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한번도 무언가 특별하다고 여겨질 만한 크리스마스를 보낸적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나의 생일보다, 그의 생일보다,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더 좋아했다. 언제나 3월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왔던 거다. 크리스마스엔 무얼 해야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것도 아니면서 그냥 마구 기다려왔다.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물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늘 집에 있었지만. 

아, 그런데 내가 크리스마스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오늘 문득 음악을 듣는데, 이 음악이 이 기억을 불러왔고, 저 기억을 불러왔고, 그것은 또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 상상은 크리스마스에 가 닿았다. 왜냐고 물으면 이유를 말할수는 없지만.  

 

 

[그대를 내 안에] 

그대를 내 안에 품을 수 있어서
그대 행복함 꿈을 꾸게 해줘서
메마른 나의 마음속 빗물되어 날 적시고
내 맘 강물되었죠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만질 수 없어도 내 곁에 없어도
하루 하루 기다림에 설레어 미소싲죠
나를 살게하네요 

눈 감으면 그대가 보여요
그대 맘소리도 들려요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그댄 내 맘속에 있죠 

그댄 아나요 내가 이렇게 그댈 그리는걸
그대 모습 하나 하나 내 눈에 아른거려요
그저 그대만 꿈꾸네요 

그댄 나를 볼 수 없어도 괜찮아요 나 기다릴게요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 나 충분해요
내게 올거란 걸 알죠 난 믿고 있죠
나 여기 서 있을게요
그대 내 맘속에 있죠 

 

캬~ 무슨 차디찬 소주 한잔을 털어넣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일전에 미국에 며칠간 다녀온 적이 있다. 기내식부터 시작해서 미국에 도착해서도 나는 모든 음식들을 마구 잘 먹어줬는데, 삼일째 되는날부터 속이 더부룩 하고 미치겠는거다. 체할 것 같은 기분. 기내식부터 입에 맞지 않다고 했던 친구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음식에 적응해갔는데, 나는 도무지 힘들어서 그것들을 먹을수가 없었던 거다. 그때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의 신랑을 만났고, 그분은 계속 미국음식 먹었을테니 한국식당 가서 갈비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이지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속에 고기까지 먹으면 확 체해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과는 처음 뵙는 사이이고 꽤 어렵기도 해서 그냥 말없이 따라갔다. 된장찌개나 먹자, 그럼 나아질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아, 진실은 된장찌개가 아니었다. 진리는 소주였다. 갈비를 먹으며 소주를 두잔쯤 마시고나서였나, 속이 확 풀렸다, 정말. 이건 고추장도 할 수 없고, 고춧가로도 할 수 없는 미친 치료제. 절대음식. 만병통치약. 나는 소주를 마시고 속이 편해지면서, 이것은 지상 최고의 음식이 아닌가 싶어졌던 거다. 막상 고기를 사주신 분은 운전해야 해서 소주를 한잔도 안드시고, 친구와 내가 둘이서 소주 한병을 비웠는데, 그분께서는 한병 더 시켜드릴까요? 한다. 나는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도 어렵고 불편한 자리라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말했는데 그분은 더 드시고 싶은 표정이에요, 라고 하시더니 더 시켜주셨고, 나는 또 넙죽 받아 마시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가지고 

되게 좋아하시는데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이얘긴 왜 또 했지? 아, 소주같다고. 이 커피 소년의 노래가 내게 어떤 진실의 노래 같다. 그대 내 맘속에 있죠, 하는 이 노래가.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 나 충분해요, 라니! 우아- 우아-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도 나 충분해요, 내가 그댈 알아본 것만으로도 나 충분해요. 뭐, 사실 그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커피 소년의 이 노래, 『그대를 내 안에』는 사실 이 노래, 『사랑이 찾아오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이지, 사랑이 찾아오면, 듣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얼마나 힘든 출근을 겪었던가 따위는 말끔 잊어버리고, 실실거리고 말았다. 아 이런 제기랄. 이거슨 진리. 이게 진짜. 이게 최고. 

 



 

[사랑이 찾아오면]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이내 숨이 멎을 것 같고
먹지도 눕지도 무엇을 하지도 못해 

나로 사는 것 보다 너로 사는게 익숙해질때쯤
사랑을 하나여서 너만 아는 걸 깨달아  

사랑이 찾아오면 알수 있을거야
사랑이 느껴지면 알수 있을거야
내가 했던 그말들 너를 향한 눈빛도 
애태우던 그맘도 그땐 이해할거야 

내 앞에 니가 서있는게
그저 꿈같이 느껴지고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처럼 신비하고 

널 알기전 내가 알던 사랑의 의미 무색해질때쯤
사랑은 하나여서 한눈에 본걸 깨달아  

 

할말이 아주 많은데, 묻고 싶은 말도 넘치는데, 그만두기로 한다. 어쨌든, 

알라딘에서 이아립의 시디를 팔지 않아 엄청난 좌절을 겪고 그래, 이 커피소년의 시디를 사자고 마음먹었다. 이아립 대신 커피소년.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때 까지 왜 일하는데? 다 책 사고 영화보고 커피 사마시고 시디 사려고 하는거잖아. 그러면서 가끔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고기도 먹을라고. 그럴려고 돈 버는 거잖아. 그러니까 돈 없다고 징징대지 말고 커피소년의 시디를 사자, 그러자, 나는 시디 듣는 여자니까, 라고 검색했는데, 아  

커피소년의 시디도 팔지 않는다. 커피소년은 아직 시디발매가 안된 상태라고 한다. 싱글이라고. 아놔. 내가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데, 대체 왜 ㅠㅠ  

시디는 못샀지만 어쨌든 다시 처음의 크리스 마스로 돌아가보면, 

사랑이 찾아오면 가장 좋을 시간, 가장 완벽한 타이밍은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라고, 이 글을 쓰다가 생각했다. 아이고, 말랑말랑해.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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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철 2010-11-2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어우, 걍 나가야겠다.

다락방 2010-11-22 13:14   좋아요 0 | URL
어디가요, 곽수철님! ㅎㅎ
조금만 더 있다가요, 응?

섬사이 2010-11-2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소년, 안되요, 안돼!
'내게 올거란 걸 알죠. 믿고 있죠
나 여기 서 있을게요' 라니요!!!
다락방님, 저는 '나한테 올거지? 나 믿고 기다린다~'는 사람, 답답해요.
나도 다가가고 그도 다가와야죠.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히히, 오랜만이에요. 다락방님.
오랜만에 왔는데 좋은 노래가 들려와서 더 좋았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다락방 2010-11-22 13:3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섬사이님, 나 여기 서있을게요, 는 제가 할 말인데요. 상대가 그러면 안되죠. 서있긴 뭘 서있어요, 오란 말 안하면 안갈건데. 그쵸?
그도 다가오고, 나도 다가가아죠. 우리 같이 해야죠. 그래야 뭐가 되도 되죠.

그러게, 왜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저 좀전에 섬사이님 서재 가서 새벽 세시 글 읽고 서운한 댓글 막 달고 왔어요.
그리고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
:)

Mephistopheles 2010-11-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야 뭐......
소주와 커피소년의 형이상학적인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정도..(음 너무 심오해...)

다락방 2010-11-22 14:06   좋아요 0 | URL
점심먹기 전에 쓴 글이라, 배가 고파가지고 제목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뭘 먹여놔야 문장이 좀 만들어질텐데 말이지요. ㅎㅎ 다음부턴 밥 먹고 써야겠어요.

