함께 공부해요. 레드스타킹은 해치지 않아요. 레드스타킹은 어렵지 않아요. 모임에 와 보면 알아요.

 

 

 

 

 

 

 

레드스타킹은 다음 주 월요일(5월 7일, 대체공휴일)에 쉬고, 그 다음 주인 5월 14일 월요일부터 새 책 읽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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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03 14:26   좋아요 0 | URL
책 읽으려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하게 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