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점심을 먹으면서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을 들었다. 그간 안들었던 회차가 많아서 뭘 들을까 고민하고 목록을 살펴보다가 강박증에 대한 언급이 있길래 그걸 듣게 되었다. 내가 원작을 읽기도 했고 영화로도 보았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대한 얘기였다.
















극중 남자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봐야만 응원하는 축구팀이 이긴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자연스레 징크스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징크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다. 나는 내가 가진 강박증을 알고 있고 그래서 들었던건데, 징크스와 연결되어 있다니. 이건 당연하겠구나, 들으면서 생각했다. 징크스도 강박도 모두 불안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이것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는, 이것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그러니까 그 불안은 어떤 불안인지에 대해 다르겠지만 징크스가 강박을 불러오는 것은 필연적으로 느껴졌다. 많은 징크스는 더 큰 강박이 아닐까.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내게도 징크스가 있다. 좀 여러개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타인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가족에게도 애인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물론이다. 내 징크스를 내가 입밖으로 내는 순간 '뭐 그런 생각을 해' 하고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고 혹은 '야, 그런 생각하지마, 이겨버려' 쉽게 얘기하는 걸 듣게 될까봐 저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아버지보다 내가 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내 징크스에 다른 '사람'이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사람은 내 뜻대로 안되는데, 내가 내 징크스 때문에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일을 한다는 건, 생각만해도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너가 있어야만 축구가 이겨, 하고 자꾸 너를 내 축구관람에 부르는 일은, 상대에게는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상대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응해주지 않을 뿐더러, 상대의 징크스가 아닌데 나의 징크스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은, 그야말로 민폐가 아닌가 말이다. 내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나는 그래서 내 징크스를 말하지 않는다. 그걸 알고 선한 마음에 내 징크스를 계속 생각하고 배려해줄까봐. 그렇게 되면 나의 징크스는 당신의 징크스가 될까봐. 누군가 나의 징크스에 끼어드는 순간 폐가 되는 것이 나는 두렵다. 그리고 이 징크스와, 강박이, 불안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니. 나는 내 불안을 알고 그러므로 이것을 어떻게는 내 식으로 알고 견뎌내고 혹은 극복하고 싶다. 그렇게 몇 번이나 책을 읽어보려고 하지만 어제 같은 경우도 졸음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위의 사진이 어제 내가 잠들기 전 침대 위 풍경이다. 저 책들을 다 읽겠다고, 일요일 밤이니까, 낮잠도 잤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밤을 새며 이 책들을 읽겠다! 하고 다 꺼내온 것이다. 나여.. 밥통.. 그러나 현실은 아니 에르노의 책을 몇 장 읽지도 못하고 졸음이 찾아와서.. 열시 무렵 자버렸다는 것. 아, 저 책들은 오늘 아침에도 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책들아, 미안.. 내가 꼭 읽어줄게. 흑흑  ㅜㅜ


내 문제를 내가 알고 내가 극복하겠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아가 조카를 보러 다녀왔다. 이번에 가니 아가 조카는 또 훌쩍 자라서는, 아아, 낯가림이 심해졌다 ㅠㅠ 엄마와 나를 보고는 통곡을 하는데.. 흑흑 아가야, 나 이주전에도 봤잖아, 왜... 왜.... ㅜㅜ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더이상 우리를 보고 울지 않았고, 그래서 이제 올케에게 편하게 밥을 먹으라고, 편하게 잠을 자라고, 우리가 봐주겠다고 하고 아가를 보는데, 아가는 어느 정도 잘 놀다가 갑자기 내 얼굴을 보고 나랑 눈을 맞추더니 또 울기 시작했다. 아가야... ㅠㅠ

제아빠와 제엄마가 옆에 있을 때에만 고모를 보고 웃어주는거니? 흑흑 ㅜㅜ


저녁 무렵에는 아가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아가에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남동생이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뒤에 산이 있어서 초록초록한 나무들을 집을 나서자마자 볼 수 있었는데, 그래 아가야 이렇게 바깥 바람을 쐬렴, 하면서 유모차를 밀어주었고, 얼마 안가 짜증을 내길래 남동생이 아기띠를 하고 안아주었다. 제아빠에게 안겨서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아빠 손을 꼭 잡는데, 아, 너무 예뻤다. 가만 있어봐, 멈춰봐, 나 이거 남기고 싶어, 하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여러분... 흑흑.

요즘 저렇게 꽉 쥐고 꼬집기도 하는데, 나도 내 팔을 내어주니 꽉 쥐면서 꼬집더라. 아팠지만 너무 좋았어서, 그래그래 더 꼬집으렴, 했다. 저렇게 무언가 꽉 쥐는 저 생명력을 너무 사랑한다.



아가가 낯가림을 해서 서운한가, 라고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했는데, 아가가 잘 놀다가 갑자기 나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 서운하기 보다는 또 너무 예쁜거다. 팔불출 고모라서 그럴 수도 있는것이지만, 그러니까 아가가 나를 보고 울었다는 게, 놀다가 어? 이 사람은 누구야? 하고 울었다는 게 너무 예쁜거다. 자라고 있구나, 이제 아빠 엄마, 늘 제곁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는구나, 싶어서 그게 그렇게나 좋은 거다. 낯설다고 우는 조카 보고 와서도 또 그게 너무 예쁜 나란 사람...




조카1은 얼마전에 최근 베스트셀러인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읽고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난주에 울집에 와 나랑 서점에 가서는 판타지 코너에 가보자며 판타지 코너 책들을 구경했고, 그렇게 조앤 롤링의 책 한권을 읽고 싶다며 고르길래 내가 사주었다. 조카는 계속해서 코너를 보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을 집어들고 이건 뭐지? 했는데,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이 여성학 코너가 아니라 판타지 코너에 놓여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애트우드도 판타지를 쓰지! 나는 이미 몇 권의 책을 준비해두고 있지!

















조카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나 꿈백화점(이건 안읽어봄)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읽다 말거나 읽을 생각이 없기는 했지만, 조카가왜 판타지를 좋아할까, 왜 나랑 취향이 다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판타지 코너에 놓인 애트우드의 책을 들었다 놓는 걸 보는 순간, 아아, 우리가 언젠가는 기어코 만나겠구나, 했다. 애트우드가 우리를 만나게 해주겠구나, 애트우드는 우리의 접점이 되겠구나, 하면서 짜릿해졌다. 어쩌면 조카는 이 시기가 지나면 판타지를 멀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어쩌면 계속계속 판타지를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되든 언젠가는 우리는 애트우드로 만나겠어!


그러자 너무 좋았다. 우리의 접점이 애트우드일 수 있다는 거. 그게 너무 좋은 거다. 다른 작가도 아니고 애트우드라니!

사두고 안읽은 애트우드의 책들을 좀 많이 읽어줘야겠다. 언제? 몰라..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끔 과거의 어떤 일들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뭐가 계기가 된건지 모르겠지만 불쑥 떠오르는 과거들 때문에 즐거워서 웃기도 하지만 쪽팔려서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고 어떤 건 너무 싫은 기억이라서 내가 내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한다. 그 때 그 짓은 너무 못된 짓이었어, 왜 그런 짓을 했어,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과거의 어느 한 때 어린 시절이어도 그 기억이 내게 있는게 싫은 거다. 그렇게 나쁜 기억에 사로 잡히면 거기에서 나오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아본다. 내 손으로 가만히 내 가슴을 쓸면서 괜찮다고, 나빴지만, 앞으로 더 착하게 살자고 다독이기도 하고, 불안을 잠재운다고 해서 요즘엔 마그네슘도 먹고 있다. (그런데 마그네슘 먹으면 변비 생기나요?) 마그네슘이 실제로 불안감을 잡아주고 안정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플라시보 효과가 큰 사람이라 불안하구나, 마그네슘 먹자, 하는 거다.


엄마와 남동생네 집에 다녀오며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그래서 이런 대화를 했다.



"엄마 가끔은 아주 아이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래서 다시 살아보고 싶어."