Mephistopheles 2010-11-22 14:07   좋아요 0 | URL
제목은 정해졌네요. '공복이 부르는 파장'

다락방 2010-11-22 14:09   좋아요 0 | URL
혹은 완벽한 제목은 식후에- 쯤으로 해도 괜찮겠죠. 여운을 주는 제목이에요.

마노아 2010-11-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새벽 3시에 대한 섬사이님의 글과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듣는 '사랑이 찾아오면'은 가슴을 후벼파는 걸요. 당장 그 사랑을 찾아서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응?)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사랑이 찾아오면 정말 알 수 있을까요? 하아, 한숨 한 모금과 함께 무한 리플래이에요.

다락방 2010-11-22 14:2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 오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이 노래를 들었더니 기분이 부웅- 떠가지고 지금까지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아요. 어쩌면 좋아요. 흑흑 ㅠㅠ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를 상영하는데, 시간은 왜 또 20:50 인지. 이걸 혼자 보러 갈까 말까, 중간의 시간들은 어찌하나 싶고. 후아- 수요일까지 밖에 상영을 안하고, 나는 보러 가고 싶고, 왜 저리 늦게하나 싶고.
사랑이 찾아오면 알 수는 있겠지만, 타이밍이 중요해요. 떠나간 다음에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해서는 안되요. 그러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사랑을 잃게되죠. 우리는 바로 그때, 바로 그때 알아채야 해요. 마노아님께 사랑이 찾아오면 반드시 제때에 알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신께 부탁해볼게요.

moonnight 2010-1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에 걸려서 어제 기침이 너무 나길래 몰래 나가서 하이네켄 두 캔을 사서 벤치에 앉아서 책읽으며 마셨어요. 너무 추워서 부들부들 떨었는데, 놀랍게도!!! 기침이 싹 멎고 울렁하던 속도 진정이 되더군요. 역시 술이 만병통치약이군. 하고 흐뭇해하며 집에 들어와서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와인 1/3 병 남은 거 비우고 잘 잤죠. 아침에 목소리가 안 나오더군요. -_ㅠ;;;;;;;;;

어쨌든;;;; 소주 한 잔에 몸과 마음이 풀리신 다락방님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어찌나 와닿는지. ^^

참. 근데 저는 크리스마스가 안 좋아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술집에 자리가 없어서요. -_-;;;;;;;;;;;;;

다락방 2010-11-22 14:43   좋아요 0 | URL
소주는 진정 멋진 술이에요. 지상 최고의 음식이죠. 저는 여자라면 모름지기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소주를 마시는 인간이 진정한 인간......쿨럭.

점심은 먹었어요, 문나잇님? 몸은 좀 어때요? 오늘은 그래도 좀 일찍 자요.

크리스마스에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술집에 자리가 없으니까 저는 늘 집에 있어요. ( '')

비로그인 2010-11-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FBI 행동의 심리학 읽은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어떻게 인간이 행동하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아, 어쩜 이런 가사를 쓴답니까. 너무 멀리서 말해도 내 귀엔 그 목소리 하나만 들리는 그런 현상이었어요. 그러니 안나도 속삭인 것이겠지요.

그런데요, 이아립과 커피소년을 찾는 다락방님과..하필이면 FBI 행동의 심리학을 사는 저는 몹시 다른 감성의 다른 인간 같아요.

다락방 2010-11-22 15:18   좋아요 0 | URL
그댄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속삭인거죠,
라는 가사를 듣는데 저도 확 돌아버릴 뻔 했어요. 가까이에 있어서 그랬구나, 하고 말입니다.
어휴, 저 완전 흥분하고 부웅 떠있어서 참지 못하고 그만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20:50 예매해 버리고 말았어요. 친구가 하루만 참고 내일 같이 보자고 하는데 알았다고 했다가, 못참겠으니 난 혼자 오늘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저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보러 갑니다, Jude 님.

그리고요, 무슨. 저도 Jude님과 아침에 대화한 후로 [FBI 행동심리학] 보관함에 일단 넣어두었는 걸요. 읽어보고 싶어서요. 좀 참았다가 1일이 되면 왕창 지르거나 해야겠어요.

푸른바다 2010-11-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난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 "
왜 다락방님 글을 읽고 박노해의 이 시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네요.^^
이 시 맥락 속의 소주와 다락방님의 소주는 엄연히 다른 데 말입니다.
다락방님에게 소주는 마치 소화제이자 원기 회복제인 듯 싶습니다.
왠지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들이키는 소주 한잔이 그리워집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소주를 마신지가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다락방 2010-11-23 09:52   좋아요 0 | URL
푸른바다님, 시도 외우고 다니시는군요! 의외네요. ㅎㅎ
네, 맞아요 푸른바다님. 저는 거지같은 일이 있어도,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그리고 무엇보다 속이 불편해도 소주를 찾죠. 언제나 적당한 선까지 소주를 마시는게 좋아요. 알딸딸해질 때쯤에 끝내기.
소주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것 같아요, 제겐.

푸른바다 2010-11-23 10:11   좋아요 0 | URL
ㅎㅎ 다락방님은 제게 '의외'를 많이 느끼시는 군요.^^

다락방 2010-11-23 13:00   좋아요 0 | URL
그만큼 잘 모른다는 것이겠죠. :)

카스피 2010-11-2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구리소마소 잃어버린지 옛날입니다ㅡ.ㅜ

다락방 2010-11-23 09:53   좋아요 0 | URL
구리소마소가 뭔지 한참 뚫어지게 쳐다봤네요. ㅎㅎ

blanca 2010-11-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내가 '브로콜리 너마저'를 들으며 소름끼치게 해주었도 락방님은 이렇게 커피 소년을 알게 해주시는군요. 아...정말 좋다................이 읊조리는 듯한 음성, 절절한 가사....

다락방 2010-11-23 09:53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가는 길에도, 오늘 출근길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나칠때에도 저는 계속

사랑이 찾아오면~

을 반복청취했어요, blanca님.

미녀 2010-11-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국에서 러브 액츄얼리 찍고 싶은데... 음, 그냥 엄청스레 추울 듯 ㅋㅋㅋ

다락방 2010-11-23 09:56   좋아요 0 | URL
To me, you are perfect.
이거 찍을라구요? ㅎㅎ
추우니까 그거 찍는 대신에, 휴 그랜트가 했던것처럼 춤 춰요. 엉덩이도 막 흔들면서, 뒤로 걸으면서. 그럼 따뜻해질텐데.
:)

2010-11-23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커피와 소주를 부르는 페이퍼군여.
재주소년도 있고,미래소년도 있고,팻샵보이도 있고,백스트리트 보이도 있는데...꼭 커피소년이어야 한단 말입니까?

제가 커피를 마실 수 없어서,보리차를 보온병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데 말입니다.
소주는 제 속이 더 감당할 수 없죠~ㅠ.ㅠ

다락방 2010-11-23 10:04   좋아요 0 | URL
친구가 커피소년의 노래를 듣는데 바로 제 생각이 났대요. 락방이 좋아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저는 듣자마자 확 꽂혀버렸네요.

저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소주도 마실 수 있고, 심지어 생마늘도 먹죠. 제 위는 그런것들에 단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 제 위가 썩 건강한 상황은 아니지만요. ㅠㅠ
소주를 부른다면, 응답합시다!

