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야생마 - 환경이야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4
이재민 글, 원유성 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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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 때리지도 말고 잡아가지도 말아요. 야생에서 뛰어 다니게 내버려 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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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하, 이렇게 귀여운 백자평은 처음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2-03-12 19:24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을 사랑해요! 말은 짱 멋져요!! >.<

2012-03-1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3-1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은 마태우스님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

다락방 2012-03-13 16: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야생에서 뛰어 노는 그러나 이제는 그 흔적이 사라져버린 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ㅎㅎㅎㅎㅎ
 
먼 곳 창비시선 343
문태준 지음 / 창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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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면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던 문태준이다. 그 시를 읽는 동안에 나는 얼마나 가슴이 깔깔했던가. 그런 그가 이번에는 먼 곳 에 대해 말한다. 먼 곳 이라니. 머언- 은 아주 길게 발음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멀다는 느낌이 살아나니까. 머어얼다 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가슴이 저릿해진다. 먼 곳은 시인에게도 저릿한 저 너머인가.


먼 곳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지만, 먼 곳이 생겨나서 이별을 말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나의 마음이 사랑으로 그득해 먼 곳에 있는 당신에게 자꾸만 자꾸만 다가가려 해도, 당신이 그곳에서 나를 밀어내지 않아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내 발걸음은 좀처럼 당신에게 닿지 못한다. 이만큼 왔는데도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고 한다. 그 길이 지치고 그 거리에 지쳐서 나는 그만 내딛기로 한다.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이 생기고, 먼 곳이 생겨서 이별을 말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이라는 시인의 말에 이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는 쿵- 하고 울린다. 입밖으로 내지 않아도 공중에 꽉 차있는 이별의 말은 나에게 와 닿고 당신에게 가 닿는다. 이별하자, 라는 말을 내뱉지 않아도 이별은 그렇게 성립된다. 멀다. 멀어서 이별이다. 이별이라서 멀다.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고, 그러나 나는 당신을 기다려야 하는걸까.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으면, 당신은 그 돌을 딛고 내게로 다가올까. 그동안 그 먼 곳에 있었는데, 우리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었는데, 그러나 기다린다고 당신이 내게로 올까. 조금 더 오래 기다리면 올까.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나는 징검돌을 놓겠지만, 가끔 당신이 오나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보겠지만,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이 잘 살아갈것이다. 



나는 이제 이별을 알아서

그때는 가지꽃 꽃그늘이 하나 엷게 생겨난 줄로만 알았지요
그때 나는 보라색 가지꽃을 보고 있었지요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했으나
새의 울음이 나뭇가지 위에서 사금파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것만을 보았지요
당신은 내 등뒤를 지나서 갔으나
당신의 발자국이 바닥을 지그시 누르는 것만을 느꼈었지요
그때 나는 참깨꽃 져내린 하얀 자리를 굽어보고 있었지요
이제 겨우 이별을 알아서
그때 내 앉았던 그곳이 당신과의 갈림길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나는 처음부터 우리사이에 갈림길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그냥 당신을 그 길로 걸어가게 두었어야 했다. 당신이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내가 돌아서서 당신을 보았다한들, 미소 한 번 짓고 우리는 갈길을 가야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뒤를 돌아 당신을 보았고, 웃었고, 이야기했고, 당신의 손을 잡았다. 당신의 손을 잡았을 때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게 먼저이고 당신의 손을 잡은건 그 후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당신에게 내 손을 놓으라고 말했을 때, 그러나 당신이 싫다고 말했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며 웃는 대신, 나는 그 손을 억지로 뺐어야 했던걸까.  그러나 나는 이제야 겨우 이별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그전에도 이별은 알았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할 때마다 알게 된다. 그것도 겨우, 겨우 알게된다.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얇은 시집 한 권을 펼쳐들고 책장을 넘기는데 자꾸만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어두워진다. 지금은 분명 밝고 환한 낮인데, 어둡고 조용하다. 들리는 거라곤 쿵, 쿵- 하는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쿵- 하고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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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3-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쿵-하고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라니.. 다락방, 시인이 되어가는군요. 이별은 참 좋은(?) 선생님 같아요.

