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종옥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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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밸런타인 데이에는 회사 동료직원들에게 시집을 한 권씩 선물했었다. 올해도 시집을 할까, 하다가 늘어난 직원들 탓에 시집 한 권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퍼뜩,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게 떠올라 검색했고, 역시나 이 책은 한 권당 4,950원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오, 놀라운 가격이다. 이 책은 밸런타인 데이 선물로 초콜렛 대신 주기에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맞춤한 책이 아닌가! 그래도 직원 수대로 사기는 당연히 부담스러웠던 터에, 마침 해외며 국내 다른 공장으로 출장간 직원들은 빼버리기로 하니 열다섯 권만 구입하면 되었다. 그래, 눈 딱 감고 열다섯권 주문하자. 자꾸만 내 돈, 하고 돈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지만 다른 직원들로부터 초콜렛을 받아 먹고 가만 있기도 거시기하고, 그렇다고 나 역시 초콜렛을 줘 의미없게 몇 분간의 달콤함을 선물하긴 싫고, 애초에 이 책의 낮은 가격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자'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던만큼, 그래, 나도 거기에 한 몫을 하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며 아울러 책을 읽지 않았던 동료 직원들에게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도록 하자, 하고 선택했다.


이 책을 선물하며 작은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일 년에 한두권도 채 읽지 않는 직원들이 선물받은 이 책을 읽고 내게 말하는거다. 읽어보니 황정은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읽어보니 정용준의 작품이 좋았어요, 라고 말하게 되는.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혹여라도 주말에 이 책을 읽고 온 직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러나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 이 책이 그다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은의 작품 <上行>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 물론 좋았다. 그리고 제목에 이끌려 읽은 박솔뫼의 작품 <우리는 매일 오후에>는 난해했다. 나는 상징과 은유에 그다지 끌리지 않는 사람이고, 박솔뫼의 글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 힘이 딸렸다. 그 상징과 은유들이 벅차 아, 이것은 마술적 리얼리즘인거냐, 하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다. 게다가 대상을 수상한 <거리의 마술사> 역시 이해될 듯 하면서도 내 손에 잡히기엔 좀 먼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좀 더 단순하게 현실을 말해주면 좋을텐데, 무엇이 사실인지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용준의 단편, <당신의 피>는 읽으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을 생각나게 했다. 경계를 갔다온 느낌, 그 느낌을 정용준 단편의 주인공이 알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정용준의 다른 책들을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어딘가에서 읽은 작품인데 그게 어디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작품은 읽고나서 크게 기억에 남는다던가 하는 단편이 아니었던지라 제목 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첫 줄을 읽자 바로 떠오르면서, 이 작품에서 아마도 라식 수술하고 비행기 타면 안구가 터진다고, 그래서 파일럿이 되기를 포기했다고 하지 않았나, 하고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읽었는데, 오, 역시나 맞았다. 지난 주말 만난 친구는 수영으로 몸매를 끝내주게 만들었는데, 그 친구가 『안나 까레니나』에서 등장인물이 피로를 풀기 위해 잠깐 수영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기억하냐며, 그 말이 자기에게도 들어맞는다고 했더랬다. 나는 그 장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아 역시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는 걸 기억하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이장욱의 단편에서 안구가 터지는 건, 나 역시 라식수술을 했기 때문에 등장인물과 같이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김미월'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과, '손보미'의 <과학자의 사랑>은 괜찮았다. 다만,


이 책이 '밸런타인 데이 선물' 이라는, 다시 말해,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읽으며 다른 작가에 대해 호감을 표하고 혹은 한 작품에 대해 푹 빠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내 의욕이 앞서, 책을 잘 안읽는 사람들에게 좀 부담이 되는 책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박솔뫼의 글과 김종옥의 글을 읽으며 동료 직원들은 뭐지 뭐지 갸웃하게 될 것 같았다. 그들을 책에 좀 더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책과 좀 더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선물했는데,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좀 더 쉬운, 좀 더 '재미있는' 책을 선택해야 했었는데... 그러나 이 모두는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니 실제 그들이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게 될 지는 알 수가 없다. 가장 높은 확률은 그들이 올해가 가기전에 이 책을 읽지 않는다......에 걸어야 하겠지만. (내년엔 읽게될까? 단편이니 읽기에 괜찮을텐데..)





