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을 읽고 있다. 나는 이번이 재독이고 그래서 당연히 쉬울줄 알았다가 <에일리언> 부분부터 물음표 천 개 되고 이게 정말 그렇단 말이야? 죄다 모르겠다.. 심정이 된다. 정말 이게 그런식의 표현이란 말이야? 그걸 상징한다고? 그냥.. 만든거 아닐까? 그런데 '그냥'이라는 것도 다 무의식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이 분석이 맞는건가.. 이러면서 혼란의 대지위에 서있다. 아직 에일리언 부분만 읽었을 뿐이지만, 나는 이책에서 수시로 언급하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 문장이 이 책 한 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원초적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녀의 생식력에 대한 두려움임이 밝혀졌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 P46










그 많은 영화들에서 남자 과학자들이 새로운 생명을 연구하거나 복제하는 장면들이 바로 '여성의 생식력'을 남성들이 갖지 못해서라고 나는 이해했다. 이건 단순히 영화에서만 보여지는 건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남자들이 자신들의 정자가 있어야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결국 그 아이를 몸에 품고 있다 세상에 내보내는 건 여성이다. 일단 여자가 자신의 몸에서 낳은 이상 여자는 이 아이가 내 자식이 맞는지에 대해 친자 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남자들은 의심한다. 이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것인가. 그런 의심-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이 남자들로 하여금 여성들에게 혼전 순결을 강요하게 하고 정조를 중요하게 여기게 한 것으로 표현된게 아닐까. 결국 그것은 여성의 자궁, 생식 때문이고 그래서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혐오하고 하찮게 여겼던 것이다. 월경을 불결하게 여긴일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구멍'이라고 여성의 신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일도 그렇다.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으로 인한 두려움, 자신이 갖지 못한 열등감은 결국 남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하찮게 여기도록 한것이다. 내가 지난번 여성괴물 을 읽었을 때 이렇게 이해했고, 그래서 46페이지의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장을 봤을 때, 그래, 이 문장이 바로 이 책 한 권의 내용을 대변하는거야! 싶어졌다. 


그렇다해도, 왜 뱀파이어의 입이 이빨달린 질을 대변한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라캉..은 뭐하는 사람인가 이제 라캉을 좀 공부해볼 때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일리언 부분은 확실히 어렵다. 그래도 일단 에일리언 부분 다 읽었지롱. 후훗.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은 시간차가 있고 그 사이에 내가 본 영화가 있었으므로 이 책을 읽다가 그 때와는 다른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도망치려는 아이의 시도 안에서 어머니는 ‘비체‘가 된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아이가 분리된 주체가 되기 위해 투쟁할 때 아브젝션은나르시시즘의 필수조건이 된다(ibid). 우리는 원초적인 모성적 존재로재현되는 어머니로부터 도망치려는 아이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활동 중인 아브젝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아버지는 예외 없이 부재중이다. (사이코>, <캐리>, <새>). 이런 영화들에서 어머니는 여성괴물로구성된다. 아이에 대한 지배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어머니는 아이가상징계에서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막는다. 부분적으로는 어머니와의 행복한 관계 안에 갇혀 있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또 부분적으로는 분리를 두려워하면서, 아이는 이자적 관계가 제공하는 위안을주는 쾌락에 굴복하는 것이 쉽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크리스테바는 종교의 대부분이 이 위험에 태클을 거는 기능을 맡아왔다고 주장한다. - P40



바바라 크리드는 '도망치려는 아이', '어머니',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얘기를 하며 오래전 영화인 사이코, 캐리, 새 를 가져온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최근에 본 영화 <런>을 떠올렸다.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영화의 처음은 그녀가 입학원서를 낸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기다리는것인데, 우편물도 다 엄마를 통해 받아야 하는 소녀는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지 않았음에 실망한다. 그 대학에 합격한다면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해야했고, 그녀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기대했던 터다.

그러나 그녀가 우연히 엄마 이름으로 처방된 약통을 발견하고 모든 생활이 엄마의 통제하에 있던 중에 의심을 하게 되고, 인터넷조차 끊긴 상황에서 그 약에 대한 검색을 해보고 싶어 무작정 아무 번호로나 전화를 걸어서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이 약에 대해 검색을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그간 엄마로부터 받아 먹었던 약이 동물에게 먹이는 근육이완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때부터 그녀는 엄마를 의심하고 엄마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아주 어릴 적의 사진을 보면 자신은 두 다리로 서있었는데 언제부터 휠체어 신세를 지게됐던걸까. 그녀는 엄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준비하고 도망가려는 딸을 막기 위해(넌 나 없이 살 수 없어, 넌 나와 함께여야만 해!) 엄마는 그녀를 가둔다.


결말까지 쓰면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니까 이쯤에서 끊어주는 센! 스!  



출근길에 <엑소시스트> 부분을 좀 읽다가 왔는데, 윽, 나는 내가 본 가장 무서운 영화가 이 <엑소시스트 무삭제판> 이다. 그전까지 나는 무서운 영화를 잘 보는 편이었고 사람들이 무서운 장면이 나올라치면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가릴 때, '아니 그럴거면 이 영화를 뭐하러 보냐고' 하며 당당하게 공포에 맞선! 사람이 나였는데, 엑소시스트 무삭제판 보고 나서 며칠동안 후유증에 시달렸고(천장에 막 사탄의 얼굴이 나타났다 ㅠㅠ), 그 뒤로 공포영화를 볼 때마다 눈을 가리기 시작했고, 하도 소리를 질러서 배가 다 아파지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공포영화를 안본다 ㅠㅠ 공포영화 한 번 보고나면 너무 온 몸이 기진맥진 해버려서 어휴.. 그 뭣이냐, 한국영화 <장화 홍련>인가 그거를 썸타는 남자랑 보러 갔다가 아니 애인도 아니니까 기댈 수도 없고 근데 더럽게 무섭고 그래가지고 아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가 이십대 중반이었나 후반이었나.. 가만있자, 그 남자가 언젯적 남자더라.. 여튼, 공포영화는 썸남하고 보지말자, 라는 생각을 했었지. 물론 공포영화는 혼자서도 보지말자.. 가 되어버렸지만. 으.. 무서워 ㅠㅠ



얼마전에는 트윗에서 추천 받고 넷플에 있다는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을 보려고 재생했었다.



트윗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 강간당한 친구를 위한 복수 라고 했는데, 그래서 보려고 한건데, 영화의 초반에 술취한 여자를 데려다주겠다고 '선량해보이는' 한 남자가 나서고, 그리고 그녀를 자기 집에 데려가는데 와 너무 보기가 힘든거다 ㅠㅠ 그래서 꺼버렸다 ㅠㅠ 아 못보겠어 이런 숨막히는 두려움은 ㅠㅠ


물론 이 영화속에서 다뤄지는 강간은 바바라 크리드가 말하는 여성괴물 처럼 어떤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인지라 맥락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윽, 나는 이런거 진짜 못보겠어. ㅠㅠ '복수'라니, 강간 가해자들에게 어떤 벌이 내려질지 보고싶은데, 그 전이 너무 견디기 힘들다 ㅠㅠ


아무튼 이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아 너무 어렵다.. 하면서도 '책 정말 좋다' 생각했다. 그건 이런 문장 때문이었다.


수잔 루리의 논문 「정신분석학과 영화에서의 "거세된 여성의 구성」은 여성괴물에 대해 일관적이고 중요한 논의를 보여준다. 닐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거세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프로이트적 입장에 도전한다.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남성이 거세당했을 때처럼 여성이 신체가 불구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즉, 여성은 신체적으로 완전하고, 손상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성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세된 여성이라는 개념은 여성이 남성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판타지phantasy일 뿐이다. (나는 시종일관 ‘판타지fantasy‘보다는 판타지 phantasy‘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것은 주체를 소망충족을 위해 활동하는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프로이트 관점에서의 ‘판타지phantasy‘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판타지fantasy‘는 종종 기발한 행동이나 말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내가 피하고자 하는 의미다.) 특히 남성은 여성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그를 거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는 자신의 페니스가 여성의 게걸스럽게 집어 삼키는 입 속으로 사라지는 성교 중에 신체적인 거세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루리, 1981-2, 55) - P29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어김없이 프로이트가 소환되고 프로이트를 읽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프로이트는 남성을 성기가 있는 인간의 기본형으로 두고 여성은 (남성)성기가 없는 존재로 구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해전에도 내가 강의 듣고 와서 쓴 페이퍼가 있긴한데, 쉽게 말하자면 프로이트는,


남자는 자지가 있다

여자는 자지가 없다


로 구분지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성에게 있는 한 부분이 여성에겐 없는 걸로, 즉 '부족한' 존재로 보아왔던 것. 만약 남성에게 자지가 있고 여성에게 보지가 있다고 구분지었다면 그것은 대등하게 무언가를, 서로 다른것을 가졌다는 걸로 보여질텐데, 이쪽엔 있고 이쪽엔 없다고 함으로써 더 열등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남성이 거세당했을 때처럼 여성이 신체가 불구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는 거다. 여성이 거세된 존재, 부족한 존재라는게 틀렸다는 것. 남성이 거세된다면 그것은 남성의 (어떤)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족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거세된 여성은 부족하지 않고 온전한 신체 그대로이다. 남자는 자지가 없으면 장애가 생기는 것이지만, 여자는 자지가 없는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한 존재인 것. 여자는 '자지가 없어'도 이미 그 자체로 모든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거다. 그걸 이 책을 통해 읽게 되니 너무 좋은거다. 아니, 너무 좋지 않아요?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거세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프로이트적 입장에 도전한다.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남성이 거세당했을 때처럼 여성이 신체가 불구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즉, 여성은 신체적으로 완전하고, 손상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성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위의 문장을 가져옴으로써 그러므로 여자가 더 월등한 존재다, 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루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여자가 남자보다 월등하거든? 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남성에게 있는 한 부분이 여성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성이 열등하다는 것을 뜻하는 바가 아니다, 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바꿔 말하면, '너네가 그걸 갖고 있다는 것이 너네가 더 월등하다는 걸 증명하는게 아니야' 가 되시겠다. 나는 위의 인용문이 진짜 너무 짜릿하다! >.<


여러분, 책 읽는 거 진짜 너무 좋지 않나요? 이런 문장을 막 만나고..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거 막 써주고 ㅠㅠ 내가 지금 여기에서 책 한권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증명하는 것들을 써주는 걸 읽기만 하면 되다니. 생각할수록 책 읽는 것은 정말 개이득, 개꿀이다.. 여러분, 책을 읽자!!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숱하게 보아와도 배설과 쾌락.. 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배설 자체는 쾌락이라는 걸 동의한다. 우리도 배아팠다가 화장실 다녀오면 너무 기분 좋잖아? 그래, 알겠다고, 그건 알겠는데, 어떻게 그 배설이 결국 성적 쾌락으로 가는거냐고. 쉬바.. ㅠㅠ



또 다른 한편으로 이 이미지들은 어머니와 자연이 혼합되어있던 그 시절을 환기시킨다. 그 시절에 육체적 배설물들은 몸과 분리되어 있을 때에도 당황스럽거나 부끄러운 비체로 여겨지지 않았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이미지들은 사회적 상징계 안에 위치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원초적인단계에서 신체적 배설물들은, 때때로 변태적 쾌락으로 묘사되는 혐오의 타부를 깨는 쾌락과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 안에서 몸과 그 몸의 배설물들을 가지고 노는 구속되지 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쾌락을 깨운다. - P43


그러니까 위의 인용문에서는 직접적으로 배설이 성적 쾌락을 가져다준다라고 언급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위의 부분에서 바타유가 생각나버린 것이다. 아 쓰벌.. 내가 읽다가 포기한 오줌의 바타유 ㅠㅠ




여기서 서로 성적 쾌락을 위해 책 속 표현 그대로 얘기하자면 '오줌을 싸는' 장면이 나오고 심지어 여러명이 같이 싸고 냄새를 맡고 오줌과 정액을 서로의 몸에 쳐발쳐발하고.. 