다락방 2012-03-12 19:08   좋아요 0 | URL
먼 곳 이라는 시를 읽는데 말이지요, 작년의 이별이 떠오르잖아요. 어휴, 그 때는 감당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또 이렇게 꿋꿋하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네요. 문태준의 시를 읽는데 정말로 쿵- 했어요.

책읽는나무 2012-03-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쿵~ 이소리는 떨어지는 이별소리가 아니고 님의 가슴에 내리박히는 소리입니다.
항상 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들이지만 참 사랑스럽게 글을 쓰신다는 것!
이별이야기도 슬프지 않고 왜이렇게 사랑스럽게 읽히는지...@.@

다락방 2012-03-12 19:10   좋아요 0 | URL
우앗, 책읽는나무님! 너무 구질구질한 글을 쓴 건 아닌가 해서 등록하고 좀 신경쓰였는데 구질구질하게 읽히지 않는것 같아 다행이네요. 설사 구질구질하다 해도 또 그게 저이니 어쩔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고 잘 지내봐야겠어요.
:)

2012-03-1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3-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님의 페이퍼에 이어 락방님의 이 페이퍼로 전 어제 구매해버렸고
내일 올거에요. 제게 주는 봄선물이랄까요.ㅎㅎ
문태준은 참 온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봄이 오긴 왔나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03-14 10:39   좋아요 0 | URL
봄이 오긴 온건지 모르겠어요, 프레이야님.
오늘은 좀 얇게 입고왔는데 출근길에 춥더라구요.
저 어제 새벽에 잠에서 깼다가 프레이야님 페이퍼 보고 그런 생각했어요. 프레이야님의 따님은 앞으로 한 2년간 세제 안사도 되겠다, 하고 말이지요. 하핫

프레이야 2012-03-15 07:57   좋아요 0 | URL
헤헤~~ 그러게 말에요. 퍼실 그거도 다락방님이 지름신 불러주신 거에요.^^
저도 집에 구매했구요.
 

 

 

 

 

 

 

 

 

 

 

 

 

 

일요일에 존 쿳시를 읽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가 없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 돌이켜보니 존 쿳시의 『추락』을 읽은것도 일요일이었다. 한숨 나는 밤을 맞이하게 되는 건 존 쿳시 때문이고 하필이면 일요일에 존 쿳시를 택한 나 때문이다. 젠장. 왜 일요일에, 그러니까 월요일이 다가올거라는 짜증스런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을때에 존 쿳시를 읽은걸까. 대체 왜.

 

이 소설은 어렵다. 내가 기존에 읽었던 존 쿳시의 다른 책인 『추락』과 『슬로우 맨』에 비해서도 어렵고 다른 작가들의 다른 많은 소설들에 비해서도 어렵다. 여자가 도끼로 찍어 죽였던 아버지가 살아있기도 하고 총으로 쏴 죽였던 아버지가 살아있기도 하는 장면들을 읽으며 나는 혼란스러웠다. 뭐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실재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상상인 것이지?

 

이 소설은 또 무섭다. 아버지를 죽이는 딸이 나와서 무섭냐고? 아니다. 어떤게 더 끔찍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섭다. 부조리하고 억지스러운 것들을 참아가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지, 그런것들을 없애버리고 혼자서 묵묵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지, 그것을 상상하는것이 무섭다. 괴롭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 혹은 혼자서 평생을 외롭게 지내는 것. 적어도 이 책안에서는 어느 한쪽에 대해 그러지 말지 그랬어,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을 선택해도 그 삶이 괴롭고 저것을 선택해도 그 삶이 괴롭다. 이 책,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읽는것은 무섭고 끔찍하며 괴로운 일이다. 『추락』을 읽었을 때처럼 쉽게 이 책으로부터 빠져나올 수가 없고, 외면하기가 힘이 들고, 잊을 수도 없고, 가슴 한켠이묵직하다. 다시 말하지만 괴롭다. 또 다시 말하지만, 아무에게도 이 책을 추천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일요일에는.

 

 

 

그러나 존 쿳시 책을 읽기 전에도 나의 일요일은 죽어 있었다. 그건, 내가 이 책, 『모든 죽은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재미있는 책은 오랜만인것 같아 나는 무척 신이 났었다. '존 코널리'의 다른 책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신이 났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러나 나는 그의 다른 책들을 읽기가 꺼려지고 말았다.

