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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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INFJ 데비 텅 이라고 되어있는데, 나는 ESFP 라 그런가. 이 책이 그냥 그랬다. 이 책 보다는 알라디너들의 책에 대한 페이퍼를 보는 쪽이 훨씬 더 재미있고 공감되는 듯. 조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고 또 줄거지만 조카도 막 열광할 것 같진 않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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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5-2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살짝 돈 아깝기도 해;;

난티나무 2021-05-2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렇군요! 저는 전자도서관 예약 걸어두었답니다. 잘 했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1-05-22 10:28   좋아요 0 | URL
전자도서관이라이, 아주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작년말부터 너무 바빴지만 올해는 점점 더 바빠지는 것 같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한 주 내내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딱히 외근 없는 나의 직장생활이지만, 지난주에는 외근에 외근을 거듭해야만 했던 거다. 그런 참의 어느 외근은 증권사에 가는 거였는데, 나는 가볍게 가서 가볍게 올 줄 알았건만, 놀랍게도 그곳에서 내가 두시간 정도의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는 걸 듣게된다. 내가 부탁한 업무처리가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얼라리여.. 뭐라고?


아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점심 시간 전에 돌아갈 수 있을까? 두 시간을 나는 뭘하지? 아니 두시간 대기타야 하는걸 알았다면 책이라도 가져오는건데. 나는 금방 왔다 금방 갈 줄 알고 아무것도 준비해온 게 없었다. 스맛폰만 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직원 앞에서 영화를 볼 수도 없고, 책도 없고...하다가, 어어? 책이 없긴 왜 없어? 나에겐 전자책이 있다! 꺅 >.<


좋았어, 이게 바로 이북의 좋은 점이지. 나이쓰, 울트라캡숑 짱이다.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 열려있다. 이런 날을 대비해 전자책 잔뜩 사서 쌓아둔 나, 칭찬해.. 진짜 짱이야. 언제나 어디서나 책을 볼 수 있는 준비된 나란 사람... 화이팅!


자, 그런데 업무 중이고 직원이 내게 간혹 말을 걸어올 터이니, 가만 있자, 너무 진지한 책은 집중할 수 없어서 안될 것이고, 너무 집중을 하면 업무에 방해가 될것이다. 무엇을 읽어야 하나. 나는 내 폰으로 이북의 리스트를 연다. 고미숙 쌤 책을 읽을까? 아냐, 이건 나중에.. 페미니즘? 에세이? 단단한 남자?(응?) 사피엔스는 나중에 종이책으로 줄 그어가며 봐야지, 모비딕도.. 아이참, 이 수많은 책들 중에 내가 지금 읽을만한 건 뭐람? 하다가 똭! 잭 리처가 똭! 게다가 잭 리처 시리즈는 또 뭘 이렇게 많이 사놨어. 자, 잭 리처들 중에서도 고르자, 하다가, 똭- 61시간을 똭! 골랐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랜만이야, 잭 리처.
















책은 한 변호사가 감옥으로 죄수의 면회를 가면서 시작한다. 어떤 필기구도 없이 죄수를 만나 그는 앞으로 일어날 범죄의 계획을 들어 기억하고 감옥 바깥의 조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일을 전달하면 어마어마한 범죄가 세상에 벌어지겠지만, 그러나 전달하지 않으면 자기는 죽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는데 그 일에 들어가버려서 그로서도 어쩔 수 없다. 범죄가 벌어지는 걸 알면서 지켜볼 것인가, 자기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그는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다가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눈길을 달리다가 운전을 삐끗했다. 그리고 그 삐끗함은 눈길을 달리던 관광버스에게 영향을 미친다. 버스 운전사는 그간 사고 한번 내지 않았던 베테랑이지만 이 눈길에서 자신과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써도 차 바퀴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결국 애를 쓰고 애를 쓰다 사고를 낸다.


아, 이 운전사와 이 버스 승객은 무슨 죄란 말인가. 변호사 역시도 자신의 의지로 그 일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이 운전사와 승객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 길을 달리던 사람들이잖아. 이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것인가. 안돼. 왜 인생은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것인가.


아아.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내가 나를 억지로 책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어휴. 이랬다간 큰일 나겠어. 이러다가 내 앞에 마주앉은 직원이 하는 말을 내가 놓치는 거 아니야? 놓치다가 업무시간이 더 길어지면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결국 나한테 손해라고.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정신 챙겨!

마침 직원이 내게 말을 걸고 나는 응대한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본다.


그 관광버스 안에는 겨울이라 패키지 여행 경비가 저렴한 걸 이용해 노인들 스무명이 타고 있다. 아아, 이 무고한 노인들이여. 눈길에서 이게 어쩐 일이랍니까. 아아, 세상은 왜이따위로 굴러가나요. 당신들이 대체 왜 거기서... 라는데, 아아, 이만큼만 읽어도 벌써 재미있어서 리 차일드 천재? 막 이러고 있는데, 아아, 거기엔 스무명의 노인들과는 아주 다른, 나이대도 다르고 겉모습도 다른 이가 하나 타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 바로 잭 리처..



꺅 >.<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를 보낸다. 됐어. 됐어! 이제 모두 된거야. 됐어. 상황 정리 됐어. 버스의 운전사와 버스안의 승객들 모두 살 수 있어. 이들은 아무도 죽지 않아. 이들은 모두 무사하다. 이들은 살 것이다. 왜냐하면 그 버스 안에 잭 리처가 있었으니까!! 꺅 >.<


나는 속으로 한껏 흥분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직원에게 말했다.



"네? 저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직원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며, 아마도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옆자리 직원이 말한 걸 내가 들은 모양이라고 했다. 감사했다. 그렇게 말해주다니 ㅠㅠ 네, 알겠습니다. 어휴, 이거 그만 읽어야지, 이러다 큰일 나겠어. 뭘, 보기만 하면 이렇게 사람을 쭉쭉 빨아들여. 리 차일드 짱인데? 게다가 그가 심어준 확고한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 그 사고 난 차량 안의 잭 리처를 알게된 순간 모두가 살 것이라는 이 믿음. 이 강한 믿음. 크- 리 차일드가 내게 심어준 잭 리처에 대한 믿음. 리 차일드, 정말 당신 대단한데요?