"다 부질없는 말이지. 그럴 수 없으니까."

"응 그런데 어릴 때로 돌아가면 나쁜 짓 안하고 못된 짓 안하고 후회없는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어."

"아마 다른 식의 후회할 일이 생길거야, 다시 살아도."



그래, 그렇겠지, 어떤 잘못을,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인지하는 잘못을 피할 수 있었을지언정, 다른 잘못들을 내가 살면서 저질렀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착하게 살자, 착해지자, 라고 내가 나한테 말한다. 꼭 선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어도,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지는 말면서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지는 못해도 아픔을 주면서 살지는 말자.



물론 나는 그 누구보다 내 자신을 아프게 하고 싶지가않다. 살아가면서 내렸던 결정들은 궁극적으로 나를 덜 아프게 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데 그게 정말 덜 아픈 선택이었나?' 묻게 됐다. 다시 묻고 또 물어도 이 결정을 내렸겠지만, 그런데 이래서 내가 덜 아팠던건가? 더 아팠던 건 아닌가?




친구들과 영어책 읽는 것에 대해 오늘 아침에도 얘기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나 계속 읽고 싶어하는 걸까. 원서를 읽는 것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 번역서를 읽는 것보다 몇 배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일이다. 그러니 원서를 읽지 않는다면 나는 그 시간에 몇 권의 번역서를 더 읽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원서 읽기에 욕심을 내는가.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욕망이 없다면 노력도 없을 것이고, 그런 삶은 그저 물에 물탄듯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친구들과 나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왜 우리 실력은 빨리 늘지 않는걸까 계속 고민하고 이야기하면서 또 할당된 양을 읽고자 한다. 나는 이것으로도 좋다. 실력이 언제 향상될지는 모르지만, 과연 향상될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계속 공부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고, 그래서 그걸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비록 나는 그중 실력이 가장 떨어지지만, 그래도 계속 같이 한다는 게 힘이 된다.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좋고.



영어권 나라에서 사는 남자랑 말레이시아 갔을 때, 모든 대화를 대부분 그에게 하도록 두었던 것에 대해 나는 몇년째 계속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하고 갔을 때는 문법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는데, 영어권 나라에 사는 남자라서 위축됐었다. 문법이나 단어가 제멋대로 나오는 것이 나를 부끄럽게 할 것 같아서 입 열기를 주저했었다. 결국 영어를 잘하는 그가 모든 대화를 했지만, 그 시간이 두고두고 나에게 부끄러움과 수치로 남아 있다. 내가 잘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최소한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라도 없었다면..

내가 영어를 잘한다면 아마 그렇게 후회할 일은 또 없겠지.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1.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2. 영어권 나라에 사는 남자랑 안사귄다.



역시 문제를 파악하면 해결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자랑스런 나인 것이다.
















가끔 효녀 모드가 되어 아빠랑 영화를 보는데, 아빠랑 같이 재미있게 볼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이 영화를 선택했다. 넷플에 있는 영화였다. 주연에 브리 라슨 있길래, 오, 킹콩이 나오는데 브리 라슨? 도대체 무슨 영화지? 하면서도 어떤 의심 같은 게 1도 없었다. 브리 라슨이, 새뮤얼 잭슨이, 무려 킹콩 영화에 막 나왔을까? 그런데 아니 무슨 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스포일러 팡팡 터져요.

여기 킹콩만 나오는 게 아니고 킹콩만한 거미, 킹콩만한 메뚜기, 킹콩만한 문어.... 가 나온다.


마이


이쯤하겠다. 하아-



아니, 그런데 톰 히들스턴.. 나는 토르에서 보고 영 별로였는데, 이 영화에서 평상복 입은 용병인데... 되게 멋있네요 잉?




운동.. 하시나봐요...




크, 원래 어제 자기 전에는 브리저튼과 여성의 욕망에 대해 페이퍼 쓰려고 했었는데 거기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페이퍼가 길어졌네. 그렇다면 그거슨 다음으로... 씨 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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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8 1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전 사실 트이타에서 조카랑 저 손 사진 보고 다부장님 손 참 부장님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 남동생 손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그네슘 일주일에 서너번은 먹고 있는데 변비하고는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마그네슘 먹는 날 잠 뿜뿜 와요(저녁에 드세요). 제가 알기론 철분제가 변비 유발하는 것 같던데요.

아참, 제 조카도 저 보고 앙앙 울어서... 어느날은 조카 앞에서 미키마우스 그려진 티셔츠 입었더니 안 울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8 11:56   좋아요 3 | URL
네. 남동생 손. 아가 조카의 아빠 손입니다. ㅋㅋㅋㅋㅋ 저 작은 손으로 꽉 쥐는 거 진짜 너무 예뻐요. 그런데 미키마우스.. 라고요? 미키마우스 티셔츠 하나 사야겠어요. 아가 조카 방문 전용 티셔츠로다가.. ㅋㅋ 아이참. 미키마우스 티셔츠 같은 걸 내가 입게 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투엑스라지 검색해서 사입어야겠어요.

저도 요즘 잠 뿜뿜 오는게 마그네슘 때문인가 싶더라고요. 불면증 치료도 된다더니, 아니 글쎄 어제는 낮잠 잤는데도 밤에 잠이 오더라고요. 아오 이 미친 마그네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분제는 안먹는데 왜...(생략)

잠자냥 2021-06-28 12:09   좋아요 2 | URL
네,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도날드덕, 푸우 등등 아가들이 좋아하는 동그란 캐릭터+ 밝은색(분홍, 노랑 등등) 조합이면 아가들이 울지 않더라고요?

제가 주로 조카 보러 갔을 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거든요. 그거 입으면 영락 없이 울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알록달록한 울 엄마옷(조카에겐 할머니) 입었더니 할머니인줄 알고 ㅋㅋㅋㅋㅋ 잠깐 안 울었는데, 곧 할머니가 아닌 거 알고 또 울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엔 분홍색에 미키마우스 그려진 거 싸가서 입었더니 그거 보느라 안 울었어요. ㅋㅋㅋㅋ 락방 님도 조카 알현 전용 옷 하나 마련하세요. ㅋㅋㅋㅋ (참고로 제 조카는 현재 7개월)

다락방 2021-06-28 12:12   좋아요 2 | URL
저 지금 미키마우스 티셔츠 검색해보고 있는데 사이즈 프리사이즈라는데 뭐 다들 이렇게 작은건지.. 빡치네요. -.-
덩치 큰 사람은 프리하지 않은건가요.. 아오..

잠자냥 2021-06-28 12:2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예전에는 유니클로나 갭 같은 SPA 브랜드에서 캐릭터 티셔츠 많이 나왔는데,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21-06-28 12:22   좋아요 2 | URL
저 지금 하나 주문하긴 했는데 모델 사이즈 죄다 55 아니면 마른 55 라고 해서. -.-
그러고 프리사이즈라니, 입으면 쫄티가 될 것 같은데.. 작으면 올케나 여동생 주려고요. 에잇. 이놈의 나라 진짜 똥같아요. -.-

blanca 2021-06-28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저 손! 비명 지를 정도로 귀여워서. 아, 안아보고 막 주물러 보고 싶어요. 그리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궁금해하는 조카라굽쇼? 다락방님 조카들은 다 왜 이리 이뻐요? 음, 중딩 딸과 너무 비교되네요. --;;ㅋㅋ

나도 다시 살아서 교정하고 싶은 과거가 몇 군데 있어요. 정말 불가능할까요?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다락방 2021-06-28 12:08   좋아요 3 | URL
저 손 너무 예쁘죠, 블랑카님! 누군가는 저 손 예쁘다고 공감해줄 줄 알았어요. 흑흑. 저는 저 손이, 꽉 쥔 작은 손이 너무 예뻐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너무 예쁘다 너무 예쁘다 하고 있어요.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요. 꽉 쥔 작은 손이라니. 어휴 어쩌면 좋아요 진짜 ㅠㅠ