 

이 책은 두껍다. 그 두꺼운 책에 자꾸만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혼란스럽다. 이 인물이 저 인물과 섞이고 또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사람이 기존에 언급됐던 사람인가? 아, 어지럽다. 왜이리 많은 사람이 등장해야 했을까. 아니, 세상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이정도로 많은 인물들의 등장은 당연한 것인가.

 

그러나 이 책이 지긋지긋해지는 건, 너무나 많은 죽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제목이 모든 죽은 것, 이라서일까. 나중엔 고개를 저을 정도로 죽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집에서도 길에서도 물 속에서도 죽음이 튀어나온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 죽음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죽음이 나오고 또 죽음이 나오고 계속 죽음이 나온다.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이니 죽음이 멈추지 않는것이 당연하다 치더라도, 아, 그래도 그 모든 죽음들이 너무 끔찍하다. 이 인물들까지 죽이는 건 좀 심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다. 누구의 죽음인들 심하지 않은 죽음이 있으랴마는, 그래도 여기까지 나가는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재미는 있지만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지만 범인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었지만, 끝까지 등장하는 그 숱한 죽음들 때문에 처음 책을 읽을 때 느꼈던 재미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다음에는 내 일요일이 죽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죽어버린 내 일요일.

 

 

다 내 잘못이다. 이 책을 읽고 이미 죽어있었던 일요일에 존 쿳시를 꺼내들다니. 내가 미쳤었나보다. 이럴 줄 몰랐어? 이럴 줄 몰랐냐고. 이거봐, 자정을 넘겼는데 안 자고 있잖아.

 

 

 

그렇지만 이 책, 『모든 죽은 것』에서도 분명 삶은, 살아있음은 존재한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이 세상의 사람들이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것들은 '마찬가지' 혹은 '다르지 않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사랑 같은 것.

 

앙헬에게는 루이스가 필요했고 루이스도 나름대로 앙헬을 필요로 했지만, 관계의 균형이 앙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었다. 남녀든 남남이든, 모든 관계는 결국 한쪽이 더 간절하기 마련이었고, 간절한 만큼 괴로움도 컸다. (p.470)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사는 사람도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도, 사랑에 대해서 간절하고 괴로워하는 마음이 같다. 그건 여기에 사는 나와 별로 다를바가 없다. 나 역시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약자였고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강자였다. 나는 약해서 괴로웠고 상대가 내게 힘이 너무 세서 고통스러웠다. 상대가 내게 힘을 쓰고자 함이 아닌데, 나에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쳐서 고통스러웠다. 나는 내가 이토록 약하다니,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더 강한 쪽이었을 때는 덜 힘들었던 게 아니다. 나는 내가 강자임을 느꼈고, 상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상대는 나의 힘이 너무나 세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았지만, 그건 그런대로 괴로웠다. 내가 상대에게 그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힘들고 싶지 않았던것처럼 상대도 그런식으로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에 있어서 약자가 되든 강자가 되든, 어느쪽이든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에 인용한것처럼, 사랑이, 사랑을 할 때 곁에 붙어 함께 하는 모든 감정들이-질투와 시기 혹은 외로움과 절망- 간절한 만큼 괴로웠다. 내가 가장 괴로웠을 때는 내가 가장 간절한 때였다. 바꿔 말하자면, 내가 간절하지 않으면 괴롭지도 않았다.

 

 

