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내 서재를 즐겨 찾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에피톤 프로젝트의 시디를 사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사준다면 그 의미가 뜻깊을 것 같아서였다. 참, 다른 말이지만, 나는 이렇게나 소박하네..사달라는 게 고작 시디 한 장이라니..


에피톤 프로젝트는 나에게 특별한 가수, 예술가였다. 나는 <이화동>이 너무 좋아서 이화동에 친구와 찾아가 보기도 했다. 갔는데 별 거 없어서, '역시 추억은 각자의 것이야' 하고 생각하며 돌아섰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멀리 간다며 보기를 청해왔을 때, 헤어진 다음날에도 나는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여전히 이화동을 아프게 듣는다.

<눈을 뜨면>은 어떻고! 크- 나는 이 노래를 에피톤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신해철 사망 당시에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저기 건널목 앞에서 '조심히 건너'라고 말하는 노랫속 상대를 따라서 혼자 '조심히 건너'라고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숱하게 말해보기도 했다. (약간 또라이같나??)

<회전목마>는 그 해의 페이버릿 이었다. 이 노래가 주는 상징이 내게 너무나 간절해, 분명,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고 나는 내게 속삭였었고,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이 노래의 가삿말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축복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기도 했었어.

그렇게 나는 그의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새 노래들을 들어봤고, 그가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얼른 예매하기에 바빴다. 그의 콘서트에 처음 가게 됐던 오래전에, 그의 노래가 시작하길 기다리면서, 그리고 그의 노래 전주가 들리는 동안, 옆자리에 남자친구가 앉아 있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 나는 남자친구보다 이 콘서트가 더 좋다.'


정말 그랬다.

정말 그랬어.



그런 나지만, 에피톤의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노래를, 가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어라, 이건 좀...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래도 어쩌면, 내 생각과는 다른 것들이 그 안에 있어 나는 밑줄 그어가며 읽을지도 모른다, 내가 에피톤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하고 책을 펼쳤는데, 아아, 그간 숱하게 읽어온 독서력으로 나는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음을 그 안에서 찾아냈다. 읽으면서 자꾸만 뚝, 뚝, 팬심이 떨어지는 걸 느꼈어.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미 팬심이 저기 밑에 내려가 있었다.


첫장부터 '이런 글은 왜 써서 책으로 낸걸까?' 란 생각을 했는데, 얼마 넘기지 않아 혼자 평냉에 소주를 시켜먹는 걸 보고는 몹시 좋았더랬다. 거봐, 이렇잖아, 이렇게 좋은 부분이 나오잖아. 세상에, 혼자 들어가 평냉에 제육반접시 그리고 소주라니. 크- 완전 내 타입이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크- 그것은 지상낙원. 아아, 에피톤, 선주후면을 아는 몸이었군요! 나는 그렇게 동지 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또 흐음, 흐음... 하는 부분들만 연달아 나와... 음.... 그러다가 확 내 마음이 돌아선 건 이병률 나올 때였던 것 같다. 이병률의 팬을 자처하며 그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뭐랄까, 음, 내 타입 아니구나 이 사람...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여행갔던 얘기며 음악을 하던 것에 대한 고민들을 펼쳐나가다가 예전 사랑 혹은 예전 애인에 대한 추억을 끼워 넣었는데, 이 얘길 하기 위해 부러 책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 에피소드들이 혹은 그 추억의 글들이 좋질 않았다. 추억은 저마다의 것이니, 자신의 추억을 자신이 기록하는 것이지만, 나는 내가 점점 더 그로부터 멀어지는 걸 느꼈어. 평냉과 제육과 소주에서 겹치던 음식 취향도 뒤로 갈수록 그것 말고는 나랑 같은 것도 없고, 여행 가서 뭔가 제대로 잘 먹지 않는 것도 내 타입 아니고... 아무튼 그냥 나는 이병률 감성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라.....그런데 이 책을 읽노라니 에피톤은 이병률과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자 나는 내 타입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어버리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크-


굿바이.