잭 리처는 엄청 춥고 눈이 잔뜩 오는 마을에 고립된다. 게다가 이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서는 범죄가 일어날 예정이다. 그 범죄의 시작을 목격한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잭 리처는 그 증인의 집에 같이 머문다. 그 과정에서 그 마을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 알게되고, 그 건물이 수상해서 경찰들의 요청하에 군대에 전화를 걸게 되고, 그곳에서 예전 자신의 자리에 있는 '수잔 터너' 소령과 통화하게 된다. 업무상 이지만 자꾸 통화하다보니 몰랑몰랑한 마음이 싹튼다. 이 모든 일이 해결되면 수전 터너가 있는 버지니아에 가야되지 않겠느냐고, 잭 리처가 보호중인 증인이 묻기도 한다. 수잔 터너 소령과 잭 리처는 서로의 일을 유선상으로 돕는다. 수잔 터너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잭 리처가 돕고 잭 리처의 궁금증을 수잔 터너가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얘네 봐라.




"그밖에 다른 건요?"

리처가 물었다.

"자네 결혼했나?"

그녀가 물었다.

"선배님은요?"

"안 했지."

"한 번도?"

"한 번도."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책 속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 수잔 터너 너무 웃기다. 자기꺼 답 안해주고 끊는 거 너무 짜릿해. 수잔 터너 만세! 아, 잭 리처 야, 용용죽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음날의 통화다.


"난 공군이 여기 무슨 시설을 지었는지 알고 싶으니까. 넓이, 용도, 건축 구조 등등.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가능한한 빨리 부탁해."

"다른 건요?"

"결혼은 했나?"

그녀는 대답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 책 속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집요한 자식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너 소령 짱이야. 전화 끊어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그냥 이 장면이 상징하는 모든 바가 좋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생겼는데, 자신이 다가가도 되는지를 미리 알려는 것. 자신이 터너가 있는 버지니아로 가도 되는 걸지, 혹은 그게 잘못은 아닐지 미리 알고자 하는 거.


잭 리처는 그러니까 이랬다.


나는 수잔 터너와 잭 리처가 만나는 그 다음 시리즈를 이 책보다 먼저 읽었는데, 그 책에서는 잭 리처가 어쩌면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존재를 알게 된다. 딸일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그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은 이미 수잔 터너에게 자신이 결혼한 적 없다고 밝힌 적이 있던 바, 터너와 만나 섹스하기 전에 미리 말하는 거다. 어쩌면 나에겐 딸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나는 이걸 밝히는 게 진짜 너무 좋았다. 내가 그 때 그 책 읽으면서 제발 그걸 미리 말해달라고 속으로 빌었는데, 그런데 잭 리처가 미리 말했다. 리 차일드는 내가 바라는 게 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크-



그런데 이것 봐라?



육해공군이 공동으로 개최한 1,000미터 소총사격대회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적성 보고서에서는 그가 교실에서 평균 이상의 성취도를 보였고 전장에서는 매우 우수하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고 스페인어 실력 또한 무난하며 모든 휴대용 무기에 능통하고 맨손 격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빼어나다고 적혀 있엇다. 수잔은 마지막 평가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와 주먹질을 하는 것은 윙윙거리는 전기톱과 싸우는 것과 같았다.

거칠고 강한 군인, 그러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  - 책 속에서



야, 장난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삶을 어떻게 살았길래 소총 사격대회에서도 최고점 기록하고 전장에서도 우수하고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 하고 맨손 격투 빼어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하냐.


리 차일드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잭 리처 시리즈 읽어보면 잭 리처는 진짜 장난 아니다. 온몸이 근육인데, 근육을 만들기 위해 따로 운동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해? 온갖 좋은 것들을 죄다 갖다 붙여서 강인한 존재 잭 리처 만들어낸거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고 주인공을 세상 바람둥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리 차일드가 잭 리처를 외국어 천재에 몸싸움 천재, 사격 천재로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이 리 차일드가 하고 싶었던 거라면,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캐릭터가 심지어 인기도 있으니 얼마나 지화자 좋은가 어절씨구~


내가 주인공을 만들어도 아마 무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나는 한 손가락으로 머리서기 하는 여자 만들거다. 그렇지만 나는 나름의 양심은 있어서 초큼 노력은 해서 한 손으로 머리서기 하는 여자 만들거야. 메뚜기 자세도 그냥 할 수 있는 그런 여자 만들거야. 성범죄 일어나면 눈빛으로 범죄자의 고추 잘라버리는 그런 여자 만들거야. 내 마음이다. 흥!!




자, 다시 돌아가서.

아아, 리 차일드... 독자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버린다.

그러니까 수잔 터너 소령은 아직 잭 리처를 만난 적이 없고, 그런데 잭 리처가 어떤 일을 맞서고 있는지 알고, 어느 동네에 있는지도 안다.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 그 공간, 잭 리처가 해결하고자 하는 그 사건, 그 장소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고 엄청난 화재가 발생해 뉴스에 나온다. 뉴스 어디에서도 잭 리처의 이야기가 없다.




수잔 터너 소령은 매일 밤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시청하고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매일 온라인을 뒤졌다. 그녀는 록크리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손님용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다른 의자에 올려놓은 채 잠들었다.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 책 속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수잔 터너의 마음 어땠을까. 나야 물론 다음 시리즈를 읽어서 알지. 그러니까 내가 수잔 옆에 있었다면, 걱정 말라고, 그는 곧 너를 찾아올 거라고, 너네들은 함께 밥을 먹게 될거라고, 그리고 치약 쓰지 않고 양치하는 더러운 잭 리처와 섹스하게 될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애태우면서 전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너무 싫잖아. 너무 안타깝잖아. 수잔 터너는 소령이라 자신의 맡은바 임무가 있고, 그리고 그걸 하면서 매시간 매일을 살아내야 한단 말이다. 그 틈틈이 잭 리처 괜찮은건지 궁금해 해야 하는 마음, 너무하잖아.