말이란 공허하고 부질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모든 맹세는 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맹세 또한 그렇다.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있을게." (p.473)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있겠다는 말은 얼마나 근사한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나는 여기 있을거야, 늘.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거야. 네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게. 그러나 그 모든 말들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내가 힘들때 너를 불러도 될까? 라는 물음에 언제든지 니가 부르면 달려갈거야, 라고 말했던 상대가 그러나 나에게 달려왔던 적은 별로 없다. 그것은 상대의 잘못은 아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그때마다의 사정이 있는 법. 나 역시도 그렇게 말하고나서 달려가지 못했던 적이 더 많았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어서,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서, 내가 지금 아파서.. 세상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달려가지 못하는' 이유들. 그 뒤로 나는 장담하지 않았다. 단언하지 않았다. 내가 야심한 밤에 널 부르면 너는 내 부름에 응답할까, 하는 상대의 물음에 그건 그때가 되봐야 알지 너에게 달려간다고 말하고 사정이 있어서 달려가지 못하면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되잖아. 나의 말을 상대는 얼마나 이해했을까. 얼마만큼을 받아들였을까. 그러나 그가 불렀을 때 나는 매번 달려나갔다. 나는 매번 달려나갈거라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었는데. 그러나 그것은 내가 간절했고 그만큼 내가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약자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어쩌면 '달려갈게'라는 헛된 맹세일지도 모르겠다. 오지 않을 줄 알지만 정작 부를 수 없겠지만 '내가 안 불렀기 때문이야' 라는 말 뒤로 숨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말로는, 너에게 언제든 달려갈게, 라고 말하는 것에 위로를 받고 그 말을 붙잡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뭐가됐든, 간절하지 않으면 괴롭지도 않다.

 

 

 

 

죽어버린 일요일은 가고있다. 갔다. 살아있는 월요일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이번엔 좀 살아있는 책을 선택해야 겠다. 죽어있지 않은 것, 살아 있는 것. 간절하지 않은 것 그래서 괴롭지도 않은 것. 책장앞에서 조금 서성여야겠다. 살아있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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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2-03-12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화차 보고 들어왔는데 화차도 일요일에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좋은 밤 되시고 좋은 월요일 맞이하시길 :)

다락방 2012-03-12 09:49   좋아요 0 | URL
좋은 월요일 보내고 있나요, 라일라님? 저는 화차를 몇년전에 책으로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영화도 아주 좋다는 말들이 많던데 일요일에 볼 만한 영화는 아니었군요. 어쩐지 끄덕끄덕하게 되네요.

하아- 시간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고 어쨌든 월요일은 시작되었습니다. 잘 보내봅시다, 라일라님!

레와 2012-03-1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다른 주말이 다가오고 있어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다락방 2012-03-12 10:54   좋아요 0 | URL
주말이 없다면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레와님?

한시간만 있으면 점심시간이에요! 힘냅시다!

moonnight 2012-03-1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다락님. 존 코널리가 다락님의 일요일을 죽여버렸군요. -_ㅠ
그나저나, 루이스-앙헬 커플은 참 귀엽지 않던가요? +_+;; (라고 급히 화제를 돌린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하기도 하고 당연하기도 해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인 건 진리. 게다가, 처음에는 분명 제가 강자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자가 되는 걸 체감하는 느낌은 참.. 슬퍼요. ㅠ_ㅠ 조관우의 '모래성'의 가사에 많이 울었던 적 있었지요. 그 왜, 괜찮아요. 나도 예전엔 누구의 마음 아프게 한 적 많았죠. 하는 대목이오. ^^; 뭐, 이젠 다 옛일이지만.( ");;;;;

어제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너무 슬퍼서 해품달 재방송 보면서 맥주랑 와인이랑 막 마셨더니 지금은 배가 너무 고파요. ㅠ_ㅠ 얼른 점심시간 되면 좋겠어요. 다락님도 점심 맛난 거 드시고 힘내서 오후 근무 잘 하셔요. ^^

다락방 2012-03-12 12:13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이 왜 죄송해요!! ㅎㅎㅎㅎㅎ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너무 많이 죽더라구요. 정말 지겹게 죽더군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댓글로 차마 쓸 수가 없지만 **의 죽음이 가장 어처구니 없었어요. 이건 뭐야..싶어졌달까요. 저는 루이스-앙헬 커플이 좋긴한데요 레이첼이 너무 좋아요. 레이첼하고 버드(맞나요? 기억이 잘;;)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막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제발 잘 되라, 잘 되라 막 이런 마음으로 봤어요. 이 시리즈를 안읽고 싶기도 하다가 또 그 커플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읽고 싶어지고 막 그런 상태에요. 그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ㅠㅠ

점심시간이에요, 문나잇님. 저는 어제 침대에 완전 널브러져 있었어요. ㅎㅎㅎㅎ 책 가지고 뒹굴뒹굴 ㅋㅋㅋ 일요일이 가고 있다는 월요일이 오고 있다는 지독한 슬픔이 저를 넘어뜨려 버렸지만, 뭐, 어쨌든 월요일을 맞고 있습니다. 잘 보내봅시다. (배고파요 ㅠㅠ)