2010-11-2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사랑이든 일이든 친구든 그게 뭐든,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들 모두를 나의 '일부'로 가지고 있어야 내가 무너지지 않으니까. 사랑에 실패하면 일과 친구가 나를 붙들어 줄 것이고, 일에 좌절하면 사랑과 친구가 나를 위로해줄 테니까. 그래야 이 땅에 두발로 서 있을 수 있으니까. 가끔 휘청거려도.  

전부라면 무너진다. 사랑이 전부이면 사랑을 잃었을 때 무너져버리고, 일이 전부라면 일로 좌절을 느꼈을 때 무너진다. 그것들을 전부로 생각하지 않아야 내가 나를 잃지 않고 나를 잊지 않는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안나에겐 사랑이 전부다. 사랑과 브론스키 혹은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 3권에서의 안나는 브론스키가 자기를 미워할까봐, 자기에 대한 사랑이 흔들릴까봐 겁나고 두렵다. 안나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도 하고, 일에 빠지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지만, 브론스키의 눈빛이 하는 말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안나는 브론스키를 잃는것이 전부를 잃는것이라 결코 잃고 싶지 않다는, 반드시 붙들어 두어야 한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휘둘리고 있다. 그녀에게 여전히 브론스키를 압도할만한 매력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녀가 브론스키에게 열중하는 그 마음과 정신을 조금만 더 책과 일과 사람들에게 쏟을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 모습을 보고 브론스키는 지치지 않을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안나가 아닌, 안나를 '보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안나가 조금이라도 브론스키와 떨어져 있으면 조바심 내는것이, 모르핀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일전에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로 본 적이 있어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 결말로 가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건 슬프다.  

'나는 남에겐,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까지 이만큼의 영향을 줄 수가 있는데 어째서 그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차가운 것일까? 아니, 차가운 건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이 지금 우리를 갈라 놓으려고 하고 있다. 어째서 그 사람은 하루 저녁 내내 집에 없는 것일까?' (p.302) 

그녀는 다시 자기가 가여워져서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아준다면! 지금처럼 당신이 나에 대해서 적의를, 그래요, 말 그대로 적의예요. 적의를 품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아준다면! 그러한 순간에 내가 얼마나 불행에 가까워지는지, 얼마나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알아준다면!" (p.305)

나는 감히 안나에게 모르핀을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브론스키를 향한 사랑을 조금만 거두어 들이라고도 할 수가 없다. 그녀에게 전부라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할수 있겠는가! 그녀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것을 지켜볼 밖에 내게는 별 도리가 없다. 

 

오전에 외근을 다녀오면서 걷는데, 문득, 내가 상대에 대해 이러이러하다, 라고 생각하는 건 결국 내 기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상대가 나에게 선을 긋고 있을거고, 나는 그 선에 맞춤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 생각은 '내가 그러하기' 때문에 나온게 맞을거라는 거다. 내가 선을 긋고 있으니까. 딱 선을 그어놓고 그 선에 가까이 오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그 선을 넘으려고 하면 까칠해져버리곤 하니까, 상대도 내게 당연히 그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어쩌면 상대는 내게 선을 긋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저 활짝 열어두었을 지도 모르는데.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상대를 믿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일 거라는 걸 나는 이제서야 조금쯤 할 수 있게 되었달까. 내가 이러니까 상대도 당연히 그러하겠지 라고 나는 나 좋을대로 생각해버렸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들었다.  

 

 

 

밤새 방안엔 눈이 많이 쌓였어
난 자장가에 잠을 깨어 눈을 떴지만
넌 이미 없었어

밤새 마당엔 새가 많이 죽었어
난 종이돈 몇 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했어

노래는 반쯤 쓰다 참지 못하고 태워버렸어
나는 재를 주워 담아 술과 얼음과 마셔버렸어

오 미안 오 이젠
작별 인사를 해야지
내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밤새 방안엔 꽃이 많이 피었어
난 종이돈 몇 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끊어 버렸어

밤새 술잔엔 눈물이 많이 고였어

넌 내게 거절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난 끝내 거절했어

it's my close my mind
it's time to close
it's my close my mind
it's my close my mind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라는 가사가 파고들어와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우습게도 나는 오늘 이노래를 들으며, 열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어졌다. It's time to open.  내가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한다면, 그것은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고 선을 지웠기 때문이지, 마음을 닫을 시간이 되서는 아닐것이다.

내 마음을 열어둘 시간이야, 라고 오.늘. 나는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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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신기루 2010-11-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상대는 그렇지 않은데 나 혼자 지레짐작으로 상대도 나처럼 생각할 거라고 단정짓는 건 아닐까.
하지만 원래 사람은, 자신을 기준으로 남을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이기적이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 그 방식과 과정을 온전히 고스란히 알 수 있는 대상은 나 자신 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가끔 나조차도 나 자신을 모를 때 빼고는요^^)
상대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깨닫는 게 중요하겠죠.

다락방 2010-11-19 17: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푸른신기루님. 일단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상대의 생각도 나와 같을거라고 지레짐작 해버리는 것 같아요. 사람들 대할때 선을 긋고 혹은 울타리를 만들고 하는 그런것들이, 내가 그런다고 남도 그럴거라고 저는 단정해버린 거니까요. 그러니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쉽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가는 것도 쉽지 않은거죠. 상대는 내가 선을 그어서, 나는 상대의 선은 여기쯤 있겠지, 하고 추측해버리니까 말예요.
다른 사람은 나와는 다르다는 걸, 말로는 자꾸만 내뱉으면서 적용시키긴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상대에게 이만큼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더 나은것 같기도 해요. 무턱대고 다가가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써놓고나니까 제가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레와 2010-11-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열어두기에 더 없이 좋은 날, 금요일.

:)

다락방 2010-11-19 17:59   좋아요 0 | URL
조금쯤 열어두어도 괜찮잖아요, 그치요? :)

비로그인 2010-11-1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차가운 건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전

그러나-여기서 숨을 들이쉬었지요.

전 상대방이 내게 사랑한다고 숨쉬듯이 말해주길 원하는지도 몰라요. 아니, 말은 하지 말고 행동으로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너무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하지만 놀라기 직전까지만, 아주 강하게. 집시의 새를 잡듯이 아주 민첩하게 내 마음을 잡아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난 늘 울테니까요.

다락방 2010-11-19 18:01   좋아요 0 | URL
1권에서 안나가 그러잖아요, 나를 좀 안심시켜 달라고.
제가 바라는건 딱 그만큼인것 같아요. 숨쉬듯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런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의 안중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확신하는 그런 관계. 30분마다 한번씩 전화하지 않아도 그가 이세상 어딘가, 그러니까 저 너머쯤에서 삼십분마다 한번씩은 나를 생각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진 관계. 저는 안심하고 싶은 것 같아요, 초조하고 싶지 않아하는거죠.

poptrash 2010-11-1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열어놓으면 모기 들어와요.
요즘 모기는 시도 때도 없다니깐요.

다락방 2010-11-19 18:01   좋아요 0 | URL
모기는 닫아도 들어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어디로 들어오는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0-11-20 07:55   좋아요 0 | URL
for poptrash님, 다락방님

닫아도 닫아도 들어오는게,
어디 모기 뿐입니까?

