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8세 소녀 찰리는 다이빙 선수를 할만큼 다이빙을 좋아했지만, 마지막 다이빙을 했던 날 아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나서 큰 상실감에 다이빙을 그만뒀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양치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아빠를 그리워하고 파트타임으로 핫도그를 팔고, 그 돈으로 자동차 부품을 사서 망가진 자동차를 수리하는 일. 아빠가 살아계실 때 아빠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자동차를 수리했던 것이 찰리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억이고, 어릴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찰리는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흥미도 있다. 그러나 엄마와 새아빠(아저씨)는, 찰리에게 생일 선물로 자동차 부품을 살 현금을 주지 않고... 찰리는 어쨌든 제손으로 자동차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동네 정비센터에 가서 남는 부품들을 끌어모아와 자신의 자동차 수리하는 데 보태곤 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아주 낡은 노란 자동차를 발견하게 되고, 이 낡은 차를 정비센터 주인은 찰리의 생일선물이라며 그냥 준다. 그렇게 자동차와 찰리의 인연은 시작됐고, 언어능력과 기억을 상실한 노란 자동차는 로봇으로 촥촥 변신해서 찰리 앞에 서며 '범블비'란 이름을 얻게 된다.


찰리는 아직 아빠를 잊지 못했는데, 아빠를 잊을 수가 없고 매일 그리움에 허덕이는데, 엄마는 다른 아저씨랑 아침마다 다정한 뽀뽀를 나누고, 어린 동생과 아저씨는 제법 재미있게 잘 지낸다. 찰리 혼자 가족 속에 섞이지 못해 겉도는데, 그런 찰리에게 기적처럼 나타는 범블비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저 멀리에서 범블비 잡으러 온 다른 로봇들을 만나서 범블비와 싸우는 걸 보며 범블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찰리는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 때 범블비를 향해 찰리는 울부짖는다.


"안돼, 너마저 잃을 수 없어!"


아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범블비의 존재를 알게된 엄마는 찰리로부터 범블비랑 헤어지게 해보려 하지만, 이 때 찰리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을 찾았지만 난 아니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거 쓰는데 또 코끝이 찡 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저 외침이 너무 절절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그 사람을 향한 그리움으로 매일매일이 힘겨운데, 그런데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잊은 듯 너무 잘 사는 것 같고, 그 때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나는 그렇게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을 찾을 수가 없는데, 그런데 어떻게 너는..나는 앞으로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너는...



그렇지만 엄마도 아마 새로 사귄 아저씨를 '아빠를 대신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 인생에 있어서 그 아저씨는 아빠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이 세상에 다른 누군가를 '대신할 사람'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사람들인걸.


한 사람이 내게 있어서 했던 역할, 나에게 주었던 기쁨. 그런 것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줄 수는 없다.


나라는 인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싸가지 없는 멍청이일 수도 있고 세상 황홀한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애인에게는 생애 잊지 못할 그리움 일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일 수도 있는 것처럼, 내가 상대에게 주었던 걸 상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똑같이 받을 수가 없다. 그게 우리가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다른 사람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자꾸 과거의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잖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 사귀게 되는 사람에게 '전과 같은 사람' 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 사람이 지금의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만,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찰리는 범블비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모든 과정을 거치고 범블비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범블비가 자신을 좋아하고 아낀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범블비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다. 범블비가 있어야 할 곳이 자신의 옆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낌없이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찰리는 보내줘야 할 시점에 보내주고, 그렇게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별은, 그것이 어떤 이별이든, 누구에게나 아프지만, 나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그것이 더 많이 아플 것 같아서 내가 아프다. 어쩌면 생애 첫 이별일지도 모를 그것 때문에,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언제나 걱정이 돼. 찰리는 범블비와의 이별이 그녀의 첫 이별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도 소중한 아빠를 더 어릴 때 잃었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온 이 소중한 인연과의 이별이 얼마나 아플까.

세상 모든 이별을 앞둔 사람, 이별을 하고 있는 사람, 여전히 이별 중인 사람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찰리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을 앞으로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찰리의 다이빙을 그렇게 응원해준 사람, 그런 식으로 함께 음악을 듣던 사람, 늘 든든한 보호자이자 응원해준 사람, 찰리에게 차 정비를 가르쳐준 사람. 그런 사람을 대신할 사람을 찰리는 평생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아빠는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둔채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람과 또다른 관계를 엮어나갈 수 있다. 이제 막 신뢰가 자라기 시작한 아저씨와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순진한 옆집 소년과도 다정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더 자라고 또 더 자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유한 관계들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틈틈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계속 그 자리에 머물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렇게, 각자의 아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로 꾸준히 일상을 살아가는 거니까.



찰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빠를 대신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엄마에게도 아저씨가 아빠를 대신할 사람은 될 수 없을 거라고.

찰리의 아빠는, 찰리의 아빠라는 고유한 사람이니까.



아주 많이, 자주,  나는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가을방학의 노래중에 이 부분만을 흥얼거리곤 해.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사람도 역시, 나 밖에 없다고.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나 같은 사람도 나 밖에 없어.






그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나를 대신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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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9-01-0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언제든 오세요. 락방님이 오실 수 있는 그 때가 가장 좋을 때일거에요