시골에서 살면 좀 나을까 싶어서 알아보러 내려온 거거든. 나, 도시에서 사는 건 이제 싫다. 육 개월 단위로 계약서 써가며 일해봤냐. 사람을 말린다. 옴짝달짝 못하겠어. 마땅하지 않은 일이 생겨도 직장에서 한마디할 수 있기를 하나. 눈치만 보게 되고 보람도 없다. 계약서 갱신할 날이 다가오면 가슴만 이렇게 뛴다. 다 때려치우고 이런 곳에서 한적하게 살아볼까 싶었는데 만만치 않네. 시골에서도 뭐가 있어야 산다잖냐. 내가 참, 뭐가 없는 놈이구나, 이런 생각만 들고, 괜히 왔다. (황정은, <上行>, p.152)




남자는 여전히 자고 있고 자고 있는 몸은 작아서 내가 잘못 뒤척이면 내 몸에 깔려버릴지도 몰랐다. 내가 너를 깔아뭉개면 안 되는데 너는 살아 있고 사람이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작아진 네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너를 깔아뭉개는 것은 잘못이다. 웃다가 갑자기 몸이 작아진 네가 사람이 아니라 그렇다고 동물도 아니고 아주 이상한 것이라고 해도 너를 깔아뭉개는 것은 잘못이다. (박솔뫼, <우리는 매일 오후에>,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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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2-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가 그렇게 재미있다던데.. ( ")
내년 발렌타인데이엔 이 책을 선물해봐요!!!

다락방 2014-02-17 11:4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아무래도 선물을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로 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물씬 들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moonnight 2014-02-1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제가 선택해서 책 선물은 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선택해서 주는 책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ㅠ_ㅠ 저는 명절 때 직원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해서 사 주는데요. 가끔 너무 비싼 책을 고르는 직원들이 있다는 슬픈 현실이. -_-;;;;;;;;;;;;;;;;;

다락방 2014-02-18 14:39   좋아요 0 | URL
아니 그 직원들은 왜 비싼 책을 고르는거죠? -0-
명절에 책을 주는 직장 상사라니..멋지네요 ㅠㅠ 문나잇님은 멋진 분이십니다!!

저는 책 선물을 잘 하는 편인데요, 특히나 직장 동료들은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꼭 책을 사서 주고 싶어집니다. 뭐, 사준다고 다 읽는건 아니지만요 Orz

꿈꾸는섬 2014-02-18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렌타인데인 초콜릿대신 책선물은 좋은 생각인것 같아요. 초콜릿처럼 달달한 책 찾아서 저도 내년엔 책으로 할까봐요.ㅎㅎ

다락방 2014-02-18 14:40   좋아요 0 | URL
초콜렛보다 책이 더 낫다고 저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초콜렛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요. 인원이 많을 경우에 말이지요. 내년부터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엉엉 ㅠㅠ
 
















'나의 아비를 위로 치웠다.' 헤르브란트 바커르의 데뷔작 『그곳은 평화롭겠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참으로 뛰어난 첫 문장이다. - 헤트 파롤


이 책의 뒷표지에서 이런 추천사를 봤다. '아비'? 아비라니, 아버지를 말하는건가? 아니면 이름이 아비(Aby) 라는건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비가 아버지를 지칭하는 건 맞지만 그게 호칭으로서의 아비인지 이름으로서의 아비인지 아직 분간이 안된다. 



이 책은 네덜란드 소설이고, 그래서 나는 네덜란드 원서를 찾아 첫 문장을 확인해보면 금세 확인될 수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마존닷컴에서 검색한 네덜란드 원서는 미리보기가 안되더라. 해서, 영어로 번역된 책을 찾아 첫 페이지를 봤다. 이렇게 되어 있었다.





아비는 아버지를 가리키는 호칭이 맞았다. 아직 이 책의 50페이지까지 밖에 읽지 않아서 왜 굳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않고 아비라고 하는지, 영어에서는 father 로 번역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아비'라고 번역한건지 그 이유를 갸웃해하며 생각해본다. 아버지를 아비라고 칭해야 할 이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아비'는 '아버지의 낮춤말' 이라는데, 어쩌면 굳이 낮춤말을 써야 했던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은 아버지를 현재, 50페이지까지에서,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홀대하고 있으니까. '배고파' 라는 아버지의 말에 '가끔은 누구나 배가 고파요' (p.16) 라고 대꾸하고 '목말라' 라는 아버지의 말에 '가끔 목마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p.21) 라고 대꾸하니까. 그 홀대의 의미에서 굳이 아비라고 번역했을거라 짐작은 하지만, 굳이 그래야 했던걸지는 모르겠다. 네덜란드 원서에도 아버지를 낮춤말로 표현했을까? 여튼 읽는데 아비 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툭툭, 걸린다. 그리고 '위로 치웠다'고 되어 있는데 위층으로 옮긴거니만큼 '위층으로 치웠다' 고 쓰는게 낫지 않았을까. 난 위로 치웠다고 해서 침대를 반으로 갈라 윗쪽에 놨다는 줄 알았다, 처음엔. 그러나 위층으로 옮긴거였다. 



내가 이 소설을 어떻게 알게된건지를 모르겠다. 내가 이 소설을 어떻게 알고 읽으려고 사둔거지? 그건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고 '아비'가 자꾸 소설에서 나를 튕겨져 나오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오랜만에 만나는 꼭꼭, 천천히 씹어 읽고 싶은 그런 소설이다. 차악- 가라앉은 분위기, 비밀스런 무언가가 그 가라앉은 분위기에 숨겨져 있을거란 어렴풋한 짐작. 그것들은 나로 하여금 천천히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게다가 네덜란드 소설이라니, 이 얼마나 낯선가! 모르는 단어, 모르는 문장들마다 친절하게 붙어있는 페이지 하단의 주석은 이 책을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나는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주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모르면 모르는채로 넘어가도 괜찮은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띄엄띄엄 읽긴하는데, 네덜란드라는 아주 낯선 나라, 그 나라의 풍경에 대한 주석은 아주 흥미롭다.