어제 친구들에게 너무 좋아서 이거 뭐야, 리 차일드 왜이래, 잭 리처 신으로 만들어놨어, 하고 깔깔 웃으며 좋아서 얘기했더니, 잭 리처 읽어본 한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잭 리처 더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다. 치약 안쓰고 손가락으로 양치해. 더러워...



내가 잭 리처를 좋아하는 많은 이유들 가운데에는, 그러니까 이건 리 차일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너무나 당연한 말dl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놓인다는 데에 있다. 주연의 입을 빌지 않아도. 이 책 속의 증인, 노년의 교수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데도 범죄 목격의 증언을 하기로 한 것.



"그렇지만 난 우리 집에 있는 게 좋아요. 사법체제란 가해자가에 벌을 줘야 하는 거지 증인을 괴롭히는 게 아니잖아요? 이것도 원리원칙의 문제지요." -책 속에서



그간 잭 리처 읽으면 읽자마자 죄다 팔아버려서 지금 내게는 읽지 않은 잭 리처만 있는데, 이번에 61시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아아, 내가 너무 싫어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리즈 모으는 일. 가급적 그런 일은 피하고 싶은데(책장에 공간이 없...), 그런데 잭 리처 모아줘야겠다. 잭 리처 너무 좋아. 리 차일드 진짜 짱이다. 잭 리처는 독서의욕 없을 때 읽으면 사람을 막 빨아들여. 나는 한 마리, 파리지옥에 빠져들어가는 파리가 된다...





"운동에는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죠?"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소." 그가 말했다. "타고난 체형이 이렇소."

사실이었다. 리처는 사춘기 끝 무렵에 현재의 키와 체중, 그리고 성격을 지닌 사내로 자라나 있었다. 울퉁불퉁한 식스팩,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보호대 같은 가슴판, 농구공 같은 이두박근, 클리넥스 휴지처럼 얇은 피하지방층도 모두 그때 완성되었다. 그 어느 것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게 아니었다. 식이요법을 활용한 적도 없었다. 역기를 든 적도, 체육관에 다닌 적도 없었다. 망가지지 않는 건 수선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좌우명 가운데 하나였다. (p.22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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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21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쳐 진짜 웃긴 남자네요. ㅋㅋㅋㅋㅋ 크리넥스처럼 얊은 피하지방층을 타고났대. ㅋㅋㅋㅋㅋ 나 참 어잌ㅋㅋㅋㅋㅋㅋ 잭 리처 좋아하는 거 ‘치약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양치질‘하는 거에 반해서 그런 거 아네요?ㅋㅋㅋㅋ

그나저나 누가 우리 다부장님에게 ‘성범죄 일어나면 눈빛으로 범죄자의 고추 잘라버리는‘ 초능력을 부디 내려주소서~

다락방 2021-05-21 11:58   좋아요 1 | URL
치약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양치질하는 더러움은 정말이지 제 타입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싫어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르면 몰라도 알면서 그런 남자랑 키스는 못할듯요. 윽- 너무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3개국어 해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크리넥스처럼 얇은 피하지방층을 타고났어도 그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초능력 달라는 백일기도 해볼까요?

붕붕툐툐 2021-05-21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원이 말 걸까봐 조마조마~ 진짜 실감나네용~ 저도 파리지옥 가고 싶은 한 마리의 파리입니다!

다락방 2021-05-21 11:58   좋아요 2 | URL
잭 리처 너무 재미있어요. 리 차일드는 사람들이 뭘 기다리고 뭘 기대하는지 너무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아요! >.<

moonnight 2021-05-21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는 정말이지 리 차일드가 작정하고 만들어낸 속이 시원한 캐릭터인 듯^^ 영화에선 톰 크루즈.. 엄청난 괴리감ㅠㅠ;;

다락방 2021-05-21 13:51   좋아요 2 | URL
잭 리처 키가 195 이고 100kg 가 넘는데 톰 크루즈는 캐릭터에 딱 맞진 않죠, 확실히.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겠어요. 잭 리처에 누가 어울릴지..아 딱인 캐릭터로 만나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
리 차일드 너무 좋아요. 잭 리처를 만들어서 악의 무리랑 맞서 싸운다. 빠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5-21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본적은 없는데, 이 리뷰만 읽어도 책을 한권 본 기분이 드네요. 완전 글 재미있어요~!!

다락방 2021-05-21 15:49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잭 리처 재미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어쩔 수 없이 시리즈를 모아야 할 것 같아요. 으하하하핫.

독서괭 2021-05-2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만 있으면 기다림이 두렵지 않지요~ 이렇게 중간중간 대화해야 할 경우 영상은 적절하지 않으니 더욱.. 즐거운 막간독서 하셨네요~ 저 전부터 다락방님 글 땜에 잭리처가 궁금했는데 이 글 땜에 드디어 북클럽에서 하드웨이를 다운받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근데 이거 개그물인가요? 피하지방 ㅋㅋ 게다가 저 완벽한 남자가 왜 양치는 그따구로 하는거야 ㅋㅋㅋ 앞으로의 독서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1-05-24 09: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진짜 양치에서 홀딱 깼잖아요. 아오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 아오 싫어 진짜 생각만해도 짜증나요. 얇은 피하지방 가지고 있어도 양치가 저런 식이라면..아오 너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모르면 그래도 잘 지낼 수 있을것이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양치 저렇게 하는 거 아는 순간 정 떨어질 것 같아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하드웨이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잭 리처 왜케 재미있을까요? 말 안되는 설정 겁나 많은데(눈을 가려도 총으로 목표물 명중 시킬 수 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막 악당들 때려부수는 거 너무 좋고, 무엇보다 잭 리처는 아이들을 소중히 생각해서 그것도 너무 좋아요! >.<

단발머리 2021-05-2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잭리처 랭킹은 말이지요.

『1030』 > (잭리처) 『어페어』 > 『잭리처의 하드웨이』 > 『61시간 (잭리처)』 > 『네버 고 백』 > 『퍼스널』 되시겠습니다. 근데 터너 소령이랑 좋은 시간 보냈던 게 어떤 편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항상 현재를 사는 사람인가요, 기억이 안 나네요. 28도 되면 잭리처 다시 읽을 거예요. 여름 맞춤 독서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9 19:52   좋아요 1 | URL
터너 소령은 네버 고 백 입니다! 그거 영화로도 있는데 영화는 책처럼 재미지진 않았어요. 저 잭 리처 모을거에요! 으하하하. 저는 1 편 추격자였나, 그 때부터 좋았어요. 아이들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잭 리처가 나와서요. 그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았어요. 헤헷.