일전에 에피톤 앨범에 대한 리뷰에 '당신은 그저 (남자나 애인이 아닌) 예술가로만 만나는 게 좋겠다'고 내가 쓴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냥 가수로만 만나는 게 좋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피톤에 대해서라면 앨범만 들어야겠다. 이 책과 동명의 앨범은 뭐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음......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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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이 누군가 찾아봤네요~한주 첫날 힘내소서! ㅎ

다락방 2019-01-07 09:27   좋아요 0 | URL
일할 게 산더미인데 좌르륵 페이퍼를 세개나 쓰며 오전을 보내고 있네요. 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7 10:28   좋아요 0 | URL
몰아서 하심 되지! 다락방님 능력자시쟎아 에피톤 음악 함 듣고 능력 뽐뿌하세요~ㅋ

- 2019-01-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피톤 음악 좋아하는데~ㅋ 오로지 음악만 들어봐서, 이글 보니 역시 음악만 좋아하길 잘 했어라고 ㅋㅋ

다락방 2019-01-07 14:51   좋아요 1 | URL
저 진짜 괜히 책 읽어가지고 팬심 떨어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국내 아티스트 였는데.
블로그에 차라리 일기 쓰는 거였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종이책으로 나오니까 대실망 왕실망 했어요. 어휴 ㅜㅜ

302moon 2019-01-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만 듣기로ㅎㅎ 관심함에서 빼야겠다.

다락방 2019-01-07 22:25   좋아요 0 | URL
네,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음악만으로 충분합니다.

2019-01-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전 브라운밀러'는 이 책을 쓰게된 동기를 밝히면서, 이 책을 쓰기 전의 자기가 얼마나 강간에 무지했는지에 대해 고백한다. 그 고백은 나의 것과도 닮아 있는데, 강간에 대해서라는 것만 빼면, 나에게도 역시 빻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념녀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나는 다른 여자랑 달라'라는 식으로 어필하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여기서 내가 '다른 여자들' 이랑 다르고 싶어했다는 것은, '다른여자들'을 나보다 열등하게 봤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그렇게 열등하지 않아, 나는 달라, 나는 개념 있다니까? 그러다가 개념녀로 인정받으면 '거봐, 나는 다르고, 이 사람은 내가 다른 걸 알잖아' 하면서, 그러면서 뭔가 어쩐지 찜찜한 게 잇었는데,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던, 그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강간에 대한 책을 펴낸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다. 수전 브라운밀러도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다고 지금 완벽하게 훌륭한 인간이 된 건 아니지만, 그 때로부터 우리는 멀리 왔다. 그리고 더 멀리 갈 것이다.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을 써낸 것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것, 이 모두가 우리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전송봤는 걸 봤다. 옆자리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벌거벗은 두 남녀가 엉켜 있는 거였다. 어떻게 지하철 안에서 저걸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아저씨는 그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회사 상사의 친구들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 방문을 닫고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주고 받으며 낄낄댄 적도 있었다. 동영상 속의 신음소리는 바깥으로도 새어나왔다. 그 당시 사무실 밖에는 여자직원 한 명만 있었는데, 방 안에서 남자들이, 그렇게나 크게, 직장에서, 신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얼마전 트윗에서는 한 까페에 손님들이라고는 자기를 포함한 여자 두 명이었는데, 스피커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사장은 남자였다고.


어느 해수욕장에서였나, 일하던 직원이 동영상을 보는데 해수욕장 바깥의 스피커를 통해 그 소리가 들려 손님들이 항의했다는 기사도 봤었다.