다락방 2010-11-21 19: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Jude님.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moonnight 2010-11-1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마음을 닫고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힘 줘도 안 열려요. -_ㅠ;

다락방 2010-11-19 18:03   좋아요 0 | URL
먼지도 좀 닦고 기름칠도 좀 해주면 삐거거걱 소리를 내면서 열릴거에요, 문나잇님. 그럴거에요. 닫힌 문은 언젠가는 열리게 되어있죠.

2010-11-19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10-11-2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은 저에게 열려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닫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다락방 2010-11-21 19:38   좋아요 0 | URL
내가 무얼 잘못한걸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될 일이 있었는데
자꾸만 자꾸만 생각해본 결과,
전 결국 더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아놓고서는 상대가 저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됐어요.
 

여름이었고, 나는 슬리퍼를 신고 후드티를 입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우리는 영화를 봤다. 그리고 삼청동을 걸었다. 삼청동의 유명한 떡볶이집에 가자고 친구는 말했는데, 그 떡볶이집은 줄이 너무 길었다. 친구는 기다렸다 먹고 가자고 했지만 나는 맛집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건 딱 질색. 아, 싫다고 말하고 우리는 삼청동을 걸었다. 그리고 (아마도)삼청동에 있는, 그러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극장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는 어떤 전시를 하는 중이었고, 어떤 종류의 책들을 팔기도 했다. 어어, 여긴 뭐지 하며 그 책들 사이를 오고가다가 나는 익숙한 이름이 들어가 있는 인터뷰집을 발견한다. 

어어,  삐리리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거 사서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충동적으로 그 인터뷰집을 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한다. 그리고는 그곳에 함께 갔던 친구와 극장을 나와서 맥주를 마시러 들어갔다. 우리는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나는 맥주를 마시다가 포장되어 있는 그 인터뷰집을 뜯어 본다. 아 궁금해. 그리고 거기에 실린 이름들을 본다. 그 이름들 속에  

'이아립' 

이 있었다. 그 인터뷰집에 실린 사람 모두가 남자들이어서 나는 그때도 당연히 이아립이 남자인 줄 알았다. 한번 훑어보기만 하고 다시 뜯었던 비닐에 넣어둔 뒤 친구랑 맥주를 마저 마시고 헤어져 집으로 가는데, 어라, 나의 삐리리가 맥주 한잔 할래? 하고 청해온다. 나는 알았다고 말하고 그 시간에 허겁지겁 뛰어간다. 이 인터뷰집을 삐리리의 집으로 보낼까, 아니면 언젠가 만나는 날 줄까 혼자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늘 연락한걸까! 몹시 신나서 약속장소로 그 밤에 이동하다가 문득 나는 내가 슬리퍼 차림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 이런 제길.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한다. 나는 잽싸게 맥주집에 들어가서 앉아서 기다린다. 슬리퍼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맥주 다 마시고 나갈 때 어쩔 수 없이 슬리퍼를 보이고야 마는 상황. 엄마 슬리펀데;;  

어쨌든, 이거 너 주려고 샀는데 다행이야, 여기에 니가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하고 말하고 인터뷰집을 건네줄 수 있어서, 아 이 인터뷰집과, 나와, 삐리리는 삼각형으로 연결 되어 있을거라고 뭔가 생각한 하루였는데,  

그리고 가을. 

 나는 한 친구로부터 『버스, 정류장』시디를 선물받는다. 이 영화를 본 적도 없고 음악 역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 루시드 폴이구나, 하면서 며칠 동안 듣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아이팟에 담았고, 폴더에 따로 담기는 노래가 있길래 이게 뭔가 싶어 봤더니 거기에는  

이아립 

이란 이름이 있었다.  

아, 이아립, 이아립이 가수였어? 가수구나!  

앨범에 실린 루시드 폴의 『그대 손으로』를 들으며 이 익숙한 곡이 이 영화의 음악이구나, 하며 좋다고 듣다가
아, 이아립을 들어볼까, 하고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를 재생한다. 

아, 이아립이 게다가 여자사람 이었어?  

목소리도 듣기에 좋고 노래는 듣기에 더 좋다.   

 

 

그리고 이런 가사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몰래 사랑하는 까닭을,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할까 

 

목소리도, 가사도, 노래도 그리고 나의 기억까지도 모두다 아름다운 노래. 이 노래로 나는 오늘 하루를 마감하려고 한다. 퇴근까지는 한시간이 남았고, 이제 남을 일을 좀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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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아립, 음반도 정말 정말 정말 좋아요.
이번 음반도 정말 정말 짱이에요.

다락방님. 제가 이아립 노래를 그렇게 올려댔건만 ㅋㅋ 여자 루시드폴이라고 막 그랬건만.
안듣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워할거에요!!!
그래도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나는 뭥미. ㅋㅋ

그녀가 만드는 잡지도 있어요. 월간 <싱클레어>라고. ㅎㅎ

다락방 2010-11-17 18:20   좋아요 0 | URL
동영상 안보지만 이아립→웬디양 이렇게는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그동안은 완전 무심했죠. ㅎㅎ 그냥 세상엔 이아립 있다, 정도? 근데 이 노래 엄청 좋아서. 히히. 가사도 완전 내 스타일.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아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반이 있다구요? 잡지는 패쓰하고(관심없음 ㅎㅎ)시디나 검색해서 사야겠어요. 아놔 ;; 돈 없는데 살건 많아가지고 미치겠네. 어쨌든 사야지. 히히히히히

루쉰P 2010-11-1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시는 글을 읽어보면 왠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이시는 키치 같다고 할까요? ㅎㅎ '오직 자신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라고 레빈은 말합니다. 사랑하는 반쪽이 있으시다면 다행이지만 없으시다면 레빈의 말처럼 가시기를..(근데 제가 억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

다락방 2010-11-18 08:41   좋아요 0 | URL
진정한 사랑, 이라는게 있을까요? 진정한 사랑이란건 뭘까요? 사랑에 있어서는 영원한 것도, 변하지 않는것도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변치않는 사람도 역시 없구요. 사랑과 사람만큼 믿을 수 없는게 또 있을까요.

저는 다만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만 좋아하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

2010-11-17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0-11-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요 루시드폴의 원조격인 미선이의 송시를 처음 듣고, 정말 다른 사람 서태지에게 놀라듯 놀랐더랬어요 그 리듬과 사운드에. 리듬을 듣는다는 표현을 직접 경험한 계기였어요 지금도 루시드폴은 좋지만 미선이 때의 그는 정말 최고였어요!

다락방 2010-11-18 08:42   좋아요 0 | URL
전 루시드폴을 안게 얼마 되지 않아서 미선이의 송시는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 오래전 영화의 사운드 트랙인 [버스,정류장]이 좋아서 원래 음악 잘 만들던 사람이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어요. 어제 퇴근길엔 이아립을, 그리고 루시드 폴을 들었죠.
그런데 오늘 이어폰을 안가져와서 좌절 ㅠㅠ

마노아 2010-11-18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희정 작가 작품 중에 등장인물 이름이 '이아립'이 있었어요. 여자 방송인이었는데 그때 이름 보면서 가수를 좋아했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오늘은 일거리가 생겨서 외출했다가 참고 자료를 잔뜩 받아오는 바람에 알이 잔뜩 생겼어요. 그거 들고 수영장도 다녀왔거든요. 팔 아픈 건 이해가 가는데 왜 다리까지 후달거리는지 모르겠어요.^^;;
담주까지는 무척 몰입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래도 잔잔하게 음악을 깔아두려고 해요. 덕분에 좋은 음악 감상해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11-18 08:43   좋아요 0 | URL
팔이 아프고 당연히 다리까지 후달리죠, 마노아님. 무겁잖아요. 무거운걸 다리가 버텨내야 하잖아요. 다리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내가 마노아님에게 열심히 음악을 제공해 줄게요! 기운내서 지치지 말고 잘 살고 있어요, 알았죠?