내가 16쪽까지 읽다가 포기하고 다시 집어 들고(수전 손택이 바타유를 좋아했다니까 다시 도전!) 결국 37쪽인가에서 완전히 포기하고 팔아버린 책이다. 


[알라딘서재]우동과 ㅇㅈ (aladin.co.kr)


링크는 내가 2017년 이 책 출근길에 읽다가 회사 동료 만나 우동 먹고나서 쓴 페이퍼인데, 나는 그때 화가 나가지고 동료에게 그런 얘기도 했었다. 이 쉬벌것들이 오줌싸고 막 그러면 그거 빨래 누가 하냐, 아주 개새끼들이여.. 막 이랬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진짜 얼마전에 친구가 내게 말한것처럼 노동에 진심이다. 그래서 노동을 힘들게 만드는 자들에 대한 한없는 분노가 내 안에 있고 노동없이 부유한 놈들에 대한 분노도 내 안에 있다. 이 책에서도 오줌 침대보에 싸두고 빨래하는 사람은 가사노동자가 따로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니라면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서로의 몸에 오줌과 정액을 쳐바르는 행위 자체도 싫지만, 생각만해도 너무 스트레스지만, 그들이 섹스파티 한 뒤에 그 이불 빨래는 누가 할것이냐..에 고통 곱하기 고통이 찾아온 것이다.. 윽-



아무튼 여성괴물,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여성괴물 하면 스피시즈 생각나고 스피시즈 하면 우생학 생각나고 우생학 하면, 여러분 이제 몇몇 분들은 떠오르는 책이 있지요? (요즘 핫한 책이지만 뭔지는 안알랴줌 ㅋㅋㅋ 우리만의 비! 밀!)




어휴 또 페이퍼 너무 길게 썼네. 그럼 이만.


공포의 권력 사러 가야겠다.

다음주말이면 또 책 한뭉탱이 사진이 올라오겠군... 흠.....

윌리암스의 논의를 제외하고 위에서 논의된 거의 대부분의 논문이여성을 공포영화의 희생자로 다루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그들이 대부분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에 공포를 유발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 즉 이미 여성을 희생자로 구성해 놓은 이론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여성은 원래부터 희생자라고 말하는 본질주의적 관점을 대변하고 또 지지하는 가부장적 정의를 강화할 뿐이다. 나는 공포영화에서의 여성 재현을 분석하고 여성이 다수의 공포영화에서 괴물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여성괴물이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형태로 재현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페미니스트적‘이라거나 해방된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여성괴물은 여자의 욕망이나 여성 주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남성의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P3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재현은 확실히 남성 관객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가학적인 위치에 있고 여성 관객은 언제나 수동적이고 피학적인 위치에 있다는 관점에 도전한다. 이런 특징에 대한 분석은 또한 프로이트 이론의 중심 내용을 재독해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P31

주체는 비체를 추방해야 하지만, 동시에 비체는 묵인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을 위협하는 것이 곧 삶을 규정함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추방의 행위는 주체가 상징계 안에서 적절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필요하다. - P35

공포영화의 괴물성 구성에 있어 경계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계를 넘거나 혹은 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비체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 경계라는 것의 구체적인 본질은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그 영화에서 괴물이 수행하는 역할은 결국 마찬가지이다. 즉 괴물은 상징계적 질서와 그 질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 사이에 충돌을 일으킨다. - P38

그 움직임이 실제로 그의 배 안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때에는 이미 우리가 아는 것을 부인하기에 너무 늦어버린다. 우리가 설사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하듯이 시선을 돌린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이런 장면들은 우리가 고개를 돌려버리기 이전에 우리의 믿을 수 없는 눈앞에서, 남자가 괴물을 출산한다든지 인간의 몸이 뜯겨지는 생생하고 끔찍한 이미지와 같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한 많이 보고자 하는 병적인 욕망을만족시킨다. 고어와 능지처참의 생생한 장면들은 에일리언이 공격할 때마다 반복된다. - P68

스크린 관객 관계와 관련해서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시선이 이론- 의화되었다. 영화에 담겨지는 사건을 향한 카메라의 시선, 디제시스4 안에서의 등장인물의 시선, 그리고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 포르노에 대한 논의(1980)에서 폴 윌먼은 관객이 보면 안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그 관객을 감시하는 눈길이라는 네 번째 시선이 존재한다고 정리했다. 공포영화를 볼 때 ‘시선을 돌리는 것은 스크린관객 관계를 구분하는 다섯 번째 시선으로 이해되어야 할 만큼 흔한 행동이다. - P68

이전 장면에서 검역법과 관련하여 그렇게 신중했던 그녀는 왜 자신과 파커, 그리고 램버트의 목숨을 걸고 고양이를 구하는가? 다시 한 번, 여성 페티시에 대한 남근중심적 개념을 통해 만족할만한 답변이 구해진다. 원초적 어머니의 페티시 대상인 에일리언의 끔찍한 모습에 비해 리플리의 몸은 보고 있기에 즐겁고 또 안전하다. 그녀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의 몸을 보여준다. - P59

용납할 수 없고 끔찍한 여성의 면모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재현된다. 죽음과 연결된, 어디에나 존재하는 원초적 힘으로서의 어머니, 그리고 페티시 대상으로서의 에일리언을 통해 재현되는 카니발적 괴물로서의 어머니. 시각적으로 공포를 주는 어머니의 모습들은 안심과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의 전시를 통해 상쇄된다. 고양이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이 맥락에서 평범한 여성들의 받아들일 수 있고 안전한 페티시 대상이다. 히치콕의 <새>에서 중첩된 새의 이미지도 같은 기능을 한다. 사랑스러운 새는 받아들일 수 있는 페티시를 의미하고 죽은 새는 기괴한 여성의 페티시를 보여준다. 따라서 리플리는 마치 고양이가 그녀의 아기baby 그녀의 작은 것itle one‘인 것처럼 품에 안아든다. 마침내 리플리는 처녀와 같은 모습으로 수면실에 들어간다. 악몽은 끝났고 우리는 출생이 깨끗하고 순수한 일이었던 영화의 첫 시퀀스로 돌아간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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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3-17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라미싱 영 우먼_ 강간당하지 않아요 락방님, 그걸 말해줬어야 하는데 ㅋㅋㅋ 근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남자들은 술 취한 여자들은 모조리 자기 마음대로 어떻게 해도 된다고 사물화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친구가 강간당하는 비디오 보면서 (그 장면은 화면에 나오지 않고 소리로만 나와요) 엄청 울어요 주인공이. 술에 완전히 취해서 떡실신된 동급생을 사물화시켜서 마구 강간해도 괜찮고 그 강간 장면을 여러 명의 동급생들이 찍고 환호성을 내지르고 그러거든요. 저도 급한 마음에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술 취해서 완전히 의식이 없다고 여기는 혹은 그리 되어가는 여성이 팬티 벗기는 남성에게 이 새끼야 그만 해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색하면서 바라보니까 남자가 완전히 귀신 본 것처럼 바들바들 떨면서 나가 떨어지는 장면 있는데 이 상황에서 과연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나가 떨어지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분명히 강간하려고 할 텐데. 이게 영화여서 이렇게 그려지는건가. 아니면 싸하게 만드는 마녀의 기운을 드러내보이고픈 건가 했어요.

읽는 동안 크리스테바 읽고싶어서 미치겠어서 저도 일단 장바구니에만 담아놓았어요. 에일리언도 다시 봐야 하는데 과연 볼 수 있을지 싶고 무서운 영화는 보고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 영화 [런]은 봐야겠어요.

다락방 2022-03-17 15:16   좋아요 3 | URL
저 첫장면에서 술 취한 여자를 놓고 남자들이 네가 가져라 네가 가져라 막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가장 ‘선량해 보이는‘ 남자가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다고 가고.. 마치 그녀를 그 위험한 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척 하지만 실은 그 놈도 그 안에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죠. 아 그래도 착한 남자라서 다행이다, 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차 안에서 결국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거 보고 너무 심장이 벌렁거리더라고요 ㅠㅠ 저렇게 술에 취해 정신도 못차리는 여자한테 꼭 그래야 할까 싶으면서.. ㅠㅠ 그래서 꺼버렸어요.

저 에일리언 다시 보려고 벼르고 있어요. 에일리언 2 였나, 남주 잘생겨서 좋아했는데 죽었어요. 그 터미네이터 1에서 인간으로 나왔던 남자인데... 이름이 뭐더라, 마이클 빈이었던가..

저 크리스테바 주문했어요, 비타님. 비타님은 하지마세요 ㅋㅋㅋㅋㅋ

수이 2022-03-17 16:01   좋아요 0 | URL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어하는 거 잘 알면서 ㅠㅠ 제가 한 30분 정도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 에일리언 2 남주 사진 찾아보고 있습니다

수이 2022-03-17 16:04   좋아요 0 | URL
마이클 빈은 솔직히 잘생긴 건 잘 모르겠습니다 마이클 빈이랑 에드워드 펄롱이랑 같이 올려진 사진이 많아서 에드워드 펄롱 사진 실컷 보고 왔어요. 근데 어머나 우리랑 동갑이네요. 이제 앎.