나는 이 남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행동학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나 당당하게 발가벗은 두남녀가 엉켜 있는 영상을 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의 선정적인 계정에는 남자들이 주루룩 팔로잉을 하고 있다.  작은 속옷으로 몸을 간신히 가린 여자들의 사진을, 남자들은 그렇게나 줄줄이 모여서들 보고 있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그러나 같은 걸 보고 있어. 그런 사진들 속의 그 긴 팔로잉 목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 이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나는 강간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 이렇게나 많은 남자들은 간신히 가릴 곳만 가린 여자들의 벗은 모습을 좋다고 달려들어 보고 있다. 이 거리는 얼마나 먼가. 이 책을 읽는 내가 월등하고 이런 사진들을 달려들어 보는 남자들이 열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한 쪽에, 여기에, 내가 서 있는 이곳에, 나와 같은 많은 여자들이(아주 간혹 남자들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고, 어떻게 해야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기에는 저렇게나 많은 남자들이 이 잘못된 시스템과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는 데 있는, 그 거리감이었다.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벗은 여자를 보고 싶어하고, 더 벗기고 싶어하는 저들을,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잘못된 것, 그릇된 것은 언제나 힘이 더 센데?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 지금처럼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키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들이,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싫고 짜증날까? 늘상 해오던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게 틀렸다고 말하다니,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지만, 아마 앞으로도 더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일전에 정희진 쌤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선생님도 똑같은 얘길 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여성학 강의를 한다고 하면서 별의별 질문을 다 듣고 별의별 말을 다 듣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강간당한 적 있어요?" 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질문자들의 무심함과 무지함, 예의없음에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역시 그런 질문들이 들이닥쳤었단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까? 어떻게 저걸 질문이랍시고 할 수 있을까?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여기에는 '니가 당했으니까 이런 일을 하지' 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그 질문 자체를 함으로써 상대를 깔아뭉개고 입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끔찍하고 잔인하고 징그럽지 않은가.



여성의 입장에서 강간을 정의하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계속하면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여성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문제인데도,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이런 정의가 법에 적용된 적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 (p.10)



여자인 '내'가 원한 적 없는데, 남자와 성관계를 하게 됐다면, 그것은 성관계가 아니라 '강간'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얘기하면, 심판을 받는 건 강간을 저지른 남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내가 된다. 나의 평소 행실부터 강간당하던 날의 모든 행동들까지, 과연 나는 순수한 피해자인지 그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혹여라도 내가 그동안 행실이 정숙하지 못했다면, 평소에 남자들을 좋아해서 자주 만나거나, 섹스를 즐기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잘도 돌아다녔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자 하나 인생 조져서 내 인생 펴려고 하는 꽃뱀으로 몰리고 만다. 그 때, 그 당시에, 내가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했는데, 그런데 나는 세상 둘도 없는 나쁜 여자가 되어 심판받는다.



아직 이 책에 읽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데, 그런데 벌써부터 나는 이 책을 읽는 나와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느낀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겠지.


나는 자주 환멸을 느끼겠지.


자, 그래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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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시작되셨다! (전 아직도 책이 도착을 안해용.. 밀린 페미사이드 리뷰를 써야지 해놓고 새해니까~ 이럼서 암것도 안하고 잇네요 ㅋㅋㅋ)

다락방 2019-01-07 14:54   좋아요 0 | URL
어제 색연필 들고 줄 그어가며 읽기 시작했어요.
아니, 책 왜 안오는거죠, 쟝쟝님? 같이 읽어야되는데 흙흙 ㅠㅠ

자자, 부지런히 따라와요. 냉큼 따라와요. 컴온!

단발머리 2019-01-07 15:00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거... 그거 나왔네요.
컴 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다락방님!
저도 이제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앞에 쪼금 읽고 금방 쉬는 시간...ㅠㅠ
곧 출발합니다!!

다락방 2019-01-07 14:55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이번엔 1등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또 1등 못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자, 우리 계속 마주치고 만납시다!

심술 2019-01-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이 눈치 줘도 꿋꿋이 지하철에서 야동 보는 사람들 있더군요.
<초딩 아들과 페미니스트 엄마의 성적 대화>라는 책에도 지하철에서 야동 보느라 주위 사람들 괴롭게 만드는 ‘영감탱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감탱이‘는 이럴 때 쓰면 딱이다 싶어 제가 쓴 표현이고 그 책에서는 ‘어느 할아버지‘란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홍준표는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불렀다가 여론이 나쁘게 되자 영감탱이를 ‘경상도에서 나이 많은 남성을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마는.

90년대 중반 언젠가에는 김포공항 사무실에서 남자직원이 야동 보는데 실수로 소리가 김포공항 모든 스피커로 나간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인천공항이 없을 때였죠.