저의 조카1도 중학생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앞으로도 그럴지 잘 모르겠어요. 제 책장에서 책 이것저것 잔뜩 빼가는데 어째서 읽었다고 가져오는 책은 없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교정하고 싶은 과거가 많고 그것들 때문에 가끔 너무나 괴로워요. 그러나 그 시간들이 저를 여기로 이끌고 왔다 생각하면 또 돌아가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싶고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얄라알라 2021-06-28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가 손만 보아도 가슴이 뛰네요^^포동포동 쏘옥 들어간 귀여운 보조개처럼 ^^ 고녀석 힘도 꽉 준게 힘도 세나봐요^^ 고모께 많이 많이 웃어드려^^

다락방 2021-06-28 17:12   좋아요 2 | URL
포동포동한 손이 이렇게 예쁠 수 있는 건 아가이기 때문일까요. 포동포동해서 예쁘고 보조개처럼 쏙쏙 들어가서 예쁘고 꽉 쥐어서 예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예쁜 데가 없어요. 존재 자체가 사랑이에요. 흑흑 ㅠㅠ 저는 무슨 복을 받아서 이렇게 어여쁜 조카가 제게 왔는지. 흑흑 ㅠㅠ
아가 조카 되게 잘 웃거든요. 비록 낯가리고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엄마아빠 있을 때 잘 웃는데 웃을 때마다 고모 심장이 뽀개집니다...흑흑 ㅠㅠ

독서괭 2021-06-28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휴 아기 손에 저거 손등에 옴폭옴폭 패인 부분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흐흐 제 아이들도 낯가림을 제법 하는데 고것이 참 귀엽기도 하지요. 낯가림 안 하고 고모 하며 방긋 웃어주는 순간이 오면 어마하게 기쁘시겠죠!
어머님이 현자시네요.. 우문현답. 멋있어요.

다락방 2021-06-28 17:13   좋아요 2 | URL
저 진짜 저 손등 옴폭옴폭 패인 부분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천번 들여다보나 몰라요. 너무 예뻐요. 낯가린다고 서운한게 아니라 낯가리는 건 또 낯가리는게 기특하고 예쁘고 귀여워요. 실컷 놀다가 갑자기 고모 쳐다보더니 으앙- 하고 우는데 아오 너무 예뻐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이번 생은 조카들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습니다. 흑흑 ㅠㅠ

- 2021-06-28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손가락은 볼때마다 햅삐-🤭

다락방 2021-06-29 08:47   좋아요 1 | URL
아, 아가란 존재는 축복입니다. 축! 복!

붕붕툐툐 2021-06-28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가손 너무 귀엽네요~ 저리 꽉 뭘 쥐고 싶은걸까요? 낯가림은 기특한 거 맞지요~ 기특한 다부장님 아가조카😍

다락방 2021-06-29 08:47   좋아요 2 | URL
네 낯가림 하는 것도 너무 귀여워요. 존재 자체가 귀여워요. 어떻게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을까요?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나요. 흑흑 ㅜㅜ

유부만두 2021-06-29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버라이닝플레이북 영화는 남주가 헤밍웨이 ‘무기여 잘있거라‘를 읽고 창밖으로 내던지고 욕하던 게 생각나요. 저도 그 심정이었거등요.

조카3호의 저 손은 어쩔겁니까. 오늘 올려주신 꿀벌 쿠션 사진도 최강 귀여움이고요.

(댓글이 다른 글에 달려있어서 ;;; 잘라 왔습니다)

다락방 2021-06-29 11:45   좋아요 1 | URL
저 무기여 잘있거라 읽어보고 싶은데 그래서 샀는지 안샀는지 모르겠네요? 삿을 것 같다...
저는 사실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게 없어요. 같이 춤 췄던 것 밖에는... 하하하핫.

진짜 아가들 손은 세계 최강 귀여움인 것 같아요. 손과발 너무 예쁘고 뒷모습도 너무 예쁘고. 아가들은 최고예요 최고 ㅠㅠ

유부만두 2021-06-29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브리저튼 시즌2에서는 남주가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흑인 남주가 하차한다고....

다락방 2021-06-29 11:44   좋아요 1 | URL
네. 책에서도 2번째 권은 ‘앤소니‘가 주인공이거든요. 브리저튼 8남매가 차례대로 주인공인데,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앤소니 주인공으로 갈것이므로 사이먼은 하차..해도 되지요. 사실 책에는 아주 잠깐 조연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자, 왔습니다, 왔어요. 7월의 도서가 왔습니다.

7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입니다.

주디스 버틀러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글을 어렵게 쓴다고 하고 이 책에 대해서는 번역에 대해서 말도 많고.. 그러니 우리는 어쩌면 완독까지 가기 힘겨울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독서인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버틀러를 만나야 한다고 그 어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면의 압박.. 의무감.. 같은거 있지 않았나요? 나만 있었나? 갸웃.



어쨌든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늘 읽기를 미뤄왔던 모든 분들, 함께합시다.

자,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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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6-28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투쟁> 미리 준비했던 사람이 젠더트러블 준비하러 간다고 합니다. 터벅터벅. 월요일입니다.

다락방 2021-06-28 12:19   좋아요 3 | URL
아니, 왜 그러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젠더트러블 준비 잘 하셔요,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

수이 2021-06-28 17:21   좋아요 1 | URL
그럴 수도 있죠. 저는 제가 잘못 준비한 줄 알고 깜놀했죠 ㅋㅋㅋ 귀염둥이 단발머리님

다락방 2021-06-28 17:26   좋아요 2 | URL
어차피 7월 되어야 읽는 거니까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6-28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어제 주문했어요! 함께 읽는다면 완독 가능하리라 봅니다. 😊

다락방 2021-06-28 12:19   좋아요 3 | URL
네네, 잘하셨어요, 미미님. 우리 함께 또!! 완독해봅시다. 빠샤!!

단발머리 2021-06-28 12:20   좋아요 3 | URL
🥳🥳🥳🥳🥳 읽기도 전에 축하포 울립니다!!!

청아 2021-06-28 12:20   좋아요 2 | URL
🙆‍♀️🙆‍♀️🙆‍♀️

다락방 2021-06-28 12:2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포 접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6-28 16: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준비 완료!!! 겁나네요 어렵다니 ㅠㅠ

다락방 2021-06-28 17:08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님, 저도 이번 책을 과연 완독할 수 있을지 겁나긴 하지만, 우리 쫄지말고 가봅시다. 빠샤!!

수이 2021-06-28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덜덜 떨면서 책 미리 준비했지요 아자!

다락방 2021-06-28 17:26   좋아요 2 | URL
떨지마요 떨지마. 우린 해낼 수 있어요. 아자!!

- 2021-06-28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방탄소년단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다다다이너마이트!! ㅋㅋㅋ 기다렷다 젠더트러블!

다락방 2021-06-29 08:47   좋아요 1 | URL
우리, 가는거야, 젠더트러블!! 젠젠젠 젠더트러블!!

- 2021-06-29 09:27   좋아요 0 | URL
젠젠젠은 젠틀맨이다 ㅠㅠ 이거…. 젠더 트트트러블 메이커…. (나여 그만해!!!)
다이너마이트!! 다다다다다!!

다락방 2021-06-29 11:45   좋아요 0 | URL
나도 트러블메이커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찌찌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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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 에르노를 싫어하지 않고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두 번 읽었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 책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읽기 시작했는데 화자가 결혼한 후부터는 읽기가 너무 힘들어 책 던져버릴까 엄청 고민해야 했다. 그래도 아니 에르노니까, 하고 참으면서 꾸역꾸역 읽긴 했지만,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에서 느꼈던 바로 그 짜증이 나온다. 아니 에르노는 이 책에서 여자 아이가 소녀에서 자라면서 받게 되는 성차별도 얘기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얼마나 확 갈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어휴, 너무 피로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결혼하고 나면 여자들 진짜 빡세고 우울하다...는 고발만 계속할건가 싶어 답답하다. 과연 이렇게 고발만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이렇게 여성의 삶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주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읽고 읽고 또 읽는 과정은 피로하기 짝이 없다. 이런 거 진짜 그만 읽고 싶다.