- 2021-05-3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ㅋㅋㅋ 크리넥스 피하지방층 찰져 ㅋㅋㅋㅋㅋ 아 이분이 다락방님의 그 잭리처 시군요!!! 뜨아아아!! 방가와 ㅋㅋ 잭리처 ㅋㅋㅋ (페미니즘 처돌이인 저는 다락방님이 저 책을 골랏다고 해서.. 순간 잭 더 리퍼라고 착각하고 갸웃갸웃 했다능…)

다락방 2021-06-01 09: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잭 리처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더러운 남자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근육질이야. 그 근육은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있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어도 잘하고 사격도 잘하고 몸도 좋은 남자 잭 리처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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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었고 다시 읽을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얼마전 친애하는 알라디너 분의 명품 페이퍼를 읽었다. 페이퍼에서는 소세키와 초등학생의 편지가 인용되어 있었다. 그 학생은 [마음]을 읽고 편지를 썼고, 소세키는 그 나이에 왜 그걸 읽었냐, 그 소설속 인물들 이미 다 죽었다, 생각하지 말아라 답장하고 있었다. 그 인용문을 보자 나는 '뭐라고? 초등학생이 읽었다고?' 하면서 이 책을 조카에게 읽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거다. 그렇지만 조카에게 읽히기 전 내가 먼저 읽자. 그렇게 사서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읽으면서 조카에게는 읽으라고 주지 말고 여동생에게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집에 이 책이 있는데 읽는 것은 조카의 선택에 맡겨야겠다. 나는 이 책이 초등 5학년 조카가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 는 우연히 휴가차 갔던 해변에서 '선생님'을 알게 되고 그 선생님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우정을 쌓게 된다. 선생님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하지도 않고 인간에 대한 애정도 딱히 없어 보이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이 어쩐지 좋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편찮으셔 고향에 가있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약간 고민하던 와중 선생님의 긴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에서 비로소 나는 선생님의 과거를, 선생님이 인간을 신뢰하지 않았던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된다. 선생님이 유서겸 남긴 편지가 이 소설 세부분 가운데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이미 오래전의 소설이고 게다가 일본 소설인만큼 지금 읽으면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아주 많이 나온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밥시중을 드는것부터 시작해서 대화중에 말끝마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여자라서', '여자인만큼', '여자니까'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거다. 그럴때마다 나는 이것은 오래전의 일본 소설이다, 라고 걸리적거리는 것을 무시하려고 애썼는데, 그런데 이미 내가 이런 필터를 가지고 있는 이상 노력한다고 그게 무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간 나쓰메 소세키를 몇 권 읽어왔지만 딱히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만년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내가 좋아할 순 없는 작가였다. 일전에 [한눈팔기] 를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그 책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는데, 어제 이 책의 책장을 덮고, 잘 읽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무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했다. 난..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가지지 못하는걸까.


각설하고.



그러나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제목은 '마음'이지만 나는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하게 된거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속 한 단편에는 가정 폭력과 여성혐오 살인을 저지른 가족들로부터 빠져나와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 그러나 자신이 바람 피운 것에 대해 너무나 죄책감을 갖는 장면이 나왔었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틈에서 그런데 '내가 바람 피운 아버지를 닮아가는 걸까봐 너무 두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거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도 마찬가지.

세상은 온갖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비열하게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앗고 폭력을 저지르는 일들이 무수한 가운데, 그 사람의 죽음은 나의 비열함 탓일거라고 자책하고 남은 생에서 행복을 배제하는 사람이라니,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싶어지는 거다. 왜 어떤 사람은 천연덕스럽게 악한 행동을 하고, 왜 어떤 사람은 내가 한 행동은 악이었고 거기엔 비열함이 있었고, 그것은 남을 괴롭게 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그러다가 바로 이 지점이 나쓰메 소세키가 여전히 계속 읽히는 이유이겠거니 싶어졌다. 대체 인간이란 뭘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다가도 내 이해와는 정 반대의 지점에 머무르는 것 같은 존재.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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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5-21 09:44   좋아요 2 | URL
타미가 자기 책장 한 칸 비었다고 저더러 채워달라고 전화했지 뭡니까! 그래서 저의 요즘 과제가 되었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1-05-21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국 다락방 님도 소세키와 같은 선택을 하셨군요.
˝초등학교 6학년인데 그런 것도 다 읽는군요. 그건 아이들이 읽어 봐야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니 그만 읽으세요.˝
저도 공감합니다. <마음>은 적어도 20대 이후에...

다락방 2021-05-21 09:45   좋아요 6 | URL
얼마전에 타미 주려고 [머시 수어레스, 기어를 바꾸다] 읽었거든요.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아이들은 인생의 흉한 일들을 알 필요 없단다. 앞으로 그럴 시간은 많아.
전에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할머니는 오빠랑 내가 보는 책과 영화에 슬프거나 잔인한 내용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바보 같다. 아이들에게도 슬픈 일은 늘 일어난다. 기르던 개가 죽고, 부모가 이혼하고, 단짝 친구한테 버림받기도 한다. 비열하고 악랄한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도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P182˝


책을 선택하고 읽고 감상하는 건 모두 그 아이의 온전한 몫일텐데, 제가 이렇게나 걱정이 많습니다. 마음은.. 초등학생에게 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1-05-21 09:58   좋아요 4 | URL
저도 세상 살아가다 보면 상처받을 일도, 흉한 일들도 싫어도 맞닥뜨리게 될 텐데 굳이 어린 나이부터 알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다락방 2021-05-21 10:36   좋아요 2 | URL
사람이 살다보면 상처받지 않을 순 없잖아요. 어떻게든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은 생길텐데, 궁극적으로는 상처를 받아도 이겨내고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픔과 고통 우울함..이런건 최대한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모나리자 2021-05-21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최애 작가라 리뷰만 나오면 반갑네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 2021-05-21 11:47   좋아요 3 | URL
나쓰메 소세키를 최애작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나리자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1-05-21 1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오래전에 도련님 보고 그냥 접은 소세키!
잠자냥님이 꺼집어 내주셨는데 다락방님이 또 한번 안 맞는건 역시 안 맞다고....
제가 어떨지는 역시 봐야 아는거겠죠? ㅎㅎ
인간이 뭘까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되는 순간 세상의 모든 책이 재미없어질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서 인간이 뭔지는 너무 고민하지 않는걸로.... ^^