치니 2010-11-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는 한동안 저와 제 지인들 사이에서 노래방 18번이었죠. :) 그 때의 그 감성 루시드폴은 이제 한 시대를 건넌 거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미선이 때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음, 최근의 행보는, 뭐랄까, 이제 공학 때려치우고 정식으로 음악만 하기로 했으니 몰입, 뭐든 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인 친구를 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공학도로써 음악을 겸할 때, 더 편안한 음악이 나왔으려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래도 이 시대에 루시드 폴의 음악이 인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이제 다락방님까지 아시고! ㅎㅎ

[버스, 정류장]은 김민정인가? 그 친구가 인디영화에 출연해서 잠깐 우리끼리는 화제였는데. 이쁜 영화였다는 기억이 있을 뿐, 영화 자체의 매력은 기억나지 않아요. 음악은 물론 좋았고요. 아, 십여 년 전 추억들이 새록새록. ㅎㅎ

다락방 2010-11-18 10:06   좋아요 0 | URL
전 이런 음악을 담은 영화가 무척 보고 싶어져서 알라딘에 dvd 검색했는데 역시나 품절이네요. 전 김민정도 김태우(맞나요, 이 이름이?)도 별로라서 아예 관심도 안가졌었거든요. 이제서야 알고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다니, 저는 참 뭐든 늦어요. 하핫.

공학도와 음악의 결합은 참 묘한데, 의외로 이런 케이스가 많아요. 루시드 폴도 그렇고 임태경도 그렇죠. 실생활에서는 제 중학교때 과학 선생님이 그랬어요. 과학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기도 했어요! 전 그게 어릴때부터 정말 신기했거든요. 그 분도 음악이 부전공이었대요. 멋지지 않아요? 과학과 음악이라니! 뭔가 황홀해요!

2010-11-18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0-11-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아립은 첨 들어보고요. 루시드 폴은 이름만 안다는. (자랑이냐!!!)

저도 맥주 한 잔 하자고 청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허구헌날 제가 조르는 현실 흑흑. ㅠ_ㅠ

다락방 2010-11-18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루시드 폴의 이름만 알다가요, 몇개월전의 루시드 폴의 최근 앨범 [레미제라블] 사서 듣고 오! 했다죠. 노래가 참 좋아요. 나직나직하고 말이지요. 이아립은 루시드 폴과 궁합이 잘 맞는 그런 음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허구헌날 제가 조를 수는 있지만 이젠 같이 마셔줄 친구가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0-11-1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 하나.

다락방 2010-11-18 13:12   좋아요 0 | URL
어디를 보면서 가고있어요, Jude님?

레와 2010-11-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과거와 다락방의 현재가 이 음반에서 만났네! ^^

다락방 2010-11-19 09:52   좋아요 0 | URL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군요! (읭?) ㅋㅋ

도란도란 2010-11-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의 알찬 다락방(?)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다락방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다락방 2010-11-19 09:55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도란도란님. 블로그 구경은 좀전에 하고 왔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서평단 신청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보고 싶을때 사서 볼게요. :)

비로그인 2011-01-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이 (아마 다음주쯤..)구매하면서 Thanks to 버튼을 눌렀습니다.

적립금은 간에 기별도 가질 않겠지만, 소주 한 잔 만(또는 삼겹살 두 점..)큼은 나올 것 같네요.

요즘은 탱투 알리미가 좋아져서 이런것까지 나온다고 하네요(제가 건의할까요?). ^^

다락방 2011-01-09 21:3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녕. 땡투 알리미라니. 하핫. 그러게요 누가 땡투하고 샀는지 궁금하긴 해요. 히히.
여하튼 살림에 보태어주신 적립금은 아주 요긴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
 

 

 

 

 

 

 

 

작가인 스티븐 딕슨이 [에스콰이어]에 <당신 나이치고는……>이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소설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한 글을 썼다. 부제는 <MID LIFE의 악몽>이다. 미드 라이프는 처음 접하는 말이다. 중년이라고 번역하면 좋을까. 어딘지 모르게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느낌이 든다.
내용을 보면, 42세의 독신 남성 작가가 주인공인데, 그는 금연과 조깅 등으로 젊음을 유지하려 애쓴다. 한편 그의 연인인 21세의 대학생은 꽤 오래 사귀었던 그와 헤어지고 뉴욕으로 가서 출판사에 취직하려고 마음먹는다.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작가가 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남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없이 계속되는데, ‘정말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묘사가 추하고도 실감난다.
이를테면 남자는 “내가 그렇게도 아저씨처럼 보이냐?”라고 묻고, 그녀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며 덧붙인다. “하지만 당신이 젊게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난 창피해요.
그녀의 말인즉, 당신은 운동을 해서 몸을 단련시키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체형이 망가지고 있으며, 그걸 보고 있으면 당신이 노력하는 만큼 나는 더 슬퍼진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스무 살짜리 보통 남자의 근육이 당신보다 더 탄탄하고 고환도 위에 붙어 있는 것(자세히도 관찰했군)이 사실이며, 게다가 당신은 벌써 머리가 벗겨지고 있지 않은가. 머리가 벗겨지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신은 음모에도 흰 털이 있지 않는가. 그걸 보면 난 정말 기가 막히다. 섹스만 해도 그렇다. 당신은 잘하긴 하지만, 젊은 남자는 사정은 빨리 할지 몰라도 그만큼 금세 회복된다. 당신은 사정한 후 15분후에 다시 사정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남자와 자고 싶단 말이다.
그러자 남자는 “내 발에서 냄새는 나지 않았어? 입 냄새는 안났어?”라는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한다. 결국 남자는 “그럼 앞으로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라고 애원하지만, 이것 역시 거절당하고  깨끗하게 차이고 만다. 이런 일은 악몽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젊은 여성과 사귀고 있는 45세 이상의 남성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꼴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가는 충격이 클 테니까.
(중년의 악몽, PP.52~53)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회사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안의 난 혼자였다. 난 내내 내게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오고 있던 길이었다. 쌍커풀과 보조개와 눈웃음. 왜 이 세가지가 내게 없는걸까, 하면서. 쌍커풀 진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을때마다 보조개가 들어간다면? 눈웃음을 칠 줄 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그리고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거울을 본다. 그리고 씨익 웃어본다. 눈웃음을 좀 연습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눈 주변에 주름이 자글자글. 그리고 땡긴다. 흑. 서러워졌다. 눈웃음은 무슨. 내가 아이크림을 너무 안발랐나? 이제 눈주름 관리 좀 해야할까? 아이크림이 너무 저렴했나? 백화점 가서 명품으로 하나 사서 발라볼까? 그러나 뭘 쓴다 한들 이미 생긴 이 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한 주름들은 없어지질 않겠지.  

난 내가 나이들어 가는 것을 몹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텔레비젼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보톡스를 맞는다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다거나, 굳이 옷을 젊게 입으려거나 하는 애를 쓰지 않고 늙어가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안간힘을 써가며 반항해봤자, 그것이 나이들어 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오히려 추해질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나도 이제는 막고 싶다. 그만 나이들고 싶다. 『아마추어 메리지』에서도 나이 들면서 좋았던 머릿결이 푸석해진다고 했었는데, 나도 그걸 느낀다. 이제 한달만 더 있으면 한 살 더 먹는다.