이 소설 속 화자는 외동딸이었고 상점을 하며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 화자의 엄마는 그녀에게 교육을 받게 해주면서 앞으로 쭉쭉 나아가라고, 움츠리지 말라고 한다. 이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사노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넌 이런거 하지마, 넌 이런거 할 사람 아니야, 공부해서 나아가, 남자들 나아가는 만큼 나아가. 그러나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그렇게 키웠다해도 세상은 그녀를 그렇게 두지 않는다. 그녀는 힘겹게 공부를 했지만 여러차례 미래를 생각해 진로를 바꿔야 되는건 아닐까 고민하게 됐고, 그렇게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니, 같이 공부하는 입장이었는데도 집 안의 가사노동이 자연스레 자신의 일이 되는 걸 느낀다. 우리 이런거, 이미 《빨래하는 페미니즘》에서 만나지 않았나. 남자 혼자살 때 자기 빨래 자기가 했고 여자 혼자 살 때 자기 빨래 자기가 했지만, 둘이 사니까 모두의 빨래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자가 하게 되는거, 그래서 빨래하는 페미니즘에서 '스테퍼니 스탈'도 나중에 빨래 다 창밖으로 집어 던져버렸잖아.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남편은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왔을 때, 퇴근 했을 때, 집은 자신의 휴식처이길 원하지 자기가 가사 노동에 참여하고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극장에 가고싶어 했을 때는 그 남자의 목을 쥐고 조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나는.




아마 흐린 어느 일요일이었을 거다. 관광 시즌이 지나면 늘 그렇듯 우중충한 오후가 시작될 때였다. 분명히 내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우리는 점심으로 로스 비프, 강낭콩을 먹었고 아마 커스터드도 먹은 것 같다. 마지막에 설거지도 끝냈다. 갑자기 경쾌한 목소리, 자연스러운 문장이 들려온다. "리츠에서 베르그만의 마지막 작품이 상영된대." 또 다른 문장이 들려온다. "내가 오늘 오후에 거기에 가면 당신 화낼 거야?" 내가 침묵하니까, 마지막 문장이 들린다. "아이 보는 데 두 명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주저앉지도 고함치지도 않았다. 냉소적이고 논리적인 결론, 이게 결혼이다, 둘 중 어느 한 명의 우울을 택하는 것, 둘이 함께하는 것은 낭비다. 내 자리는 아이 곁이고 그의 자리는 영화관이며, 그 반대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영화관에 갔다. 나중에 그는 여름이면 테니스 치러 갈 것이고, 겨울이면 스키 나러 갈 것이다. 나는 아이를 보살피고 산책시킬 것이다. 참 멋진 일요일들 ……. -p.230-231



여자는 자기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중등교사 자격증을 따고 드디어 일하러 가게 되었지만, 일하고 돌아와서는 남편이 그러는 것처럼 씻고 차려주는 밥을 먹고 신문을 읽는 일은 불가하다.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아이 밥을 차려내고 자신과 남편의 밥을 차려내야 한다. 집안 정리도 그녀의 몫이다. 밖에 나가 일하는 건 같았지만 그녀는 남편만큼 돈을 벌어오지도 못했고, 돌아와서는 또다시 노동이 시작된다.




이런거, 이제 나는 읽기도 지친다.



그런데 여자가 둘째를 가졌다. 임신을 하고 또 아이를 낳고...



아 빨리 읽고 팔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가까스로 다 읽어냈는데 옮긴이의 말은...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정말 나를 미치게 한다. 옮긴이 고광식은 이렇게 썼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커플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성은 공감을, 남성은 여성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양쪽 모두 상대편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쓰인 이 책에서 배제된 남성의 목소리 또한 들어볼 필요가 있으리라. 그것이 함께 산다는 모험을 조금은 덜 위험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옮긴이의 말, 고광식, p.254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를 읽고 '배제된 남성의 목소리'를 언급하다니..


아 끝까지 지치는 독서였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나 독서에 몰입한다. 그 점에서 나는 지역 소식을 알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저녁 식사 후에 신문을 훑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를 벗어나, 우리를 벗어나, 굳어진 낯선 그 얼굴이, 어머니가 빠져드는 그 침묵이, 꼼짝도 하지 않는 완벽한 부동자세에 빠져 무거워진 그 몸이, 나는 부럽다. 오후마다, 저녁마다, 일요일ㅇ마다, 어머니는 신문이나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때로는 새로 산 책을 꺼내 든다. 그러면 아버지는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그 소설책들 지겹지도 않아!" 하고 고함을 치는데, 어머니는 "이 이야기 다 읽게 좀 내버려둬"라고 대꾸한다. 그때 나는, 나도 읽을 줄 알게 되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어머니를 열광시키는 그 그림도 없는 긴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 P33

적어도 집안을 꾸려가는 건 여자들이다. 돈을 헤프게 쓰면 안된다는,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긴 이 문장을 백번도 넘게 들었다. 최소한 일요일에는 대 빼고 광내서 아이들을 가게에 보내고, 술 마시는 데 월급을 탕진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직장을 바꾸지 못하게 남편들을 관리하는 것. 여자들의 거의 모든 불행은 남자들 탓이라는 사실을 나는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나의 롤 모델은 내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푼돈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다. - P46

부모님은 내가 숙제를 할 때면, 물론 놀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식탁을 차리거나 접시를 닦으라는 말로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넌 너만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 자기를 희생하는 맏딸의 미덕이나, 식전주에 어울리는 안줏거리를 가져오는 심부름 잘하는 막내딸의 매력, 그런 종류의 일은 우리 집에서는 필요하지 않고, 심지어 못마땅해 한다. 여자아이가 자신이 쓸모 있다고 여기는 기쁨,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기 방을 잘 정리하고 ‘얌전하게‘ 식탁을 치워주는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 같은 건 난 해본 적이 없다. 나 자신과 나의 미래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을 뿐이다. - P53

"얘야, 넌 품행으로는 이걸 받을 자격이 없단다. 단정함으로도 못 받아. 알아둬라." 교장 선생님은 나를 엄한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전 과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을 수는 있어. 하지만 그걸로 선한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지는 못한단다. 옛날에 정말 재능이 뛰어난 소녀가 있었단다. 너희들 중 누구도 그 아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야. 그 아이는 시험이란 시험은 다 통과했어, 전부. 그런데 그 아이가 지금 뭐가 돼 있는지 아니?" 쥐 죽은 듯한 고요. 나는 여전히 메달을 받으려고 서 있다. "사람들이 휠체어에 탄 그녀를 밀어주고 있단다. 그 아이는 지금 두 살 정도 지능을 갖게 돼버렸어. 하느님이 내리신 병에 걸린 거란다." 한순간, 내가 반에서 꼴찌였으면 싶다. 물론 그런 생각은 다시 들지 않는다. 하느님은 산수도 문법도 좋아하지 않는 게 분명한데 어머니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얌전함이나 암송문 공책에 그려야 하는 작은 그림들은 고양이 오줌처럼 별 볼 일 없는 것이라고 한다 - P71

그러면소도 동시에, 부조리하게도, 대개는 불확실하지만 믿어볼 만한 남자가 어딘가에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예정된 함정, 오 미친 사랑, 초현실죽의적 운명, 나는 그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떤 남자가 있을 것이다, 나를 모든 함정과 굴욕으로부터 피신시켜줄 남자가 어딘가 있을 것이다. - P162

물론, 나는 한 방에서 그와 2미터 떨어져서 라브뤼예르나 베를렌을 공부한다. 알다시피 아주 유용한 결혼 선물인 압력솥이 가스레인지 위에서 칙칙거린다. 둘이 함께 있으면, 닮은꼴이 된다. 또 다른 선물인 주방용 조리 타이머의 날카로운 소리. 이제 닮은꼴은 끝. 둘 중 한 명이 일어나서, 압력솥 아래의 불을 끄고, 미친 듯 도는 압력추가 느려지길 기다리고, 압력솥을 열고, 수프를 체에 거르고, 다시 자신의 책 더미로 돌아온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생각하면서. 나다. 차이는 시작되었다. - P181