2012-03-1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3-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꽤나 괜찮아 보이는 외국소설이 눈에 들어와도 쉽사리 손이 가질 않아요. 한국 소설만 읽자,하는 마음가짐을 몇달동안 품고 그대로 행했기 때문인지 이제는 외국 이름이 영 어색해서 말이지요.
책에서의 죽음은 늘 끔찍해요. <채홍>에서도 죽음이 나오는데 남매간의 뼈저린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죠. 이 책때문에 계속 우울해요. 힘들고. 학교에서는 <채홍>을 들고서는 야설이라고 놀리고... 그런책이 아닌데 ㅠㅠㅠ

다락방 2012-03-12 19:23   좋아요 0 | URL
읽지 않은 사람에게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때때로 부질없어요, 소이진님. 줄거리를 말해봐, 라고 한다면 키워드가 들어가게 되고, 줄거리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동성애소설, 야설, 불륜소설 등으로 정의내려지기 쉽죠. 그 책 한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줄거리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데, 그래서 읽지 않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꽤 어렵고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이에요. 인물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감정들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을 읽지 않고 줄거리만으로 그것이 어떤 소설이다, 라고 말하는 건, 좀 어리석지 않아요?

읽지 않은 자들이 하는 말에 그렇게 마음 휘둘리지 말아요. 소이진님은 그것을 읽었고, 설사 그것이 야설이라고 해도, 소이진님이 거기에서 받은게 크다면, 소이진님에게는 감동적인 소설이 되는거에요. 제가 소이진님 서재에도 댓글 남기고 왔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궁시렁 거리세요. 울지말구요!
 
언 손 창비시선 320
이세기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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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별점을 주는 일은 어렵다. 내가 잘 읽지도 못했으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 영 내키질 않는다. 리뷰를 쓸 때 별 점 없는 리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별 셋을 연두색으로 색칠해두고 내가 잘한건지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매사가 그렇다. 이게 잘한걸까, 잘하고싶다, 이런 생각들의 반복.


엊그제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 택시를 탔다. 술자리는 열 시쯤 파했으니 지하철을 타도 충분하고, 나는 술을 마셔도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집에 조카가 와있었다. 나는 조카가 잠들기 전에 얼른 들어가서 조카를 보고 싶었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이내 후회했다. 차가 너무 막혀.. 택시 안에서 친구랑 통화를 했다. 친구와 통화를 했다고 해서 답답한 나의 마음이 해소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화를 끊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기사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나는 내가 그렇게 커다란 한숨을, 기사님께도 들릴만한 한숨을 내뱉었다는 걸 기사님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고, 적당히 술을 마셨으며 또 이 기사님을 다시 보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주 편하게 말했다. 답답하다고. 일상이 답답하고 지겹다고.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기사님은 우리 모두가 그렇다고 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라고.



부채


왜 이리 사는 게 힘드냐

아내가 모로 누운 채

어젯밤에 한 말이다


나는 딴청을 부리듯

부채를 부친다


여울물을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 먹점 찍힌

부채는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킨다


왜 이리 덥냐며 딴 시늉을 걸지만

달력에 기일이며 약속들이

밤고양이마냥 오는 게 아닌가


부채야말로 내 더위쯤 우습게 아는가

악귀라도 쫓는 양 부채는

바람을 일으킨다


덥기로 따지자면 모로 누운 아내의 

침묵이 더 더운 법

나는 또 부채를 찾는다


머리맡에 가까이 둔

부채로 나는 또

소리가 나도록 바람을 일으킨다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일상의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택시 기사님에게도 삶은 때로 답답한것 투성이었고, 시인의 아내에게도 삶은 힘든것이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만나야 할 때를 제대로 잘 알고 만나는 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 시집은 내가 가지고 있던 시집이고 2년전에 이미 한번 훑어봤던 시집이다. 나는 시를 외우지 못하고 이 시의 분위기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출근준비를 하다가 책장에서 이 시집을 그냥 무작정 빼들고 나왔다. 무슨생각 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바로 지금이 이 시집이 나를 만나야 할, 아니지, 내가 이 시집을 만나야 할 적당한 때였다. 바로 그 때.