길을 뺑 돌아 양들의 방목장으로 가서는 양들의 숫자를 세어본다. 암양 스물세 마리, 숫양 한 마리, 모두 모여 있다. 빨개진 암양들의 엉덩이를 보니, 숫양을 치울 때가 된 것 같다. (p.18)



위의 문장에 주석이 달려 있는데 그 주석은 이렇다.



* 양들의 번식을 위해 매년 가을 숫양 한 마리를 빌려 암양들과 교미시키는데, 숫양의 배에는 빨간색 스탬프 통이 채워져 있어 숫양이 암양과 교미를 하면 암양의 엉덩이에 스탬프가 찍힌다. (p.18)



앗. 신기하다. 재미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네덜란드에 가게 된다면, 양목장을 방문해 암양의 빨간 엉덩이를 보게 된다면, 나는 그 때 아마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저 양, 좀전에 숫양과 교미했구나, 하고. 

또 있다.



"신터클라스 파티 했으면 좋겠어." 아비가 말한다. (p.20)



신터클라스? 나는 이 문장의 이 단어를 보자마자 이것은 '산타클로스'의 오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자꾸 '신터클라스'라 나오고 역시 내가 궁금해할 걸 알았는지 주석이 달려있다.



* 매년 12월 초면 스페인에서 신터클라스가 선물을 가득 실은 배를 타고 흑인들과 함께 네덜란드로 오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12월 5일이면 이 신터클라스가 집 안의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두고 간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다. 매년 12월 5일은 축제일로 네덜란드 가족들은 신터클라스를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직접 지은 시를 주고받는데, 여러 명의 가족들이 파티를 하는 경우에는 누가 누구에서('누구에게' 로 고쳐야 할듯) 시와 선물을 줄 것인지를 제비뽑기로 결정한다. 제비뽑기 결과는 선물을 주고받을 때에야 알 수 있다. 신터클라스는 성 니콜라스라고도 불리며,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 전통은 미국으로 건너가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산타클로스를 신터클라스의 변종으로 간주하여, 신터클라스와 산타클로스를 각각 달리 칭하고 동일시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는 12월 5일에 오고,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때 온다. (p.20)



오오! 재밌다. 신터클라스는 산타클로스의 오타가 아니었어!! 게다가 네덜란드 사람들은 산타클로스를 변종이라 간주한대. 오오. 이 책이 이 때부터 재미있어진 것 같다. 앞으로 읽다가 내가 모르는 네덜란드에 관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주석으로 보여질까, 그걸 알고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거다. 물론, 주인공이 왜 아버지를 홀대하는지, 그 홀대의 배경은 어떤것이었는지, 이 가라앉은 분위기와 그 분위기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천천히 읽고 싶어지는 소설을 만나서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부디 끝까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구글로 이 책의 네덜란드 원서를 검색하려다가, 오, 이 책이 작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됐다. 그러자 이 책을 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끝까지 재미있을까? 





아 무척 기대된다, 이 책의 책장을 덮는 그 순간이. 내가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이 가라앉은 분위기가 결국은 나에게 묵직한 감동을 주게 될까? 나는 읽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게 될까? 나에게 어떤 느낌들이 찾아들지, 어떤식으로 나를 후려치게 될지 알 수가 없어 설레이고 기대된다. 나는 오늘 기차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갈건데, 그 기차 안에서 이 책은 내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지. 부디 퇴근후 피곤에 쩔어 쿨쿨 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밤엔 광어회와 화이트와인을 앞에 두고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떨어야지. 건배, 하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해야지. 그나저나 알라딘에서 계속 문자가 온다. 주문한 상품이 배송되었다부터 시작해서 중고등록 알림문자 까지...아아- 중고등록 알림문자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나는 여전히 판단할 수가 없다.



울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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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4-02-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의 서재로 들어와서 저 첫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근친을 떠올렸어요. 일을 끝낸 후 위로 밀어버린 건가.. 했다는. ;; 난 쓰레기 변탠가봐요... 아니면 어제 읽은 <작가란 무엇인가>의 이언 매큐언 인터뷰 때문이던가. ㅡ,ㅡ

네덜란드는 재미있는 나라네요. 가보고 싶다 ㅜㅜ 전 이번 올림픽 중계를 한 번도 안 보다가 어제 이상화 1,000m 경기를 봤는데, 해설자가 막 한탄하더라고요. 네덜란드가 우리나라 빙상 기술을 다 빼가서 메달을 휩쓸고 있다고. 히딩크 데려와서 월드컵 4강했던 건 뭐냐 하고 피식 웃었는데... 암튼, 다락방님은 크로아티아에 이어 가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생긴 건가요? 나도 다른 나라 좀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데... 돈과 시간이 같이 받쳐주는 날은 대체 언제쯤 올까요? ㅎㅎ ㅜ

다락방 2014-02-17 10:03   좋아요 0 | URL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어이쿠야, 워낙에 하드하지요. 그런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이 글을 보셨다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근친, 떠올릴 수 있는 겁니다.