대학 식당은 여름에 문을 닫았다. 정오와 저녁에 나는 냄비 앞에 혼자가 된다. 나는 그보다 더 요리를 잘하지 못했다. 그저 빵가루 묻힌 송아지고기 커틀릿, 초콜릿 무스나 할 줄 알았지, 특별한 것은 할 줄 몰랐다. 그나 나나, 어머니 치마폭에서 요리를 도운 과거가 없었다. 왜 둘 중에서 나만 이것저것 해봐야 하나, 닭은 얼마나 오랫동안 삶아야 하는지, 오이의 씨는 제거해야 하는지, 그런 걸 알아보려고 왜 나만 요리책을 탐독해야 하고, 그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당근 껍질을 벗기고, 저녁을 먹은 대가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어떤 우월성의 명목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 P181

결혼 초부터 나는, 항상 나를 회피하는 평등의 꽁무니를 쫓아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 P229

알고 보니 만능 집사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남자와 똑같은 일을 하지만 결코 자신의 가정을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고등학교 정문에 가정을 내려 놓았다가 학교를 나갈 때 가정을 다시 들고 간다. 저녁에 스파게티 뭉치를 끓는 물에 쏟아붓고, 내 주변을 맴도는 아이와 함께 있으면, 정말 사소한 뜻밖의 일도, 최소한의 호기심도 밀어 넣을 자리가 없는, 가장자리까지 꽉 찬 포화상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감히 이런 생각들을 하지 못했다, 어떤 생각들인지 한 번 들어보시라, 선생은 ‘여자에게‘ 정말 멋진 직업이다, 열여덟 시간의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 있고, 자신의 아이들을 볼보기 좋은 방학, 꿈, 요컨대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않는 직업,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 돈을 번다, 훌륭한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로 남는다, 그러니 누가 이 직업에 대해 불편하겠는가. - P237

일만 하는 여자들, 흥분하는 여자들은 알다시피 골칫덩어리들이다. 당신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야, 그 말은 내가 내 직업에 대해 입을 닫았다는 뜻이다. - P239

두렵고, 허둥지둥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의 인내심, 그들은 그것을 애정이라 부른다. 나는 둘째 아이를 잘 키우고, 세 개 학급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장을 보고 식사를 만들고 고장 난 지퍼를 바꿔 달고, 아이들의 신발을 사는 경지에 이르렀다. 놀라운 일은, 그가 항상 나를 설득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일주일에 4일하고도 반나절 동안 집에서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특권을 누리는 여자라고. 그렇다면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인을 일주일 내내 도우미로 부리는데, 대체 어떤 남자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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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28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 특히 공감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책에서도 삼시 세끼 남편한테 따뜻한 밥 지어주고, 국이나 찌게에 다섯 가지 이상의 반찬 새로 만들어주면서 20년 가까운 (시집살이 말고) 남편살이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요즘 세상에.
제가 여자라도 전업주부니까 세끼는 해주겠는데, 전기 밥솥에다 이틀치 밥 해놓고, 니가 알아서 퍼 먹어. 반찬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 먹고.... 이렇게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요즘 제가 읽은 책들 보면 여성들이 오히려 자진해서 더 지독하게 외통수로 몰아가면서 말입니다,
싸워야 할 거 아녜요!!!
(이하생략.)

하긴 뭐 그런 새끼들하고 같이 사는 여자들도 있긴 하겠지요. (씨... 그럼 갈라서야지, 재산 분할 확실하게 하고 말입니다.)

다락방 2021-06-28 10:45   좋아요 3 | URL
물론 그렇게 된 사회적 환경과 배경이 존재하지요. 특히나 아니 에르노가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던 때에는 여자가 교육받는 것보다 결혼 빨리 해서 애낳고 사는 걸 여성의 이상적 삶으로 정해둔 때였으니 더 그랬을 거고요. 그러니 그 삶으로 끌려 들어갔다가 이게 뭐지, 우울하다, 그런데 나만 이러는건가,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만 이상한건가, 하고 고통스러워 하는거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고요. 그런데 이런 소설이나 에세이를 반복해 읽으니까 너무 힘들고 지겨워요. 82년생 김지영이 국내에서도 그리고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은 이유는 분명 그 삶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을 많이 읽고 싶진 않아요. 특히나 저는 소설속 인물들과 거리두기를 못해서 그런건지 이런 소설 읽는게 너무 화가 나요 ㅠㅠ

잠자냥 2021-06-2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리뷰만 봐도 지치네요, 옮긴이는 뭔 배제된 남성 운운..... 이 책은 보관함에 담아두고 선뜻 사게 되지 않던데 보관함에서도 빼야겠습니다...; 아니 에르노 많이 읽었어;; 굳이 이 책까지 않 읽어도 될 것 같네요;;

다락방 2021-06-28 11:32   좋아요 3 | URL
전 진짜 결혼해서 가사노동하고 독박 육아로 힘들다, 그래도 우리 남편은 다른 남편보다는 좀 낫다.. 이러는 거 그만 읽고 싶어요 ㅠㅠ 너무 힘빠지고 지쳐요 ㅠㅠ 막 속에서 천불이 나요 ㅠㅠㅠ

페넬로페 2021-06-28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페이퍼의 글만으로도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지쳤을지 저도 같이 피로감이 느껴져요~~근데 결혼해서 살아보면 뭔가가 딱 양분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인거죠 ㅠㅠ 그래서 전 인간이 세 끼를 먹는 몸을 리셋시키고 싶어요
어떤 기계(제발 발명해주소서)를 만들어 우리가 다 거기 들어가 바뀌어 나오는 거예요. 아님 알약(제발 만들어주소서)으로 먹는것을 해결하는 방법말고는 집안에서의 노동은 없어지지 않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1-06-28 12:00   좋아요 3 | URL
네 어차피 딱 5:5는 안되는 것 같아요. 그건 무슨 일에든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것이 여자의 일이다, 라는 것만큼은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남자들은 절반이 아니라 30프로만 해도 뭔가 좋은 남편 되잖아요. 또 세끼 식사 아니어도 가사노동은 너무 많고요. 빨래며 청소는 어쩌나요..
이 리뷰 마지막 밑줄긋기 보면 남편이 아내에게 ‘일주일에 나흘 도우미 쓰니 너는 특권을 누린다‘라고 말하는데, 그런 거요. 그런 마인드. 원래 여자들이 일주일 다 가사노동 하지만 너는 그보다 덜하니 특권을 누린다고 말하는 바로 그 마인드. 진짜 지구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요. 어휴..

새파랑 2021-06-28 1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치는 독서이셨는데 밑줄은 엄청나군요~!! 리뷰만 봐도 책을 읽은느낌이 듭니다~!!

다락방 2021-06-28 12:00   좋아요 4 | URL
네네. 밑줄 긋고 이렇게 적어두면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되는 밑줄긋기!!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6-28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 다시 해달라고 출판사에 편지 쓰십시다. 여성 번역가가 다시 한다면 조금 다른 소설이 되지 않을까요.ㅠㅠ
저는 원서로 사두었습니다. 번역본 사지 말아야 겠어요.ㅠㅠ

다락방 2021-06-28 17:17   좋아요 2 | URL
소설 자체의 번역이 나쁜건 아니고요, 다만 제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는 내용들이라서 ㅠㅠ
제가 현재 비혼이고 이렇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 대해 더 스트레스 받는지도 모르겠어요. 등장인물과 거리두기를 해야 되는데, 거기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저에겐 지치는 독서가 됐네요. 어휴..

옮긴이의 말은 가끔 왜 있을까 싶어요. 여기서 갑자기 배제된 남자..가 왜 나오는지. -.-

난티나무 2021-06-28 17:24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제가 원서를 읽고 번역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읽을지 알 수 없다는 게 함정이네요. 푸핫.
옮긴이의 말에 딴지를 걸어야 겠군요.