다락방 2022-03-18 11:10   좋아요 0 | URL
저 어제 비타님 이 댓글 보고 에드워드 펄롱 찾아봤다가 유튭 까지 보게 됐는데요, 펄롱이.. 마약 중독도 되고 가정폭력 가해자이기도 했고... 아아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역시 우리는 사람 일을 한 치 앞도 몰라요.. 펄롱이여........

mini74 2022-03-1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오빠가 대자로 누워 있어서 오빠 다리를 넘어서 나가려는데 할머니한테 호되게 혼난 적이 있어요. 어디 기집애가 남자를 타넘어가냐고. 제사음식도 피 흘리는 부정한 여자들이 준비하면 안된다고 남자들이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 혐오와 비하로 표현된 것같다는 생각을 이 책 읽으며 했어요. 다락방님이 인용하신 루리의 거세되지 않은 여성이란 부분 저도 참 좋아요 ㅎㅎ

다락방 2022-03-18 11:09   좋아요 0 | URL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미니 님. 왜 현실에서도 열등감이 심한 사람의 경우에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잖아요.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 비하 그리고 분노.
루리의 저 인용구는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 저렇게 말해주었다는게 진짜 짜릿하더라고요. 바로 이런 맛에 책을 읽는 것 같아요!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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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나는 안나와 브론스키에 주목했다. 나와 독서 취향이 너무나 다른 한 친구는 레빈(이름 맞나?)의 생활에 재미를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독서 취향이 다른 걸 알았지만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취향도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해준다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라고, 고전은 바로 그래서 고전인거라고 우리는 얘기햇었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래서 고전이구나' 감탄했다. 수도원이라는 소년과 어른 남자들만 있는 환경에서 만난 서로 다른 두 친구가 서로를 동경하고 우정을 쌓고 또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가 뭐 이렇게 재미있을 일이람? 처음 번역된 제목의 '지와 사랑'도 그렇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도 제목만 들으면 세상 지루할 것 같은데, 게다가 누군가 줄거리를 물어 '수도원에서 만난 두 소년의 우정이야기' 라고 하면 또 진짜 엄청 지루할 것 같은데, 이게 책장을 펼치면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거다. 와 이래서 고전이구나, 이렇게 재미있다니. 고전을 그동안 읽는다고 열심히 읽었으면서도 나는 제목에서 오는 지루함으로 이 책은 저기 치워두고 있었던거다. 아아, 재미있다. 혹시 나같은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재미있습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나르치스는 학문으로 자신을 쌓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할지를 알고 수행하는 사람이며, 그 길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임을 알고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 길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데에도 능한데, 수도원에 새로 들어온 소년 '골드문트'의 길이 수도원에서 학문을 쌓는데 있지 않음을 금세 파악한다. 그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가 수도원 바깥으로 나가 경험하며 자신과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 사람임을 알아본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를 애정하고 골드문트 역시 나르치스에게 의지하지만 그러나 그 둘은 함께한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각자의 길로 들어간다.



골드문트는 연애가 좋고 섹스가 좋아서 만나는 여자들마다 다 자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여자들을 관찰한다. 몸짓과 몸의 형태와 감정이 드러나는 면면들을 관찰하고 그들 모두를 사랑하며 그 순간들을 눈과 가슴에 담는다. 어떤 여자는 하루만 사랑하고 어떤 여자는 며칠간 사랑하면서 거기에서 뭔가 큰 통찰을 얻는듯 보이고 책에서도 그렇다고 하지만, 사실 이건 외부에서 보면 이여자 저여자 자고 다니는 젊은 놈팽이에 다름 아닌데, 그가 나중에 위대한 작품을 남긴다한들 콘돔없이 여기저기 자고 다녔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어느 때에는 한 기사의 집에 머물면서 양쪽으로 기사의 딸자매를 뉘이기도 한다. 입으로는 언니한테 키스하고 손으로는 동생의 몸을 만지는 짓을 저지르는데, 그거 보면서 와 진짜 남자 작가들은 책을 쓰면 지 로망을 어떻게든 실현하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책을 통해 쌍둥이 자매랑 함께 지내는 장면을 쓴 적이 있고, 박범신이야 말해 뭐해, 칠십대 근육질 노인을 동경하는 미성년자 그려내지 않았던가. 펜을 쥐고 쓰는 자의 마음이라지만 골드문트가 자매들하고 한 침대에 눕는 건 진짜 어이가 없었다. 으휴 징그러운 인간들 같으니라고.


게다가 콘돔도 쓰지 않고 피임도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는 그냥 그 날 마주쳐도 섹스하고 오래 공들였다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그 와중에 어떤 여성은 나 임신한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여자만 그랬을까. 그가 섹스하고 떠나온 많은 길에 분명 아버지 없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여럿이었을거다. 그러나 골드문트는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죽음을 떠올리고 수시로 나르치스를 그리워하고 또 가슴 깊이 간직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이 모든것들을 형상화할 예술을 갈망하고 창작에 대한 욕망에 불을 지피면서도 '내가 지나온 자리에 아이 없는 아버지가 생겼을것이다'에 대한 생각은 한순간도 해보지 않는다. 


그렇게 몇 년을, 아주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방황하고 그러다 추울 때는 누군가의 집에 신세를 지면서, 노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먹고 살 수 있다니 골드문트는 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종일관 잘생겼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백인 소년 그리고 백인 청년은 노동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며 심지어 애인을 만드는데에도 아무런 지장은 없는것 같다. 게다가 너무나 쉽게 백작의 애첩과도 섹스한다. 자신의 몸에 장애를 가진 한 여성은 '내가 건강했다면 니가 다른 여자랑 자러 가지 않았을텐데'하며 그를 향한 마음에 괴로워한다. 모든 여자들은 골드문트를 사랑해 둠칫두둠칫. 오래 방황하고 길에서 떠도는 남자랑 쉽게 자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나는 참 거시기했던게, 일단 그의 몸이 청결한 상태가 아니었고 어디에서 누구랑 자고 어떻게 성병을 옮기고 다닐지 모르는데 어째서 왜때문에...


그만두자. 나는 골드문트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이다. 지금은 2022년 3월이고 곧 봄이 올 것이며 스맛폰을 사용하는 시대이고 나는 이십년이상 노동을 한 대한민국의 여자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재회한다. 이 책의 백미는 이들이 재회한 뒤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골드문트는 '다만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어딘가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사실뿐'(p.163) 이라고 한것처럼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나아갔고 그러다 나르치스와 재회한 것이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길에서 방황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과 죽음과 그리고 살인을 마주하는 동안 수도원장이 되어 있었다. 나르치스는 나르치스대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대로 간 것이었다. 골드문트는 나르치스가 마련해준 작업실에서 조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것은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감동을 느낄만큼 아름답고 대단한 것이었다. 골드문트는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길이, 겪어온 모든 것들이,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라 말한다. 이때 나르치스가 자신이 공부한 학문과 이성에 대해 얘기하고 골드문트가 상상과 예술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 장면이 진짜 기가 막히게 좋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읽는 나는 어디쯤에 있나를 자꾸 되묻게 된다.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책을 읽기 전에는 '경험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 여행하는 나는 골드문트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헤어지면서 그리고 낯선곳에 가보고 또 낯선 일들을 경험하면서 그때마다 배우고 느끼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골드문트가 아닐까 했던거다. 그러나 나르치스의 삶을 가만 보노라면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타인을 관찰하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는 면면들에서는 나는 나르치스와 닮지 않았나 했다. 나르치스는 물리적으로 이동하진 않지만 정신적으로 계속 나아갔던 사람이고 골드문트는 계속 나아가기 위해 물리적으로 움직여야 했던 사람이다. 나르치스는 정착해서 성장하고 골드문트는 방황하며 성장한다. 그는 정착할줄 모르고 정착할라치면 좀이 쑤시는 사람이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정착과 방황의 극과 극에 서있다면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텐데, 곰곰 생각해보면 나르치스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나도 훌쩍 떠나고 싶고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바가 있지만, 그러나 나는 반드시 돌아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떠나는 것만큼이나 돌아오는 것을 갈망하고 떠나는 것만큼이나 돌아가는 것에도 설레인다.



나르치스는 수도원장이 되었고 골드문트는 다시 없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그들 모두의 그간의 시간과 경험과 학문이 고스란히 쌓여있다. 그리고 골드문트는 자신이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 절반은 나르치스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진짜 자지러지게 좋은 부분이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이 여자를 성적으로 대상화시키고 도구화시킨다고 생각하고 그 모든 여자들과 사랑하고 섹스하고 인생을 배워놓고 그들을 그저 소모품 취급한다고 생각한다. 골드문트가 그동안 만나온 그 수많은 여자들을 골드문트는 '여성' 외에 다른 걸로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학문을 하는 것도 성장을 하는 것도 그 여성들의 몫은 아니었다. 작품속 여성들은 사랑만 갈구한다. 이것은 1930년에 쓰여진 작품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지금의 내가 보는' 이 작품의 한계일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각자의 이유로 누군가를 도구화 삼기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사건들과 그런 시간들을 거쳐 돌고돌아 결국 잘 보이고 싶었던 한 사람에게 간다는 것,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가장 소박한듯 하면서도 그러나 가장 큰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누군가 한 명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살아가는건 아닐까. 



나르치스, 내 인생의 절반은 자네한테 잘 보이려고 했던 일들이었네. 자네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네가 나한테 말하리라고는 한 번도 기대한 적이 없었다네. 자네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제 자네는 나를 사랑했다고말했네. 나한테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바로 이 순간에, 방랑도 자유도, 세상도 여자들도 모두 나를 곤경에 버려두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말일세. 자네의 말을 받아들이겠네. 고맙네. -p.471



두 소년을 만나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훗날 다시 만나 각자의 삶과 이상에 대해 얘기할 때는 묵직한 감동이 찾아온다. 어른이 된 그들의 대화 부분은 다시 읽어봐도 좋을것 같다. 고전의 참재미가 이 책안에 있다.




그렇게 몇 년 동안은 얌전하게 절도 있는 생활을 했지만 그녀는 다시 예전에 춤추던 시절의 기질이 되살아나서 아버지의 근심을 사고 남자들을 유혹했다는 것이었다. 몇 날 몇 주씩 집을 비우기도 했고, 마녀라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남편이 몇 차례나 다시데려와서 곁에 붙들어두었지만 결국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그녀에 관한 소문이 들려왔다. 그 고약한 소문은 마치 별똥별의 꼬리처럼 깜박이다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남편은 그녀가 안겨준 불안과 경악, 치욕과 지울 수 없는 충격 속에서 몇 해를 보내다가서서히 회복되었다. 잘못되고 만 부인 대신에 이제 그는 귀여운 아들을 키우는 데에 마음을 쏟았다. 아들의 용모는 어머니를 빼어닮았다. 아버지는 한을 삭이지 못한 채 억지 신앙에 빠져들어 골드문트에게 어머니의 죄를 씻으려면 평생을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믿음을 키워주었던 것이다. - P92

골드문트의 아버지가 잃어버린 아내에 관해 곧잘 이야기하는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골드문트를 수도원에 맡기면서 수도원장에게 대강의 암시를 주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들이 어머니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이기도했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그런 이야기를 의식 한켠으로 밀쳐내고 거의 잊어버리도록 교육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그는 어머니의 진짜 모습도 까맣게 망각하고 상실해 버렸다. 어머니의 진짜 모습은 전혀 달랐다. - P92

그의 배움은 계속되었다. 그가 단기간에 배운 것은 수많은 부류의 사랑과 사랑의 기술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수많은 애인들의 경험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또한 여자들을 그들의 다양한 성향에 따라 관찰하고 느끼고 접촉하고 냄새 맡게 되었다. 그는 갖가지 부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섬세한 귀를 갖게 되었으며, 상당수의 여자들에게서는 목소리의 울림만 듣고도 그들이 지닌 사랑의 능력이 어느 정도이며 어떤 성향인가를 어김없이 알아맞힐 수 있게 되었다. 갈수록 새로운 황홀감을 느끼면서 그는 머리를 목덜미에 기대거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결을 쓸어올리거나 또 무릎뼈를 움직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방법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도 섬세하게 감식하는 손가락을 가지고서 어떤 여자의 머리칼이 다른 여자의 머리칼과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떤 여자의 살결과 솜털이 다른 여자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알게 되었다. - P162

그는 바로 여기에 방랑 생활의 의미가 있다는 것, 즉 어쩌면 이처럼 식별과 구분의 능력을 갈수록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터득하고 단련하기 위해 한 여자로부터 다른 여자한테로 떠밀려다닌다는 것을 진작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방랑이 그의 운명인지도 몰랐다. - P162