다락방 2019-01-09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목격한 바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야동 보는 걸 목격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어떤 심리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대놓고 본다는 게, 나는 숨기는 게 없다는 어떤 쿨함일까요? 아 너무 짜증나요.
최근에 해수욕장 사건 훨씬 전에도 공항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맙소사... 뭐랄까, 언제나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일어나고나면 딱히 놀랍지도 않아요. ㅡㅡ;;

심술 2019-01-09 10:16   좋아요 0 | URL
예,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손경이 ‘아들 성교육하는 법‘ 읽고 유튜브로 손경이 검색해 보니
사람들 성고민을 손경이와 손경이 아들 사진작가 손상민이 듣고 조언해주는 게 있어서 봤더니
나이 터울 꽤 되는 동생 둔 대딩이 ‘여름 더울 때 에어컨 킨 방에서 가족이 같이 자는데 부모님이 나랑 동생이 자는 줄 알고 섹스한다‘는 고민을 올리더라고요.
돈 아끼려 한 방에만 에어컨 틀고 애들이랑 같은 방에서 자는 거야 저도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애들 없을 때 하든가 모텔에서 하든가 모텔값도 내기 싫으면 애들 나가 놀게 하고 해야지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상민도 저와 같은 생각인지 ‘부모님한테 퍼부으라‘고 조언하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은하선 ‘그놈들 섹스는 잘못됐다‘ 읽으면 농촌에서 자란 은하선 지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지인 부모는 밭일하다 말고도 밭에서 즉석으로 섹스해서 그 동네 사람 치고 그 부부 섹스하는 거 못 본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이걸 쓸데없는 문명의 억압을 벗어난 사람 본연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지 도덕적으로 분개하고 기겁해야 맞는지 연초부터 헷갈립니다. 문맥을 살피면 은하선은 ‘성욕은 자연스러우니 억압하지 말자‘고 옹호하는 쪽이었는데 글쎄 누가 맞는 걸까요? 저도 쓸데없는 성적 억압은 반대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야동은 혼자, 섹스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주의입니다.

참, 다락방님은 손경이 ‘딸 성교육하는 법‘을 현재 서재 장식으로 쓰고 계신데 읽으신 건가요 아니면 읽어야지 하고 올려두신 건가요? 다락방님께는 이 책 딸 아니라 조카 태미 때문에 읽으(신/시려는) 거죠?

손경이, 손상민 동영상은 www.youtube.com/watch?v=79hetoP0IWY 고요 3:15에 제가 말한 고민이 나와요.

다락방 2019-01-09 10:26   좋아요 0 | URL
아 티티비 광고하던 시절에 올려두었던 건데요, 타미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저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타미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지는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아들 성교육하는 법을 사두고도 아직 읽기 전이라(남자 조카도 있습니다), 이거라도 읽고 사야하지 않나 싶어서요. ㅎㅎㅎ
그러니까 읽어야지, 하고 올려둔 게 맞다고 볼 수 있죠.


은하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심술님 댓글만 읽고 판단하자면 저 역시도 은하선의 말에는 딱히 동의할 수가 없네요. 그나저나 심술님 그간 서재활동 안하시면서 책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보셨나봐요! 후훗. 새해에는 읽은 책과 본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서재에서 많이 해주실 겁니까?

심술 2019-01-09 11:38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게으름뱅이라 새해 서재활동 열심히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목표는 열심히 하는 것인데 잘 될지는 장담 못 하겠어요.

아, 다락방님께는 타미 말고 남자조카도 있군요.
타미보다 서재 출연 빈도가 낮아선지 제 기억으론 오늘 이 댓글로 첨 만납니다.
손경이 책은 아직 읽으신 거 없고요.
‘아들 성교육하는 법‘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찌른 좋은 책이었어요.
‘딸‘ 편도 언젠가 읽어야지 맘먹고 있는데 한국 들어갈 때까지 당분간은 못 읽겠네요.
 
마음속의 단어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지음 / 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이화동>이란 노래를 들으며 이화동에 직접 가볼 정도로 그 노래에 푹 빠졌었고, 여전히 <눈을 뜨면> 들으며 감상에 젖는다. <회전 목마>는 패이버릿. 그의 신곡을 기다렸다 반드시 듣고 콘서트에도 찾아가는 팬인데, 이 책 읽으니 팬심 떨어짐...
에피톤은 노래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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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넣을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읽은 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내보내는 편인데,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 회원에게 팔기, 여러 단체에 기부하기 등의 방식으로 번갈아 처분하다가, 자, 이번에는 아주 오랜만에, 알라디너들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중고서점 생긴 뒤로 알라디너들에 대한 방출을 좀 안했었네요. 하하하하.