저도 네덜란드 가보고 싶은데 또 막상 닥치면 무서울 것 같아요. 낯선 나라니까..전 아무래도 익숙한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변화를 싫어하고 모험을 꺼려하는 수줍은 다락방인거죠. ㅋㅋㅋㅋ 돈과 시간이 같이 받쳐주는 날은 올 리가 없습니다. 안오죠. 그럴라면 로또 당첨되든가 해야하는데 그건 흥, 내게는 오기 힘든 일이고 재벌집 남자가 나에게 푹 빠지는 일도 있을 수 있겠으나, 흥, 이것 역시 로또 당첨만큼의 확률인거죠. 역시 빚내서 다녀오는게 답입니다. 다녀와서 뼈빠지게 일해 갚는 수밖에...Orz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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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지막장까지 읽고 대체 이 느낌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옮긴이 공경희가 정리해줬다. `나는 소설이 끝난 순간, 완전히 몰입했던 연극 무대의 불이 한순간에 꺼진 듯한 느낌을 맛보았고, `나`를 보았다` 그래, 준비가 안됐는데 한 순간에 불이 꺼진 느낌, 바로 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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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2-1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엄청 궁금한데요!!

다락방 2014-02-14 10:30   좋아요 0 | URL
아, 좋더라고요. 애거서 크리스티를 그동안 별 관심두지 않고 지냈는데 이렇게 좋다니..다른 책도 한 권씩 읽어보려고요. 이건 추리소설 아니라 순수소설인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순수소설도 계속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크아이즈 2014-02-1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한 번 좋은데요. 여긴 미스 마플은 안 나오지요?^^*
장바구니로 당겨 넣습니다. 한 순간에 불이 꺼진 느낌, 나를 보는 맛이 어떤 걸까요?
다락방님께 책임지란 말씀은 안 드릴게요, 헤헤~~

다락방 2014-02-14 10:30   좋아요 0 | URL
네네, 미스 마플이 나오는 책이 아닙니다. 이건 애거서 크리스티가 다른 필명으로 낸 순수소설 이에요. 끝까지 서늘한게 참 좋네요, 팜므느와르님. 읽으셔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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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특히 음악박물관들은 파리, 베를린, 런던 등 대도시뿐 아니라 아주 작은 도시에도 놀랍도록 잘 갖춰져 있다. 나는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하우스와 빈의 음악박물관을 무척 인상 깊게 관람했다. (p.265)


올해 초에 잘츠부르크에 가보고 싶어져서 오스트리아 행 비행기를 예약해뒀었다. 달력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가을에 짬이 날 것 같아 큰 맘 먹고 할부로 비행기 티켓을 질렀다. 첫 할부를 갚아해 했던 날, 같이 가기로 한 친구와 나는 '할부가 우리를 후려치는데 우리 선택이 잘한걸까' 다시 고민했고, 그래도 여전히 결정은 '가는' 쪽으로 났다. 돈 모아서 가려면 어느천년에 가나, 일단 빚내서 다녀오고 갚아나가자, 돈 생기고 시간 생긴 후에 가려면 못간다, 여태 직장생활하면서 돈 생기고 시간 생긴 적이 있던가.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오고자 했다. 그런데 며칠전, 대한항공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우리가 예약한 비행편의 스케쥴이 변경됐다는거다. 바뀐 일정으로 우리는 갈 수 없었고(하루 차이었지만), 여름으로 바꿀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는 오스트리아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항공사 스케쥴 변경이니 취소수수료는 없었고, 카드 승인은 취소되었으며, 이미 결제된 할부금액에 대해서는 이틀 뒤, 환불되었다. 가뜩이나 빈곤모드였는데 그래, 이걸 취소하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그럼 또 언제 기회를 노려보나, 이렇게 주저 앉아야 하나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정확히 그런 반반의 마음에서, 나는 정여울의 책을 넘겨보다 저 글귀를 만났다. 무심한 저 한 줄이, 내게는 좀 쓰라렸다. 누군가 다녀왔다, 고 말하는 걸 보노라니 살짝 우울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보면서 그렇게 유럽의 여러곳을 만나보면서 다시 가고 싶어지는 나라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맙소사, 그간 아무 관심 없었던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에 가보고 싶어지고야 말았다. 바로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아, 저 싱싱한 굴과 화이트 와인이라니! 이것은 헤밍웨이도 극찬한 최상의 먹거리가 아니던가. 나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으며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내 입 안으로 굴을 넣고 싶어서, 굴을 씹다가 화이트 와인을 입안으로 넘겨 꿀꺽- 삼키고 싶어서 얼마나 안타까웠던가. 사실 그 해, 겨울에 친구는 나를 위해 생굴과 화이트와인을 준비해줬지만, 굴과 화이트와인은 역시 상상으로 더 맛있었다. 상상으로 더 근사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나는 비행기를 타고 크로아티아로 날아가 반드시, 기필코 저 음식을 맛보고 싶어지는것이다. 그래서 지구본을 돌려봤다. '크로아티아'란 이름에서 주는 느낌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가까워 보였으니까. 그러나 이 책은 유럽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역시나 지구본에서 유럽에 떡하니 자리한 크로아티아를 보고 포기했다. 유럽은 역시 내게 너무나 멀고도 비싼 나라로구나.