다락방 2021-06-28 17:26   좋아요 2 | URL
네, 난티나무 님. 천천히 시간 되실 때 읽으시고 다 읽으시면 리뷰 써주세요! 후훗.
이 책 저 말고는 다른 리뷰어들은 별 다섯 준 책이긴 합니다.....

- 2021-06-28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옮긴이 밥숟가락으로 정수리샷

다락방 2021-06-29 08: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침에 천재의 피가 흐르는 줄만 알았는데(나 천재라는 페이퍼의 잉크도 안말랐는데!!).. 바보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ㅠㅠ



그러니까 사연은 이렇다.

나는 어제부터 던킨도넛츠를 먹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제는 출근길에 사먹었는데, 오늘은 평소대로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던킨도넛츠 오픈 전이라 사먹질 못했다. 아 그렇다면 이따 배달시킬까, 배달앱에 있나, 하고서는 들여다보다가 9시부터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 그럼 이따 시켜먹자.

그러다가 문득 대전자모원 생각이 나는 거다. 한동안 후원을 못했네. 내가 도넛츠 먹고 싶으면 자모원에 계신 직원들과 입소자 분들도 드시고 싶겠지. 그러면 보내자, 하고 배달앱 검색했는데 배달되는 던킨도넛츠가 그 근처엔 없는 거다. 흐음. 간식을 보내고 싶은데. 영양가 있고 필요한 건 다른 분들이 많이 보내주시니, 나는 그냥 맛있는 걸로, 쾌락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하다가, 피자, 피자를 보내자! 하고는 두 판 보냈다가, 아니야, 거기 직원이 몇 분인줄 알고 아무리 간식이어도 너무 적진 않을까 싶어서 두 판을 더 보냈다. 그래서 합이 십만원을 보내고, 상담사랑 연결해서 모두 한꺼번에 배달 요청을 해서 그걸 반영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눈누난나 씐났었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퍼뜩.

도미노피자 앱이 생각났다. 도미노피자 앱에서 배달 시키면 ㅠㅠ 통신사 할인 30프로..........내가 십만원 썼으니까 3만원 할인받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슨 짓을 한거야 ㅠㅠㅠㅠㅠㅠㅠ아니 20프로 였나 ㅠㅠㅠㅠ그래도 2만원인데. 20프로든 30프로든 피자 한 판을 더 시킬 수 있는 금액인데 아니 쉬바 내가 왜 배달앱에서 바보처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할인도 못받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바보야 바보 멍충이 똥개 똥구멍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자책된다 나의 바보같음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일이 손에 안잡혀. 어떡해 삼만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아니 왜..

왜그렇게 똥멍충이 짓을 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그렇게 똥멍충이 짓을 했어. 멍충미,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데...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세상 똥바보가 되었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

회사 직원이 자책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니 남들 주식매매로 이익보는데 나는 왜 피자 할인도 못받아 ㅠㅠㅠㅠㅠㅠ 삼천원이면 걍 패쓰하겠는데 삼만원을 할인을 못받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나 여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뜻이 있을 것이야.

내가 할인을 못받아서 어떤 무언가를 대신 얻은게 있을 것이긴

뭐가 있냐 그냥 똥멍충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따위.. 이런 똥멍충이 바보 똥개..............밥 먹을 자격도 없어. 앞으로 3만원어치 밥 굶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점심도 굶어 ㅠㅠㅠㅠㅠㅠ앞으로 사흘 굶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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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5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서! ㅋㅋㅋ
근데 삼만원은 아깝네요;; 책이 몇 권이여..;;;

점심도 굶고 오늘 저녁도 굶고, 부장님 다요트 성공! 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2:07   좋아요 3 | URL
아 진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아 너무 아까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속쓰려서 일을 못하겠어요.
일단 오늘 점심은 먹을 거고요 언제 굶을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계획적으로 굶어야지, 안그러면 쓰러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6-25 12:08   좋아요 2 | URL
세상 슬픈 이야기네요 ㅠㅠ
잠자냥님… 책이 몇 권이여,
너무 가슴에 사무치는…. 사실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울다가 ㅠㅠㅠㅠ 웃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2:08   좋아요 2 | URL
저는 그래서 주식을 사야겠어요. 삼만원 이익치고 빠지는 걸로 계획했습니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6-25 18:53   좋아요 1 | URL
제 친구가 핀테크 기업꺼로 사래요. 핀테크가 뭔지 알게 되면 정보 공유 부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2:11   좋아요 1 | URL
그게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6-25 18:47   좋아요 0 | URL
이 아줌씨들.. 핀테크 모르면 어떡해.. ㅜㅜ ㅋㅋㅋ 그래서 단타로 돈 먹겠냐구 ㅋㅋㅋ

새파랑 2021-06-25 12: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에있는 책 2~3권 또 사셨다고 생각 하시면 될거 같아요 ㅎㅎ (그런일이 자주 있으신거 같아서...)

잠자냥 2021-06-25 12: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2:3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25 12:37   좋아요 2 | URL
천재와 바보 사이를 다시 오가고 있는 다부장!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2:39   좋아요 2 | URL
그래서 지금은 평범한 사람 버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25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하루에 발휘할 수 있는 천재성에는 한도가 있는 거 아닐까요? 아침에 다 써버리셨어...

다락방 2021-06-25 13:02   좋아요 1 | URL
아 천재성을 좀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맛있는 밥을 먹고 힘내야겠어요. 굶는 벌은 일단 다음으로 미루고..

페넬로페 2021-06-25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천재 맞습니다
본래 천재는 한가지에 집중하고 나머지엔 허당이잖아요 ㅎㅎ
그나저나 다락방님의 예쁜 맘이 천재보다 더 빛을 발합니다^^

다락방 2021-06-25 13:18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다시 천재모드로 돌아갈 수 있게 됐어요. 흑흑 ㅜㅜ

- 2021-06-25 18:49   좋아요 0 | URL
이 글의 포인트는 !! 후원하는 멋진(바보) 다락방!!! 저도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다락방을 후원한다!! 다작가님 힘내! 빠샷!

다락방 2021-06-25 19:05   좋아요 1 | URL
쟝님의 후원을 받아들인다. 컴온!!

난티나무 2021-06-25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심은 모르겠는데 저녁 굶으면 또이또이. 저녁 굶으면 책 한 권 사기로 하셨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팩폭 죄송..==3333
그래서 도넛은 드신 거지요?

다락방 2021-06-25 14:17   좋아요 1 | URL
어쨌든 딜은 딜이니까 책은 사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 굶고 책 하나 사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엉망진창 다락방 논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도 배터지게 먹었어요. 그릇 싹싹 비웠어요. 굶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어요. 오늘은 말고.. ㅋㅋㅋㅋㅋ

도넛은 못먹었어요. 뽀또 먹었어요. 조만간 꼭 먹고말거에요!! ㅎㅎ

붕붕툐툐 2021-06-25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할인 안 받아서 토핑이 더 듬뿍 올라가고, 받으시는 분들이 어머 이게 무슨 횡재야~ 그동안 내가 봐 온 도미노 피자 중에 젤 맛있잖아! 하셨을 거예용~ 넘 장하신 락방님~ 바보면 어때요~ 사랑받을 수 있는데~^^

다락방 2021-06-27 19:15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개인적으로 도미노 시켜 먹었는데 25프로 배달 할인 되더라고요. 흑흑. 그래서 또 너무 속이 쓰려가지고. 아니 내 돈 ㅠㅠ 할인 못받은 똥멍충이 ㅠㅠ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 분들이 맛있게 드셨을 거라는 것만 기억하도록 해야겠죠. 흑흑 ㅠㅠ
툐툐님 고마우신 분 ㅠㅠ

syo 2021-06-25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굶음으로 벌을 주려 하다니?! 천재인 당신은 그게 너무 가혹한 동시에 결코 현실화되지 않을 벌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텐데?? 😎

다락방 2021-06-27 19:20   좋아요 1 | URL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 맞아요 쇼님.
나 이 페이퍼 쓴 후로 여태 저녁 굶은 날이 없어요. 오늘이 굶는 바로 그 날이다! 했지만 방금 밥을 먹어버렸다. 나 따위..하찮은 인간 ㅠㅠ 의지 박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렇지만 나는 내일 새롭게 다시 도전한다! 빠샤!
 