다락방 2021-05-21 11:49   좋아요 1 | URL
저도 도련님 봤어요. ㅎㅎ
제가 그러니까 마음, 도련님, 한눈팔기 봤고 마음을 재독한 겁니다.
저한테는 역시 그렇게 막 좋은 작가는 아닌데, 시간이 흘러 읽는다면 바람돌이 님께는 전과 다르게 다가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때로 아주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니까요.

인간이 뭘까에 대한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작품들이 인간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함께 고민하는 것이 독자와 작가의 만남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책 너무 좋지 않나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2021-05-21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 뭘까....에 대해 자주 고민하는 1인입니다.
착한 사람은 뭘 모르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뻔뻔한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엔요. 착한 사람은 자기의 작은 실수에도 오래 괴로워하지만, 나쁜 사람은 다른 사람 죽여놓고도 피해자 탓을 하대요. 인간... 뭘까요....

다락방 2021-05-21 11:57   좋아요 3 | URL
뉴스를 봐도 인간이 도대체 뭔지 고민하게 되지만 이런 문학작품들을 봐도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그리고 이 책의 나쓰메 소세키도 어떤 대단한 서사를 만들어낸 게 아닌데, 그저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일 가지고도 그런 것들을 고민하게 만들잖아요. 그런점에서 문학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런가에 대해 생각해도 답을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작은 해를 입힌 것으로도 괴로워하는 인간이 있고 죽여놓고서도 괴로워하지 않는 인간이 있는 것이요. 우리가 과연 인간이 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초딩 2021-06-05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라고 또 남기고 갑니다~ ㅎㅎ

다락방 2021-06-07 07: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여기서 또 축하를 해주셨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거짓말을 싫어한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그것이 가져오는 그 순간의 상대에 대한 속임 부터 시작해서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다른 거짓말을 계속 해야한다는 것과, 그걸 잊지 않아야 그 거짓말을 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까지도. 거짓말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그것이 점점 더 부풀려지는 과정, 결국 그것이 거짓말로 밝혀졌을 때 가져올 분위기까지 모든게 다 싫다.

특히나 거짓말로 시작되는 관계는 더 싫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가 진행되면서 그 사이에 사랑과 우정이 생기고 두터워진다한들, 거짓으로 '시작'했는데 진실로 진행될 수 있을까?


로맨스 영화에는 거짓말로 시작되는 관계가 참 허다하게 등장한다. 진부한 설정인데, '왜냐하면 너랑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고, 사랑에 빠진 뒤에 고백하려 했더니 네가 실망할까봐 너무 늦어버려서 더 고백하지 못했어' 가 되어버려..


영화 《캘리포니아 크리스마스》역시 그런 진부한 설정을 가진 영화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너무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들어가면 막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이러면서 보는데, 이 영화는 세상에, 맙소사, 거짓말로 시작한다.

나는 거짓말로 시작되는 관계를 싫어하고 특히나 그것이 로맨스로 이어질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그만볼까, 그만볼까를 수차례 생각해야 했다. 저기 캘리포니아의 땅을 매입하려는 재벌 총각이 계약서 들고 찾아갔는데, 농장에서는 '어머 새로 고용한 일꾼인가보죠?' 이래가지고 어영부영 일꾼이 되어서 그 가족과 며칠 함께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땅을 팔라고 할 수 없음을, 그 땅은 그 가족에게 특별한 곳임을 알게 되면서 갈등한다..는 거다. 당연히 농장 주인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나는 고백해야 해, 고백해야 해.. 하면서도 못하게 되고. 결국 그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정체가 드러나고, 당연히 그를 사랑하게 되었던 여자는 상처받는다.

뭐, 로맨스니만큼 거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줘보자, 그가 너를 대했던 건 진심이지 않았냐, 하는 주위의 말들도 있고 또 자기 역시 오만년만에 남자를 향해 열린 마음이었으므로 용서하고 그를 사랑하고.. 뭐 이렇게 되긴 하는데, 이어졌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나에게는 거짓말에서 온 그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게다가 자기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하고 마주칠 때마다 그 사람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게 뭐야 진짜로..


사람이 살다보면 거짓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영화속 남자도 '나는 가서 거짓말 해야지 눈누난나~' 이러고 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하다보니 그 거짓말을 지켜야 했고, 지켜야하다보니 다른 거짓말을 추가로 해야했고...가 되어버렸던 것.


거짓말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상대를 속이는 게 단 한번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 상대를 마주쳐야 하고 그 상대로 하여금 그 거짓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내가 했던 거짓말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거다. 기억해야 그 거짓말에 살을 붙일 수 있고, 응 맞아 그 때 그렇지, 하면서 연결할 수도 있는 거다.


누구나 알겠지만, 진실을 말하면 피곤하지 않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면 내가 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 언젠가 불쑥 물어도 한결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 아 그 때 뭐라 그랬었지, 가만있자, 내가 그 때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뻥쳤던가? 뭐 이런거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불쑥 물어도 언제나 척- 하고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진실은 피곤하지 않다. 물론, 진실은 상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참에 보려고 틀었던 이 영화는 와, 처음부터 또 스트레스 대박 줘버리는 것이다. 다들 미쳤어 진짜. 다들 왜그래. 줄거리만 보고 오오..왕국 왕위 계승자.. 왕자? 맙소사, 왕자와의 로맨스여? 이러면서 본거란 말이지. 내가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중년 여자사람으로서 아주 먼 곳의 왕자와의 사랑 얘기를 보게 된다니. 퐌타지로구나~ 이러면서 시작했는데, 하아,


거짓말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뭔가 어떻게든 특종을 찾긴 해야겠고 그래서 왕자가 사는 궁에 몰래 침입했다가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오 네가 새로운 공주의 과외교사구나?' 이래가지고 '응 그렇지!' 하면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와..