늙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흑. 

다시, 눈가의 주름으로 돌아가서,

좋은 아이크림을 하나 장만해야 할까.
 

나는 이제 젊은 남자를 더이상 만날 수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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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11-1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쌍꺼풀,보조개,눈웃음 다 없어요.흑흑
전 제가 나이가 든다고 밍크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저 캐시미어 코트가 로망이었는데, 요즘은 코트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밍크쇼울이라도 하는 생각을 한다니까요.점점 더 추위를 타서 그런거겠지요? 나이 때문이 아니라 ? 흑흑

저는 좋은 목크림을 하나 장만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0-11-17 09:25   좋아요 0 | URL
'노라 에프런'의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인가 하는 책에서 목주름 얘기를 하도 반복해 들어서 저도 겁이 다 나더라구요. 파비아나님, 좋은 목크림 하나 장만하시면 제게도 추천해주세요. 저도 한번 써보게요. 목도 미리부터 관리를 해야겠죠? 그래야 나중에 목 주름 보면서 윽 진작 관리할걸 이런 생각 안하겠죠? 그런데 목크림이라는 게 있기는 있나요? 존재하는 건가요?

비로그인 2010-11-1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스키니 진을 입고 양털 무통을 입고, 8센티 짜리 힐을 신었냐면요!
하루라도 상대적으로 젊을 때 다 해보고 죽자,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이건 플러스 알파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전 그의 눈가 주름을 사랑합니다. 그를 생각할 때 딱 떠오르는 것이지요.

다락방 2010-11-17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눈가에 주름이 없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에게 주름이 있었다면 저는 역시 그 눈가의 주름을 사랑했을 거에요. 그게 뭐든 대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안그래요?
아, 쓰다보니 심장이 막 뛰어요.

Mephistopheles 2010-11-1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책임져 알피...의 거의 마지막 장면.. 이여자 저여자에게 박살나신 바람둥이 알피(주드 로)가 최후의 보루(?)인 수잔 서랜든을 찾아가 위로를 받죠. 하지만...그녀의 침실엔 이미 왠 남정네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죠. 알피는 절규합니다. '왜! 왜! 내가 저 놈보다 못한게 뭔데..!' 라고요. 수잔 서랜든...간단 명료하게 정리해버립니다. '갠 너보다 젊어!' 아...그 영화 내내 알피라는 캐릭터가 정말 얄미웠는데..그 대사 한마디에 연민이 생기더군요.

다락방 2010-11-17 09:2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얼핏 그 장면이 기억나는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제가 그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친구 애인의 bar 에서 친구의 애인과 둘이 당구치던 장면이에요. 영업이 끝난 새벽, bar 의 문을 닫고, 음악을 틀어두고 술을 마시면서 둘이 당구를 치잖아요. (포켓볼이겠죠;;) 그러다 멜랑콜리 분위기가 되가지고 삐리리 하잖아요. 그게 완전 이해가 되더라구요. 저 밤에, 그러니까 저 시간에, 단 둘이서,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안그러겠어, 어떻게! 하면서 말이지요. 하하하핫 ;;
결국 아이까지 낳았죠.

루쉰P 2010-11-1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나이를 먹어서 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나이를 먹으면 추한 것 같아요.ㅋㅋㅋ 젊은 남자, 젊은 여자야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이겠지만 대화가 되는 사람, 풋풋한 사과 향기 같은 향이 나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들은 없지만 예쁘지 않아도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고 항상 유쾌하고 발랄하고 옆에 있으면 자신도 기분이 업 되는 그런 여성을 남성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회라는 거친 들판에 피는 멋진 꽃과 같다고 할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안나 카레리나'의 키티 역시 레빈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그런 면이었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내년이면 32살이 되고 말아요.ㅋㅋㅋ 20살이 엊그제 였던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이죠. 남자라서 그런지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불안과 멈춤 보다는 저의 덜떠어짐을 멈추고 싶더라구요. 레빈처럼 인생을 살고 싶어요. 왠지 저는 제 인생을 평가할 때 혹시나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NHK에 어서오세요'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사는 듯 해서요. 전 시간이 흐를 수록 인생 알차게 살지 못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

다락방 2010-11-17 09:31   좋아요 0 | URL
제가 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이먹는 것에 대해 굳이 애써서 반항하는 거였거든요. 그런 노력들이 부질없고 헛되지 않나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제 그런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그나저나 노신파님 아직 32세 밖에(!)되지 않으셨군요. 닉네임이나 대화에서 어쩐지 조금 더 나이든 분을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NHK에 어서 오세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전에 봤던 일큐팔사의 NHK 수금원이 생각나는 댓글이네요.

루쉰P 2010-11-17 18:03   좋아요 0 | URL
댓글을 달면 닉네임 때문에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사실 노신(루쉰) 선생이라는 중국 문학자를 많이 알지 못 하시는 면도 있고, 제가 고전을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32살 밖에 라니 의외네요. 전 제가 나이가 많이 먹은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나봅니다. 일큐팔사의 NHK 수금원은 아주 집요하고 무언가 꽉 막힌 주인공의 아버지인데 제가 말씀드린 'NHK에 어서오세요'는 일본 애니로서 'N' 닛폰(일본) 'H'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K'쿄카이(협회) 한마디로 일본 은둔형 외톨이 협회의 약자입니다. ㅋㅋㅋ 1년 간의 백수 시절 저의 사상의 근본을 마련한 애니였죠. 이 단체는 재미난 일본 애니를 많이 만들어 그것에 빠진 일본 청년들이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 버리고 일본 애니에 빠져 현실 도피를 만들게 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게 만든다는 음모 단체로서 이 애니의 주인공은 그 단체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애니의 주인공의 나이와 제 나이가 같아 더욱 애착을 가지고 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이에 대한 반항은 이미 포기했어요. 왜냐면 워낙 겉늙어 그리 나이에 신경 쓸 정도로 외모가 뛰어나지 못하거든요. 고등학교 때 생김새는 서른살의 생김새나 비슷해서요. 저도 20대 초반 부터 제 나이에 대한 반항보다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치니 2010-11-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다락방님이 이러시면 나는 어쩌라고용 ~

다락방 2010-11-17 09:31   좋아요 0 | URL
같이 잘 늙어봅시다, 치니님.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주면서.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0-11-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는데도 이십대때의 건강과 피부는 역시, 아쉬워요. ㅠ_ㅠ;;;
청바지에 운동화차림이 좋아서 하는 것 뿐인데 어려보이려고 노력하는군. 라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쁘고요. 나이들면 좋아하는 옷도 못 입는단 말인가!!! 하면서요. 역시 젊음은 권력이로군요. 흑흑.