크로아티아에는 해산물요리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다. 통오징어구이나 새우요리도 유명한데, 스톤 부근에 있는 모든 해산물요리에는 이 천연소금이 듬뿍 들어간다. 스톤의 천연소금은 다른 소금보다 훨씬 맛있어서 요리할 때 다른 조미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생굴에 이 소금을 뿌려 먹는 요리가 가장 유명하다. 굴과 소금, 레몬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요리지만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이다. (p.92)



아, 생굴과 화이트와인아, 크로아티아에서 얌전히 기다려라. 내가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고 여유라는 게 생기면 한 번 가주리. 가서 실컷 맛보아주리.



여러 지역의 사진들중 유독 예쁘다고 생각되는 사진은 언제나 이탈리아 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 색색깔의 마을도 바로 이탈리아. 해변마을 친퀘테레 라고. 나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평소 로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간혹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를 보면 오, 정말 예쁘다, 하는 감탄이 쏟아져나오곤 한다. 책에 실린 사진으로도 그 감탄은 어김없이 터져나온다. 크-



아주아주 방탕하고 문란하게 이 마을에서 얼마쯤 살아보면 좋겠다. 하는 일이라곤 그저 눈뜨고 먹고 웃고 얘기하고 술마시고 술주정하고 사랑하는 게 전부인채로, 속옷을 벗어던진 채 하늘거리는 원피스만 입고 신발도 벗어버린 채 맨발로 마을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다. 그랬다가 미친여자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추방당할지도 모르지만..



정여울의 글은 훌륭하다. 여행기로 만나는 정여울은 참으로 근사해서, 앞으로 정여울이 여행기를 낸다면 계속해서 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가뜩이나 글도 잘 쓰는데 곳곳에 삽입한 인용문마저도 보석같다. 나는 그녀가 언급한 책들을 메모하기에 바쁘다.




아직 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많은 금기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될 일도 우선 안된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은 저의 금기가 아니신지요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 홀로 자유로우신가요

휘어진 느티나무 가지가

저의 집 지붕위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니다            -이성복, <금기> (p.41)





자동차가 확실히 해낸 것이 있다면,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만들어진 까닭에 은밀하고 겸손한 몇몇 사람들에게는 걷기가 신비롭고 즐거운 것으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샛길, 오솔길, 그리고 초원은 신성하고 달콤한 장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낡은 바지를 입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담배 파이프와 지팡이를 지닌 채 점심과 저녁 사이에 15마일을 걸을 수 있으며 인간을 향한 신의 길을 찬미할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몰리, 《예술로서의 걷기》 (p.188)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설파하는 서적들의 잘못된 점은, 행복의 진부한 상투어를 독자들 눈앞에 들이밀면서 이루지 못할 기대를 일깨워 불행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원래 어떤 삶이든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행복해지려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지하고 이루지 못할 꿈을 뒤쫓지 말아야 한다. 삶의 기복, 존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영원한 건강, 갈등 없는 배우자 관계, 물질적인 소원의 성취를 뒤쫓는 사람보다 어쨌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더 많다. 게다가 경이롭게도 행복은 외적인 상황과 무관하다. 부유하고 건강하고 가족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극도로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찢어지게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데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영원한 행복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사람은 확실하게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물질적인 부만을 쫓아다니는 사람은 결단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중에서 (p.203)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서야 비로소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역시 크로아티아였다. '자다르 바다 오르간' 이 바로 그곳에 있다는데 설명은 사진에 실린 글귀로-거기에 내가 초록색으로 밑줄을 그었지- 대신한다.




이 책이 어떠한 계기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함께 '기획한 상품'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정여울의 글은 분명 대단히 매혹적이지만, 간혹가다 주제에 맞춰서 쓸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의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대한항공이 정여울을 선택한거라면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러나 정여울의 여행기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정여울의 글이 더 살기 위해서는, 정여울의 글이 더 내게 팍- 다가오기 위해서는 정여울의 여행기가 백프로 정여울의 이야기와 사진으로 채워져야만 한다. 나는 대한항공이 제공한 사진이 아닌, 그녀가 돌아본 시선에 꽂힌 바로 그 곳, 그 장면의 사진을 보고 싶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처럼, 그녀가 가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댔던 바로 그 곳과 그 순간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이야기속에 가득 담겨졌으면 좋겠다. 그 점이 몹시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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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2-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로아티아..................!!!!!!!!!!!!!!!!
내가 이번에 비행기 스케줄을 알아보고 결제 직전까지 갔던 바로 그곳!!!!!!!!!!!!!!
'꽃보다 누다' 덕분에 이제 그곳은 한국사람들이 바글바글 하겠죠.
뭐.. 그전부터 여행족들 사이에선 유명하다고 했지만.