진짜 못보겠더라. 스트레스가 또 대박 올라와 버려. 그래서 꺼버렸다. 보다가 말아버렸어. 거짓말로 시작하는 영화 봐서 가뜩이나 스트레스 모락모락 끓어올랐는데 또 거짓말이라니...


그냥.. 사람들아, 단순하게 살자. 당신이 과외교사가 아니면, '아니 나는 니네가 기다리는 과외교사가 아니야' 라고 말하자. 당신이 농장 일꾼이 아니면 '아니, 나는 농장 일꾼이 아니야' 라고 말하자. 어쩌면 그렇게 솔직히 말했을 때 상대와 더 연결되지 못하고 또 상대와 더 만나지 못하게 되므로 그 사랑은 아예 불발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거짓말 해가지고 사랑을 하는 게.. 좋냐? 난 잘 모르겠다. 응, 사랑을 만났으니까 나는 그 때의 거짓말을 이해하기로 했어.. 같은거.. 글쎄다, 나는.




내게도 거짓말을 시도했던 남자가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내 나이를 알고 있었고 나는 그의 나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 물었고, 그는 내게 나보다 한살 많다고 답했었다.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그렇게 삼겹살을 구우면서 소주를 마시다가 이야기가 흘러 강동원 얘기가 나온거다. 자기 고등학교 선배중에 강동원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강동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으응? 강동원이 저사람 선배라면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건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고, 강동원 몇살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그냥 물었더랬다.


"아, 강동원이 그렇게 나이가 많아요?"


그러자 그는 죄송하다고 사실은 자기가 나이를 속였다고 말했다. 응? 그러면 몇살인데? 그러자 그는 사실 나보다 네 살이 어리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아니, 근데 나이를 왜속였어? 물으니, 내가 어린 남자라고 하면 안만나줄 것 같았댔나 무시할것 같았댔나..아무튼지간에 그래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젊은 남자랑 마주 앉게 되었다.



불쑥 드는 생각인데, 만약 그 때 우리가 강동원 얘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면 어땟을까. 그랬다면 그는 나에게 계속 나이를 속였을까? 나이를 속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건 아니다. 그 뒤의 이야기들을 수없이 각색해야 하고, 무언가 말하고자 할 때마다 이 나이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떠올려야 했을 테니까. 그러니 그 나이 속임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고 언젠가는 뽀롱났을 것이다. 어쩌면 강동원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조금 더 대화하다가 자연스레, 사실은 내 나이가 그렇지 않았어, 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건, 내가 나이를 물었던 처음 약간 텀을 두고 생각해서 나이를 말해야 했던 것처럼, 그 거짓말을 계속 이어지기 힘들었을 거란 것이고, 그렇게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금세 사실은 그게 거짓이었어, 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 일은 그저 웃고 지나갈 에피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일이 좀 더 나중에 일어났다면, 우리 관계가 깊어진 다음에 탄로났다면, 아마 그 관계가 더 어떻게 진행되었을지는 모르겠다.



거짓말은 그만 한 건 아니었다. 나도 했다. 크-

그러니까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했고 그가 누구 만나러 가는거냐 물었는데 내가 친구라고 답한 거다. 뭔가 쎄한 기운을 느낀 그가 혹시 남자사람인지를 물었지만 나는 아니라고 했고... 사실은 헤어진 전남친을 만나러 갔던 거였다.

나중에 알게 된 그는 그런 말이 안나온 것도 아닌데 아닌것처럼 했다고 화를 냈고 나는 내가 대체 왜 속였을까 하면서 우리 사이에 며칠간 냉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급기야 노래까지 불러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뽀대에 살고 뽀대에 죽는 다코타 부장님의 인생 굴욕 되시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내가 노래 녹음한 유튜브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가 다른 때에 그 노래가 또 녹음되어 있는 걸 보고 대체 이건 어느 놈에게 불러준거냐 물었고, 역시 남자에게 불러줬던 나는 말문이 막혀버렷................굴욕은 또다른 굴욕을 불러온다...............


얘들아..거짓말 하면서 살지마. 거짓말은 굴욕이 되어 찾아온다... 거짓말은 노노해. 거짓말 하지 말자.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영화 밑에 <ALL>표시가 보이시는지?

그렇다, 전체 관람가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고 여동생에게 말하자, 언니 왜 야한 거 안보고 전체관람가 봐? 물었다. 야한거 보고 싶은데 내가 주로 지하철안에서 영화를 보기 땜시롱 야한거 너무 불안하다. 서서 보면 옆자리에 있는 사람 볼까봐 거시기하고 앉아서 보면 뒤에 창문에 내가 보는 영상 뜰텐데... 안돼.


굳이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전체 관람가 보는건, 내 마음이 편해서다.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어떤 장면이 나올까 딱히 불안하지가 않아. 마음이 편안하다.

요즘 직장에서 너무 머리를 써서 휴식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를 하지 못하고 그냥 슬렁슬렁 넘어가는 영화를 보자, 해서 전체관람가 로맨스를 택하게 된거다. 게다가 군인.... 이래. 장교래.


나는 한때 제복 페티시가 있었다. 아니, 제복 페티시는 없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어떤 제복 입은 모습을 보고 가슴 가득 뻐근함이 찾아오고, 그 사람 옆에 서있는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모자도, 제복도, 가방도, 그리고 내 옆에서 걷는 순간까지도 다 자지러지게 좋아서, 아, 나 제복 페티시 있는건가? 살면서 처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거다. 아아, 이 부분에서는 잭 케니슨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레인은 발이 예뻤다. 잭이 평생 본 발 중에 가장 예뻤고, 그 말을 듣자 그녀는 놀라면서 자시느이 발이 예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발은, 발바닥의 오목한 아치가 높았고 발목은 가늘었으며 발가락-늘 선홍색이, 가끔은 귤색이 칠해져 있었고, 처음 같이 자고 난 뒤 그녀는 웃으면서 "매주 발 관리를 받아" 하고 말했었다-은 잭이 느끼기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가락 이었다. "당신은 발부터 머리끝까지 나를 미치게 만들어." 그녀는 침대에서 우성ㅆ고, 잭은 자신이 발부터 죽어간다고 주장했던 남자의 이름을 따서 그녀를 소크라테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잭은 발에 대해 알게 된 후로는 종종 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간지럽다며 웃고 또 웃었고, 그에게 발 페티시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사실 잭은 발 페티시는 없었고, 그녀의 발에만 페티시가 있을 뿐이었다. -<발관리> 중에서





나는 제복 페티피시는 없었고, 그의 제복에만 페티시가 있을 뿐이었다.



