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유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미 너무 유명한 이름이라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클릭해보면 , 비채 모던 & 클래식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또한 책의 뒷편에는 본문과 비슷한 양의 '수전 손택'의 글이 실려있다.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바타유의 이 책과 그의 포르노그래피는 혹은 에로티즘은 당연히 문학이며, 문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에로틱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즐겨 보고 싶어한다. 성인들의 미묘한 성적 긴장감과 성적 욕망의 실현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응?) 보고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작년이었나, 알라딘에서 내가 책을 사는 것에 대한 키워드를 분석해 주었을 때, 아주 당당하게 <19금>이라는 타이틀도 있었던 거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힘들더라.
아주 오래전에 내가 '베라 파미가' 얘기를 하면서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영화에서 그녀는 늘 섹스를 하고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글을 쓴 적 있었는데, 누군가가 '섹스와 죽음'은 연관되어 있다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던 걸로 기억한다. 섹스는 종교와 철학과도 연관이 깊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조르주 바타유의 저자소개를 보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97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소도시 비용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한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진학하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1962년 오를레앙 도서관장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사서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사드의 적자'라 불릴 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슴 소설을 썼고, 니체의 무신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헤겔의 종교철학에 심취하여 <도퀴망> <크리티크>등 당대 사상계를 주도한 잡지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문학,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책날개의 작가소개 中
사실 섹스와 연관이 없는 분야가 과연 어디있겠느냐마는, 성직자의 삶을 꿈꾸었던 사람이 에로티즘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주 미묘하게, 한끗차이로 양갈래로 나뉘었다는 생각도 들고, 정신분석학, 종교철학, 에로티즘 이 모두는 결국 한통속인가 싶기도 하고... 아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소설은 내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데, '금기와 위반의 문학'이라고 책 뒷면에 쓰여져 있기도 하지만, '금기와 위반'의 느낌보다는, 내 스스로가 허락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이른 ... 그런 단계의 글이라고 해야할까. 16쪽 까지인가 읽다가 덮으면서 아아, 이거 끝까지 읽으면 내가 이 책에서 무언가를 가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가, 수전 손택도 글을 썼다는데 싶어서 다시 도전했는데, 아아 결국 37페이지까지인가 읽다가, 포기해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연인 혹은 섹스파트너와 섹스를 나누게 되었을 때 서로의 변태끼를 얘기하며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상대와 내가 '여기까진 괜찮다'고 합의한 지점까지는 다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은 '어? 나 그건 못해, 안해!' 라고 해버리면, 내 안의 변태끼를 행위로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란 게 있고, 사실 섹스를 하게 됐을 때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좀 넓어지게 되는 경향도 있다. 사랑이란 게, 생각보다 힘이 세서, 평소에 '나는 그것만큼은 할 수 없어' 했던 것에 대해서도, '어....그...그...그럼 해볼까?'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한침대에 들었을 때, 그 침대에 '그 사람'과 함께 들기 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앞으로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할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 나와 함께 뒷구르기를 하자.
- 안돼. 나는 앞구르기까지만 할 수 있어.
- 나는 뒷구르기 너랑 하고 싶은데.
- ...........................................그럼, 한 번만 해볼까?
뭐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바타유의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서로 오줌을 싸는 광경을 보여주고 서로의 몸에도 싸버리는 (-_-) 장면이 숱하게 나온다. 나는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식의 행위를 즐기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오줌이든 똥이든 자기들이 좋다고 상대한테 싸는 모습을 보이거나 서로의 몸에 치덕치덕 바른다고 하면,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그들의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실현시켜주고, 서로에게 만족을 준다면, 거기엔 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아, 나는 너무 여러가지로 이입이 되어서 괴로웠는데, 일단, 오줌 냄새를 맡기도 싫다. 이 책 속에서는 오줌 냄새를 싫지 않게 묘사했는데, 그것이 자기들을 자극한다고 말해놨는데, 이게 서로 둘이서 오줌 싸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30쪽 이상까지 읽다보면 여러명이서 같이 싸고 막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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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과 정액을 서로의 몸에 쳐발쳐발하는데, 하아, 나는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변태끼는 ...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해 돌이켜 보면서, 만약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건 힘이 세서, 내가 허락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그 상대에 대해서라면, 그 상대에 한정해서 허락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길 수가 있다. 그런데, 오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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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라 사랑하는데..뜨겁게 사랑하는데.........그런데 내 몸에 오줌을 바르고 싶다고 하면?????????????????????
오줌 바르고 싶지 않은 내 바람을 당신이 들어주기를 나는 원하네.....