무튼. 크로아티아. 언제가 꼭 갈꺼에요!! 으악. 크로아티아!!!!!!!!!!!!!!!

다락방 2014-02-14 10:31   좋아요 0 | URL
일전에 마카오 갔을 때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싫었었거든요. 아, 난 여기 싫어..하는 느낌. 아마 지금 크로아티아 가면 그런 느낌을 받겠죠? 크로아티아는 나중으로, 아주 나중으로 미뤄야겠어요.

dreamout 2014-02-12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항공 이라는 글자가 있길래.. 안 샀어요.
책이라기 보다는 매거진에 가까운 느낌일것 같아서.. ^^;

다락방 2014-02-14 10:33   좋아요 0 | URL
정여울의 글이 좋아서 매거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건 아닌데, 그래도 간혹 '자 이 주제에 대해 써봐' 하고 툭 던져진 걸 받아친 느낌이 들기도 해서 좀... 정여울의 백프로 여행기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확실히.

BRINY 2014-02-1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1개월후에 유럽여행 가려고요. 늘 시간과 돈에 쫓겼는데, 다음 겨울에는 시간이 될 거 같아 지르려고 작정했어요.

다락방 2014-02-14 10:33   좋아요 0 | URL
시간과 돈에 쫓기다보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요. 일단 저질러놓고 수습하는 게 뭐가 되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BRINY 님. 아무쪼록 여행을 맘껏 즐기실 수 있기를요!!

새아의서재 2014-02-1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로아티아 다녀온 일인입니다.^^ 그 때 동양인이라곤 저 하나였었는데...깃발 아래 여러사람들이 줄서서 가니는 풍경들 생각하니 저 역시 슬프네요.거긴 혼자서 위로받기 위해 다녀오는 그런 비현실적인 공간이었어요. 꿈같은...

다락방 2014-02-14 10:34   좋아요 0 | URL
혼자서 위로받기 위해 다녀오는 그런 비현실적인 공간, 이라는 말씀에 크로아티아에 더 가보고 싶어지네요. 그렇지만 지금은 줄서서 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겠죠? 한참 나중으로 미루렵니다. 제가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을 달걀부인님은 이미 다녀오셨다니, 부럽네요.
:)

자작나무 2014-02-13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이랑 화이트와인은 크로아티아 안가도 서울에 많이 있어요
굴 철이라 굴요리 많이 해먹는데 굴이 그렇게 정력에 좋다지요
그리고 난 정여울보다 다락방책이 더 좋아요...아시아나항공은 다락방을 선택하길...

다락방 2014-02-14 10:35   좋아요 0 | URL
굴이랑 화이트와인을 먹으려면 서울 어디로 가야 하나요, 자작나무님? 이게 제가 다니는 레스토랑에선 눈에 띄질 않아요. 굴을 팔면 소주를 팔고 와인을 팔면 생굴을 안팔고...Orz

하하, 전 여행기는 자신없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정여울에 맞서기 위해 더 강한 작가를 찾아봐야겠죠. 전 그저 한 명의 블로거에 불과할 뿐...

하양물감 2014-02-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작나무님 댓글에 한표!!

다락방 2014-02-14 10:3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하양물감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02-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여울의 다른 책도 시간 되길때 함 보세요.
꼭 보시라는건 아니구^^::::
락방님이 이 책 읽을줄 몰랐음 ㅋㅋㅋ
여행기라서 궁금했었나봐요?

여행이라...아직 제주도도 못가본 저로써는 해외는 뭐.. 꿈도 못꾸고 있음둥~
굴 먹으러 통영이나 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4-02-14 10:36   좋아요 0 | URL
한창 잘츠부르크 갈 생각에 들떠있어서 유럽여행기 보자, 했던거에요. 역시 여행기는 제 취향이 좀 아닌 것 같긴해요. ㅋㅋㅋㅋㅋ

아무개님,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여행이나 가볼까요? 가서 진탕 마시고 취해볼까요?
 















고작 69페이지 까지 읽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서늘해진다. 주인공 '조앤'이 사막에 발이 묶인동안, 그녀가 돌아보게 될 그녀의 삶, 69페이지까지 돌아본 그녀의 삶이 이정도인데 앞으로 며칠동안 더 돌아보게 될 그녀의 과거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얼마나 많이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있었던걸까. 그녀는 얼마나 강하게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생각한대로 그리고 또 믿고 있는가.