생계 줍는 아침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살얼음 갯바위 틈새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


갯바위를 걸어서 

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


생계 줍는 아침



아! 생계를 '줍는' 아침이라니! 오늘 아침의 내가 그랬는데. 출근길 버스안에 지독하게 사람이 많아서 지쳤었는데. 나야말로 생계를 줍고 있었던게 아닌가. 생계를 줍고 있다. 내가, 그리고 어느 먼 곳의 할머니들이. 우리는 모두 생계를 줍고 있다. 아침마다 혹은 밤마다. 


엄마가 팔 수술을 하시고 깁스를 하고 계셨을 때, 퇴근후의 설거지는 내 몫이었다. 먼저 퇴근한 남동생이 할 때도 있었고 아빠가 할 때도 있어서 실상 내가 설거지를 한 날은 몇 날 되지 않지만, 나는 설거지가 무척 스트레스였다. 내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나서도 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이 좀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그러나 나만 그런것은 아닌데. 아빠도, 남동생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다 돌아온건데. 왜 나는 유독 이러는가. 하루는 설거지를 하다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설거지를 끝내고 잠깐 나갔다온다고 말한뒤에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집 앞 시장으로 갔다. 무작정 걸었다. 이제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이 보이는 그 길을, 여전히 무언가를 사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그 길을. 시장을 두 바퀴 돌고 나니 나는 진정이 되어 있었다. 



굴봉 까는 저녁


물때에 젖은

야윈 손이


한 종지

강굴을 까서

앞에 놓고


공양하듯

모시고 앉아


돌부처마냥

웅크리고 앉아서


시장통을 

오가는

어둠을 바라보는


굴봉을 까는 저녁




저들도 그럴까. 웅크린채로 어둠을 맞아들이며 앞에 놓인 물건들이 다 팔리기를 바라는 저들도 지금은 답답한 마음일까. 후딱 팔리고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초조한 갈망이 섞여있겠지. 나는 답답하다고 뛰쳐나와 시장에 나왔는데, 이미 시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답답하면 어디로 뛰쳐나가지? 그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위로가 되는걸까?



연애편지에 꾹꾹 옮겨담을만한 시들은 아니지만, 나 혼자 가만히 읽기에는 적당한 시들이 이 시집 안에 있다. 이 시집안에 있는 건 삶이고 생계이다. 소설과 영화와 음악이 그러한것처럼 시가 하는 역할도 다양하다. 사랑을 고백할 때 빌려올 수도 있지만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두가 가장 흔하게 내뱉는 위로 -너만 그런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어-, 그것을 이 시집도 하고 있다. 시인은 시로써 위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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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2-03-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생계줍는 아침이라니 제목 정말 끝내주네요 +_+ㅋ
저는 오늘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쓰레기만 잔뜩 주웠네요 ㅋㅋㅋㅋㅋㅋ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다락방님 :D

다락방 2012-03-09 16:07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생계 줍는 아침이라니. 속이 쓰려요. 뭔가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아 핑키님 ㅠㅠㅠㅠㅠㅠㅠ 분리수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레기 ㅠㅠㅠㅠㅠㅠㅠㅠ생활인의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중고샵에 시디 산 예치금이 오늘 입금되서 완전 신나요! 엊그제 주문했는데 오늘 또 할 수 있겠어요. 꺅 >.<

차좋아 2012-03-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세 개. 애매할 때 저도 세 개 줘요 ㅎㅎ

여자들의 설겆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살림 전담의 인식에 대한 푸념을 들을 때마다 경각심이 들어서 좋고 뜨끔하고 찔리고 그래요. 고마워 할줄 모르는 남자들. 고마운거 다 아는 가족들.

다락방 2012-03-09 16:10   좋아요 0 | URL
오, 차좋아님 설거지 안하고 사십니까? 요즘에는 설거지는 당연히 남자 몫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설거지 하는 남자들 엄청 많잖아요. 아닌가? ㅋㅋㅋㅋㅋ 전 집안 살림은 너무 힘들어요. 육체적 소모가 엄청나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대박이고. 그래서 밖에서 일하는게 더 나은데, 이건 아마도 제가 그동안 살림은 안하고 바깥에서 일하는 것만 해서 그런것 같아요. 그게 습관이 되어서. 어쩌다가 설거지 한 번 하면 녹초가 되요. 그냥 한 식구가 밥 먹은 거 설거지만 하는데도...하아- 스스로가 모자라게 느껴지네요.