준비된 책이 많지는 않으나 여러분에게 고루 드리고 싶은 마음에, 한 사람당 한 권씩만 선택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한 사람당 한 권씩만 선택해주세요. 같은 책을 선택했을 시, 먼저 댓글 단 분에게 보내드리겠습니다.


- 해외 사시는 분도 신청 가능합니다. 얼만든지 보내드려요. 서재 즐찾이 아니어도, 북플 친구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며, 댓글 한 번 단 적 없었던 분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신청가능!


- 책에는 출판사나 서점의 도장이 찍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의 상태는 매우 깨끗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암퇘지의 경우 매우 새것)


- 댓글은 반드시 공개댓글로 달아주세요. 다른 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 택배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선물의 기분으로 받으실 수 있도록.


드릴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작합니다. 고고씽~





- [애도일기]는 syo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 [룸살롱 공화국]은 심술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 [조가비 해변]은 베텔게우스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 [브레이크 하트힐] 은 julie720919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 [책 읽어주는 여자]는 해변의 신밧드 님에게 보내드리겠습니다.














- [축복]은 idahofish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암퇘지] 는 파워리뷰어 님께 드리겠습니다.













- [록스 호텔]은 치니 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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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19-01-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이크 하트힐 신청해도 될까요?눈독 들이던 책입니다

다락방 2019-01-06 13:31   좋아요 0 | URL
네, 드리겠습니다. 주소삼종셋트 비밀댓글로 달아주세요~

쥴리님, 제가 글을 수정하는 바람에 주소 댓글이 등록이 안된 것 같아요. 다시 달아주세요. ㅠㅠ 죄송해요 ㅜㅜㅜ

오오, 이메일에 남아있어요. 안 적어 주셔도 됩니다. 보내드릴게요!! >.<

syo 2019-01-0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애도일기요!!😆😆😆

다락방 2019-01-06 13:21   좋아요 0 | URL
네 주소삼종 셋트 달아주세요!

2019-01-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쎄인트 2019-01-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퇘지) 신청합니다~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1-06 13:47   좋아요 1 | URL
비댓으로 주소삼종셋트 남겨주세요~

2019-01-06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9-01-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룩스 호텔 신청해봅니다 :)

다락방 2019-01-06 14:29   좋아요 0 | URL
네, 치니님. 주소 삼종셋트 비댓으로 달아주세요!

2019-01-06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9-01-06 15:40   좋아요 0 | URL
엥? 대댓글 달렸네요 ㅎㅎㅎ 어케 된 거지...😅

psyche 2019-01-0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런 이벤트가! 저도 손들고 싶지만 해외배송은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서요. 해외배송 된다고 하셨지만 보내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찔리네요. 언젠가 제가 한국에 갔을때 이벤트 한번 해주세요. 그때 직접 나가서 받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19-01-06 15:11   좋아요 0 | URL
프시케 님, 신청하셔도 정말 괜찮은데요! ㅎㅎ 저는 우편료에 관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 남은 책이 거의 없어서 선택의 폭이 좁네요. 다음에도 또 할테니 주저말고 신청해주세요! 헤헷.

비로그인 2019-01-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복’ 신청해도 될까요?
이런 이벤트 좋네요~
저도 다음에 해보렵니다!!

다락방 2019-01-06 15:10   좋아요 0 | URL
네, 비댓으로 주소삼종셋트 적어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베텔게우스 2019-01-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조가비 해변‘ 신청할게요..!

다락방 2019-01-06 15:10   좋아요 0 | URL
네, 비댓으로 주소삼종 셋트 적어주세요!

2019-01-06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텔게우스 2019-01-10 18:10   좋아요 0 | URL
참 댓글이 늦었네요 ‘조가비 해변‘ 이틀 전에 잘 받았습니다. 보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잘 읽겠습니다! :-)

다락방 2019-01-10 18:37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2019-01-06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1-06 16:17   좋아요 0 | URL
이름 적어주세요 ㅋㅋ

2019-01-0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9-01-0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 멋진 이벤트를 하시네요^^

다락방 2019-01-07 10:16   좋아요 0 | URL
앞으로 종종 해야겠어요 ㅎㅎ

해변의신밧드 2019-01-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는 여자 손 들어요!