마치 상당수의 음악가들이 한 가지 악기만 다룰 줄 아는 게 아니라 셋, 넷, 혹은 - 그 이상의 많은 악기를 다루듯이, 완벽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여자들과 사랑을 온갖 방식으로 그리고 수없이 다양하게 겪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이런 경험이 무엇에 도움이 되고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어딘가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에게 비록 라틴어나 논리학을 공부할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놀라울 만큼 비범한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은 반면, 사랑의 문제 혹은 여자들과의 유희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 문제는 힘들이지 않고 익혔으며,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고 경험들이 저절로 축적되고 정돈되었던 것이다. - P162

한번은 골드문트가 그렇게 의도적인 속셈을 가지고 사람들한테 접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응수하면서, 자기는 비록 그런 재주가 없지만 친절하게 부탁을 해서 손님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하자 키다리 빅토르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 골드문트, 너는 그렇게 해도 통할지 모르지. 너는 너무나 젊고 잘생긴 데다 정말 순진해 보이니 그런 외모가 훌륭한 숙박권이 될 수 있단 말이야. 여자들한테는 호감을 주고, 남자들은 이 친구는 정말 순진무구하니까 아무한테도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보라구. 사람이란 나이를 먹게 마련이고, 동안(童顔)에도 언젠가는 수염이 나고 주름이 생기고 바지에도 구멍이 나게 마련이지.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환영받지 못하는 추한 손님이 되고 말지. 그리고 눈에는 젊음과 순진함 대신에 허기진 기색만 드러나거든. 그렇게 되면 마음이 모질어지고 이 세상에서 뭔가를 배울 수밖에 없게 된단 말이야. - P210

그렇게 되면 마음이 모질어지고 이 세상에서 뭔가를 배울 수밖에 없게 된단 말이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두엄더미에드러누워야 하고, 개들이 오줌을 갈긴단 말이야.」 - P210

산모가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은 얼마나 신기했던가! 동료 빅토르가 고꾸라지면서 너무나 조용히, 너무나 빨리 피를 흘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신기했던가! 그 자신은 또 어떠했던가, 굶주린 나날에는 죽음이 주위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던가! 굶주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얼마나 추위에 떨고 또 떨었던가! 그리고 어떻게 맞서 싸웠던가! 죽음의 콧잔등을 후려갈기고, 엄청난 죽음의 불안과 격렬한 쾌감을 느끼며 저항하지 않았던가! 도무지 이보다 더 엄청난 일은 겪을 성싶지 않았다. 아마도 나르치스와는 이런 체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밖에는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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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3-16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나한테 왜 그래요. 참 ㅅㅅ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하네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6 09: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그런게 아니라 골드문트가 그런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섹스섹스섹스 왜 말을 못해요 잠자냥 님. 섹스를 왜 섹스라고 못해,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6 09:39   좋아요 1 | URL
회사라 차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3-1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제가 읽었던 책이 이 책이 맞나 싶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삶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라는 다락방님 의견에 극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 있다지요. 🤭🤭🤭

다락방 2022-03-16 09:42   좋아요 2 | URL
다들 오래전에 읽은 고전을 저는 이렇게 뒤늦게 읽고 재미있다고 호들갑이네요 ㅋㅋ 그런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수도원의 두 소년이라니, 너무 지루할 것 같지 않나요?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다니. 크- 역시 고전은 달리 고전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삶의 동력이라고 저는 스스로 그렇게 깨달았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오긴 한 것 같거든요. 책은 이렇게 제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제 마음을 정리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 소중한 경험입니다, 단발머리님. 우리 앞으로도 잘 살아봅시다!

잠자냥 2022-03-16 09: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때 <지와 사랑> 읽고 독후감 써내서 전교 최우수상 받은 기억이 있는 저에겐 좀 남다른 책인데요, 서른 넘어 다시 읽으니 골드문트는 정말 어떻게 보면 몹쓸 놈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의 묘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나중에 다시 만나서 각자의 삶과 이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중학생 때 읽을 때 골드문트의 여성편력 부분은 특별히 정독했습니다. 약간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6 09:46   좋아요 5 | URL
세상에, 중학생 때 지와 사랑을 읽으셨다니. 몹시 조숙한 중학생이었네요. 크- 저는 지와 사랑 이라니 너무 진짜 재미없는 책제목이지 않아요? ㅋㅋ 읽을 생각을 전혀 안한 책이었어요. 그리고 지와 사랑이 뭐야, 지와 애.. 라고 해야 맞는거 아니에요? (이런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될성부른 나무였네요. 중학생 때 독후감 전교 최우수상이라니.. 멋져. 어릴때부터 잘썼던 사람. 태어나면서부터 독후감 썼던거 아녜요?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나중에 만나 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진짜 좋더라고요, 잠자냥 님. 그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 과거의 시간들이 있었던거겠죠. 사람은 어떤 포지션이든 소중한 누군가로 인해 살아가기 마련인가봅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실 저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때 읽었다면 그 약간 야릇한 기분.....으로 읽었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6 10:04   좋아요 1 | URL
아니 독후감 쓰면서 태어나는 상상하니까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사실 어린시절에 야릇한 재미때문에 읽은 고전 좀 많지 않아요?(엄마만 모를 뿐ㅋㅋㅋㅋ)
대표 사례 <채털리 부인> 근데 골드문트 여성편력이 더 야릇함 ㅋ

다락방 2022-03-16 10:22   좋아요 2 | URL
저는 채털리부인 20대에 읽었는데 서로 성기에 이름 붙여주는 거 보고 대충격 받았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03-16 11:35   좋아요 2 | URL
야릇한 상상 하느라 읽은 책 가운데 백미는 역시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아닐까 싶은데요?
<북회귀선>은 외설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야릇하게 찌르르하지 않고요 그냥 곧바로, 아이고 얘기 못허겄네.

다락방 2022-03-16 11: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북회귀선은 책방에서 빌려다가 후다닥 넘기며 야한 부분만 골라 읽으려고 시도했던 기억이 나네요. 성공하진 못한 것 같아요. 뭔 내용을 알아야 그런 부분을 골라읽죠. 저 꼬꼬마 때도 그 소설 야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3-19 00:4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뜨겁네요... ... 금요일 밤입니다... 나는 혼자인데...

Falstaff 2022-03-16 11: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서평 잘 읽었습니다. 역시 다락방님!
전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그런지 골드문트가 저 지랄을 하고 다녔다는 것도 다락방님 글을 읽어보고야 아하, 그랬지, 맞아, 이럴 정도였습니다. 잠자냥 님이 저번에 이 여자, 저 여자 경험한다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한편으로는 아이고 부러워!) 했는데 이제 보니 그야말로 난리였군요!
다락방님의 4별은 무책임하게 자고 다니는 것 때문에 좀 야박하게 주신 것도 같고, 아무래도 스물다섯 살 다락방 님한테는 조금 과하게 낭만적이라서 그랬던 것도 같네요. 역시 헤세는 십대에 읽어줘야 껌벅 넘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3-16 11:39   좋아요 6 | URL
골드문트 님,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쓰니까 마치 이 책을 골드문트 님이 쓰신 것 같네요 ㅎㅎ)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제가 읽기에는 다섯이 후하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과하게 낭만적이라는 표현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십대에 읽었다면, 사실 저는 음.. 뒷부분의 어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 부분을 지금 읽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아 고전 읽는 거 너무 재미있어요. 고전 짱입니다 진짜!!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16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르만 헤세 책이 중학교때 필독서 목록이았다는게 이해가지 않는 ㅠㅠ 저는 중3때 개폼 잡으며 크놀프 삶으로부터 세 이야기 독후감 썼는데 제출도 하기전에 언니한테 걸려서 ㅠㅠ 개망신을 당한 기억이 납니다. 막 한자도 좀 섞고 ㅋㅋㅋ 넘 부끄러운 글. 우리나란 독서조차 너무 선행하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22-03-16 14:52   좋아요 3 | URL
저는 어른이 되어 고전을 읽으면서 이걸 어릴 때 읽어서 뭘 어쩌라는가 싶더라고요. 어른이 되어야 비로소 이해되는게 있는데 말입니다. 미니님 말씀대로 우리가 독서를 너무 선행하려는 것 같아요. 그러니 독서에 재미를 느낄 수 없는거 아닐까요. 물론 아주 똑똑한 사람들은 아이때도 고전을 읽고 고전의 참재미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읽다가 유시민이 죄와벌을 고딩때 읽고 너무 재미있어 했다는걸 알게 되면서, 아, 똑똑한 사람은 다르구나.. 했습니다. 하하하하하.

Forgettable. 2022-03-17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내 갈등과 우울의 원인이었다.
난 나르치스처럼 살지도 않을테고, 골드문트처럼 살 수도 없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내 꿈을 자극했다.
내 마음 속의 갈등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져서 읽는 내내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라고 2008년에 남겨 두었네요 ㅎㅎㅎ

지와 사랑이었다니 탁월하면서도 지루한 제목 ㅋㅋ 저도 엄청 좋아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니 참 다시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22-03-17 15:17   좋아요 3 | URL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마지막 그들의 대화가 참 좋았는데 이걸 어릴 때 읽으면 제가 그만큼 감동받을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만약 이걸 좀 더 어릴때 읽었다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ㅇ
뽀는 2008년에 읽었다니, 완전 꼬꼬마 때 읽었네요. 애긔애긔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3-19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오 너무 잼써!!ㅋㅋㅋ 제가 이거 읽고 이렇게 유튜브에 썼던거 같은데?.. 나&골 두분 사랑 영원히...*
전 다락방님이 골드문트과일거라고 생각했는 데, 의외로 나르치스 쪽이라고 해서 좀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데 또 저는 요즘 제 안에 골드문트를 발견하는 중이고요? (아, 막 자고다닌다는 뜻은 아니고요... ㅋㅋㅋ저 다 끊었어요? 응? 아무도 안궁금해..ㅋㅋ 모험심?)

다락방 2022-03-21 11:3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온갖 여자랑 사랑해놓고 결국 돌아가는 건 나르치스.. 인생 뭐 이래요? ㅋㅋㅋ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사랑 뽀에벌~ 역시 사람은 누구를 사랑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것 같아요. 그걸 모르니까 자꾸 방황한다. 그렇지만 방황이 또 인생의 묘미가 아니던가..

저는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는 저마다의 나르치스와 저마다의 골드문트가 있고 그것들이 자기만의 비율로 섞여서 발현된다고 생각하비다. 저는 골드문트 이 자식에게 여자들이 모두 빠져드는게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도 다 끊었어요!!! (뭘?)

- 2022-03-21 12:18   좋아요 1 | URL
천하의 잡놈 골드문트 라고 외쳤다가 갑자기 알라딘의 골드문트님이 떠올랐는데…. 네?
저 끊은 거 겠죠? 왠지 탈락된 것 같아… 응?

다락방 2022-03-21 13:44   좋아요 2 | URL
일단 우리 끊은거야. 근데... 요즘 연애소설 읽는데 남주가 근육질이라서 .. 아 지금 복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3-21 15:24   좋아요 1 | URL
아 근육 집착 진짜.. 그 버릇을 고치…지말자… 난 주말에 본 드라마의 남주혁 얼굴이 안잊히네 …(얼빠..)