차좋아 2012-03-13 12:42   좋아요 0 | URL
종종 해요! ㅋㅋㅋ 때때로라고 해야하나 ^^

파란놀 2012-03-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서로 즐겁게 어울릴 힘이 남을 만큼
하루하루 보내지 못하니까
설거지조차 힘들 수밖에 없어요.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회사에서
이른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기운을 다 빼앗기잖아요.

다락방 2012-03-12 08:5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기운을 다 빼앗겨요. 그렇지만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일텐데..저만 유독 설거지에 대해서 엄살이 심한가봐요. 저만 이렇게 사는건 아닌데 말이죠.

moonnight 2012-03-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슬퍼요. -_ㅠ


내가 하는 고민들은 뭔가 복에 겨웠구나. 하는 죄책감(?) 같은 게 들어요. 나름 괴로운데도. 응차. 하고 힘내서 살아야겠어요. 어제 맥주 너무 많이 마셔서 아직도 머리가 아픈 달밤 올림. -_-;;;;;

다락방 2012-03-12 09:50   좋아요 0 | URL
저는 토요일에 와인을 뚝딱 한 병 다 마시고 헤롱헤롱 거리다 잤어요. 그래서인지 일요일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침대에 콕 처박혀서 나올줄을 몰랐네요. 하하하하.
월요일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으니 생계를 줍는 날들이란 생각은 뒷편에 밀어둔채로 힘을 내서 살아봐야겠어요. 그런데 어깨가 뭉친것 같아요. 흑흑. 매일매일이 고단해요. 흑흑.

이진 2012-03-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문학으로서의 시가 아닌 공부로서의 시를 읽어야할 처지가 되었는데 예전부터 쭉 제겐 시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나마 다락방님이 올려주시는 시가 딱 제 감성에 맞는, 수준에 맞는 시들이라 마음에 엄청난 감동을 품으면서 읽지요. 윤동주 시인이나, 이육사 시인의 저항시들은 도저히 제게 감당이 안됩니다. 크... 제게도 시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는걸요 ㅠㅠㅠ

다락방 2012-03-12 09:52   좋아요 0 | URL
시를 읽는것도 그림을 보는 것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보다는 잘 감상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림 볼줄도 모르거든요. 그림을 보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느끼는 것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제 가슴에 잘 닿지를 않더라구요. 시도 그래요. 함축과 은유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때부터 제 머리는 핑핑 돌아가죠. 제가 어려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하느라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공부로서의 시를 읽지 않아도 문학으로서의 시를 접하다 보면 공부는 저절로 될텐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는게 아니라서 씁쓸해요. 시는 그저 학문이 되어버리고 말지요.

마노아 2012-03-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요. 우리 서로를 위로해요.

다락방 2012-03-12 09:53   좋아요 0 | URL
지겹고 지긋지긋한 시간들은 지나가기 마련이죠. 그게 시간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직장생활에 대한 슬럼프

텅 빈 머리

이별 후유증

살랑이는 봄바람

대책없는 미래

불확실한 미래

꿈 조차 없는 일상

꿈 꾸려는 의지초차 없는 무기력함

자잘하고자잘하고자잘하고자잘한 많은 고민들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초조함

길어진 낮

짧아진 밤

신경질나는 오전

지쳐버린 저녁 

지긋지긋한 매시간

지겨운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

늘어나는 한숨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이런걸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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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3-0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어떻게 견디고 계시나요~~?

꼬마요정 2012-03-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힘내세요!!
그래도 우리에겐 이런 공간이라도 있고, 다락방님에겐 멋진 글솜씨가 있고, 또 이런 시간은 모두에게 다 적용되니까 공평하기도 하고... 또...

그나마 위안인 건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거요...^^;;

종혁 2012-03-0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답은 이미 알고 계신데 억지로 피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파란놀 2012-03-0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휴가를 떠나잖아요.