애초에 왜 이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장 앞에 서서 자, 이제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이 책을 꺼내들고는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작가 소개 대신 에디터의 추천사가 있더라. 이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거였다. 아주 굉장한 작품이라고.


자, 여기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남녀가 있다. 그들은 꼬박 일주일을 함께 지낸다. 그 시간동안 서로가 평생 함께해야 할 상대라고 확신하지만 그들에게는 각자의 집과 계획이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러나 그 후로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에게 자신에게 닿을 수 있는 모든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었고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페이스북을 알려주었었다. 여자는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고 메세지를 보내고 페이스북에 소식을 전하지만, 그가 확인했다고는 되어있는데 아무런 답도 오질 않는다. 친구들은 그냥 그를 잊으라고 말한다. 그가 너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다면 했겠지. 만약 여자가 내 친구였다면 나도 아마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 같다. 그는 네가 생각한만큼 너를 좋아하지 않았던것 같아, 가슴아프지만 받아들여, 하고. 그러나 사랑은 사랑에 빠졌던 당사자들만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둘만 아는 이야기. 여자는 그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분명히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연락하지 않았던 그 진실, 그 진실이 그녀에게 차츰 다가온다.


흥미롭지 않은가?


나 역시 너무 궁금했다. 그가 전화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만약 내가 남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연락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연락하기 싫어서일 확률이 훨씬 크다. 마찬가지로 남자가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물론 그에게 어떤 일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한테 연락하기 싫어서일 확률이 크다. 그러나 '어 무슨 일이 있나, 왜 연락이 없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건 아마 우리 사이에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그냥 이렇게 연락하지 않을 리는 없다, 는 신뢰.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 것인지라, 그 신뢰는 나만 있다고 믿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에게 신뢰가 있었으나 그는 딱히 나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


이를테면 나는 언젠가 연인과 통화하면서


"우린 꽤 안정적인 커플이니까" 를 말했는데, 그 때 상대는 내게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물어왔다.


나는 우리가 안정적인 커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상대는 오히려 나의 믿음에 대해 갸웃했던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내가 우리 관계에 대해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그를 애정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나는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나를 향한 마음은 이미 휘둘리고 있어서 그에게 이 관계는 안정적이지 못한거였다.


그러니까 책 속에서의 여자 '사라'와 남자 '에디'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그 크기 혹은 농도가 같지 않을 수 있다. 아냐, 분명 뭔가 있어, 그의 눈빛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라고 내가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표지 날개에서부터 '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으니, 그래,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에디가 사라에게 전화하지 않았던 사정. '진실'이라고까지 말해야 하는 그 무엇. 그게 뭘까. 나는 그게 알고 싶었다.



누구나 집착하는 것, 애쓰는 것, 유독 싫어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에서도 그렇고(건지 아일랜드에서는 침묵을 공유할 수 없는 사이를 견뎌내지 못하는 여성이 나온다), 문학작품에서도 그렇다. 이런건 못읽어, 할 수도 있고 이런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주제야, 라고 할 수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기다림에 집착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림은 그리고 인내는 나의 화두였다. 그 마음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기어코 목적지에 닿는다는 믿음이 내겐 있고, 그래서 그 믿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과 영화를 좋아한다. 지금 당신이라면 좋겠지만 그러나 언젠가의 당신이어도 좋다는, 그런 책들. '파트릭 모디아노'는 그의 책 《지평》에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서점을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를 보여주면서 소설이 끝난다. 그러니까 그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에게 닿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좋아한다.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에서는 사랑했던 여자를 마음속 성소에 저장하고 사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품고 사는 이야기를.



'로지 월쉬'의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The Man Who Didn't Call》의 책날개에서 나는 바로 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뜨겁게 사랑하고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사람들, 그러나 전화하지 않는 남자, 그러나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계속 두드리는 여자. 아,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이야기야! 그런데,



하아, 헤어지기 전, 그들이 처음 우연히 맞닥뜨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속삭이고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같이 지내는 그 사랑이야기 부분이 더럽게 재미없었고 짜증이 났다. 아, 나는 로맨스를 너무나 사랑하는데, 왜 이 사랑을 읽기가 싫은가, 내게 계속 물었다. 그것은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책' 혹은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거기에는 이야기에 더해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고 당연히 기대하고 바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든 간에,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문장이나 혹은 문체나 그런 것들이 이보다 낫기를 바랐다. 이건 이야기였다. 그냥 이야기였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읽고 있지만, 너무 지루하고 매력이 없다. 나는 그만읽을까, 관둘까, 때려칠까를 몇 번이나 고민했다. 그러다가도 책날개에서 에디터가 '진실'이라고 말했던 게 너무 걸려서 끝까지 읽자고 마음을 다잡고 다잡았다. 그 진실이 뭔데, 도대체 뭔데, 그 진실이 끝까지 읽었는데 별 거 아니기만 해봐, 진짜 불태워버리겠다, 으르렁-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아,



그 진실은, 에디터가 진실이라고 강조해야 할 무엇이었다. 아, 이거였구나, 이것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워 읽었구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여기 있구나, 하면서 나는 그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빠져들었다. 아, 이거였어. 아 이제 어쩌나.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하면서 그 진실과 그 진실이 주는 반전 때문에, 그래서 에디터가 이렇게나 흥분한거였구나, 했다. 그러나,


그 진실과 반전이 주는 흥분도 금세 지나갔다. 결말이.. 하아- 해피엔딩이지만, 나는, 이런 식의 해피엔딩 말고는 다른 걸 상상할 수 없는걸까? 좀 식상했다. 사랑도 그렇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남자와 술을 마시고 그 남자의 집에 따라가고 그대로 일주일간 함께 지낸다는 것은,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읽고 싶었던 건, 그 후였는데. 그래서? 그 기다림은 얼마나 이어졌고, 그 기다림이 어떻게 목적지에 닿았는데? 가 궁금했는데. 이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연락이 없어서 고통스럽고, 진실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자기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내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까지 모두 일 년안에 일어난다.


장난하냐..



물론 사랑에 빠진 사람이 연락을 기다리는 데에야 일년이 뭐야, 하루도 너무 길다. 한시간도 길다. 왜 연락이 없지? 문자메세지를 보내놓고서도 답이 없으면 수시로, 몇 초 간격으로 확인하게 되지 않나. 상대가 읽었다면 왜 답이 없는지 역시 또 미친듯이 머리 쥐어 뜯으면서 고민하지 않나. 그러니 일 년안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너네 그걸 고통이라고 생각하냐' 라고 내가 경시할 순 없겠지만, 아니 그래도..



행복하게 잘 사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에 가볍게 책 한 권을 주문했다. 어제 원서 읽었더니 영어 실력 나아졌냐는 물음에 아직 아니라고 답하는 내가 싫어서...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야, 장난 아냐. 영어 천재가 됐어. 이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


그러나 그럴 수 없었고... 그러므로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하냐......... 계속 읽고 천재가 되어야 한다. 다 늦게 천재가 될 수 있냐? 있다. 내가 내 입으로 나 천재라고 말하면 되는거 아닐까. 그 전에 읽기.. 읽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 알아보아야할것이다...

역시 나는 책 밖에 모른다.

















어제는 퇴근 길에 내가 이렇게 책을 사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엔 그래도 다섯 권 사면 두 권은 읽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열다섯권 사면 한 권 읽는 것 같다.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 앞에 섰다가 내가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깜짝 놀라며 반성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또!! 책을 사는 거다. 어쩌면.. 이건 병일까?


그래서, 나는 나와 딜을 하기로 했다. 책을 안사기로 결심하는 것은 부질없고 지켜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나는 나와 딜을 한다. 그러니까,


저녁 한끼 굶으면 책 한 권 사기!