다락방 2022-03-21 15:26   좋아요 1 | URL
왜 다들 그렇게 남주혁에 난리지? ㅋㅋ 오늘 아침에도 수연님과 단발님이 남주혁 좋다고 그러시던데 쟝님이 또 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남주혁 안좋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나는 지금 외국배우 등근육 보고 정신줄 놓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끊을 수 있을까? ㅜㅜ

- 2022-03-21 15:28   좋아요 0 | URL
있어 그런게 눈물 그렁하면 마음 녹아내리는 무언가가 있다고 ㅋㅋㅋㅋㅋㅋ 알아요 다락방님 취향은 더뤼섹싀 전완근 이두근 광배근(??) 응?? … 끊어야하는 데 ㅋㅋㅋ 참 저 티스 봤어요 ㅋㅋㅋㅋ 아프겠더라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21 15:3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프겠더라‘ 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라 아프겠더라‘ 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3-21 15:36   좋아요 1 | URL
웅… ㅋㅋㅋㅋㅋ 졸라….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락방님이 빵터졋다니까 ㅋㅋㅋ 같이 빵터지넼ㅋㅋㅋㅋㅋ? 많이 졸라 많이 아프겟더라 ㅋㅋㅋ 그러게 *을 아무데나…

얄라알라 2022-04-09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도 당선작에 당근 다락방님 글
페이퍼와 리뷰,
따블로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다락방님 서재에만 들어오면 ㅋㅋㅋ왤케 즐거워지는지요. 범접, 흉내 불가 케미이십니다

얄라알라 2022-04-09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재 단골인데, 저는 왜 이 글을 놓쳤던 걸까요?^^:; 선정 축하드리러 왔다가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님 닉넴 지우고 올린 후, ‘누구 작품?‘ 요렇게 물어도 플친님들 찾으실 것 같아요. 뭐가 시그니처인거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지와 사랑>일 때 읽었는데, 제목이 어느 시점엔가 다르게 번역되었나보네요. 2022년 3월, 스맛폰 쓰시는 다락방님 시점에서 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너무 재밌습니다!

또 한 번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4-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작가의 리뷰는 역시 다르고 뭔가 쎄네요~!!
 

여성의날 롱머그.. 너무 커서 당황했다. 일단 하나 풀어보고 너무 커서 아아.. 세 개는 너무 심했다.. 나의 지름에 후회를 했다.



심..했지요? 아이구야, 너무 커 어쩜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다 식세기에 넣고 한 번씩 씻어두었다. 커피를 마시자, 커피를!!


이 컵들은 이 책들과 함께 도착했다.




왜요, 제가 뭐 재벌로 보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니퍼 마이클 헥트'의 <살아야할 이유>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다가 읽고 싶어진 책이다. 아마도 저자가 마지막에 이 책을 추천했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이라면 나도 읽어봐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었는데,


마침 여성의 날 저녁, 한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여성의 날이면 네 생각이나, 너한테 책을 사주고 싶어, 라고. 나는 뜻밖에 친구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고 책을 골라 얘기해달란 친구의 말에 이 책을 얘기했다. 그렇게 친구는 여성의 날에 내게 살아야할 이유를 선물해 주었다. 여성의 날에 생각나는 사람이라니, 나 좀 멋진 것 같다.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 괴물>을 몇해전에 읽었는데 그 책에 '비체'가 나온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시작하신 분들이 비체 개념에 대해 어려워하시는 글들을 보고 부랴부랴 이 책을 다시 구매했다. 일전에 읽고 어렵다고 팔아버렸는데, 이번엔 잘 읽혔다. 그래서 비체에 대한 개념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다른 분의 댓글에도 답했지만,

뭔가 하나 알게 된다는 건 너무 기쁘다. 아는게 하나 더 늘어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걸 뜻한다. 그것은 글에서도 마찬가지. 우리가 더 풍성하게 말하고 쓰기 위해서는 더 아는게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책 읽기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책이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한 거였지만(아니, 책은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그렇게 읽어온 책들은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되었다.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 아닌 이 책을 산 이유는 이 책에 트럼프 당선 이후의 리베카 솔닛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그리고 힘을 얻고 싶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책을 생각하게 되는 건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일 것이다. 

나는 우리보다 먼저 트럼프를 맞이한 솔닛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간 솔닛의 책을 사놓고도 안읽고 쌓아두고 있었지만, 이 책은 아마 사둔 솔닛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게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아마도..

누군가의 밑줄긋기를 보고 산 것 같다. 밑줄긋기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북플에 올라온 밑줄긋기 보고 이건 사야해! 하고 산 것 같은데.. 그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분명 박스에서 내가 꺼냈는데 내가 산게 무선인지 양장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 봐도 모르겠네? 주문내역보면 나오겠구나. 잠깐 있어보자.

양장으로 샀단다. ㅋㅋㅋㅋㅋ 아마 밑줄긋기 하신 분이 양장으로 하셨나보다. 그냥 슝 땡투 누르고 산듯? 잘 기억은 안난다...







그리고 나름나름의 이유로 이런책들을 샀다. 사실 그 나름나름의 이유가 기억 나기도 하고 안나기도 한다. 뭐, 다들 그렇게 사는거 아닌가요? 여기서 산다는 것은 중의적 표현이다. live 그리고 buy...











지난번에 책장 하나 사서 조립하고 책 다 꽂아 넣어서 바닥에 쌓인 책들을 다 치웠건만, 다시 쌓이고 있다. 이번엔 책상 위에 쌓이고 또 쌓이고 계속 쌓여서.. 책상 위에 빈 공간이 없다. 이제 더 사면 다시 바닥에 쌓아야 해. 언젠가부터 책을 읽으려면 책상에 읽을 공간이 없어서 식탁에서 읽기 시작한다... 


문제는, 나는 넘나 정리정돈이 안되는 인간이라는 것. 그러니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읽을 책 한 권만 꺼내와서 똭 읽는게 아니라, 정신차려보면 여러권의 책이 미친듯이 식탁 위에 널브러진 거다. 그리고 수첩에, 펜에, 독서대에, 맥북에, 커피에, 북마크에..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나면 그걸 다시 책상에 가져다놓느라 노동을 해. 


일전에 <나 혼자산다>였나, 잠깐 보니 샤이니 민호가 정리정돈을 잘한다더라. 그래서 정리 정돈 못하는 키의 옷장을 정리해주는 걸 보면서, 아, 함께 산다는 건 저런 것인가.. 하면서 정리정돈 잘하는 민호라면(응?)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나 따라다니면서 정리정돈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잠옷 바지 뱀 허물벗듯 벗어두고 그냥 나왔는데, 우리 집에선 아무도 그걸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나같은 사람만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엔 여동생이 다 정리해줬는데.. 내가 나갔다 들어오면 옷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주고 내 침대 정리해주고 그랬다. 왜냐하면 난 안하는 사람이고 여동생은 정리정돈 천재여서. 지금도 여동생 집 가면 세상 깔끔해. 그런데 여동생이 따로 살기 시작하고부터 내 방은..

아니,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거지 내가? 여튼 말없이 정리정돈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얘기를 왜했지???????????? 아 나는 글도 참 정리가 안돼 ㅠㅠ 이게 성격인 것 같다. 성향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 이렇게 하나의 페이퍼에 맨날 뭘 늘어놔 늘어놓기는 ㅠㅠ 이걸 왜 썻는지 잘 모르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책 사고 싶다는거다. (네?)

어제 이현재 쌤의 책을 읽다가 버틀러의 책 사고 싶어졌다.

나는 버틀러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의 서재에서 이 책에 대한 극찬을 보고 이 책도 사고 싶어졌다.

나는 역사, 세계사 모르는 바보니까 읽어두면 좋겠지, 하고.

그런데 이렇게 사둔 역사 세계사 책이 쌓이고 있고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















어제 다른 분의 서재에서는 또 이 책에 대한 글도 읽었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십년도 훨씬 전에 한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더랬다. 그 때 내가 선물 받은건 맨 오른쪽의 하늘색이었을 것이다. 선물받아 읽은 이 책이 참 좋아서 나는 이 책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여러번 했다. 

참.. 에휴.. 마음이 또 거시기해지는데,

그러니까 나는 그 당시에 좋아하던 남자에게 이 책을 선물로 보내두었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런데 그에게 '내가 너를 좋아한다 나랑 사귀자'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못한 채로, 그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여튼 그 때 이 책을 그에게 딱 보내놓고, 퇴근 후에 친한 회사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더랬다. 맥줏집에 자리잡고 앉아서 막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가 그렇게 살갑게 전화하고 그러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너무 놀라서 받았고, 그런데 그는 내가 보낸 이 책을 받았다고,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통화를 길게 할 순 없었다. 나는 지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였으므로. 그러나 그 자리 내내, 그가 이 책으로 인해 기분 좋았다고 했던 것이 마음에 남아있었다. 내가 그를 기분 좋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 마음이 너무 좋았는가보다. 어제 다른 분의 페이퍼에서 이 책 얘기를 보고 그 때 그 마음이 이렇듯 떠오르는 걸 보면. 


나는 내 행복이 제일 중요하지만, 나의 행복을 이루는 요소들중에는 분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 있는 것 같다. 그걸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게한 주체가 누구냐 하면, 또 바로 나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책을 선물한 게 바로 나니까. 그러고보면 결국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거구나.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도 나니까.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이 또 왜 이모양이야. 왜 페이퍼가 이렇게 됐어. 그만 써야지 아놔 쓰다보면 내가 뭘 쓰는지 나도 모르게 된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도 정리정돈 잘하는 누군가랑 결혼해서 매만져주게 해야되나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멋대로야 어쩜 이렇게. 에휴....



그럼 이만.




옛날 노래만 들으면 늙은거라는데 나는 맨날 옛날 노래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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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15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심하게 길고 커서 놀랐다는...ㅎㅎ 머그 세개로 커피 돌려드실 수 있겠네요^^
저도 책상이고 어디고 정리정돈 심하게 안되서 옆지기한테 뭐라고 뭐라고 소리 드는데 둘다 정리정돈 안되는 건 비슷해서 결국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때 누군가 치우기 시작합니다^^; 다 그런거죠뭐...ㅋㅋ
비체 개념 이해를 위해 여성혐오 그후를 읽은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삶 좋잖아요~^^

다락방 2022-03-15 10:08   좋아요 1 | URL
아 진짜 하나 받아보고 나서 그 다음 결정을 할걸 충동적으로 다다닥 주문해가지고 이게 뭐예요. 엄청 큰 컵이 세 개나 생겨버려서 진짜 환장하겠네요. 아 저의 충동구매를 아주 혼내줘야겠어요 ㅠㅠ
저는 엄마랑 남동생이랑 저랑 진짜 정리정돈에 너무 재주도 없고 ㅋㅋ 의지도 없고 ㅋㅋ 그러면서 각자는 그나마 자기가 제일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동생 보면 잔소리, 엄마한테도 잔소리, 엄마는 저하고 남동생한테 정리좀 하라고 잔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도 여성혐오 그 후를 읽은게 참 좋았어요. 확실히 비체 개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우리 계속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해요, 거리의화가 님!!

잠자냥 2022-03-15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진짜 재벌로 보여요. 컵 재벌 ㅋㅋㅋㅋ
저 롱머그에 커피 세 잔 담아서 마시면 그날 다부장님은 밤을 꼴딱 세우고......
그나저나 그 책 선물한 남자랑 그래서 사귀기로 했어요?