아, 다시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괌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크리스마스에 외딴섬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투하한다는 걸 알게된 의원이 그 기지를 폐쇄하고 싶어서 조사해보라고 보좌관을 보내는데, 능력있는 이 보좌관이 그 열대 섬에 갔다가 그 공군들과 마을 사람들의 선함에 감동받아 그들과 함께하게 된다..는 너무나 착하디 착한 이야기이다.

실제 '크리스마스 투하작전'은 '국방부가 가장 오래 지속한 인도주의 투하 작전'이라고 영화 말미에 언급된다.

괌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고향에 가는 것도 포기하면서 그들을 즐겁게 만들게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사실 이런 남자... 너무 싫은데, 본인은 어릴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면서 희생과 봉사에 완전 챔피언인 거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온갖 스트레스를 불러올 일일것 같아.. 여튼 이건 뭐 흠잡을 데 없이 뻔하고 또 착한 영화이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이 맞이하게 되는 크리스마스는 한여름이다. 크리스마스는 물놀이지! 이러면서 스노쿨링하고 그러는데, 나는 크리스마스가 여름인 건 별로인 것 같아, 저렇게 한적한 섬은 역시 별로인 것 같아, 나는 도시가 좋아..라고 계속 보고 있다가, 어느 틈에 나는 저 여자가 처한 바로 저 상황을 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니까 보좌관은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닌데 괌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거기에서 가족들하고도 떨어져서 그리고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는거다. 자신이 이 출장에서 잘해내야만 진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거다. 그러나 일은 의원의 의도대로 되는게 아니라서 의원은 화를 내고 강제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거다.


그녀는 정치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보좌관이 되었으며 보좌관이 되어서는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했으며 이제 진급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적한 섬에 출장와서 짤릴 위기에 처한거다. 어딜 둘러봐도 풍경 좋은 바다가 있고 선한 사람들이 있다. 북적거리는 도시의 소음이 없다. 여기에서 어쩌면 자신은 그간 자신이 걸어왔던 가장 큰 인생 목표를 잃을지도 모르는 거다.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어진거다. 내가 내 의지로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니, 내가 내 의지로 섬에 들어가 살지 못하니, 이게 강제로 내게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도 괌에 출장갔으면, 갔는데 보쓰가 바라는 보고서가 아니라 보쓰가 바라지 않는 보고서를 올려서 짤렸으면, 짤려서 짤린 김에 에라 모르겠다 그 섬에 정착했으면....하게 된거다. 오, 신이시여. 제가 본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란 말입니까?!


나도 괌으로 출장가고 싶다. 갔다가 해고 당하고 싶다. 해고 당한 김에 눌러살고 싶다. 있는재산 다 끌어모아 괌에 집 한 채 마련해서 그냥 살고 싶다... 내 인생에 그런 날이 찾아올까요?





위 사진속 왼쪽 여자가 주인공인데, 저 큰 가방을 늘 메고 다닌다. 저 가방 너무 커서, 뭐든 다 들어간다. 섬에 도착해서 군대의 자료들을 살표보겠다고 저기 다 쑤셔 넣는데 다 들어가... 저 가방 너무 갖고 싶다. 저 가방 너무 갖고 싶어서 혹시 이거 브랜드 아냐고 회사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모르지만 구글에 이미지 검색해보라며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렇게 검색해봤는데 비슷한 가방 잔뜩 뜨지만 딱 저가방은 아닌것 같더라. 저 가방 뭐지..


큰 가방..큰 가방은... 안돼.

왜냐하면 큰 가방은 자꾸 뭘 넣게 한단 말야. 그렇게 무겁게 다니면 안되니까 부러 작은 가방 바꾸면 답답해져서 다시 큰 가방 가지게 되고, 큰 가방에 그러면 책 하나만 넣고 다니면 되잖아? 들어가는 족족 다 넣어버려 무겁게 만들어 버린다. 지금은 출근할 때 백팩 메고 다닌지 꽤 되었지만, 주인공이 저 가방 메고 다니는 거 보니까 갑자기 저 가방 갖고 싶어져버렸어. 나도 뭔가 책 쑤셔 넣고 다니고 싶다. 어깨 나가버리겠지. 안돼..근데 갖고 싶다. 안돼, 어깨 보호해라...




나는 전완근 좋아하지만 운동한 사람들의 등도 너무 좋아한다. 역시 사람은 운동한 등을 가져야 돼, 나도 운동한 등을 가져야겠다, 고 생각하면서 족발에 소주를 마셨더랬다. 운동한 등은 진짜 너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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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20 0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오늘 숙취가 아직 남으셨나 봅니다. 오늘 글은 뭔가 의식의 흐름이 다른 때보다 자유롭게 널뛰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0 10:25   좋아요 4 | URL
저도 쓰다가 자꾸 뭔가 생각나서 쓰게 되어가지고 등록하고나면 너무 긴 글이 .. 이 글도 너무 길어서 놀랐어요. 근데 읽어보니 거짓말, 크리스마스, 과거 연애담, 등근육... 이네요.
제가 회사에 구속된만큼 영혼이라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잠자냥 2021-05-20 10:58   좋아요 2 | URL
등근육 + 마지막 마무리는 가방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0 11:15   좋아요 2 | URL
가방은 또 제가 써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토요일에 가방 구경하러 더 현대 가볼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20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다부장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요. 결론은 저도.... 가방에 쿡!!!!
좀 더 쓰자면 크리스마스 & 가방 되겠네요.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가방이 제격이라는 교훈을 얻으면 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0 12:36   좋아요 2 | URL
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백화점에 다녀와야겠어요. 그나저나 저 가방 브랜드가 뭔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거랑 똑같은 거 사고싶네요. 막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다 넣고.... 너무 메고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5-20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부장님(왠지 저도 이렇게 불러야 할 것 같은...)은 연극 <라이어>는 절대 못 보시겠어요. 거짓말에 거짓말에 거짓말이 나오는 연극;; 아니 거짓말이 로맨스로 연결되지 않으니 괜찮으시려나요? 암튼 참.. 남의 의식의 흐름 보는 게 왜 재밌지? 오늘도 의아해하며 재밌게 읽고 갑니다 ㅋㅋ