이렇게 쇼부를 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발에 오줌누기는 이거랑 안어울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뭐가 됐든 뭐는 된다. 유 노 왓 아 민? 그러니까 봐봐. 내가 저녁을 한 끼 굶어 그러면 상으로 책을 사. 책을 사서 쌓이긴 하겠지만 저녁을 굶는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저녁을 먹어, 그러면 책을 안사. 다이어트는 실패지만 책 한 권 늘리는 건 막을 수 있다. 이거봐, 뭐가 되든 되잖아?



역시 천재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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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5 10: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미쳐. 난 이 리뷰 진짜 진지하게 읽었어요. 저 책 <전화하지 않는 남자....>의 작가가 천재라는 소리인가! 이 책 그렇게 재미있나?! 진실이 뭘까! 오 궁금한데.... 근데 이상하네, 부장님 말씀은 결국 이 책이 그렇게까지 좋다는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왜 천재라고 한 거지? 하면서 읽다 보니 천재는 부장님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었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쓰러졌꼬!

열다섯권에 한 권은 좀 심한데요? ㅋㅋㅋ 저녁 한끼 굶으면 책 한 권 사는 거 멋진 계획입니다. 부장님 이제 책 영원히 못산다. 이렇게 알라딘 플래티넘 탈출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 =33


다락방 2021-06-25 13:57   좋아요 4 | URL
잠자냥 님, 제 페이퍼 제목에 천재가 나온다면... 뭐, 다 제 얘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책에 분명 충격적 진실이 있고 반전도 있지만 잠자냥 님은 좋아하지 않으실 겁니다. 들고 다니기 너무 챙피한 제목이라서 어젯밤에 자기 전에 미친듯이 읽어서 완독했어요. 저 제목 들고 다니는 거 부끄러워요.. 휴.. 마치 나한테 전화하지 않는 남자의 심리가 궁금해 읽는 것 같잖아요. 어휴......... 난감한 제목이에요.

저 오늘 저녁부터 시작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저녁 굶으면 표시해뒀다가 다음 책 살 때 딱 그에 맞춰서 주문하도록 할거에요. 도전!! 킁킁!!

blanca 2021-06-25 1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너무 가혹하잖아요. 나도 책을 사는 게 정당화되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엉엉.이건 업무다, 이러면서 ㅋㅋ 그리고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로망도... 당연하다, 이러면서... 왜 이런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건가요,

다락방 2021-06-25 13:57   좋아요 3 | URL
저는 책을 사는 게 정당화되는 직업이면 책 안살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그러면 다른 거 살 것 같아요. 이를테면 술이라든가 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은 누구나 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삐딱한 성향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

수이 2021-06-25 11: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천재 맞네. 진심으로. 와. 멋져.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어요. 나 순간 가슴 설레였어. 이런 천재가 내 친구라니. 하고. 가슴 두근두근. 근데 영어 실력 나아졌냐는 물음에 진심으로 야 영어 다 물어봐, 모조리. 라고 대답하고 싶었던 건 비단 저만은 아니었군요. 크라센의 읽기 혁명 다 읽고 리뷰 꼭 올려주세요. 기다릴 거야. 그리고 자신과의 딜, 너무 마음에 듭니다. 역시 그대는 천재. 다락방님 천재.

다락방 2021-06-25 13:59   좋아요 3 | URL
읽기 혁명 얼른 읽고 리뷰쓰도록 할게요. 리뷰 못쓰면 페이퍼라도. 물론 아직 책이 도착전입니다. 저에게 오고 있어요. 두구두구둥- 읽기 혁명 읽고나면 저는 읽기 천재가 되어 영어마스터 하고 막 그렇게 될까요? 그러면 영어 마스터한 천재 되네.. 대박...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능력을 혼자 다 가져도 되는걸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딜은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두구둥-

단발머리 2021-06-25 1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주옥같은 말씀이지만 내가 젤 좋아하는 건 역시 마지막 두 문장.
역시 천재다.
그럼 이만.

당최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5 13:59   좋아요 3 | URL
알라딘 사람들은 참 신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저 천재라고 어깨뿜뿜 솟아있는게 그거 너무 좋아해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저는 더 천재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엣헴-

얄라알라 2021-06-25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잠자냥님 댓글, 빙의된듯. 저도 1 out of 15은 너무하심인가요? 천재라 하심이네요? 하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잠자냥님께서^^

얄라알라 2021-06-25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감춤 없음의 호방함 매력, 실제로 자꾸 만나뵙고 싶어지게 한단 말이예요^^

다락방 2021-06-25 16:16   좋아요 3 | URL
큰일났네요, 이 매력에 빠지면 약도 없는데... ㅋㅋㅋㅋ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한 번 봬요, 북사랑 님. 만나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살아야지요. 인생 길어야 백년인데... 히힛.

붕붕툐툐 2021-06-25 1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연락이 안 온다면 진실이고 뭐고 그냥 좋아하는 맘이 없어서에 한 표인지라 이 책은 패쓰할 거 같지만, 다락방님이 천재라는 건 패쓰할 수가 없군요!! 왓 더 지니어스!!

다락방 2021-06-26 11:31   좋아요 1 | URL
툐툐님은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천재의 생각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불끈!!

- 2021-06-25 18: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다림에 집착하는 다락방. 인내에 집착하는 다락방.
그러나 책에 대한 인내만큼은 없었던 그녀. 과연 오늘은 밥을 굶을 것인가 책을 안살 것인가.(진짜 천잰데?)
전 이번달 생활비 다써서 책안사요.. 책 안살려면 돈 안벌면 될지도...(ㅜㅜ)

다락방 2021-06-26 11:3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안 사려면 돈을 안 버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방법이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내가 인내를 발휘하는 분야가 차고넘치니 책 구매에 있어서만큼은 그냥 참지 않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녁 굶었어요, 금요일은. 간식만 먹었어요. (응?) 토요일인 오늘은 술파튀!!

- 2021-06-26 13:5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오늘은 나도 술 참지않을꺼긔!!!!!

잠자냥 2021-06-25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내일 책 못 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스24에서 주말 쿠폰 받아도 못산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6 11:29   좋아요 2 | URL
저 책 살 수 있답니다? 금요일 저녁 안먹었어요. 참외랑 브라우니 좀 먹긴 했지만 그건 저녁 아니니까요. 이렇게 살 수 있는 책 한 권 적립합니다. 훗.

잠자냥 2021-06-26 13:56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다가 점점 삼겹살 먹었지만 밥은 안 먹었으니까 그건 저녁이 아니니까요. 막 이러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 브라우니 조금 반칙 느낌이니까 9천원 안 넘는 책으로 사세요. ㅋㅋㅋ

다락방 2021-06-27 19:13   좋아요 1 | URL
하아 잠자냥 님.. 저 진짜 힘드네요.
아니 그러니까 저도 브라우니 좀 반칙 느낌이라 그건 패쓰하고 토요일은 술 먹었으니까 패쓰하고.. 그래서 오늘 저녁부터 카운팅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녁 굶고 있었단 말예요? 어차피 저는 밤에 일찍 자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무사통과 할 수 있는데 방금 하이라이스.. 를 먹었습니다. 제가 오만년만에 하이라이스 아까 해두고 너무 먹고싶어져서.. 하아.... 그래서 오늘은 저녁을 먹었으므로 현재 살 수 있는 책은 0권 입니다... 하아. 힘드네요. 누가 나를 힘들게 하는가. 나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한다.. ㅠㅠ
그래서 내일 저녁에 다시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저녁 굶는 걸로... 오늘의 도전은 실패.... 하아ㅏㅏㅏㅏ 인생 너무 힘드네요.....

다락방 2021-06-27 19:14   좋아요 0 | URL
근데 새로 나온 스리라차 인가.. 하는 치킨이 맛있다고 해서... 사실 내일은 그걸 먹고 싶긴 한데.....
저 어떡하죠? ㅜㅜ

잠자냥 2021-06-27 20:11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두 번 굶으면 책 사는 걸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7 20:20   좋아요 1 | URL
저 일주일에 두 번… 가능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