이야기는 '조앤'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앤이 바그다드에 있는 딸 바버라의 집에 갔다가 돌아가려는 기차역 숙소 식당에서 고등학교 동창 '블란치'를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학창시절 블란치는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초라해진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다. 마흔여덟살인 그녀는 마치 예순살처럼 보인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지를 조앤은 생각한다. 궁핍한 생활을 하는 블란치에게 언젠가 돈을 빌려주었던 생각도 나고. 그러나 블란치 역시 조앤을 발견하고 조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던 조앤의 모습이 사실은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된다. 조앤이 그렇게 안다는 게 아니라 독자인 내가.


변호사로 일하는 유능한 남편과 제 각각의 몫을 알아서 잘 해내고 있는 성실한 세자녀들. 그러나 블란치는 그녀에게 '네 딸이 불행한 가정에서 도망치기 위해 맨 처음 청혼한 남자와 결혼했다'(p.17) 는 소문이 있다고 얘기하고 '네 남편이 연애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더라'(p.18) 는 말을 한다. 조앤은 믿지 않았다. 말도 안된다고 일갈했다. 조앤이야말로 블란치를 가여워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소리람. 그런데 그 한심하게 여겨졌던 블란치가, 그 어리석게 보였던 블란치가,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블란치가, 조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블란치는 그런 생각이 재미있는 듯했다. "넌 친절한 사람이야. 하지만 함부로 동정하진 마. 난 지금까지 꽤 재미있게 살아왔으니까." (p.20)



그러나 사람의 삶이란 게 그렇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판단할 수가 없는거다. 내가 보기에 한심해 보인 사람이 나름 자신의 삶을 최대한 즐기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사람의 눈으로 보는 나 역시 한심하고 초라할 수 있다. 늙어보이고, 늘 초라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돈이 없어 허덕이는 여자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의 삶 앞에 당당할 수 있다니. 조앤은 코웃음을 치지만, 기차가 기후사정으로 연착되어 사막에 발이 묶이고나자 의도치않게 블란치가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떠올려지는 과거의 삶 앞에, 나는 이제 조앤이 살고자 했던 삶이 어떤 삶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조앤이 원했던 건 '인정받는 삶' 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삶,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삶. 그리고 그것이 조앤의 가족들을 얼마나 숨막히게 했는지를, 이제 나는 서서히 알게 된다. 단, 조앤은 아직 알지 못한다.



"나는 농사를 짓고 싶어. 리틀 미드 농장이 매물로 나왔어. 상태가 나쁘긴 하지만-홀리가 농장을 방치했거든-그 덕분에 싸게 나온 거야. 정말 좋은 땅이지, 잘 들어봐 ‥‥‥"

그는 빠르게 계획을 풀어놓았다. 전문 용어들이 쏟아져나오자 조앤은 적잖이 당황했다. (p.42)



조앤은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철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파트너 변호사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대체 왜 그걸 마다하고 농사를 짓고 싶어한단 말인가. 조앤은 끊임없이 남편의 생각을 바꾸고자 설득한다. 남편은 변호사 일을 해보니 정말 나는 이 일이 싫더라, 고 얘기하지만 조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생각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한다. 



"아니, 난 싫어해. 오 년동안 거기서 일했어. 내 마음이 어떤지는 내가 똑똑히 알아."

"적응할 거예요. 게다가 이제 사정이 다르잖아요. 아주 달라요.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결국은 업무에-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두고봐요, 로드니. 결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그 순간 로드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픈 눈길로 오래도록. 사랑이 깃들었지만 절망감도 있었고, 그와는 또다른 뭔가도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희망이 슬쩍 번뜩인 것 같은 ‥‥‥

"내가 행복해질지 당신이 어떻게 알지?" 로드니가 물었다.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두고보면 알아요." 조앤은 재빨리 명랑하게 대답했다. (p.45)



아, 너무 싫다. 끔찍하다. 어떻게 타인의 행복을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본인에게 맞는 행복의 기준이 타인에게도 맞다고, 대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조앤이 그렇게 장담한 건, 그녀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자신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남자가, 그렇게 가족이 되어 함께 사는 남자가 자신과 다를 리 없다는 착각. 그에게 이토록 끔직한 희생을 강요해놓고 명랑해 질 수 있는 여자, 너무나 당당하게 너는 행복할 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리석은 여자.


저 순간, 남자는 자신의 결혼을 후회했을런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좇지 못하는 상황을 원망했을테니까.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사는 것을 택했고, 그걸 선택한 이상 자신의 꿈만 좇자고 설득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사랑과 이상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이상의 방향이 다른 사람, 행복의 기준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사랑이 둘을 함께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순 있지만, 전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나와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람이라면, 나와 바라보는 방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 보다는 따로 떨어져 살며 사랑을 유지하는 쪽이 더 현명할 것 같다. 그게 서로의 행복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법일 테니까.


여자가 떠올리는 며칠전의 바그다드. 자신에게 좀 더 있다가 돌아가라고 딸이 말하는 이유가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조앤은 당연히 생각하지만, 그녀가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는 알 수 있다. 딸이 엄마를 붙잡은 까닭은 아빠를 좀 더 내버려두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딸이 그렇게 일찍 결혼해야만 했던 이유를. 