다락방 2010-11-22 10:05   좋아요 0 | URL
전 있어요, 문나잇님.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있어요. 전 스물아홉으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다시 살고 싶어요. 당신 스물아홉일때 부터 알았어요, 라고 말했던 남자에게 내가 먼저 가서 우리 지금부터 알고 지냅시다, 라고 말하고 싶구요, 나는 아직 이십대라며 여기저기 떠벌리고 싶어요. 삼십대가 주는 어쩔 수 없는 연륜이 전 좀 슬퍼요. 흑 ㅠㅠ
젊음은 권력이죠, 특권이고. 저는 젊고 예쁜여자들만 보면 아주 그냥 부러워 미치겠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11-15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제가 웃고 있는 사진을 봤어요. 코주름과 입가 주름을 보곤...
그게 나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어요 --;;

다락방 2010-11-17 09:34   좋아요 0 | URL
전 엘레베이터 안에서 제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고, 오오, 이렇게 늙어가는 것인가, 하고 잠시동안 패닉에 빠졌었어요. 제 안에는 제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주 많은 제가 있네요. ㅠㅠ

blanca 2010-11-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배철수가 그러더라구요. 청춘이 정말 그 자체로 얼마로 좋은 건지 그때는 모른다고 하지만 그걸 알아도 이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격하게 동감햇어요. 거울 속에 어떻게 해도 얼마간은 칙칙한 내 모습을 보다 근처 여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해들의 고운 피부결을 보면 제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진답니다. 그런 기분을 아마 올해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봐요. 이젠 화장을 안 하면 다들 아프냐고 해요....

다락방 2010-11-17 09:35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그런 여자가 될 줄은 몰랐는데, 화장 안하고 어디 잘 못나가겠더라구요. 어쩐지 챙피하고 부끄럽고.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건지. 이십대때는 화장 좀 하면 어, 오늘 화장했네, 이런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화장 안하면 민폐란 얘기나 들을 것 같고.
아니라고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시간은 흐르고 역시 늙어가는 것 같아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ㅠㅠ

2010-11-15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0-11-16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인용한 부분 보면서 정말 슬펐어요 ㅠ_ㅠ

다락방 2010-11-17 09:41   좋아요 0 | URL
그쵸, 엄청 슬프죠? 저게 웃으면서 울게되요. ㅠㅠ

BRINY 2010-11-1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원짜리 스킨토너를 쓰면서, 어제 2만원짜리 앰플을 샀습니다...

다락방 2010-11-17 09:42   좋아요 0 | URL
화장품에 쓰는 돈이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드는 걸 실감하는가 봐요. 후아..

자하(紫霞) 2010-11-1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전 나이 서른에 이미 위의 사실을 깨달았죠~
어쩔수 없는 여자라서 뭐 아직도 눈주름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신경쓰고 살고 있습니다만...ㅜ.ㅜ

다락방 2010-11-17 09:43   좋아요 0 | URL
전 별로 신경안썼던 것 같은데 요즘엔 부쩍 신경쓰게 되네요. 어쩌면 계속 신경쓰고 있었을까요? ㅜㅜ
나이 먹는걸 누가 붙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아니, 제가 좀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후..

2010-11-1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1-17 14:49   좋아요 0 | URL
어머머머머머머머머머머머머머!
상상도 못했는데, 완전 멋져요! 존경합니다! >.<

L.SHIN 2010-11-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웃음은 고사하고... 하도 평소에 잘 안 웃어서 안면근육이 굳은 건지..
가끔 웃다가 무심코 거울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어색한 얼굴이 거기에 있거든요.-_-

다락방 2010-11-17 11:59   좋아요 0 | URL
으응? 엘신님 잘 안웃어요? 나는 엘신님이 잘 안웃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질 않아요. :)

깐따삐야 2010-11-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노화의 원인은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이십대 때 스트레스의 폭풍우에 휘말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이 저보고 아줌마 같다고 하더라구요. 영달이 낳고 나서 출근도 안 하고 자주 웃으니 이렇게만 살면 도로 젊어지겠다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는 살 수 없으니 또 늙을 날이 머잖았죠. 결국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요, 노화의 주범인 것 같아요.ㅠ

다락방 2010-11-17 12:01   좋아요 0 | URL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면 모든 나쁜상황의 원인이죠. 스트레스가 당연히 노화를 가져올 것이고 푸석한 머리와 눈가의 주름과 미간의 주름과 뱃살과 뭐 기타등등 다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깐따삐야님도 저도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그걸 잘 알고 있는데, 왜 그런데도 스트레스 받으며 살고 있는걸까요?
예쁜 아가 낳고 출근도 안하고 자주 웃으면 네, 젊어질 것 같아요. 이미 생긴 주름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주름이 더 생기지는 않겠죠. 자꾸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요? ㅠㅠ

이리스 2010-11-1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팍삭 늙은것 같아서 우울했는데 최근 일 때문에 만나는 몇몇 사람들이 나이에 대해서 비행기 태워줘서 좀 기뻤어요. 어차피 세월은 흘러가고 그 흔적은 남는건데 편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한 즐겁게 관리하는 것 밖에는.(말은 쉽죠. -__-)

다락방 2010-11-17 12:03   좋아요 0 | URL
그게말이죠, 저는 왜 여자들이 외모나 나이에 대해 비행기 태우면 기뻐할까, 그건 그냥 하는 말이잖아, 라고 늘 생각했었는데요, 이게 진짜 함부로 말할게 못되는게 제가 그러더라구요. 동안이란 말 한번 듣고 완전 며칠을 기쁨에 날뛰고 댕겼어요. 전 제가 동안이 아닌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말이죠. 동안이란 말 태어나서 처음 듣는건데, 그러니까 동안이 아니라서 동안이란 말은 들어볼 수가 없었는데(전 좀 늙어보이는 스타일;;), 뻔히 거짓말인줄 알면서 며칠동안 아~~ 나는 동안이었어, 나는 캡이야 뭐 이러고 다니더라구요. 하하하핫.

네네, 편하게 받아들이고 즐겁게 관리해야죠.
그리고 제가 이리스님의 사진을 봐서 아는건데요, 이리스님은 지금보다 나이 들어도 계속 미모로울거에요!

이리스 2010-11-17 13:34   좋아요 0 | URL
어흐흑... 감사합니당.(눙무리...)
저도 요 몇주 바쁘다는 핑계로 스킨케어를 하도 안했더니 피부가 엉망이 되어 반성중입니다. 들떠서 막 허옇게 일어나고 난리여요. 수분공급도 하고 모공케어도 하고 링클케어도(헉헉...)

락방님은 분명 동안이실것 같아욧! ㅎㅎ

다락방 2010-11-17 14:51   좋아요 0 | URL
전 진심 동안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순간도 동안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노안이죠. 하핫 ;;(비참...)

제 생각에 저는 술만 안마셔도 좀 덜 늙을것 같아요. 하하하핫 ;;

sslmo 2010-11-1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과 너무 적조하였다 싶어 밍기적거리면서 들어왔는데...
흠,흠...우리 서로 교묘히 비껴가서 락방님의 새글들을 읽을 수 없었던 거네요~^^

좋은 아이크림도 좋은데,
족발도 콜라겐이 끝내주고,
닭 날개도 괜찮대요~'속닥'

다락방 2010-11-17 14:50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저는 지금처럼 지내도 좋겠네요. 족발과 닭 날개는 제가 이미 넘치게 사랑하여 넘치게 먹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양철나무꾼님!
정호승 시인이 그렇게 좋나요? 네?

2010-11-17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론스키와 올림픽공원

친구와 『안나 카레니나』를 함께 읽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와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 간다는 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짜릿함을 준다. 그 책 내용이 슬펐든 어쨌든간에.  