다락방 2019-01-07 10:16   좋아요 0 | URL
네, 드릴게요.

주소, 전화번호, 이름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쎄인트 2019-01-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심술 2019-01-0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다락방님 서재 왔다가 엉겹결에 마지막은 제가 장식하게 되는군요. 강준만 ‘룸살롱 공화국‘ 신청합니다.

다른 책은 다 새 주인 금새 찾아갔는데 이 책은 왜 임자가 없을까 궁금해집니다.

뿌듯합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내가 없으면 살처분될 동물보호소 인기 없는 강아지 주워 가는 기분이예요.^^

뭔가 보람차고 훌륭한 일 하는 느낌. 이런 느낌을 선사해주신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9-01-09 06:2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 책만 홀로 남아 외로워 보였는데(응?) 이렇게 주인을 찾게 되어 기쁩니다. 주소, 전화번호, 이름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심술님!! 왜이렇게 뜸하셨어요. 이번 해에는 좀 자주 봬요! ㅎㅎ

심술 2019-01-09 10:19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외국 나와 있는데 2월 말 돼야 들어가거든요.
2월 말에 한국 들어간 다음 이름,전번,주소 알려드릴게요.

다락방 2019-01-09 10:28   좋아요 0 | URL
아, 일전에 페이퍼에서 외국 가셨다고 본 것 같은데(부모님 만났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 때가셔서 아직 안오신 건가요? 어디에 가 계신거에요?

2월에 오시면 잊지 말고 꼭! 알려주세요.
미국이면 일반우편으로 보내도 2주면 도착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내드릴까요?

심술 2019-01-09 11: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부모님이랑 남동생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사시고 살아요.
지금 뉴질랜드 부모님 집입니다. 여긴 여름인데 딱 알맞게 덥네요.
요즘 한국 여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죠.
제가 외국 나갔다고 언제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난해 11월말에 와서 올해 2월말에 한국 갑니다.
모진 한국 겨울 피해 온 거죠. 마침 백수라서 시간도 많고 해서.

2월달에 돌아가서 제가 연락드리죠.
psyche님 말마따나 해외배송 정말 너무 비싸요.
게다가 여기 읽을거리도 한아름 들고와서 머무르는 동안 가져온 거 다 읽기도 벅찰 듯 해요.

심술 2019-01-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게 있는데 다른 책은 ‘모모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인데
[브레이크하트힐]과 [암퇘지]는 ‘드리겠습니다‘인 건
1)그냥 우연인가요
2)다락방님이 julie720919님과 파워리뷰어님을 만나 몸소 드리겠다는 뜻인가요?

다락방 2019-01-09 06:23   좋아요 0 | URL
1)그냥 우연입니다. 저렇게 다르게 썼는지도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술 2019-01-09 10:17   좋아요 0 | URL
잘 알았어요.

지나 2019-01-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이크하트 힐 받았습니다. 넘 읽고 싶었던 책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1-09 10:30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2019-01-09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1-09 20:34   좋아요 0 | URL
네 곧 보내드릴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8세 소녀 찰리는 다이빙 선수를 할만큼 다이빙을 좋아했지만, 마지막 다이빙을 했던 날 아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나서 큰 상실감에 다이빙을 그만뒀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양치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아빠를 그리워하고 파트타임으로 핫도그를 팔고, 그 돈으로 자동차 부품을 사서 망가진 자동차를 수리하는 일. 아빠가 살아계실 때 아빠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자동차를 수리했던 것이 찰리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억이고, 어릴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찰리는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흥미도 있다. 그러나 엄마와 새아빠(아저씨)는, 찰리에게 생일 선물로 자동차 부품을 살 현금을 주지 않고... 찰리는 어쨌든 제손으로 자동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동네 정비센터에 가서 남는 부품들을 끌어모아와 자신의 자동차 수리하는 데 보태곤 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아주 낡은 노란 자동차를 발견하게 되고, 이 낡은 차를 정비센터 주인은 찰리의 생일선물이라며 그냥 준다. 그렇게 자동차와 찰리의 인연은 시작됐고, 언어능력과 기억을 상실한 노란 자동차는 로봇으로 촥촥 변신해서 찰리 앞에 서며 '범블비'란 이름을 얻게 된다.