다락방 2021-05-21 09:0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식의 흐름이란 무엇일까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보는 것도 스트레스 인것 같아요. 제가 이걸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제 스스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지요. ㅎㅎ

2021-05-2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21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5-20 2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남자 건으로 위로 노래 불러줬는데 노래 링크 따라갔더니 다른 남자한테 불러준 노래 있는 썰˝ 대박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21 09:08   좋아요 1 | URL
하아- 님..
키포인트는 이 남자들이 다 다른 남자야.

1. 다른 남자 건으로 2.위로 노래 불러줬는데 노래 링크 따라갔더니 3. 다른 남자한테 불러준 노래 있는 썰

이렇게 세명입니다.
인생 단순하게 살아왔는데 어느 한 지점에서 이렇게 꼬여버렸어요. 인생 뭘까..

감은빛 2021-05-21 16:4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총 세 명의 다른 남자가 하나의 거짓말 건으로 얽혔군요. ㅎㅎ

다락방 2021-05-21 16:48   좋아요 1 | URL
이제 아주 오래전의 일이네요... 크-

붕붕툐툐 2021-05-20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이 거짓말한 사람들 욕만 하고 본인 거짓말 얘기 안했음 너무 거리감 느낄 뻔 했어요~ 역시 인간미 넘치는 다부장님~👍 전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믿으셔도 된다는 거짓말을 하고 이만 총총...

다락방 2021-05-21 09:0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붕붕툐툐님 유머감각 있으시단 말 많이 들으시죠? ㅋㅋㅋㅋㅋ
제가 거짓말이 스트레스라는 걸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해봤으니 잘 알지요.
제가 인간미 넘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1-05-21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계속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간 영화들만 보시는군요.
게다가 전부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영화들이네요.

어렸을 때 저도 한 번 나이를 속이고 한 학년 위의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 관계는 딱 한 달 지속되었고, 금방 끝이 났죠.
언젠가 들킬거라고 생각했던 그 상황대로 들켜버렸거든요.
역시 거짓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락방 2021-05-21 16:52   좋아요 1 | URL
저도 다 존재도 몰랐던 영화들이에요. 넷플릭스 들어갔는데 있길래 충동적으로 봤어요. 제가 워낙에 크리스마스를 좋아해서요. ㅎㅎ

거짓말을 하고 또 지속시키는 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죠. 그걸 오래 끌고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왜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거기에 거짓말을 더하고 보태고 하면서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다가도 어느 순간 들켜버리면 ‘차라리 잘됐다‘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거짓말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합시다. 그렇게 유지되는 관계들만 인생에 내버려둬도 될 것 같아요. 그럴로 충분한 것 같아요. :)
 

집에 가면서 북플 보는데 책 구매 인증 올리는 날인가요? 정식 페이퍼 내일모레 책 한박스 더 오면 그때 쓰려고 했는데 일단 간단히, 어제 오늘 도착한 책들 올립니다. 술 취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사실 맞낭?

마음이 복잡해버려..
내일 또 한박스 살거임..

책 사려고 돈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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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5-18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다 못 읽고 오늘 반납한 책이라 안타깝지만 아무튼 방가방가.
정희진쌤 책 다시 읽는데 오늘 이 사진과 어울리는 말씀이 있네요.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다락방 2021-05-18 22:20   좋아요 3 | URL
저 지하철에서 북플 보는데 사람들이 막 책 샀대요. 저도 샀단 말예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8 22:33   좋아요 3 | URL
캐나다뷰는 역시 아침 시간이 적당하네요. 아니다, 새벽 시간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5-19 18:42   좋아요 0 | URL
캐나다뷰는 책과 함께일 때 가장 빛나는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5-18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아름다운 풍경입니당~♡ㅋㅋ저도 조만간 다음달 여성학 함께읽기 책이랑 이것저것 구매할래요!🤭

다락방 2021-05-19 18:42   좋아요 3 | URL
저 오늘도 알라딘에서 한박스, 예스에서 한박스 질렀어요. 예스에서 파자마를 준다는 바람에 그만..

단발머리 2021-05-19 18:45   좋아요 1 | URL
그럼 다음 페이퍼에는 책과 파자마 착용샷 나오는 겁니까? 🤭🤭🤭🤭🤭

다락방 2021-05-19 18:5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티셔츠도 받았는데 알라딘 티셔츠랑 예스 파자마를 입고...

근데 어쩐지 예스 파자마 사이즈 작을 것 같아서(프리 사이즈라지 뭡니까. 흥!) 조카 줄지도 모르겠어요. 으흐흐흐.

잠자냥 2021-05-18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낚은 게 몇 권 보이네요. 호호호 ㅋㅋㅋ

다락방 2021-05-19 18:55   좋아요 2 | URL
제가 오늘 주문한 것도 또!!! 잠자냥 님께 땡투를 드렸으므로 제 덕에 집 한채 구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잠자냥 님. 후후훗.

새파랑 2021-05-18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름꾼과 마음 겹치니까 반갑네요 ^^ 맨 밑에 사은품까지 ㅋ

다락방 2021-05-19 18:55   좋아요 1 | URL
읽지는 못하고 있는데 계속 사기만 해서 어쩌나 싶어요. ㅋㅋ 예스24 파자마 준대서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책 주문하고 왔다는 얘깁니다.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19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장님이시니까 이 정도 플렉스는 뭐~ 후훗~

다락방 2021-05-19 18:56   좋아요 3 | URL
저 오늘 두 박스 또 주문 했는데, 그것도 괜찮은거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