뒤메질 다부장 책 취향도 뒤죽박죽~ ㅎㅎ 전 그 점이 부럽네요. 전 너무 읽는 분야만 읽음;;

다락방 2022-03-15 10:09   좋아요 2 | URL
어휴 이왕 컵재벌 할거면 좋은 컵으로 재벌해야 되는데 이건 뭐 쓸데없이 크기만 한 컵이라.. 어휴.. 진짜 리얼 재벌은 이런 컵 안쓰겠죠? 껄껄. 이 컵 네스프레소 내려마시는 것도 안돼요. 진짜 쓸데없이 커요. 아놔 ㅋㅋ

그나저나 그 책 선물한 남자는 무럭무럭 자라서 훗날 다락방에게 인생 섹스를 선물하고 떠납니다. (갑자기 19금 날벼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5 10:55   좋아요 1 | URL
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날벼락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0:56   좋아요 2 | URL
어때요, 이 날벼락 마음에 드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5 10:57   좋아요 2 | URL
네 매우 몹시 아주 많이 무척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0:58   좋아요 1 | URL
어유 음란하신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3-15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부장님이 되면 월급도 많고 재벌이군요 ㅋ 스케일이 역시 대단합니다 ^^ 컵 세개 모아놓으니까 멋져 보입니다~!!

요새 다부장님 덕분에 015B 노래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2-03-15 10:10   좋아요 2 | URL
부장이 되어도 월급은 쪼꼬미이고 ㅋㅋㅋ 재벌이 하도 안되길래 재벌 흉내를 알라딘 굿즈로 내봅니다. 아 어쩐지 초라해.. ㅋㅋㅋㅋㅋ

저 며칠간 공일오비 노래 계속 반복해 들었어요.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크 너무 좋지 않습니까. 듣다가 갑자기 하림의 <출국>도 반복해 들었네요. 하림 출국 가사가 예술이에요. 완전 제노래. 크-

단발머리 2022-03-15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베카 빨간책 사려고 벼르고 있어요 ㅋㅋㅋ 아직 구매전이거든요. 구매전 들뜬 마음, 바로 내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그가 진짜 크긴 크군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오래오래오래 즐길 수 있겠어요. 버틀러 책도 사고 싶어요. 겁나 고급진 모습입니다.

다락방 2022-03-15 10:14   좋아요 2 | URL
버틀러 책은 진짜 제목도 넘나 제가 원하는 타입인 것입니다. 철학적 고민을 안겨주고 내적갈등 오지게 만드는 그런 내용일 것 같아요. 내적갈등, 또 우리는 그런걸 겪으면서 살아가지 않습니까? 저는 철학을 공부해본 적도 없고 관심있어한 적도 없었는데, 어쩌면 제 갈길은 철학에 있는 것일까요? (아무말)

단발머리 님, 제가 롱머그 재벌로서 조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 컵은 하나만 받으세요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처럼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세 개 받았다가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게 됩니다. 아놔...

저는 그 들뜬 마음 또 갖고 싶어서 지금 장바구니 놀이중입니다. 껄껄.

잠자냥 2022-03-15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니까 진짜 저 롱머그.... 무려 책탑 높이만큼이나 기네요????
저는 이 컵 좀 탐났는데, 다락방 님 페이퍼 보고 사지 않기로 했어요. ㅋㅋㅋㅋ 땡스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15 10:58   좋아요 2 | URL
이미 롱머그를 오늘 아침 사용해본 자의 잠깐 리뷰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컵이 길어서 커피가 한가득 들어간다는 점 너무 마음에 드는데 문제는 컵이 너무 무거워요.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든거죠 ㅠㅠ 손목 노약자는 서글퍼집니다.

다락방 2022-03-15 10:59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화이트 하나 정도는 가져도 괜찮지만 굳이 갖지 않아도 전혀 아쉬울 것 없는 컵이라는 것을 이 컵의 재벌이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겁긴 또 오지게 무거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0:59   좋아요 0 | URL
앗 비타님 저랑 동시에 댓글을 다셨네요. 무겁다는 거 찌찌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15 11: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머그잔 애용자로서 또 다락방님께 이 말씀을 드리지 아니할 수 없군요 ㅋㅋ주디스 버틀러의 [비폭력의 힘]을 사면 주는 머그잔이 있습니다. 이 잔 또한 크기는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저리가라 할 정도로 큰데 얼마나 가볍고 심플하고 귀여운지 저는 요즘 이 잔에 맨날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롱머그잔 사용하다 손목 날아갈뻔.

다락방 2022-03-15 11:03   좋아요 0 | URL
제가 일단 가서 그 컵을 구경만 하고 오겠습니다. 저는 글쎄 버틀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1:04   좋아요 0 | URL
롱머그보다 비폭력의 힘 컵이 훨씬 나은것 같아요 ㅠㅠ 저 롱머그 세개인데 ㅠㅠ

수이 2022-03-15 11:07   좋아요 0 | URL
일단 가볍다는데 의미를 줍니다. 그리고 이 잔을 만든 재질이 훨씬 나은 거 같아요. 싸구려일까요;;; 그리고 저는 텍스트에 약한 인간이라 그런지 텍스트 심플하게 박혀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암튼 저는 김밥을 말러 가겠습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뭔가요? 궁금해 ㅋㅋ

다락방 2022-03-15 11:31   좋아요 0 | URL
저의 오늘 점심 메뉴는 스쿨푸드의 중독냉면+셀프주먹밥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예보 노래 들으니까 이십대 된 느낌입니다. 그러고 새삼 제 이십대를 돌아보니 별로 우울할 것도 없었는데 넘 우울해있었고 혼자 너무 방구석에 처박혀있었고 너무 술을 많이 마셨던 거 같아요. 다 겪었어야 할 일들이라고 여기는데 다시 일기예보 들으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막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주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저도 미처 캐치하지 못했는데 새파랑님이 4-5년 분기별로 책이 나왔으니 올해 이유경 작가님 세 번째 책 나오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다락방 2022-03-15 11:00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제 이십대를 제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그 때는 진짜 인생 쓰레기 같았어요. 뭘 한 것도 없고.. 사실 저는 책을 읽기는 그 때도 계속 읽었는데요, 책도 읽고 술을 마시는 것은 지금과 같았지만 그 때는 너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요. 인생을 낭비했어요 ㅠㅠ 저도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하라고 그 시절의 제게 얘기해주고 싶은데 아마 말을 들질 않겠죠. 고집은 또 엄청 세가지고.. ㅠㅠ

올해 이유경 작가 세번째 책이 나올 시기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그 댓글 봤는데 이유경 작가는 책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3-15 11:06   좋아요 1 | URL
제가 사모하고 애정하는 이** 작가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명언이 있습니다.

˝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작가님은 아무 생각 없다지만 모를 일입니다. 오늘 날씨 넘 좋다 헤헤헤

Falstaff 2022-03-15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까 외출하기 전에 댓글을 달고 갈까 하다가 늦을 거 같아 그냥 나가서, 아이고 아파라, 임플란트 하나 해 박고 왔습니다.
<세기아의 고백>을 쓴 드 뮈세가 상드의 애인이었는데, 상드가 차버렸잖아요?
상드 여사께서 하루는 뮈세에게 이렇게 모욕을 주었던 적이 있답니다.
˝침대 위에선 사내 구실도 못하는 고자 놈아!˝
그래도 애인이라고 이탈리아로 둘이 놀러갔는데, 뮈세가 그만 병이 났습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근사하게 생긴 이탈리아 의사. 이러니 상드가 의사하고 토껴버린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외출 전 궁금했던 사안)
저 롱머그는 커피용인가, 맥주용인가, 아니면 막걸리? 사용 후 닦으려면 손 큰 남자는 아무래도 좀 불리하겠군. 흠....
비타 님 댓글 읽어보니까, 이두박근을 위한 아령 대신 쓰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7:30   좋아요 2 | URL
아이참, 그러니까 침대 위에선 사내 구실도 못하는 남자가 쓴 소설.. 이란 말이지요? ‘침대 위에서만‘ 문제가 있었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근데 저 인용문 내용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뮈세.. 의 소설,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사실 사두고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골드문트 님 댓글 읽으니 빨랑 읽고 싶네요. 아 그나저나 제가 요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

저 롱머그는 길어서 제 손도 밑바닥까지 안닿아요 ㅠㅠ 저는 당연히 커피용이라 생각했는데 골드문트 님 댓글 읽으니 막걸리를 마셔도 좋겠어요. 맥주는 투명한 유리컵이 좋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무거워서 엔지에요. 에잇. 세 개나 있는데 참.. ㅠㅠ

책읽는나무 2022-03-15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롱머그잔의 위용!!!!ㅋㅋㅋ
머그잔 그림이랑 색감은 넘 좋아하는 취향인데..특히 올리브 그린색 머그컵 이쁘네요^^ 헌데 손목 시린 사람은 바로 놓쳐서 깨먹겠군요?ㅋㅋㅋ
신간 책들이랑 여성주의 책들 구경하느라 전 <살아야할 이유>를 <사야할 이유>로 읽다가 다시 제목 읽었네요...어휴~금방 졸다 일어났더니 참나~~ㅋㅋㅋ
나도 책 주문해야 하는데!! 하다가 링크된 음악 듣다가 옛날 감성에 빠져 듣느라, 찜해 둔 책제목들 깡그리 잊어 먹었어요ㅋㅋㅋㅋ
아주 그냥 특급 청룡 열차 태워 주시는 다락방님만의 매력 페이퍼니 정리정돈 그거 절대 하지 마세요ㅋㅋㅋㅋ
정리정돈은 저희가 합니다.
책 몇 권은 덕분에 찜해 갈게요^^

다락방 2022-03-15 17:32   좋아요 2 | URL
제가 올리브 그린은 사무실에 가져와 오늘 처음 사용해봤는데요 무겁습니다. 들고 다니는 책도 무거운데 컵도 무겁고 ㅠㅠ 에잇 ㅠㅠ
제 글의 정리정돈은 읽는 분들이 셀프로 하시는군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일오비 노래에 하림의 출국까지 셋트셋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최근 며칠간 김광진의 <편지>도 반복해 들으면서 으앗 너무 슬퍼 너무 슬퍼 지구에서 제일 슬퍼... 이랬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Redman 2022-03-15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회인의 월급... 저도 저렇게 되고 싶군요

다락방 2022-03-16 07:28   좋아요 1 | URL
크- 제가 직장인으로 산지도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세월... 김민우 님도 곧 월급쟁이 월드로 들어오시게 되겠죠? 웰컴입니다!

mini74 2022-03-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키색으로 받았습니다. 넘 무겁고 크고. 아령으로 써야 하나 하다가 연필 담아놓을까 고민중입니다 ㅎㅎ 다락방님 책재벌 맞으세요 ㅋㅋ

다락방 2022-03-16 16:53   좋아요 1 | URL
제가 왜 미련하게 세 개나 받아가지고 처치곤란이에요 ㅠㅠ 아 진짜 이거 너무 별루에요 ㅠㅠ 다음부터는 하나 받아보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겠어요. 저의 충동적 욕심이 너무 싫어요 흑흑 ㅠㅠ

psyche 2022-03-1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든 롱머그가 그렇게 별로군요.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맥주 머그로 사용하시면 어떨지요? 크다고 하니 맥주 한 캔이 가뿐하게 들어갈 거 같아요. 남들에게는 커피 마시는 척 하면서 맥주를 홀짝홀짝. ㅎ세 개 있으니 다락방님 동생분들에게 하나씩 주시고 ㅎㅎㅎ