그리고 책 속에서 저 여러명의 섹스인들중에 한 명은 장롱안에 들어가서 오줌을 싸는 장면도 나오는데, 아아, 나는 딥빡이 온 것이.... 오늘 아침에 우동을 함께 먹은 회사 동료에게도 말했는데, 아니, 그거 다 누가 세탁하냐!!! 책에서는 주인공들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한테 니네 오줌 빨래 시키는거야? ㅜㅜㅜㅜㅜㅜ 나는 노동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ㅠㅠ 방 안 환기에도 신경 안쓸텐데, 그거 다 노동자인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내 소망은 소박하다. 나한테 오줌싸지 않고 오줌 빨래 만들지 않는 사람을 원해.... 나는 그런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오줌은 변기에다....흙흙 ㅜㅜ
그런데 내 경험이 미천하여 그렇지, 이거 한 번 하고 나면 중독될만큼 뭔가 마력적인가??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니가 몰라서 그렇지~' 하고 있는...걸까?
얼마전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외롭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외로움이란 건 갑자기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어서, 얼마전에는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그 순간에 잠깐동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다음날 책친구에게 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 순간에 너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길 원한 이유가 무엇이냐, 안아주길 원해서냐 이불을 덮어주길 원해서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다 해야지. 일어나서 창문 닫고 이불 덮어주고 안아주고 다 해줘야지. 나는 꼼짝 안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이런 얘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이 얘길 왜 했냐면, 이 책을 30페이지 넘게 읽으면서, 진짜 전애인 생각이 너무 나는 거다.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애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일상의 자잘한 것들부터 굵직하고 아프고 기쁜 일들까지 넘치고 넘치지만, 오줌 얘기도 해보고 싶은 거다. 들어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되게 성적으로 욕망하고 에로틱하게 여겨져서 불끈불끈 거리면서 서로의 몸에 오줌을 싸고 막 그러거든? 당신은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고. 당신은 싫다고 하는데 내가 굳이 싸겠다고 하면? 막 이런거 물어보고 싶은 거다. 그러면 또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을까? 당신은 앞으로 나랑 오줌 싸고 싶을 것 같아? 이런 것도 물어보고. 아 이런 얘기 할 수 없는 거 좀 외롭네? 외로움... 뭐지?
외로움 뭘까?
아무튼지간에 나는 오줌 이야기 책은 그만 읽기로 결정하였다.
출근할 때 이 책을 들고 왔는데, 이를 어쩐담, 싶다가, 그래도 회사에 책이 많으니까 이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읽어야겠다.
오늘 아침엔 회사 동료를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는 모닝 우동을 한그릇 했다. 동료와 나는 김밥도 한 줄 시켰는데, 김밥 안에는 크래미 같은게 많이 들어 있어서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나는 맛살과 크래미를 안좋아한다. 어쨌든 우동은 맛있게 먹었는데, 먹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았다. 역시 사람은 배불러야 기분이 좋구나... 그러고보면 나는 배고플 때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데, 좀 짜증을 낸다고 할까... 여튼 그래서 사람은 뭘 먹여놔야 해... 그래서 먹임은 사랑인지도...
일전에 연애할 때 다이어트 한답시고 저녁에 사과를 하나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칠봉이가 내게 그랬다. '내가 너를 알고 지내면서 오늘처럼 짜증난 말투로 말한 적은 없었다' 고.... 이게 다 못먹어서 그래.
그러다보니 어제 읽었던 '리베카 솔닛'의 책 중에서 배고픔에 관해 언급됐던 부분이 생각난다.
배고픔이 정신을 왜곡하고, 약하게 만들고, 강박적으로 음식 생각만 하게 하고, 사람의 몸을 마치 악마에 홀린 것처럼 만들어, 결국 굶주린 이를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들. 공허함에 사로잡힌 아타구타룩은 동사한 가족의 시체 옆에서 굶주렸다고 파트로크와 타구르나크에게 얘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가 뜨고 공기 중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그녀는 살아야겠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그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빴어요. 그게 죽은 이들을 해치는 일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았겠죠. 죽은 이의 영혼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이의 땅으로 갔을 테니까." 이 이야기에서 그녀는 혼자였고, 홀로 있다는 것은 고통의 일부이기도 했다. (p.309-310)
사과 하나만 먹고 짜증을 냈던 그 때, 칠봉아, 나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 였던 거야..... ( ")
(앗. 내가 또 칠봉이한테 말하고 있었어...이제 이러면 안되는건데..............)
어쨌든 아침부터 우동을 풍족하게 먹고 기분이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오줌은...별로예요......


아 방금전에 책친구랑 예술과 독자, 관객, 리뷰, 상처 등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자신은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서 자기가 걱정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알라딘에서 악플도 받아 봤고, 책에 대한 나쁜 평가도 읽어봤고, 나 까는 글도 여러차례 봤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수도 안티가 있는데 하물며 다락방이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남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나 안티 많을 스타일이야."
제기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수없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안티가 많을지도 모르는 나는 아침일찍부터 우동을 먹고 기분이가 좋고, 점심은 뭘 먹을지 생각해야 겠다. 나는 계속 행복하고 싶으니까 잘 먹어야 돼.....
(덧붙이기: '오줌을 싼다'는 것은 책 표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소변을 본다'고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