제 친형님은 회사살이가 너무 고달프다며
사표를 쓰고 여러 달 여행을 다니더라구요 ^^;;;;
그래도 회사에서는 못 자르고
여러 달 휴가 처리 해 주고
다시 일하라고 하더라구요 @.@

. 2012-03-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님은 식욕이라도 있으셔서 부럽다고 한다면... 욕먹을까요?

이진 2012-03-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확실한 미래, 좁은 미래, 가능성없는 미래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고민하지마셔요 다락방님. 우리가 하는 고민중에 97퍼센트가 전혀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합니다.
힘들어도 하지마시고, 그 힘듦을 몸으로 이겨내려고도 하지마요. 그냥 웃고 즐기면서 살라고 하고싶지만, 또 웃을곳이 없는 ....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blanca 2012-03-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참 날이 갈수록 산적한 문제들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이 산을 넓으면 평지가 나온다고 믿었는데 이젠 이 산을 넘으면 또 자잘한 언덕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힘내시고 저도 힘내요. 다 같이 힘내서 나날들을 잘 견디어 봐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책을 안 참기로 했습니다. 지르려고요.

버벌 2012-03-0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정하면.... 좀 나아지더라구요. 상황을 그냥 인정해버리면..

(요즘 일이 폭풍같이 늘어서 손가락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버벌의 말이었어요.
아.. 이러면 안되는데~ 눈물이 나네~ ㅠㅠ)

버벌 2012-03-0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임.

블랙베리가 요즘 맛이 갔어요.... 우짠데요.
ㅠㅠ

dreamout 2012-03-0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미,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참조 요.
나름의 탈출, 묘기, 서커스 할 필요 있음.
순전히 개인 의견임 .

세실 2012-03-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나만 그런건 아니다라고.....생각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것?
어제 제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 내 잘못으로 오랜동안 만나지 못했어요. 큰 맘 먹고 친구 집앞으로 가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둘이 함께 울어버렸답니다.그러고 나니 지루한 일상도, 우울했던 마음도 조금은 해소가 되더라구요.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 보세요...토닥토닥!

2012-03-08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3-0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한 줄 한 줄이 막 가슴에 와닿아요. ㅠ_ㅠ
꿈꾸려는 의지조차 없는 무기력함. 딱 제 얘기라는 -_-

저는 오늘도 하루를 견디고 나면 맥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라는 주문을 외웁니다. (쓰고 나니 너무 슬프다. ㅠ_ㅠ)
사랑하는 다락방님. 식욕이 있다는 건 젊다는 뜻이에요. 저는 요즘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슬퍼요. 오직 술 생각만 나요. (진짜 슬프다. ㅠ_ㅠ)

좋은날 2012-03-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기 때문에 겪어야 할 일들이 아닐까요? 견뎌내는게 아니라 죽을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살았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그리고 수다와 신세한탄으로 친구를 많이 괴롭게 한 것 같아요.
저는 다락방님이 참 솔직하고 소탈한 사람 같아서 좋아요.

... 2012-03-0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번 주에는요, 한 도시를 정해서 그 도시의 여행책자와 지도를 보면서 시간단위로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묵을 곳을 정해보고 가격을 비교하고 들를 곳들을 체크하고 티켓가격을 알아보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예상가능한 문제점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예요. 물론, 아직 항공권도 숙소예약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계획짜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게 나타나서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요 :-)
http://www.groupon.kr/app/product/today/592

poptrash 2012-03-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견뎌요

달사르 2012-03-0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런걸 우리는 어떻게 견뎌내며 살고 있는 걸까요. 다 털어버리고자, 휴가 기간만 악착같이 기다려보지만, 다시 돌아오는 일상이 못견디게 괴로울 때가 많아요. (위에 적으신 글들이 하나같이 공감되네요. 흑..ㅠ.ㅠ)

하. 그렇게 한시절 보내다 어느순간 문득 느껴지는 깨달음에 잠시 행복해하지만 다시 일상의 괴로움은 반복이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견뎌내는걸 보면 참 징하다..싶어지구요. 삶은 이렇듯 징한 거 같애요.

근데 다락방님의 글은 이런 글조차 왜이렇게 좋은 겁니까. 너무 솔직해서,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