다락방 2022-03-17 07:34   좋아요 0 | URL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1359

제가 또 정신 못차리고 어제 이걸 여러개 받아야겠다 하고 지를뻔 했잖아요? 그러다가 정신차려, 집에 소줏잔 있다.. 하고는 간신히 마음 잡았습니다.
저 롱머그는 비추입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커피 마시려고 하나 가져온 거 칫솔 넣어두는 컵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집에 두 개는.. 일회용드립커피 마실 때 사용하려고 합니다. 높아서 일회용 드립 내리기에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생긴 것이니 어쩌겠어요. 사용해야지요 ㅠㅠ 프시케님 말씀처럼 맥주를 마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치만 맥주는.. 투명한 컵이 진리인데... 흑흑 ㅠㅠ
 















2017년에 이 책을 읽고 쓴 후기를 찾아보니 좀 학술적인 글이라 어렵다, 더 쉽게 써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적어두었더라. 지금은 2022년. 약 5년여의 시간이 흐른뒤 나의 독서 근육은 그때보다 확실히 더 단단하게 키워진 것 같다. 이번에 읽을 때는 아주 잘 읽혔다. 전부 동의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글이었고 밑줄 박박 그으며 읽었다. 재독이라서 그런걸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독서 근육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재독인데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3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여성괴물]을 읽기 전에, 비체에 대한 개념을 좀 잡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 굳이 이현재 선생님의 책을 재독했다. 2017년이면, 저 책을 읽기 전이나 후에 이현재 선생님의 강의를 여러차례 들으러 갔었다. 강의를 듣기 전에 이 책을 읽은건지 강의를 듣고 나서 이 책을 읽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선생님의 강의도 들었었고 이 책도 읽었다.


2017년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체가 뭔지 잘 모르겠고 그 후에도 여전히 비체를 간혹 책에서 만나면 뭔지 모르겠다.. 좋다는겨 나쁘다는겨.. 했었는데, 이번에 읽으니 대략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하는 비체란, '대상이 아닌 것' 이렇게 말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지만, 그러니까 규정해놓은 것과는 어긋나는 것, 이다. '여자란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예쁘게 꾸미고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가 세상이 정해둔 기준이고 또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의 모습이라면, 이것은 그저 남자들이 생각하는 대상화된 여자일 뿐이다. 그러나 여자들이 이런 역할을 하기를 거부하면서 얌전하지도 않고 연애와 결혼을 거부하고 일터에서도 남자들과 경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여행다니고 여성들을 대상화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 기대하는 여자의 모습과 어긋나고, 그럴 때 바로 여자는 '비체'가 된다. 책에서 이현재 선생님은 그래서 남자가 혐오하는 건 자기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여성이 아닌, 그렇지 않은 여성, 즉 비체라는 것이다. 남자가 혐오하는 것은 비체다, 라는게 저자의 요지. 물론 동의하지만 그러나 백프로 동의할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여자를 그런 모습이라고 규정한 것부터가 혐오이니까. 비체가 될 줄 모르는 존재라고 본 것 조차 혐오일테니까.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모든 페미니스트는 비체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차별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므로 바꾸겠다고 액션을 취한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했던 것부터 비체들이 한 일이다. 각각의 페미니스트들이 모두 같은 걸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또 우선순위로 삼는 것도 다르지만, 그러나 남성들의 시장, 남성들의 사회에서 다른 말을 찾고 '아니야'를 외치며 액션을 취한다면, 그 여성은 비체가 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러므로 대부분 비체이겠구나, 생각했다. 아마도 안티페미성향의 남성들은 이 비체를 메갈쿵쾅이라 부를텐데, 내가 보기엔 '비체'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이 책은 2016년에 나왔는데, 그 때에도 여전히, 지금처럼 남성들이 여성을 혐오했었구나. 정작 그들이 원망해야 할 것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인데, 그런데 여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았구나. 소위 '인셀'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웅, 에 대해서 사람들이 따르거나 흠모하는 일이야 있을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얼마전에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영화 [더 배트맨]을 보았다. 나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들 중에 배트맨을 가장 좋아했는데 최근에 베놈쪽으로 많이 흔들리다가 이번에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을 보고 역시 나는 배트맨이 좋다,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체를 감추고 행동해야 하는데에서는 모든 영웅들이 그렇듯 배트맨도 많이 외롭고 고독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배트맨에서는 유독 더 쓸쓸하고 고독함이 묻어나왔다. 집이 그렇게나 부유한데 그것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것 같고, 브루스 웨인의 행색을 보면 부자같지도 않아. 머리는 안감고 다니는 것 같다. 브루스, 머리 좀 감고 다녀요.. 영화가 시종일관 어두워서 좀 더 낮에 좀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두워서 고독함이 더 잘 드러난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이란 감정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나는 애인이나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고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애인도 있다가 없을 수 있고 친구도 지금 각별했다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내 옆의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기인데, 얼마전부터 이런 나도 외로움이 훅 하고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건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가 내 옆에 없다'는 외로움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나의 이 감정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것이다'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 보다는 커다란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찾아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무력함과 안타까움 두려움, 이 감정을 누구도 알아주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노라면 외로움이 나를 후려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긴 하지만, 나는 이제 외로움이 나랑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마 사는 동안 그런 식으로 외로움은 또 나를 후려치고 그러다 사라지곤 하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 외로움을 상쇄하고자 누군가를 옆에 두는 것은 나와 상대에게 못할 짓일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옆에 둔다고 해서 그 외로움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배트맨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브루스 웨인이, 선한 아버지를 본받아 선한 사람이 되고자 밤이면 악과 맞서 싸우는 배트맨이, 너무 외롭고 고독해보였다. 그러다 캣우먼을 만나는데, 그래서 캣우먼과 어떤 동질감이랄까 동지의식 같은 걸 느끼고, 그래서 캣우먼이 '여기 말고 저기로 가자, 여기는 변하지 않을거야' 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안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작별하는데, 나란히 달리다가 어느 지점에서 각자의 지점으로 갈라지는 장면은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내내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했던 브루스가 같이 행동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낫는데 그런데 그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다, 생각하며 그 사람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 고독하고 쓸쓸한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의미하지만, 그래서 그 장면에서 너무 가슴이 시렸지만,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을거야, 라고. 저게 맞는 걸거야, 라고.


물론 브루스가 오롯이 혼자인 건 아니었다. 큰 집을 관리해주는 아버지의 오랜 벗도 내내 함께 있었으니까. 그 사람이 다치게 되자 '나에게서 두려움은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끼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남아 있었네요' 라고 말하는데, 아, 배트맨이 고독한 와중에도 아끼는 사람이 있다, 배트맨은 괜찮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튼 배트맨이 너무 좋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나는 좀 좋네. 그 고독함과 쓸쓸함을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건 혼자 해결해야 한다' 고 등장인물들이 느낄 때, 그래서 혼자 문제에 맞서는 걸 볼 때마다 어김없이 너무 아프고 공감이 된다. 혼자인 거 힘들지, 그렇지만 지금 혼자서 해낼 수밖에 없지.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당연히 안티 히어로가 나온다.  '리들러'는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마다 배트맨을 소환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그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그들은 리들러의 지령을 받는다. 리들러는 자신이 살인을 하는 동안 그리고 경찰에 잡히면서 자신이 드디어 보이는 존재가 됐다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챈다고 좋아하면서 자신과 배트맨과 한팀이라고 생각한다. 

리들러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책 [낫씽맨] 이 생각났다.



나는 닥터 위어에게, 그녀가 아는 사실을 바탕으로 낫씽맨은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맙소사." 그녀는 말했다. "나한테 소위 ‘프로파일링‘을 시작하게하지 마요. 하지만 이 말은 할게요. 그는 지루할 거예요. 지루하고평범하고 별 볼 일 없고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결혼생활도 대단치 않을 거예요.
정말로 잘하는 것도 없을 테고, 너무나 지루하고 성취감 없는 직업을 가졌을 테고요. 그런 직업으로는 암 치료도 못 하겠죠. 근본적으로, 그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사실 외에는 그다지 보잘것없을 거예요. 낫씽맨은 연쇄살인범에게 특별히 잘 들어맞는 이름이에요, 이브, 그를 찾아내면, 아마 그가 사실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에 대해 충격받게 될 거예요."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낫씽맨], p.297






물론 리들러의 살인에는 리들러만의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복수를 한다. 그 복수는 그에게는 정의였다. 악한 사람을 죽이는 일.  겉에서 보면 정의를 위해 악당과 싸우는 일은 모든 히어로들이 하는 일인데, 리들러와는 어느 지점에서 그게 갈라지는 걸까. 

<여성혐오, 그 후>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동이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광속으로 빨라지는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취업, 구애 등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좌절과 분노를 안게 되며, 이를 극복할 구체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오인된 대상에 공격적으로 투사하게 되는 심리적 퇴행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p.85

나는 도시적 삶의 양식이 되어가는 이러한 과열된 성취원리에 따른 개인의 경쟁을 성취인정을 둘러싼 투쟁‘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도시적인 삶 속에서 개인들은 이제 삶의 영역 모두에서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데 집착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더 주목받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주목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여 인정받아야 하는 강박적 성취인정 경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인이 성취해야하는 것은 진정한 authentic 자아나 자율적 자아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주목받고 소비를 통해 자기를 과시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p.93~94


나는 여성을 혐오하는 집단들이 강한 인정욕망을 드러내는 일차적인 이유가 바로 "성취원리", "성취인정"과 연관되어 있다고본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도시 노동이 부추긴 성취인정의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는 성취인정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취를 위한 인정투쟁은 곧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주목을 받으려고 하고,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과시하고자 한다. 성취인정은 이미 전반적인 도시적 삶의 양식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물질적 성취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맹목적으로 수행된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 여성 추모현장에 탈을 쓰고 나가 추모하는 여성들을 조롱하겠다는 댓글을 남기거나,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현장에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를잊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화환을 보내는 일베 유저의 자극적인 행위는, 그들이 자기 존재의 과시와 주목을 통해 우월한 자아를 인정받고자 하는 과열된 성취인정의 욕망을 체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열되고 맹목화된 성취인정은 심각한 문제에 당면한다. 우선 성취인정을 둘러싼 경쟁에서 개인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시달리는 가운데 오히려 자아를 소진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개인은 어떠한 기본적 재화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의 경쟁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에 자아계발을 위한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을 무한대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아소비이며, 자기강화가 아니라 자기소진이다. -p.94~95


그들은 성취인정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정체성 소진, 자기계발 실패에 따른 불안감을 느낀다. 겉으로는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남녀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물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젠더를 구성하는 방식으로서의 인정이 아니라 과거의 불평등한 젠더관계를 고수하는 이데올로기적 인정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인정은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배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 인정일 뿐이다. 그들의 여성혐오는 여성을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개별적 성취인정에서 경험한 "자존심의 붕괴" 를 회복하려는 것이며, 이데올로기적 인정 논리를 통해 남성의 집단적 우월성을 확인받고자 하는 왜곡된 인정욕망의 반영일 뿐이다 -p.101~103


위기감에 봉착한 남성들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우월성을 확보해줄 지배적 남성성을 유일한 안전장치로 활용하게 된다. 이들은 수사적으로는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정작 이를 가능하게 해줄 제도적, 물질적 차원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 . 여기서 젠더관계는 단지 이데올로기적으로 재생산될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물질적, 제도적 변화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을 비체로 혐오하게 된다. -p.108



리들러가 죽인 대상은 나쁜놈이었다. 그러니 리들러의 입장에서는 그 나쁜놈들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일 것이고, 그건 지금 고담시의 히어로인 배트맨이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데 왜 한 명은 히어로가 되고 한 명은 안티 히어로가 될까. 똑같이 가면을 쓰고 똑같이 정의를 위해 악당을 혼내주는데, 왜 그들은 다른가. 왜 한 명은 배트맨이고 한 명은 리들러인가, 에 대해 계속 생각해봐야 했다. 어딘가 다른데, 그 어딘가가 대체 무엇일까, 어느 지점일까, 에 대해서. 그런데 <여성혐오, 그 후>를 읽다보니 목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어로는 히어로가 되기 위해 악을 처단하는게 아니라, 악을 처단하다보니 히어로가 되었다. 그러나 안티 히어로는 안티 히어로가 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포장함으로써 자기 같은 존재들을 또 만들어낸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그렇지만 관심을 갈구하는 바람에, 그것을 이뤄내고자 살인을 선택하는 것은 이현재 선생님의 말대로 '자기 소진'에 다름아닐 것이다. 