찰리는 아직 아빠를 잊지 못했는데, 아빠를 잊을 수가 없고 매일 그리움에 허덕이는데, 엄마는 다른 아저씨랑 아침마다 다정한 뽀뽀를 나누고, 어린 동생과 아저씨는 제법 재미있게 잘 지낸다. 찰리 혼자 가족 속에 섞이지 못해 겉도는데, 그런 찰리에게 기적처럼 나타는 범블비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저 멀리에서 범블비 잡으러 온 다른 로봇들을 만나서 범블비와 싸우는 걸 보며 범블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찰리는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 때 범블비를 향해 찰리는 울부짖는다.


"안돼, 너마저 잃을 수 없어!"


아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범블비의 존재를 알게된 엄마는 찰리로부터 범블비랑 헤어지게 해보려 하지만, 이 때 찰리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을 찾았지만 난 아니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거 쓰는데 또 코끝이 찡 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저 외침이 너무 절절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그 사람을 향한 그리움으로 매일매일이 힘겨운데, 그런데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잊은 듯 너무 잘 사는 것 같고, 그 때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나는 그렇게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을 찾을 수가 없는데, 그런데 어떻게 너는..나는 앞으로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너는...



그렇지만 엄마도 아마 새로 사귄 아저씨를 '아빠를 대신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 인생에 있어서 그 아저씨는 아빠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이 세상에 다른 누군가를 '대신할 사람'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사람들인걸.


한 사람이 내게 있어서 했던 역할, 나에게 주었던 기쁨. 그런 것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줄 수는 없다.


나라는 인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싸가지 없는 멍청이일 수도 있고 세상 황홀한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애인에게는 생애 잊지 못할 그리움 일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일 수도 있는 것처럼, 내가 상대에게 주었던 걸 상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똑같이 받을 수가 없다. 그게 우리가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다른 사람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자꾸 과거의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잖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 사귀게 되는 사람에게 '전과 같은 사람' 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 사람이 지금의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만,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찰리는 범블비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모든 과정을 거치고 범블비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범블비가 자신을 좋아하고 아낀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범블비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다. 범블비가 있어야 할 곳이 자신의 옆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낌없이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찰리는 보내줘야 할 시점에 보내주고, 그렇게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별은, 그것이 어떤 이별이든, 누구에게나 아프지만, 나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그것이 더 많이 아플 것 같아서 내가 아프다. 어쩌면 생애 첫 이별일지도 모를 그것 때문에,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언제나 걱정이 돼. 찰리는 범블비와의 이별이 그녀의 첫 이별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도 소중한 아빠를 더 어릴 때 잃었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온 이 소중한 인연과의 이별이 얼마나 아플까.

세상 모든 이별을 앞둔 사람, 이별을 하고 있는 사람, 여전히 이별 중인 사람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찰리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을 앞으로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찰리의 다이빙을 그렇게 응원해준 사람, 그런 식으로 함께 음악을 듣던 사람, 늘 든든한 보호자이자 응원해준 사람, 찰리에게 차 정비를 가르쳐준 사람. 그런 사람을 대신할 사람을 찰리는 평생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아빠는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둔채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람과 또다른 관계를 엮어나갈 수 있다. 이제 막 신뢰가 자라기 시작한 아저씨와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순진한 옆집 소년과도 다정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더 자라고 또 더 자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유한 관계들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틈틈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계속 그 자리에 머물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렇게, 각자의 아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로 꾸준히 일상을 살아가는 거니까.



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빠를 대신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엄마에게도 아저씨가 아빠를 대신할 사람은 될 수 없을 거라고.

찰리의 아빠는, 찰리의 아빠라는 고유한 사람이니까.



아주 많이, 자주,  나는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가을방학의 노래중에 이 부분만을 흥얼거리곤 해.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사람도 역시, 나 밖에 없다고.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나 같은 사람도 나 밖에 없어.






그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나를 대신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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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9-01-0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언제든 오세요. 락방님이 오실 수 있는 그 때가 가장 좋을 때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