친구와 나는 수시로 자신이 인상깊었던 장면을 문자메세지로 찍어준다. 우리는 같은 책으로 읽고 있기 때문에 쪽수를 써준다. 서로가 밑줄 그은 부분이 같다고 환호를 하기도 하고, 톨스토이는 천재라고 자꾸만 문자 사이로 얘기한다. 

톨스토이는 여자가 됐다가 남자가 됐다가 엄마가 됐다가 아빠가 됐다가 아이가 됐다가 개도 됐다가 하고, 톨스토이는 사랑했다가 사랑을 잃었다가 질투를 했다가 행복했다가 불행해 하기도 한다. 이 모든걸 이 작가가 다 해낸다. 1권에서는 레빈과 키티가 절망하고 브론스키와 안나가 빛났다면, 2권에서는 레빈과 키티가 빛이 나고 브론스키와 안나가 절망한다. 그 둘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빛남으로, 열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던 그 때가 있었는데! 

 

   
 

요즘 들어 더욱더 자주 그녀에게 일어나는 이런 질투의 발작은 그에게 두려움을 품게 했고, 자연히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을 식게 했다. 질투의 원인이 자기에 대한 사랑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느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도 쓰긴 했지만, 그는 몇 차례나 그녀의 사랑은 행복이라고 자기에게 타일렀는지 모른다. (p.241) 

 
   

질투를 해본 사람, 혹은 질투하는 연인을 두어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처음, 연인으로 발전할 그때, 질투조차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기뻤는지. 그러나 좀 오랜 연인이 된 후에는 질투가 얼마나 나의 목을 조르는지. 브론스키와 안나에게도 주변의 여건이 그리고 시간이 찾아든다.  

   
 

그녀는 이제 전혀 그가 처음보았을 무렵의 그녀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쁜쪽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턱 퍼져버렸고, 방금 전 그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는 얼굴에 미모를 찌그러뜨리는 앙칼스러운 표정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p.242) 

 
   

처음의 그녀가 아니라니. 슬프다. 더할나위 없이 슬프다. 슬프다. 

400쪽을 넘어가면 안나와 브론스키는 드디어 바라던 삶을 산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바라보며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그가 얼마나 빛나는지, 사랑이 멈출 생각을 않고 점점 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잃는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한편 브론스키는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던 것이 완전히 실현됐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행복하지는 않았다. (p.445) 

 
   

 

그녀는 그가 원한 모든것이었는데! 그의 모든 지위와 명예를 포기하게 할 만한 그 무엇이었는데! 슬프다. 

 

점심을 먹는데 반찬으로 호박전이 나왔다. 나는 테이블에 놓여진 호박전을 초토화 시켰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물론 숙주나물도, 김치도 다 먹었다. 제육볶음은 말할것도 없고 ;; 사무실에 들어와 안나와 브론스키의 이 슬프디 슬픈 사랑을 읽다가, 그리고 레빈과 키티의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읽다가, 보았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반값이라는 것을! 나는 이때다 싶어 장바구니에 책을 쓸어 담는다. 

 

 

 

 

『연을 쫓는 아이』를 선물 받아 가지고 있는데, 영화로 이미 보았던 나는 그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도 늘 찜해두고 있었는데, 오, 반값이라니!  

『전태일 평전』은 지난주 시사인과 경향신문에서 자꾸만 전태일 기사가 나와서, 아 나도 제대로 몰라, 이젠 좀 알아야 겠어 싶은 마음으로 주문. 

『유리망치』는 남동생을 위한 것. 이자식은 다른 책 주면 잘 안읽고 추리,미스테리만 읽을라고 해서 ;;  일전에 재밌다는 리뷰를 보고 기억해 두고 있던 터였는데, 오, 사랑해, 반값이다. ㅠㅠ 알라딘은 내사랑 ♡

『톰소여의 모험』은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읽고 꼭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담아뒀는데, 근데, 내가 한권을 사긴 샀는데, 허클베리를 샀는지 톰소여를 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재시에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고 뜨지 않았으니, 지난번에 산게 허클베리가 맞겠지? 그러니까 사두고 안읽어서... 얼마전에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결제하다가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는 말을 보고 깜짝 놀라서 내가 언제, 하고 사무실을 막 뒤졌더니 있었다, 그 책이. 만약 그 문구가 뜨지 않았다면 난 또 샀을거야. ㅠㅠ  어쨌든 톰소여의 모험, 이 책은 30프로 할인. 아 좋아.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는 '니콜 크라우스'의 책. 그녀는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아내다, 아내다, 아내다.

원래 3만원어치만 담아뒀는데 4만원이상 1,500원 할인 쿠폰이 있어서 다시 4만원을 채우고 신한카드 사이트에 가서 3프로 할인받아 결재를 했는데, 결재를 다 하고 나서야 내가 쿠폰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윽. 내가 4만원을 왜 채웠는데! 다시 급 취소하고 쿠폰 써서 재결재하는 삽질을. 후아-  

 

그리고 이 책들은 방출. 읽고 싶은 분 공개댓글로 말씀하시면 그냥 보내드릴게요. 다 제가 읽은 책들이고, 한권씩만 선택해 주세요. 그래야 다섯분께 드릴 수 있으니까요.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매버릭꾸랑님)
죠반니노 과레스키, 까칠한 가정부(미르비님)
히가시노 게이고, 11문자 살인사건(파비아나님)
야키모토 야스시, 코끼리의 등(베리베리님) 
김사과, 미나(이리스님)

 

 

 

내일부터는 『안나 카레니나 3』을 읽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2권은 정말 무겁다. 많이 무겁다. 아주 무겁다. 뭐, 정말 팔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팔이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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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1-1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잘 보겠습니다 ^^

얼마전에 친한 후배 가방에 책을 두고 와서 소포로 부치라고 하니까 이 녀석이 착불로 부쳐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생면부지의 다락방님도 책도 선물하고 착불로 안 부치는데, 제 후배녀석은... ㅋㅋ 그 녀석을 원망할게

아니라 제 소심함을 탓해야겠죠. 그 친구가 그래도 택배붙이면서 공기 빵빵하게 하는 책 다치지 않게 하는

장치는 했더군요. 귀엽게도~

아무튼 고맙습니다 잘 볼께요 ㅎㅎㅎ

다락방 2010-11-18 10:01   좋아요 0 | URL
저는 보고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려는 의도였으니 착불로 안한게 당연한거고,
매버릭님의 후배분은 본인의 실수도 아닌데 소포를 부치는 행위까지 더해져야 했으니 착불로 하는게 당연한 것 같은데요. 저였어도 그런 경우엔 착불했을거에요.
네, 재미있게 읽으세요.

자하(紫霞) 2010-11-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사이즈의 책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가방에 쏙 들어가니...
감사해요!다락방님*^^*

다락방 2010-11-19 18:22   좋아요 0 | URL
일본 여행갈 때 챙겨갈건가요, 베리베리님?
잘 다녀와요!
:)

차짠 2010-11-2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받은 지 한참 됐는데 이제야 댓글 남기네요 죄송합니다 ㅠㅠㅎㅎ
그동안 여러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어서요..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좀 마무리가 된 듯 하네요
책 정말 감사하구요^^ 지금은 까칠한 가족 읽고 있어요! 내일이면 드디어 가정부 읽을 수 있을 듯!
기대되네요 달콤한 선물 감사합니다:D

다락방 2010-11-29 14:4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어본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까칠한 가족]쪽이 좀 더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네, 까칠한 가정부도 재미있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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