월요일 이 밤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 모카롤, 커피, 책들.....



나는 우리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페미니즘의 주체들을 비체로 인식하게 되면서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던 정체 모를 중압감에서 한 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까지의 이념이나 도식으로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해왔던 그 주체성에 꼭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기존의 페미니즘 언어로도 뚜렷하게 설명될 수 없는 존재방식을 갖는다. 그녀들은 통일된 이념을 갖지 않으며, 남성과의 경쟁에도 익숙할 뿐 아니라 페미니즘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의 전략을 수행한다. - P13

그녀들을 비체로 인정하는 순간, 순수성과 완결성으로 무장‘한 나의 이념에 스스로 갇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어떠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어떠해야 한다와 같은 잣대를 만들어놓고 그녀들에게 도덕적 순수성과 논리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일이야말로 버틀러가 말한 ‘윤리적 폭력‘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체는 어디에도 끼워 맞춰지지않는다. 새롭게 부상한 주체들을 비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녀들이 어떻게 경계 넘기를 하는지, 무엇과 무엇을 조합하는지, 그러한 혼종 만들기를 통해 어떤 빗나감을 가능하게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유쾌한 ‘트러블을 만드는지 볼 수 있다. 페미니즘이 결국 갇혀 있던 타자를 해방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페미니스트들은 지금 부상하는 비체의 해방적 잠재성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녀들의 급진적 타자성을 마주하면서 그동안의 언어들을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 P14

비체는 흐르는 것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며 고체화되지 않기에 어떤 규정, 어떤 언어로도 잡히지 않는다. 비체가 대상object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주체의 모든 규정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체는 손에 잡히는 착한 대상이 아니다. 비체는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더럽다고 여겨졌던 것이며 잡힐 수 없기에 공포스러운 것이다. 비체는 철통방어라고 여겨졌던 경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존재이며, 따라서 특정 사회적 질서와 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경계를 위협하는 비체는 공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를 여성혐오에 적용해보자. 자신을 여성과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갖는 주체, 즉 남성으로 이해하고 있는 남성들이 있다. 이 남성들은 남성 정체성의 경계를 교란하고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오염되고 불순한 것, 공포스러운 비체로 간주하여 혐오하게 된다. 여기서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비체로서의 여성은 뚜렷한 경계를 갖는 주체와 동격이 될 수 없다. - P35

비체로서의 여성은 대상과도 다르다. 만약 남성들이 부여한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착한 대상에 머무른다면 여성은 멸시받기는 하지만 혐오되진 않는다. 그 대상은 적어도 주체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며, 주체로서의 경계를 뒤흔든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이 재생산을 위한 성녀임을 입증하는 한, 어느 정도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가 되는 순간 여성은 멸시를 넘어 혐오된다. 여성혐오는 여성 대상이 아니라 여성 비체를 향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구의 철학자, 사상가들이 여성을 알 수 없는 존재‘,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온 것은 여성들이 대상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비체로서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P36

여성이 비체의 역사를 쓰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혐오의 구조에 구멍을 내는 여성들의 행위자성을 발견하게 된다. 비체에 드리웠던 오염물의 이미지는 우리가 비체를 긍정적으로 재전유하는 순간, 여성혐오의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힘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비체는 타자 배제에 기반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도, 여성성을 열등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부정하지 않고도 여성의 ‘행위자성‘을 추동할 수 있는 존재방식이다. - P37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던 미러링 mirroring 역시 비체들의 젠더 패러디로 볼 수있다. 이 전략에서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가운데 남성들의 대상화 논리를 그대로 남성들에게 반사한다.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목소리를 모방함으로써 크레온의 목소리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내 보여주었듯이, 메갈리안들은 남성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들이 어떤 폭력적 배제의 논리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볼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메갈리안들의 거울은 단순히 남성의 주체성을 확인시키는 착한 대상의 거울이 아니다. 그녀들의 미러링은 남성들만큼 여성들이 남성들을 모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성이자 남성인,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체의 거울이다. - P40

주인과 노예의 투쟁에서 투쟁에 주도권을 가진 자는 노동을통해 자신의 자율성을 자각하게 된 노예였음을 기억하자. 여기서 노예는 착한 대상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넘나들게된 비체였다. 투쟁이 시작된 상태에서 자신이 주인이라고 믿는쪽은 이미 나약하다. 비체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주인은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잃는다.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언제나 비체의 몫이었다. - P110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으로서의 ‘혐오‘를 여성혐오와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는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다. 메갈리안의 감정을증오가 아닌 ‘분노‘로 분석한 글로는 윤지영, 「증오의 프리즘으로서의 일간 베스트 현상읽기: 파토스의 정치학과 윤리학은 가능한가?」, 『철학논집」, 제41집, 2015, 171-207쪽이있다. - P113

문제는 동정심이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감정이라는 데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에게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거나 혹은 그들의 수준은 우리의 수준보다 낮다는믿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는 고통을 이겨내거나 고통받고 있지 않은 내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길리건과 위긴스는 동정이 사랑과 별 상관없는 말이라고 한다. 오히려 누군가를 동정한다는 것은 그/녀를 진정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동정은 대상에대한 나의 우월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P127

자아가 있고 타자가 자아 밖에 분리된 것이 아니다. 자아는 오히려 타자의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반복적으로 자신을 자기 밖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자기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언제나 나 자신의 타자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오늘의 나에게 낯설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타자이고 나 자신으로의 귀환이 일어나는 어떤 최종적인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겪는 만남에 의해 항상 변형된다." 따라서 나는 나를 알기위해서라도 너를 물을 수밖에 없다. 나는 오직 "너는 누구인가"를 물음으로써만 알아갈 수 있다.(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비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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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글 두고두고 봐야지 배울게 많아 하다가 ㅎㅎ 먹을 것도 많군요 다락방님. ~ 이건 테러입니다 모카롤 ㅠㅠ

다락방 2022-03-15 07:48   좋아요 1 | URL
책은 마음의 양식 빵은 육체의 양식. 저는 모든 양식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한밤중에 먹는 모카롤은 꿀맛이에요. 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2-03-15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에 커피와 모카롤!!
모카롤은 이해가 되는데, 커피?? 괜찮으신가요?
전 저녁에도 커피 못마시겠던데요~날밤 새거나, 숙면이 안되더라구요ㅜㅜ
아직 젊으시군요?ㅋㅋㅋ

비체라는 단어를 여성괴물에서 처음 접했을 때,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널리 쓰이고 있었던 용어인 줄 처음 알았네요.
이런 책을 읽지 않았었다면 관심 두지 않아 영영 몰랐었을 수도, 들어도 흘려 넘겼었을 단어입니다.
무지를 깨우쳐 주셔 감사합니다.
매달 달달하게 채찍질 해주시는 그대는 달콤한 모카롤 같은 분이시군요ㅋㅋㅋ
그리고 배트맨도 고독해...모카롤 먹여 주고 싶군요^^

다락방 2022-03-15 08:52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예리하신 분!! ㅋㅋ 언제나 책나무님의 섬세함에 감탄합니다.
저 커피는 디카페인 이에요. 모카롤과 커피를 먹고 싶은데 저 역시도 커피를 오후에 마시면 잠을 못자고 말똥말똥해서 ㅋㅋ 디카페인으로 마셨답니다. 저, 젊지 않아요. 책나무님과 함께 늙어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이렇게 비체라는 단어를 알게 돼서 좋아요. 무엇보다 한 번 읽은 것보다 두 번 읽었더니 그리고 그동안 계속 읽었더니 어려웠던 것들이 덜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그건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알아갈 수 있겠죠. 후훗.

아 책나무님. 댓글 읽고나니 진짜 배트맨 만나서 모카롤.. 나눠 먹고 싶네요. 커피도 내려주고, 모카롤도 썰어 주면서, 함께 먹자 하고 싶어요. 내가 당신의 모든 고민을 함께 해줄수도 없고 아마도 내가 이렇게 커피 한 잔 내려주어도 당신은 여전히 고독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겟습니까, 하고 배트맨 집에 제 방도 하나 마련해달라 하고 싶네요. 집 엄청 크던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3-15 09:27   좋아요 1 | URL
아...배트맨 집 그리 컸나요?
저도 방 몇 개 얻고 싶네요^^
이사를 해야 하는데..아~~집값이!!!!!!!
있다가 배트맨씨 집주소 좀 찍어 주세요^^
모카롤 들고 찾아가서 어떻게 좀 회유를 해봐야 겠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03-15 10:12   좋아요 2 | URL
배트맨은 고담시의 재벌인 것입니다!! 저택이에요, 저택. 저는 방 한 칸만.. 물론 두 칸 주면 더 좋겠지만.. 그리고 제 마음대로 살다가 가끔 배트맨 고독해할 때 커피 친구나 되어주고 그러면서 살고 싶네요. 껄껄. 배트맨한테 책도 추천하고... 여성주의 책 읽기 같이 하자고도 해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삼겹살 먹고 싶네요. (갑자기?)

수이 2022-03-15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빌리러 도서관 왔는데 ㅠㅠ 그새 누가 빌려갔네요 ㅠㅠ

다락방 2022-03-15 17:33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걸 요즘 빌리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아무도 안 볼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비타 님, 예약 걸어두고 오세요! ㅜㅜ

수이 2022-03-15 17:37   좋아요 1 | URL
대출자는 아마도 알라디너? 🤔 예약하고 왔어요 ❤️
 
여성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이현재 지음 / 들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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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시작하기 전의 준비 도서. ‘비체’에 대한 개념 이해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비체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지만 인셀들에 대해 생각도 할 수 있었고 2번남들의 이준석 열망도 동시에 떠올랐다. 분명 아쉬운 지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밑줄 박박 그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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