'난 알고 싶지 않아' 라는 책 뒷표지의 문구를 보면, 아마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부분에서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될 것 같다. 그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됐을 때 그녀는 얼마나 휘청이게 될까.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이 책은 결국 어떻게 될까. 무너지는 그녀가 회복하게 될까? 아니면 무너지고나서 끝나고 말까? 현실을 부정할까? 무너지고나서 다시 일어서게될까? 어서 이 책을 읽고 싶고, 똑같은 마음으로 더이상 읽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무척 우울했다. 아, 우울해지는 때가 또 왔구나. 나는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를 지하철 역에서 youtube 로 찾아본다. 오늘은 책 읽지말고 음악을 듣자.








아! 우울한 기분이 이 영상을 보는데 풀리기 시작했다. 아, 너무 좋아. 나는 자꾸 웃었다. 저 병약해 보이는 남자가 힘차게, 안간 힘을 써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무척 좋은거다. 남자보다 300배는 더 강해보이는 핑크의 모습도 무척 마음에 들고, 높은음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힘들게 노래를 해내는 남자를 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다. 아, 좋다, 좋아! 저 남자는 노래 한 곡을 끝내고 몸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듯하다. 당장이라도 수혈을 받아야 할 듯하지만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온 몸 전체에 퍼지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 핑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래, 이 기분을 유지하자 싶어 마이클 잭슨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랑스런 영상을 또 찾아봤다.





아 좋다 좋아. 브리트니의 저 건강함이 좋다. 야채만 먹고 비쩍 마른 여자들보다 나는 저런 단단함, 건강함이 좋다. 앗, 그러보고니 핑크도 건강건강! 아이쿠, 이 멋진 여자들. 좋구려~



오늘은 올림픽이고 뭐고 보지말고 일찍 자야겠다. 



핑크 노래가 아침부터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음반하나 사자, 하고 알라딘 검색창에 '핑크' 넣었더니 '에이핑크'가 좌르륵 떠서 깜놀했다. 에이핑크, 니네 뭐냣. 어디서 핑크 검색하는데 껴들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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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핑크 욕하지 말아욧! 그나마 데뷔한 걸그룹 중 유일무이하게 노섹시컨셉으로 버티고 있는걸요..!!
(말이 섹시지 아주 요즘은 지나치게 노골적이더군요.)

다락방 2014-02-12 14:23   좋아요 0 | URL
후덜덜..저 테러당하면 어떡하죠? 저 문장..지울까요? 후덜덜..

기억의집 2014-02-12 19:22   좋아요 0 | URL
그녀들의 노래가 노섹시컨셉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전 요즘 에이핑크의 nonono 하루 종일 들어요~

다락방 2014-02-14 10:37   좋아요 0 | URL
전 그 노노노 노래가 참..시끄럽더라고요. 하핫 번잡스런 느낌이랄까. ( ")

가넷 2014-02-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핑크... 좋아요. ㅋㅋ

다락방 2014-02-12 17:20   좋아요 0 | URL
아아- 에이핑크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핑크가 더 좋습니다! ㅎㅎ

그랴그랴 2014-02-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로 어쩌면 이렇게 공감가는 글을 쓸 수 있나요? 아마도 책의 힘? 독서 수련의 힘?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4-02-14 10: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별말씀을요. 쑥스럽네요. 하핫 ^^;;

2014-02-1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4-02-1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체가 굵은 여자가 좋습니다

다락방 2014-02-14 10:40   좋아요 0 | URL
전 건강미가 넘치는 여자가 좋습니다.
팔과 배 다리가 단단한 남자가 좋고요.

하루 2014-02-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이클잭슨 공연 찾아보다가 저 공연 봤는데 스피어스가 멋지다는걸 이때 알았어요 :)

다락방 2014-02-14 10:40   좋아요 0 | URL
전 이 공연영상 처음 봤을 때 와, 정말 좋더라고요. 스피어스도 마이클 잭슨도 다 너무너무 근사한거에요. 특히 시피어스의 건강함이 물씬 풍겨지잖아요. 가끔 생각나면 이 영상을 찾아보고 싶어져요.

감은빛 2014-02-1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핑크를 아주 좋아해요!
제 블로그 주소는 핑크를 좋아한다는 고백이에요. ^^
핑크 초기 노래들을 무척 좋아했는데,
여러 해 전부터 노래를 잘 안듣고 살아서 이젠 모르는 노래가 더 많은 것 같네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다락방 2014-02-20 08:27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이 핑크를 좋아하신다고요? 지금 감은빛님 서재 주소를 봤더니, 오, 핑크를 좋아한다는 찐한 고백이로군요. 하하하하하.
전 영상 올린 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시디를 구매했는데, 들어보니 흐음, 이건 내 취향이 아니로군, 싶어지지 뭡니까. 건강한 핑크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는게 저로서는 더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